시간보다 너무 앞서간 얼굴, 아버님들한테는 인기?ㅠㅠ

맏며느리감노안2008.01.25
조회293

저는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신입생입니다.

그것도 빠른 90이구요.

제가, 동안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언감생심, 그게 가당키나 한가요.

전 그냥 나이먹은 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그만큼만! 그만큼만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제 얼굴은 도대체 무슨 저주를 받은건지....

유치원때 이후로 절대! 전혀! 변하질 않는겁니다. 동안이냐구요?

...제발 좀 그래봤음 좋겠습니다. 동안! 제길, 어려보인다고 하소연하는 배부른 인간들!

...말이 심했죠. 다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건데...울컥해서 그랬어요.

 

유치원에 다닐 적만 해도 전 제 얼굴이 어떤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좀 많이 크다는 것.

그래서 나이보다 더 많게 보는 일이 많은가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저는 진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장을 보다가 화장품 가게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가게 아주머니께서

 

"어머! 동생이야? 어머어머, 피부 좀 봐~무슨 화장품 써?"

이러시는 겁니다.

어머니는 그 말에 기분좋게 웃으시며 "동생은~딸이야."라며 손사레를 치셨죠.

어머니는 웃으시느라 보지 못하셨지만...전 똑똑히 보고 말았습니다.

순간 급속도로 굳어지며 '뭐? 따~알?'이라는 표정으로 저를 보시던 아주머니...

금방 표정관리를 하시긴 했지만 금새 웃는 낯으로 바꾸시더니 제 가슴에 비수를 꽂으시더군요.

 

"어머어머, 딸이야? 난 또 자맨 줄 알았지~호호호호. 대학생이야?"

 

...오 신이시여...

초등학생한테 대학생이라뇨, 아주머니...

어머니는 여전히 웃으시면서 "초등학교 4학년이야~"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경악에 찬 얼굴로 절 보시던 아주머니에게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가 좀 동안이십니다.

마흔이 다되셔도 30대 초중반으로 보이실 정도니까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얼마나 젊게 보이셨겠어요. 하지만.

...전 초등학생이었죠. 어머니가 아무리 젊게 보인다해도 20대후반~30대초반이었을 겁니다.

그럼 저는? ...허허허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니는 연신 그 일로 즐거워하셨지만

전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또래 애들에게는 얼굴로 무슨 말을 듣지 못해서 전 제 얼굴에 대해

별 생각없이 중학교로 올라갔습니다.

 

중1 축제..

학년별로 가장행렬을 해야했기 때문에 저희 반 역시 가장행렬테마를 정했습니다.

테마는 나이대별 의상...저는 정말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30대로 당첨이 되었고,

어머니의 옷을 빌려입었습니다. 정말 잘 어울린다는 말에 현기증을 느끼며

가장행렬을 마친 뒤, 옷을 갈아입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들이 내려오시는 게 아닙니까?

공학이긴 했지만 여자비율이 9:1 거의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여중 수준이었죠.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습관이 된 90도 인사를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려고 했죠.

90도 인사는 제가 아닌 선배님들이 하시더군요. 제게.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음..그래."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 인사를 받아주고 올라가는데..

그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씁쓸함. 결국 교실가서 울었습니다.

 

중3.(중2때도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친구들이 장난삼아 놀린거였어요...)

때는 겨울방학.

저는 속독학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다니기 싫었지만 동생때문에 어쩔수없이 함께 다녔죠.

지각할 위기에 처해서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행선지를 말하기도 전에 택시기사아저씨가 말씀하시더군요.

 

"출근하시나봐요?"

 

....전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니라고 했지만 아저씨의 이어지는 질문은 제 마음에 스크래치를 무던히도 남기셨습니다.

 

"아니에요. 학생인데요."

"아~대학생? 올해 졸업반인가?"

"아하하하...아니에요. 전..."

"3학년? 2학년?"

"아뇨. 전.."

"아하, 1학년이구먼?"

"아뇨...저 대학생 아니에요."

"그럼 올해 수능본 학생이구먼?"

"...수능은 아직..."

"올해 고3 올라가나?"

"아니 그게 아니라..."

"고2? 고1?"

"...저 중3이에요. 아저씨.."

 

입안이 쓰더라구요.. 보약 100사발은 들이킨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아저씨는 멈추지 않으셨죠.

 

"아~그려? 난 우리 아들이랑 소개시켜주려고 그랬지~"

"아드님이 몇 살이신데요?"

"응~35살인디 삼성다녀~"

 

...기사아저씨께서 아들 자랑을 늘어놓으셨지만 제 귀엔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35살...전 15살.. 스무살 차이..하하하..

제가 내리자 아저씨는 못내 아쉬워하시면서 좀 더 일찍 태어나지 왜 그랬냐고 그러시더라구요.

하하하...저도 제가 왜 이런지 알고 싶어요 아저씨..

 

고1.

전 사진반에 들어갔습니다. 사진에 대해 쥐뿔도 아는게 없었지만 그냥 들어갔죠.

체육대회 날은 사진반이 활동을 하는 유일한 때이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찍은 건 아니지만 찍긴 찍었습니다.

체육대회에 참가 안해도 되기 때문에 전 츄리닝 차림이었구요.

체육대회가 끝나고...집에 가기 위해 교실로 들어가는 친구들과 합류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깜짝 놀라는게 아니겠습니까?

왜 그러냐고 묻자 친구 왈,

"난 아까부터 왠 학부모가 와서 사진을 찍나 했는데, 너였구나!" 

...

그래요. 이젠 학부모까지 나왔습니다. 이젠 뭐 상처 입을 것도 없더라구요.

이자식이!하면서 친구한테 헤드락을 거는데....눈물이 핑 돈 건 왜일까요...

 

고2.

연말이라 조촐하게 송년회라도 하자고 친구가 부르더군요.

그래서 얼씨구나 좋다 하고 나갔습니다.그런데 왠 남자분이 절 부르시더라구요.

어머나 이게 왠일? 이게 말로만 듣던 헌팅? 와 나 내 얼굴도 얼굴로 봐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죠. 너무 기뻐서 전화할때밖에 안쓰는 목소리로 상냥하게 대답했습니다.

쑥스러워하시면서 이것저것 묻는데 멀끔하니 순진해보이는게 귀여워보이더라구요.

그런데 그 순진한 얼굴로 어퍼컷을 날릴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 대학 다니세요?"(대학교 근처였습니다.)

"네? 아닌데..."

"아~ 몇학년이세요?"

"네?"(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단 느낌이 왔죠)

"4학년이세요?"

....

허허허. 그럼 그렇죠. 언제 누가 절 제 나이로 봐준 적이 있던가요.

아니라고 했더니 3학년이냐고 하더군요.

택시기사 아저씨때처럼 아니라고 할때마다 한학년씩 낮추더군요.

"아~그럼 올해 신입생이세요?고3?"

"(예비고3이니까 뭐...)예..뭐...예비지만.."

"네?"

놀란 듯 되묻는 그 분. 이제 고3 올라가는거냐고 물으시기에 그렇다했더니

얼굴이 시뻘개져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더니 바람처럼 빠르게 사라지시더군요.

....오해하게 해서 제 얼굴이 죄송하죠...

 

고3.

아예 바깥으로 안 돌아다녔더니 친구들한테 놀림당하는 거 말곤

별로 그런 오해받을 일이 없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수능이 끝나 할일도 없어 뒹굴거리다 연체한 만화책이 눈에 띄어 갔다주려고

늦은 저녁 버스정류장으로 갔습니다. 학교 근처 책방이었거든요.

그 곳엔 술취한 아저씨가 한분 계시더군요. 그렇게 많이 취한 건 아니신 거 같은데...

술냄새때문에 멀찍이 떨어져 앉았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제게 오시더니 어디가냐고 그러시더라구요.

00여고요, 그랬더니 자기 집이 거기라고 같은 버스 타겠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냥 웃으면서 넘겼는데....버스가 와서 탔는데 텅텅 비어있었거든요.

근데 이 아저씨가 굳이 함께 앉자며 잡아 끄는 겁니다.

거절을 잘 못하는 정말 도움안되는 성격 때문에 같이 앉긴 했는데

이분이 자꾸 아들 얘기를 꺼내시는 겁니다. 그러더니 저더러 몇살이냐고...

그래서 올해 대학 들어간다 그랬더니, 자기 아들이 00다니는데 돈 잘 번다고 그러시더군요.

00....저희 아버지가 다니시는 곳인데 말할까 하다가 왠지 길어질 거 같아 입 다물었죠.

끝도 없이 아들 얘기를 하시더니 여자를 모르는 녀석이라며 아가씨랑 만나면 좋겠다고 그러시더군요. 내릴때까지 아들 얘기...제게 번호까지 주시더라구요. 아저씨 전화번호랑 아드님 전화번호.

나이가 27인가 29이라고 하시더군요. 네..그러세요. 하면서 책방으로 가려는데

편의점에서 얘기 하고 가자고 하시더군요. 바쁘다고 하고 가려는데

안가면 안놔줄 분위기라 음료만 마시고 가기로 했습니다.

...10분이 지나도 보내줄 생각을 안하시기에 결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가

지금 책방에 와있다고 하고 연락드릴테니 이만 가보겠다고 했더니

친구도 이리 데려오랍니다. 그래서 오빠들도 와있어서 안된다 했더니

"그럼 꼭 아들한테 연락해. 응?"

하시고는 아쉽다는 듯 배웅해주시더군요...

 

...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던 선생님도 맏며느리감이라고 하시질 않나..(아들이 유치원생인데..)

오락실 아저씨도 며느리 삼고 싶다고 하시고..

 

어르신들한테 뭐라고 할수도 없어 그저 웃고만 있는데요..

노안도 노안이지만 미치겠습니다.

친구들은 제 얘길 들을 때마다 네 인생은 정말 시트콤이라며 웃는데요...

안그래도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많아서 미치겠는데

얼굴마저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보태주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남정네분들에게 대쉬받아도 기쁨보다는 불안초조두려움이 더 클진대,

아버님들이 맞선러쉬를 펼치시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좋나요...

저같은 분 계신가요? 흑....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