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이야기***

질경이200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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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이야기***

 

 

아직 못 다 삭힌 그리움이 있었나보다.

아직 못 다 푼 울분이 있었나보다.

 

서쪽 하늘이 새까맣게 몰려오더니

뇌성벽력이 치고

분수가 바람결 따라 공중제비를 한다.

 

수양버들 아래에 이제 편안함 밖에는 남지 않은

두 여인은 남편의 새 유택을 위한 의견에 도란도란

이야기가 끝일 새 없으나,

 

막 화장장으로 들어선 장의차에는

배웅하는 이의 마지막 오열이 딸꾹거리고,

 

벌써부터 마중 나온 까마귀는

계면쩍고 무료하여 몸보다 큰 플라타너스 잎에

몸뚱이 감추며 졸고 있다.

 

묘원에는 바람조차 조심을 하나보다 싶을 때

키 작은 노부인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체 두 여인 속에

끼어들자, 딸같은 새댁이 생글거리며 묻는다.

 

"할머니! 뭐가 그리 서러워?"

 

오십대의 중년부인이 살짝 꼬집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조심스레 묻는다.

 

"돌아가신 지가 얼마 안 되었나봐요?"

 

눈물방울이 야무지게 똑.똑. 떨어진다.

 

육개월 되었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같이 낚시 다니던 곳에  가지 않으면 이곳에 와서

영감 봉분(封墳)이라도 만져보아야

잠을 잘 수 있겠단다.

 

사십대의 그녀는 어제 같은 날,

생떼 같은 청춘을 땅에 묻으며

설움은 세월에 묻고

눈물은 자식에 묻었으므로

그는 대명천지 하늘에 뜬 하얀 달이 되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흐느낌의 여운을

"아멘"속에 묻어 버린 오십대의 여인은

합장하고 묵념하며 염주대신 묵주 쥐고

남편의 저승 삶을 기원하고,

 

수 십 년을 해로하고도 울먹이는 칠십대 할머니의 사랑은

손아귀에 쥔 꼬깃꼬깃한 가제 손수건만큼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세월이 나이를 말해 주지는 않는다.

눈물이 그리움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단지, 살아서 기억할 뿐이며

단지, 죽어서 잊혀질 뿐이다.

 

 

글/이희숙 

 

 

***세 여자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