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다이어트의 헛점

hanolduol200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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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급격하게 바람을 타는 산업이 있다. 바로 가루 음식 산업이다. 한때 선식이 한번 쓸고 지나가더니 이제는 생식이 쓸고 있다.

 

생식이라 하면 일회용 봉투에 들어있는 생식제품을 떠올린다. 그러나 생식과 생식제품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생식이란 곡식, 야채, 과일을 아무런 조리를 하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을 말한다. 열을 가해서 조리를 하다보면 비타민과 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기 때문에 생(生)으로 먹자는 말이다.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생식이 좋다는 정신이 바른 식생활 운동으로 꽃을 피웠으면 좋았으련만, 그와는 달리 생식 제품 개발과 판매로 꽃이 피었다. 기대하던 꽃과는 좀 다른 꽃이라고나 할까. 물론 현대인이 정신 없이 살아가면서 각종 곡식, 야채, 과일을 골고루 챙겨먹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생식제품이 등장한 것이겠지. 여기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생식 제품이 식사를 대신하게 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생식 제품은 보통 가정에서 대충 먹는 식사로는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해주는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밥상을 다 밀어제치고 그 자리를 독차지해서는 안된다.

 

생식으로 다이어트하라는 말은 뭔가? 밥을 먹지 말고 대신 생식가루를 물에 타서 먹으라는 것이다. 이게 참 사람 잡는 방법이다. 생식 한 봉지에 100 내지 200칼로리 정도 될 것이다. 한 봉지 걸쭉하게 타먹으면 뭔가 몸에 되게 좋은 거 먹는다는 생각으로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몸은 편하지 않다. 생식만으로 세끼를 다 때우면 이것은 거의 단식이나 매한가지다. 하루에 한끼를 타먹든 두끼를 타먹건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다이어트법이 될 수 없다. 가장 좋은 다이어트는 자신의 식습관과 식사 내용을 개선하는 것이다.

 

밥 대신 생식제품을 타먹으라는 생식 다이어트. 이 아이디어의 원조는 기존에 판치고 있던 각종 다이어트 식품들이었다. 다이어트 식품들이 흔하게 제시하는 방법은 이것이다. 점심은 먹고 싶은 대로 먹어라. 아침, 저녁 식사는 하지말고 식사대용으로 자기네 다이어트 식품을 물에 타먹으라는 것이다. 여기서 얻어지는 효과는 그 다이어트 식품이 살빼기 효과가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 양이 워낙에 적어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몇 십만원씩 하는 다이어트 식품 가루, 생식 가루를 굳이 살 필요 없다. 종류가 좀 많은가. 그냥 미숫가루를 사서 똑같은 방법으로 해도 결과는 같게 나올 것이다.

 

가루로 먹는 식사대용식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먹는가? 물에 타서 꿀꺽꿀꺽 삼킨다. 앞니, 어금니, 송곳니가 있는 다 큰 성인이 유동식을 먹는다? 이것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유아들은 치아가 없기 때문에 젖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치아가 날 때부터는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한다. 이유(離乳)란 젖을 뗀다는 말이다. 돌쯤 되면 윗니 아랫니가 네 개씩 나고, 두 돌쯤 되면 웬만한 이가 거의 다 난다. 이 무슨 뜻이냐면 이제부터는 음식을 팍팍 씹어 먹으라는 말이다. 음식을 씹어야 두뇌의 발달이 왕성해진다. 음식을 씹어야 침이 분비되면서 소화력이 좋아진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이빨이 멀쩡하게 있는,  다 큰 성인이 유동식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때는 병으로 씹을 기운도 없을 때 아니면 급체 등으로 소화력이 많이 떨어졌을 때이다. 그렇지도 않은데 유동식을 먹으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첫째, 위장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위장의 임무는 음식물을 반죽하는 것이다. 반죽할 꺼리도 없는 음식으로만 배가 채워지면 위장은 점점 할 일이 없어진다. 팔 다리를 오래 안쓰면 가늘어지듯이 위장의 근육도 점점 얇아진다. 반죽능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길들여진 위장은 보통의 정상식사로 돌아왔을 때 더부룩 답답증을 야기할 수 있다.

 

둘째, 씹지 않으면 두뇌 회전이 떨어진다. 노인들이 나이 들어 치아가 다 빠지고 나면 치매가 일찍 찾아온다. 씹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치아가 딱딱 부딪치면서 뇌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뇌혈류가 왕성해진다. 그런데 씹지 않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살면 어찌 되겠는가.

 

셋째, 맛의 기능을 경험하지 못한다. 음식은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맛은 인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맛을 다섯 가지로 분류해서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 오미(五味)라고 한다. 예를 들어 매운 맛은 몸을 확 달아오르게 만들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주고, 신 맛은 몸이 과도하게 발산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들어오자 마자 목구멍으로 훌떡 넘어가버리니 혀가 맛을 느낄 겨를이 없다. 음식이 가진 역할이 제대로 발휘될 리가 있겠는가.

 

생식이건, 선식이건, 미숫가루건, 다이어트 식품이건, 밥상을 밀어 제치고 대신 먹으라는 것은 굶기식 다이어트의 동생 정도되는 방법일 뿐이다. 앞서 말한 굶기식 다이어트의 허망함과 부작용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