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인자입니다..

이지연200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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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항상 시골 에가면...

문앞에 따로있는 냄새나는 푸세식 화장실...

아직도 아궁이에 불을떼는 ㄷ 모양의 낡은 기와집...

그나마  오래전 할아버지께서 오랜 지병으로 쇠해지신 탓에 삐그덕거리는

나무마루 대신에 세멘트를 덧데어 바른게 전부고..

그 앞에 짝짝이 흑투성이에  낡고 하얀고무신이 어린 나를 어찌나 짜증스럽게 하던지...

차 한대만 간신히 들어가는 좁은 길 비포장도로 산을 넘고 꾀많이 들어가야 하는...

이런데도 사람사나.. 싶을정도의 작은마을...

아빠 차를 타고 외갓집에 갈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집 앞에서 기다리던 할머니...

구부정한 등.... 지저분한 바지... 단추 두어개쯤 없는 웃도리...

숫없는 하얀머리 넘겨빗어 꼽은 색 바랜비녀...우리 아빠 만큼이나 울퉁불퉁나온 손등에 힘줄...

손녀가 왔다며 내 작은손을 버선발로 뛰어나와 잡을때면 이유모를 쾌쾌한 냄새에

불쾌감을 느끼며 슬며시 손을 빼 주머니에 넣던 나.....

그런 내 행동들은 스므살까지도 계속 되었고...밤낮을 가리지않고 이것 저것 먹을껄 쥐어줄때면

첨에 억지로라도 웃으며 사양하던 나도 어느새 귀찮아져 대꾸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은채

TV에 눈을 고정시키고는 키득키득거리던나... 오랫동안 검은 손에 민망한듯 들려있는

요강 사탕조각....여전히  TV에눈을 고정한채..."그런걸 누가먹어!!"

할머니는 방에 높이 있는 벽속에 뚫어 만든 금고 같은 곳에서 까치발을 들고는

부스럭 부스럭 다른걸 찾아 이내 내손에는 이불천으로 입구를 단단히 동여맨

새우깡이 한봉지 들려있었고.. 에라..인심쓰고 먹어주자...하는맘으로 봉지를 여는순간..

나는 "ㅋ ㅑㅇ ㅏ~~악~!!"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언제쩍 과자인지 작은 개미들이 득실득실.. 완전 개미깡....

너무놀라 허공에 집어던지고는 다시보니 쭈그리고 않아서 개미를 털어내

다시 봉지에 주어담는 할머니가 궁상맞고 짜증스러웠다..

시골에서 올라올때면.. 나는 신나 창문을 끝까지올리고 밖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채

빨리가자고 보챘고 지금 기억으로는 그때도 할머니는 오랬동안 우리가 간자리에

서 있었던 같다...그때는 앞에앉아 훌쩍이는 엄마가 이해가 안됐다..

아니 이해하고싶지도 않았다..

 

고등학교때 어느날 나는 가출을 했다..친구집에 전전긍긍하며 버티다가 주머니에

돈도떨어지고...갈때도 없던 나는 같이 집나온 친구랑 외가집으로 갔다..

TV서 보면 남자들이 술도사주고 같이 놀고 그런다는데 나한테는 그런것도 없어..--;

터덜터널 외갓집에 친구랑가서 사랑방을 차지하고 앉아서 밤늦게 까지놀고

아침 늦게 일어나 스쿠터타고 읍내에 나가 겜방도 가고 시간때우고 또 자고...

할머니는 아침5시에 일어나 꼭 밭일을하고 6시에 집에와 9시에 꼭잔다....

그때가 여름이었는데..이불천 뜯은거 같은 홇겹이불을 폭 덥고 자길래..

나는 낄낄거리며 친구한테 "야~ 저거봐라~ 커텐 덥고 잔다~ㅋㅋㅋ"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난 보기싫어 미닫이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다음날  밭일을 하고 온 할머니가 마당에서 등에 물좀 끼얺져 달란다...

등목을 해달라는건가?...난  너무 싫었다!! 결국 그래서 흰머리 희끗한 그의아들

나의 외삼촌이 그일을 했지만....

그걸 보고 나는 또 내친구한테.."야~ 저 살 쭈글쭈글한것좀 봐라~어우~남자 앞에서

저렇게 웃통까고 있냐..짜증난다 찐짜~"

 

여기까지가 내가 19살때 까지 일이다..

할머니는 나를 별로 않 좋아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서운할것도 없었다..

근데 언니랑 남동생은 할머니 한테 참 잘했다..

냉면그릇에 설탕물타다 줘도 잘 받아먹고 몇달지난 약과도 곧잘 받아들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해맑은 웃음도 잊지않았다...

가식적인것들....

더 중요한건 그 오래된약과 설탕물...뒤에서 다 내가 먹는다...

얼마 줄테니 깨끗하게 먹고 빈그릇으로 내놓는 조건으로..

난 줄곧 잘했다..왜냐면 수입이 짭짭하니까...

 

그런데 한1년 전부터 노인내가 아프단다..

근데 뭐 1년동안 위독하시네~~이래서 달려가면 그저그렇고

또 위독하시네 그래서 가면 또 그저그렇고..

양치기소녀이야기 생각하면 된다...

 

주말에 부모님이 또 시골에 가다는데..

난 귀찮아 안간다 그랬다..

시골에 다녀오신 부모님은 다른 날처럼 진지했고

난 또 늘 있는 일이려니하고 넘겼다..

 

휴가를 1주일 남겨놓은 주말에 할머니가 또 위독하시덴다...

젠장...속으로 빌었다...제발 가시더라도 나 휴가 갔다 와서 가시라고

분위기좋은 팬션까지 다 예약해놨는데

아무리 날 미워해도 이렇게 돌아가시면 죽을때까지 원망할꺼라고...

맘속으로 그렇게 간절히 바랬다.

 

휴가를 다녀온 후 나는 외할머니를 까맣게 잊고있던 어느 주날..

또 할머니가 위독하시덴다...

젠장 주말행사도 아니고 주말마다 위독하냐....

난 또 귀찮다며 가질않았다..

그런데 시골에서온 엄마가 외할머니 한번 보고오는게 안났겠냐며 말을꺼내길래

"나중에..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신경쓰이게 그래!!"

엄마는 더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엄마가 삐진거 같길래 기분을 풀어줄 심사로 월요일날가서 하루자고

화요일에 출근하겠다고 했다..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드디어 월요일...나는 투덜대며 회사로 출근했다.

아침에 나올때 차비하라며 엄마가 쥐어준 만원짜리 몇장이

오늘은 반갑지도 않았다...

 

월요일 오전 10시..

아빠한테 전화가왔다.. 나는 받자마자..

나: "왜!! 왜!! 오늘 간다니까 시골!! 안간델까봐 전화했어?!!"

 아빠: "안가도될꺼갔다....할머니 방금전에 돌아가셨다.."

나:"................."

갑자기 뜨거운게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상하게 멈추질않았다..

그길로 나는 조퇴를하고 시골로 달려갔다..

망할놈에 회사에서는 외척은 상당해도 하루도 못빼준덴다..

그런건 별로 중요하질 않았다...

가는내내 기차안에서도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시골집 안방문을 열고 할머니 사진을 보는순간 그자리에 주저앉아

한참동안 일어나질 못했다..친척들은 나보고 왜그렇게 서럽게 우느냐고

그만울라고...호상하신거라고..좋은데 가셨다고...

내귀에는 아무것도 안들어왔다...

 

할머니한테 말했다..

내가 마무리 미웠어도 하루...아니 반나절도 못기다리고 가셨냐고...

마지막까지 미운손녀  나쁜손녀 만드시고 그렇게 가시면 어떡하시냐고..

생전에 시골에가면 할머니는 유독 언니를 너무 이뻐했다..

언니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솔직히 나는 친할머니를 닮았다..

친할머니는 엄마랑사이가 별로 안좋다...흔히있는 고부갈등...

내가 사랑방에서 자고있는데 외할머니는 엄마한테..

난 둘째 싫다고...첫째가 좋다고..첫째가 참 착하다고....

아주 어렸을때였지만 난 그말이 너무 생생해서 그 이후로 할머니랑은

말도 잘 섞지 않았다...

그래도...그래도....난 할머니 한번도 미워한적이 없었다..

그냥..나도 이쁨받는 손주가 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던건데...

이번에 내려와서 할머니한테 다말하고 싶었는데..

할머니는 아무것도 듣지못하고.... 뭐가그렇게 급하셨는지..

가버리셨다... 

그렇게 가버리신지 이주일이 지났는데도 눈물이 멈추질않는다..

밤에 잠이 잘안온다..

할머니도 이런 내 마음 알고계시죠?

할머니가 그렇게 안쓰럽다고 불쌍하다고 걱정하던 딸... 우리엄마....

죽을때까지 잘할께...

할머니..좋은데 있는거 맞지?

하긴 할머니는 생전 남한테 나쁜짓 안했으니까..

제일 좋은데 가셨을꺼야...

그런데 자꾸 할머니를 내가 죽인거 같아...

내가 말 더 잘듣고 잘해드렸으면 더 오래 사셨을꺼 같은데

자꾸만 자꾸만 내가 그런거 같아 마음이 미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