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친구] 43부 : 어느 비내리던 날 #1

귀신친구2008.02.07
조회1,585

 

안녕하세요. 귀신친구입니다.

아랫글을 윈도우 메모장에 쓰고, 복사하여 붙였더니, 중간에 문장이 끊겨 밑으로 내려갔네요... ㅡ.ㅡ;;;

 

제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올 한해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

 

 

 

 

[Nonfiction]

 

 

눈을 떴다. 방 공기가 무척 차가웠다. 살짝 열린 창문 밖

으로 비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시계바늘은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때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천원샵에서 구입한, 메이드 차이나 알람시계. 이놈은 철

저하게 20분간 내 방안을 요동친다. 그렇다고 내가 한번

마음먹고 요동치는 시간을 재본것은 아니다. 시계 건전지

가 거의 소모되었을 때쯤 요동치는 소리는 모두 짐작하고

있지 않은가? 평소보다 요동치는 소리가 훨씬 작은......

그때 처음 울릴 때 시간을 보고 눈 붙이다가 소리가 멎었

을 때 다시 시간을 보니 약 20분 정도 흘렀던 것을 기억

하고 있다.

 

'남들은 지금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시간인

데......'

 

어제 먹다남은, 냉장고 속에 냄비채로 넣어뒀던 국을 데

워 밥 한술 말아먹고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시계를 보니

오전 12시. 인쇄소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곧 나가

야 한다. 제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알아보았지만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해 올 초부터는 인쇄소 몇

군데 알아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2

년여동안 일자리 알아보면서 틈틈이 조금씩 모은 돈 일부

에서 보증금 6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단칸방 하나 얻

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혼자 살고 있는 중이다.

 

 

"안녕하세요."

 

"어, 자네 왔는가. 오늘은 좀 분량이 많아."

 

"아, 그래요?"

 

"새로 오픈한 중국집인데, 이 주변 네 동네를 돌아야 할

거야."

 

"헉..."

 

"특히 옆동네 우체국 뒷쪽에 사무실 많은 곳부터 먼저 작

업하라구."

 

"네."

 

손바닥만한 크기의 코팅지를 한아름 받아들어 가방에 넣

었다. 금방 가방이 빵빵해졌다. 난 이런 빵빵한 내 가방

이 좋다. 이 분량으로 서너번 돌리면 그달 월세와 공과금

은 빠지기 때문이다. 혼자 자취하니 수돗세와 전기세, 가

스료는 얼마 되지 않으니까...

 

일반 컬러복사 또는 인쇄물 같은 경우는 흔히 말하는 '스

카치테이프'도 같이 주는데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 중국집에서 제작의뢰하는 전단지는 매끈매끈

한 코팅지에다가 뒤에 조그맣게 자석도 붙어있어 사무실

문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 인쇄소 사장님이 말한 우체국

뒷쪽골목으로 들어갔다. 근처에 세무서와 지방법원이 있

어서 개인 세무사사무실과 변호사사무실, 공증사무소가

밀집되어 있었다. 중간중간 담배피는 시간 포함해서 이

일대를 한시간에 걸쳐 다 붙였다. 한두번 해본 것이 아니

기 때문에 나같은 경우는 수월하게 한 경우다. 조금 떨어

진 곳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있는데 주로 이 근처 사

무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은 작업하기가 쉽다. 일단 맨 윗

층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하나씩 붙이면서 내려오면

되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은 올라가면서 붙이고 내

려와야 하기 때문에 귀찮기도 하고 힘들다.

 

다른 세 동네를 다 돌고나니 네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비가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가방속에는 전단지

가 20여개 정도 남아있었다.

 

'이걸 다 붙이고 들어가?'

 

왠만한 곳에는 다 붙인 것 같다. 전단지 광고업종 특성상

(?) 일반 개인집보다는 사무실에 많이 붙이고, 동네 특성

상 조금 잘사는 집이다 싶은 곳은 잘 안붙인다. 야식배달

전문점 전단지인 경우에는 물론 조금 잘사는 집이다 싶은

곳에도 붙인다. 아니, 꼭 붙인다. 그리고 혼자 자취하는

사람들이 많은 골목집에도 붙인다.

 

'어느쪽을 가볼까?'

 

문득 XX아파트가 생각났다. 6층짜리 아파트(?)인데 지은

지는 30년이 넘은 것 같은, 빌라같은 아파트라고 해야하

나...... 워낙에 건물이 낡고 독거노인분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이다. 옆동네 산기슭 중간에 세워진 외딴 건물인데

일반 시멘트로 포장된 1차선 도로 하나만 유일하게 연결

되어 있었다.

 

"어, 자네 아직도 도는가?"

 

그 아파트로 갈려면 인쇄소를 지나가야하는데 내가 지나

갈때 마침 사장님이 날 보셨나보다.

 

"아, 네. 아직 몇 장 남아서요."

 

"허허... 얼마 남지 않았으면 그냥 집에 들어가서 쉬어.

네 시간 넘은것 같은데."

 

"아, 이거 마져 붙이고 갈게요. 오늘은 네시간 한걸로 적

어두세요."

 

"그리하세. 그럼 수고해!"

 

 

그 아파트로 가는 길 중간중간에 아무 집 대문에 붙이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느낌에 그 아파트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그곳은 좀 외딴 곳

이라 전단지 돌리러 잘 가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어차피

노인분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전단지도 잘 안들어가기도

하다.

 

'쿠르릉......'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시멘트 포장길이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인하여 모두 젖어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에 수시로 부딪혀왔다. 우비를 착

용하고 있었지만 바람에 날려 내 얼굴에 부딪히는 비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아파트 울타리에 도착할때쯤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리기시작했다.

 

"꽈르르 꽝!"

 

천둥소리에 잠시 귀가 멍멍했다. 난 부리나케 뛰어 아파

트 1층 현관입구 안에 들어와 비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한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우우..."

 

하얀 담배연기가 넓게 퍼져나갔다.

 

'음?'

 

고개를 휙 돌렸다.

 

'헉. 깜짝이야.'

 

내 뒤에 언제 나타나셨는지는 모르지만 얼굴에 검버섯이

많고, 얼굴색이 하얀 할머니 한분이 허리를 구부린채 내

뒤에 서 계셨다.

 

"할머니, 놀랬잖아요. 하하."

 

"............"

 

할머니는 기운없는 눈빛으로 나를 말없이 보고만 계셨다.

나를 보던 할머니의 시선이 내 뒷쪽 무언가를 응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난 다시 몸을 돌려 바깥쪽을 보았다. 바

람이 세차게 불어 검은비닐봉지가 굴러가는 것이 보였고,

빗줄기가 45도 방향으로,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것 같이

보였다.

 

"또 왔어, 또..."

 

'응? 뭐가 또 왔다는 걸까?'

 

난 할머니의 말에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은 채 속으로 생

각했다.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일까......

 

"총각, 근데 이 곳에는 뭐하러 왔어?"

 

"네? 아,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 학생입니다."

 

학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졸업한지 2년이 지

났건만......

 

"그래? 그럼 얼른 돌리고 가는게 좋을거야."

 

"아, 근데 비가 많이 내려서요......"

 

"그래도 얼른 돌리고 가. 오늘같이 비오는 날엔 여기 오

래 있는다고 해서 좋을게 하나도 없으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냥 이 늙은이의 말을 믿고 얼른 가도록 해. 비 많이

오니까 전단지인지 종이나부랭이인지는 몰라도 다음에 와

서 붙이는게 좋을껴."

 

"아... 몇 장 안남아서요. 금방 끝나요."

 

"음......"

 

할머니는 밖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계속 지

켜보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내 눈에는 아까 굴러다니던 검은비닐봉지 외에 움

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도 내 느낌이 맞네 맞아."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계속 하고 계셨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