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다른 만남. MP3로 영어 보케블러리 좀 다운 받아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현수가 보이지 않았다.궁금하지 않기로 했다. 똑똑똑....!! 어디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현수일거란 생각을 하고 문이 열리면 우산으로 한대 내리치리다 다짐하고 문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삐그덕,하고 문이 열리려는 찰나 나는 우산 꽁지를 손에 들고 붙박이 장 처럼 놀라서 얼어 붙어 있어야 했다. 그가 아니잖는가. "여기 반샘 독서실 맞죠?" "아.. 예...................."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익숙한 얼굴. "어? 진선 언니!" "어.. 으나구나?! 너도 진하랑 여기 같이 다니나 봐?" 우산을 꼬옥 잡고 그렇게 인사한 그녀는 댄스 교습소에서 만났던 진하의 친 언니였다. "아.. 언니 진하 만나러 오셨나 보네요? 잠시만요...!!진하 찾아 올게요.." 우산을 살그머니 내려놓고 열람실쪽으로 헐레벌떡 들어 와 진하 자리를 둘러 보았지만 진하는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 보다가 내 자리에서 진하의 글씨를 발견했다. [리니지로 옥규가 꼬셨음. 요 앞에 꾸리꾸리 피시방 내려가니까, 급한 일 있으면 그리로 와!^^ -진하-] 진선 언니에게 진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하고 이야기 하자, 그녀는 주변을 돌아보다 나가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총무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총무가 혹시, 이현수 라는 사람이니?" "네?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당황 한 나는 한동안 진선 언니의 동태를 살펴야 했다. "우리 대학 동기거든.. 여기에 있었구나." "정말이요? 그런 인연도 다 있네요! 총무 오면 언니 다녀갔다고 전해줄게요." "아. 아니 됐어! 가볼게. 공부 열심히 해라!" "네... " 나는 열람실로 조심스레 들어왔다. 손에 들고 있던 MP3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Tesla의 LoveSong ▶▶ 조용하던 독서실이 은은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보았던, 지금 보고 있던 영화처럼. 나는 어디론가 걸어가는 아름다운 주인공이 되어 노래처럼 걸어가기 시작했다. 교습소에서 배운 비트처럼 환상처럼 사뿐히 걸어 나의 창가쪽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창가를 돌아 이리저리 팔을 들고 날아가는 듯 걸어다녔다. 독서실 내에 인기척 하나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난 혼자였다. 실내는 조용하고 노랫소리는 더욱 또렷해지며 나의 감각은 그렇게 더욱 파르릇 하게 날아 오를 것 처럼 가벼워지고 있었다. 나의 이런 모습을 누가 보면 웃었겠지, 하지만 난 누구보다 섬베한 발레를 꿈꾸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다시 걸음을 구멍 속으로 옮아간다. 그 구멍 속에는 내가 그동안 보아오던 환상의 그림자들이 서려 있을 것이다. 종이 옆에 까맣게 멍이 든 것처럼 동그란 선을 이루던 녹들이 부서지져 내리자 그 안에 어떤 사람이 눈에 들어 왔다. 냉장고 문을 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안을 쳐다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진우 였다. 눈을 반쯤 감은 듯 잠자는 듯 고요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좀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얼굴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가 진하에게 전화하는 것이라면 그녀가 피시방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질텐데... "진우....... 야!!" 노래가 다른 노래로 바뀌면서 새로운 리듬이 시작되자 그 기분에 그를 부르고 말았다. "진우야 이쪽을 봐 !!" 진우가 구멍이 있는 벽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 왔다. 정적이 구멍 안을 휘감싸고 돌았다. 나즈막한 소리로 노래에 맞추어 이야기 하던 나는... 문득 이렇게 돌발적인 사랑에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대상도 목적도 없는 것과의 사랑. 그리고 얼굴 없는 환상과의 사랑을 말이다. "여자 열람실엔 지금 아무도 없어..그래서 그냥 떠드는거야....미안해 시끄럽지." "답답하던 차였는데 잘됐다." 벽의 구멍을 사이로 그와 내가 가까이 마주 앉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 둘 만이 남아 대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 어떤 편안함에 이어폰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요즘에 진하가 날 피하는 것 같아." MP3의 밧대리가 한칸으로 줄어들고 있었고 어느새 지는 해가 더욱 어둡게 느껴지고 있었다. "게임에 빠진걸거야, 너무 걱정 하지 마!" "말이라도 고맙구나...." "고맙긴, 난 니가 더 고맙다!" "근데 넌 누굴 좋아하는 거니? 전부터 궁금했는데.." "글쎄 난...난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어. " "혹시 영진이니? .아니면 총무? 총무는 아닌 것 같고. " "지금 저쪽에서 자고 있는 사람 일어났다.. 이제 가볼게..." "어 그래.." "참, 으나야!! 나 좀 있다 점도장 가거든.........." "응..오늘.. 같이 갈래?" "살 빼라고??하핫. 알았어! 오늘 날렵한 나의 몸짓을 보여주지!" 어두워진 독서실의 불을 켜고 노래를 중얼거리면서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진하게 있는 피시방 쪽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진우야. 저기. 진하 있는데... 만나서 같이 갈까?" "아니. 그냥 너랑만 갈래." 피시방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게 하고 난 카운터쪽에서 진하의 모습을 찾았다. 바로 옆에서 리니지에서 64 랩까지 나갔다는 옥규를 찾았다. 현존하는 최대의 랩까지 나가서 용과 1:1로 대적해 게임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보겠다던 그녀 옆에서 아이템이 너무 비싸다고 차라리 스타크래프트가 낫다고 투정을 부리는 진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옥규는 최 단기간에 아덴 모으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래도 요정 랩까지는 왔잖아.미스릴 원석이랑.버섯 포자의 즙, 엔트 줄기 잡어.. 아 저거 판의 갈기털 아템도...조금만 더 하면 돼.." "진하야 너 독서실에 진선 언니 다녀갔어!!" "울 언니가? 야, 나 피시방에 있다고 말했어 안말했어?" "당근 안말했지." "오케. 굿" "야! 근데 총무랑 너네 언니 무슨 사이야?" "그 사이를 내가 어떻게 알아....." 하고 대답하고는 '노가다'를 하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무픞을 확 치고 일어섰다. "너 지금 현수라고 말했어? 총무 이름이 이현수 맞지? 대학친구 이현수 맞다면.." "그렇다면...?" "우리 언니가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이현수 인데.. 그럼....그 사람이 총무?" 갑자기 난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의 모세혈관이 모두 터진 것처럼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인 것 처럼. "우리 언니가 매일 박정현의 plastic floer 들으면서 얼마나 슬퍼 했는데. 짝사랑이라고 했거든. 그 현수가 그 현수였구나. 세상 참 좁다." 갑자기 넋이 나간 나는 현수와 진선 언니의 알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그랬구나.......아참, 진하야 지금 너, 진우 만날 생각 없어? " "싫어, 게임 할래." "검도장 가자고 ...." "으이 싫다니까!" 매몰 찬 그녀에게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으응ㅡ 나야!어딘데? 이따 거기로 갈게..." 그녀의 이런 행동을 진우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진하가 게임에 빠져서 지금 정신이 좀 없나봐, 진우야." 기다리던 진우와 함께 피시방으로 향하던 길에 보름달을 보았다. 보름달이 태양보다 훨씬 더 큰 느낌으로 다가 왔다. 달이 태양인 것 처럼 밤낮을 거꾸로 살아 왔던 나의 눈이 무척이나 눈부셔왔다. 나는 시지프의 신화속의 주인공처럼 힘든 가방을 짊어지고 엘리베이터에 진우와 함께 오르고 있었다. # 열혈검객무사시 "여기선 대한 검도를 하거든. 이건 본국 건법이라고 해.." "기술 하나 하나 다 이름이 있는거야?" "그럼...! 이건 진진격적세라고 하고..상대를 치는 기본 기술이야..." 그가 나에게 선보여 준다고 했던 검도는 생각 만큼 즐거운 기분을 안겨주었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기분보다는 그냥 그를 어떠한 매개 없이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그가 몇번 마주 하지 않은 나에게, 우람하고 바보 같은 나에게 생각 이상의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퍼어억~~~~~~~~~~~~" 그의 죽도를 빼앗아 그를 아무렇게나 때려보았다. "생각보다 힘이 약하군!?" 그런 그가 한 사람을 내려 치는 자세를 설명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어머낫, 솔직히 아팠으면서!" "얏, 넌 날 뭘로 보고, 옷갈아 입고 와! 일단!" "옷갈아 입고 와서 막 때리면 되는거냐?" "어? 어.. 어그....그래..." 난 검도장 안에 별도로 비치 되어 있는 대련복과 호구를 착용하고 나왔다. 호구를 머리에 쓰고 진우를 마주 했을 때 특유의 감갑함과 스릴이 느껴졌다. 영진이를 몰래 보던 때의 설레임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난 그가 가르쳐 주는대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만큼의 행복한 쾌감을 느끼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머리 위에 얹어진 나의 방패들이 어둡고 무거웠지만 나의 큰 몸집을 감춰 주고, 나란 사람의 존재를 베일 속으로 감춘다는 착각에 빠졌다. 나는 그렇게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가 몇번의 시범을 보이는 동안 난 눈을 껌뻑히며 그의 자세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 자세를 흉내내던 끝에 나는 그와 작은 장난처럼 시범 게임도 벌일 수 있었다. 어릴 적 작은 잠자리 장대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면서 때리고 부수던 기억들이 추억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검도가 아닌 기분좋은 스포츠를 만끽하듯이 생각 없이 이리저리 달리고 또 달려보았다. '이야아아아아앗'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는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나 놀란 나는 순간 멈짓하고 주변을 돌아 봤지만 그런 나를 어느 누구도 제지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나의 모습 그대로를 그 들은 지켜볼 뿐이었다. 힘들게 이것저것을 시도 하다가 이젠 너무 지쳐 바닥에 널브러지듯 주져 앉아버렸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던 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뿌듯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한 한달만 연습하게 되면 살이 몇킬로는 빠질거라는 생각만을 계속 하고 있었다. "진짜 한 20 킬로는 빠지겠다!!" 목검을 가지고 수련을 하는 그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의 모습이 방금 전 주저 앉기 직전까지 지켜보던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움직임. 그리고 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운동하는 한 사람처럼.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사람처럼 그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땀을 송글송글 맺히도록 홀로 그렇게 검도장 안을 휘젓고 다니던 그에게서 난 문득 현수의 얼굴을 생각해냈다. 순간 그림처럼 날아다니듯 춤을 추던 진선 언니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일까. 몸의 일부가 따로따로 하나의 그림처럼 표현되던 진선 언니와 오버랩되던 아까의 현수의 모습. 난 그 둘의 모습을 매치하다가 이내 진우의 죽도로 툭 내리 치고 있었다. "이야압!!" 현수가 지쳐 떨어지듯이 바닥으로 주저 앉으며 호구를 벗어 던지고 잠깐 눈을 감고 있었을 때, 난 그의 목덜미 옆으로 그림자와 같은 선명한 자국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난 손을 들어 그의 옷을 살짝 들춰보았다. 파랗게 선명한 멍자국이 나의 눈에 어려왔다. 그가 그렇게 검도에 연연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와 조금은 더 가까워진 듯 했다. 그가 다시 눈을 떴다. "총무에게 조금 더 잘해주지 그래.... " 검도장 문을 나서는 순간 식은 땀이 바람에 훅 떨어져 나갔다. 피시방을 돌아 나오는 길에 난 우연히 영진이를 보았다. 횡단보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고 있던 영진. 그런 그에게 아는 척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쩌면 조금은 그와 멀어진 듯한 느낌. 그를 멀리서 지켜보던 나는 바로 옆에 진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희열의 '옆모습' ▶▶ ".............."1
독서실 만화경 ⑨
# 색다른 만남.
MP3로 영어 보케블러리 좀 다운 받아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현수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기로 했다.
똑똑똑....!!
어디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현수일거란 생각을 하고
문이 열리면 우산으로 한대 내리치리다 다짐하고 문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삐그덕,하고 문이 열리려는 찰나
나는 우산 꽁지를 손에 들고 붙박이 장 처럼 놀라서 얼어 붙어 있어야 했다.
그가 아니잖는가.
"여기 반샘 독서실 맞죠?"
"아.. 예...................."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익숙한 얼굴.
"어? 진선 언니!"
"어.. 으나구나?! 너도 진하랑 여기 같이 다니나 봐?"
우산을 꼬옥 잡고 그렇게 인사한 그녀는 댄스 교습소에서 만났던 진하의 친 언니였다.
"아.. 언니 진하 만나러 오셨나 보네요? 잠시만요...!!진하 찾아 올게요.."
우산을 살그머니 내려놓고 열람실쪽으로 헐레벌떡 들어 와 진하 자리를 둘러 보았지만
진하는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 보다가 내 자리에서 진하의 글씨를 발견했다.
[리니지로 옥규가 꼬셨음. 요 앞에 꾸리꾸리 피시방 내려가니까, 급한 일 있으면 그리로 와!^^ -진하-]
진선 언니에게 진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하고 이야기 하자,
그녀는 주변을 돌아보다 나가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총무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총무가 혹시, 이현수 라는 사람이니?"
"네?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당황 한 나는 한동안 진선 언니의 동태를 살펴야 했다.
"우리 대학 동기거든.. 여기에 있었구나."
"정말이요? 그런 인연도 다 있네요! 총무 오면 언니 다녀갔다고 전해줄게요."
"아. 아니 됐어! 가볼게. 공부 열심히 해라!"
"네... "
나는 열람실로 조심스레 들어왔다.
손에 들고 있던 MP3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Tesla의 LoveSong ▶▶
조용하던 독서실이 은은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보았던, 지금 보고 있던 영화처럼.
나는 어디론가 걸어가는 아름다운 주인공이 되어 노래처럼 걸어가기 시작했다.
교습소에서 배운 비트처럼 환상처럼 사뿐히 걸어 나의 창가쪽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창가를 돌아 이리저리 팔을 들고 날아가는 듯 걸어다녔다.
독서실 내에 인기척 하나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난 혼자였다.
실내는 조용하고 노랫소리는 더욱 또렷해지며
나의 감각은 그렇게 더욱 파르릇 하게 날아 오를 것 처럼 가벼워지고 있었다.
나의 이런 모습을 누가 보면 웃었겠지,
하지만 난 누구보다 섬베한 발레를 꿈꾸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다시 걸음을 구멍 속으로 옮아간다.
그 구멍 속에는 내가 그동안 보아오던 환상의 그림자들이 서려 있을 것이다.
종이 옆에 까맣게 멍이 든 것처럼 동그란 선을 이루던 녹들이 부서지져 내리자
그 안에 어떤 사람이 눈에 들어 왔다.
냉장고 문을 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안을 쳐다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진우 였다.
눈을 반쯤 감은 듯 잠자는 듯 고요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좀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얼굴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가 진하에게 전화하는 것이라면 그녀가 피시방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질텐데...
"진우....... 야!!"
노래가 다른 노래로 바뀌면서 새로운 리듬이 시작되자 그 기분에 그를 부르고 말았다.
"진우야 이쪽을 봐 !!"
진우가 구멍이 있는 벽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 왔다.
정적이 구멍 안을 휘감싸고 돌았다.
나즈막한 소리로 노래에 맞추어 이야기 하던 나는...
문득 이렇게 돌발적인 사랑에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대상도 목적도 없는 것과의 사랑.
그리고 얼굴 없는 환상과의 사랑을 말이다.
"여자 열람실엔 지금 아무도 없어..그래서 그냥 떠드는거야....미안해 시끄럽지."
"답답하던 차였는데 잘됐다."
벽의 구멍을 사이로 그와 내가 가까이 마주 앉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 둘 만이 남아 대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 어떤 편안함에 이어폰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요즘에 진하가 날 피하는 것 같아."
MP3의 밧대리가 한칸으로 줄어들고 있었고 어느새 지는 해가 더욱 어둡게 느껴지고 있었다.
"게임에 빠진걸거야, 너무 걱정 하지 마!"
"말이라도 고맙구나...."
"고맙긴, 난 니가 더 고맙다!"
"근데 넌 누굴 좋아하는 거니? 전부터 궁금했는데.."
"글쎄 난...난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어. "
"혹시 영진이니? .아니면 총무? 총무는 아닌 것 같고. "
"지금 저쪽에서 자고 있는 사람 일어났다.. 이제 가볼게..."
"어 그래.."
"참, 으나야!! 나 좀 있다 점도장 가거든.........."
"응..오늘.. 같이 갈래?"
"살 빼라고??하핫. 알았어! 오늘 날렵한 나의 몸짓을 보여주지!"
어두워진 독서실의 불을 켜고 노래를 중얼거리면서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진하게 있는 피시방 쪽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진우야. 저기. 진하 있는데... 만나서 같이 갈까?"
"아니. 그냥 너랑만 갈래."
피시방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게 하고 난 카운터쪽에서 진하의 모습을 찾았다.
바로 옆에서 리니지에서 64 랩까지 나갔다는 옥규를 찾았다.
현존하는 최대의 랩까지 나가서 용과 1:1로 대적해 게임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보겠다던
그녀 옆에서 아이템이 너무 비싸다고 차라리 스타크래프트가 낫다고
투정을 부리는 진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옥규는 최 단기간에 아덴 모으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래도 요정 랩까지는 왔잖아.미스릴 원석이랑.버섯 포자의 즙, 엔트 줄기 잡어..
아 저거 판의 갈기털 아템도...조금만 더 하면 돼.."
"진하야 너 독서실에 진선 언니 다녀갔어!!"
"울 언니가? 야, 나 피시방에 있다고 말했어 안말했어?"
"당근 안말했지."
"오케. 굿"
"야! 근데 총무랑 너네 언니 무슨 사이야?"
"그 사이를 내가 어떻게 알아....."
하고 대답하고는 '노가다'를 하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무픞을 확 치고 일어섰다.
"너 지금 현수라고 말했어? 총무 이름이 이현수 맞지? 대학친구 이현수 맞다면.."
"그렇다면...?"
"우리 언니가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이현수 인데.. 그럼....그 사람이 총무?"
갑자기 난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의 모세혈관이 모두 터진 것처럼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인 것 처럼.
"우리 언니가 매일 박정현의 plastic floer 들으면서 얼마나 슬퍼 했는데.
짝사랑이라고 했거든. 그 현수가 그 현수였구나. 세상 참 좁다."
갑자기 넋이 나간 나는 현수와 진선 언니의 알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그랬구나.......아참, 진하야 지금 너, 진우 만날 생각 없어? "
"싫어, 게임 할래."
"검도장 가자고 ...."
"으이 싫다니까!"
매몰 찬 그녀에게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으응ㅡ 나야!어딘데? 이따 거기로 갈게..."
그녀의 이런 행동을 진우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진하가 게임에 빠져서 지금 정신이 좀 없나봐, 진우야."
기다리던 진우와 함께 피시방으로 향하던 길에 보름달을 보았다.
보름달이 태양보다 훨씬 더 큰 느낌으로 다가 왔다.
달이 태양인 것 처럼 밤낮을 거꾸로 살아 왔던 나의 눈이 무척이나 눈부셔왔다.
나는 시지프의 신화속의 주인공처럼 힘든 가방을 짊어지고
엘리베이터에 진우와 함께 오르고 있었다.
# 열혈검객무사시
"여기선 대한 검도를 하거든. 이건 본국 건법이라고 해.."
"기술 하나 하나 다 이름이 있는거야?"
"그럼...! 이건 진진격적세라고 하고..상대를 치는 기본 기술이야..."
그가 나에게 선보여 준다고 했던 검도는 생각 만큼 즐거운 기분을 안겨주었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기분보다는 그냥 그를 어떠한 매개 없이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그가 몇번 마주 하지 않은 나에게,
우람하고 바보 같은 나에게 생각 이상의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퍼어억~~~~~~~~~~~~"
그의 죽도를 빼앗아 그를 아무렇게나 때려보았다.
"생각보다 힘이 약하군!?"
그런 그가 한 사람을 내려 치는 자세를 설명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어머낫, 솔직히 아팠으면서!"
"얏, 넌 날 뭘로 보고, 옷갈아 입고 와! 일단!"
"옷갈아 입고 와서 막 때리면 되는거냐?"
"어? 어.. 어그....그래..."
난 검도장 안에 별도로 비치 되어 있는 대련복과 호구를 착용하고 나왔다.
호구를 머리에 쓰고 진우를 마주 했을 때 특유의 감갑함과 스릴이 느껴졌다.
영진이를 몰래 보던 때의 설레임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난 그가 가르쳐 주는대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만큼의 행복한 쾌감을 느끼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머리 위에 얹어진 나의 방패들이 어둡고 무거웠지만
나의 큰 몸집을 감춰 주고, 나란 사람의 존재를 베일 속으로 감춘다는 착각에 빠졌다.
나는 그렇게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가 몇번의 시범을 보이는 동안 난 눈을 껌뻑히며 그의 자세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 자세를 흉내내던 끝에 나는 그와 작은 장난처럼 시범 게임도 벌일 수 있었다.
어릴 적 작은 잠자리 장대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면서 때리고 부수던 기억들이
추억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검도가 아닌 기분좋은 스포츠를 만끽하듯이
생각 없이 이리저리 달리고 또 달려보았다.
'이야아아아아앗'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는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나 놀란 나는 순간 멈짓하고 주변을 돌아 봤지만
그런 나를 어느 누구도 제지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나의 모습 그대로를 그 들은 지켜볼 뿐이었다.
힘들게 이것저것을 시도 하다가 이젠 너무 지쳐 바닥에 널브러지듯 주져 앉아버렸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던 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뿌듯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한 한달만 연습하게 되면
살이 몇킬로는 빠질거라는 생각만을 계속 하고 있었다.
"진짜 한 20 킬로는 빠지겠다!!"
목검을 가지고 수련을 하는 그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의 모습이 방금 전 주저 앉기 직전까지 지켜보던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움직임. 그리고 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운동하는 한 사람처럼.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사람처럼 그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땀을 송글송글 맺히도록 홀로 그렇게 검도장 안을 휘젓고 다니던 그에게서
난 문득 현수의 얼굴을 생각해냈다.
순간 그림처럼 날아다니듯 춤을 추던 진선 언니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일까.
몸의 일부가 따로따로 하나의 그림처럼 표현되던 진선 언니와 오버랩되던 아까의 현수의 모습.
난 그 둘의 모습을 매치하다가 이내 진우의 죽도로 툭 내리 치고 있었다.
"이야압!!"
현수가 지쳐 떨어지듯이 바닥으로 주저 앉으며
호구를 벗어 던지고 잠깐 눈을 감고 있었을 때,
난 그의 목덜미 옆으로 그림자와 같은 선명한 자국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난 손을 들어 그의 옷을 살짝 들춰보았다.
파랗게 선명한 멍자국이 나의 눈에 어려왔다.
그가 그렇게 검도에 연연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와 조금은 더 가까워진 듯 했다.
그가 다시 눈을 떴다.
"총무에게 조금 더 잘해주지 그래.... "
검도장 문을 나서는 순간 식은 땀이 바람에 훅 떨어져 나갔다.
피시방을 돌아 나오는 길에 난 우연히 영진이를 보았다.
횡단보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고 있던 영진.
그런 그에게 아는 척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쩌면 조금은 그와 멀어진 듯한 느낌.
그를 멀리서 지켜보던 나는 바로 옆에 진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희열의 '옆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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