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가족관

아부지200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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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워야 할 여름이 어느 덧 가는가 싶었는데
후텁지근한 여름비가 줄기차게도 내리고 있습니다.
농촌은 일조량 부족으로 수확감소가 우려된다 하고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경기는 "비 맞은 생쥐" 꼴로 지켜보는 이들조차 우울하게 하고
사회각계는 제몫 챙기기에 파업과 폐업 등 극한대결도 불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 과정이 정녕 선진사회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마땅한 댓가인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자괴감마저 듭니다.
이 모든 것들을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로 위로 받으시기 바랍니다.

 

새 천년 벽두부터 연일 인구에 회자되던 여러 가지 이슈 중에
우리의 가족 문화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하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호주제도 폐지론과 기러기 아빠의 증가"
조기유학 열풍과 기러기 아빠의 증가추세가 극단적 자녀 교육 중심과
입시 위주의 일탈된 가족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면
호주제도 완전 폐지론은
서구의 개인주의와 대비되는 독특한 우리사회구조의 하나인 가족중심 문화의 틀을
다시 짜고자 하는 혁명적 발상이거나 감성에 치우쳐 완전폐지 후 나타나게될
사회적 불안요소 점검 등 이성적 판단을 소홀히 한 위험한 외줄타기처럼 보입니다.

 

과연 지금 우리가 자녀교육이나 호주제 폐지등에 매달려
가족이라는 실존하는 정체성을 외면하고 생존을 걸거나 성대결을 감수해야 하는가요?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추구하며 존중하는 시대에 맞춰
가족개념의 절대가치를 자녀교육에 두고있는 사람도 있고
부부화합에 두고있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가족개념 자체를 무의미하게 치부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문화에 어울리는
가족개념이 무엇인지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서구 개인주의 문화 받아들이기"도 경계해야 하고
그동안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의존해 살아온 것이 사회발전을 저해해 왔다는
의식있는 여성들의 주장에도 귀기울여야 합니다.
"호주제도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져 버리고 자유로워 지자"고 주장하는
일부 남성들의 주장도 무책임한 자포자기식 발상이려니와
여성단체의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불태우기"식의 호주제 전면폐지 주장에도 반대합니다.

 

옛것을 바르게 익힌 가운데 새것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가족문화를 부러워하던 세계적인 석학들의 충고가 있습니다.
가장 우리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습니다.
부부간이나 부모 자녀간에 사랑의 공동체가 가족인 것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21세기에도 명백한 절대가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건전한 가족문화는 어떤 제도의 폐지나 기득권의 포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가족간에 어우러져 살며(living), 사랑하며(loving), 학습(learning)되는 것이고,
다양함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배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얼마 전 모유수유주간에 발표한 여성단체의 주장을 보고 실소를 금 할 수 없었습니다.
90%가 모유를 먹이는 유럽여성들에 비해 20%대로 형편없이 낮은 우리나라 여성의
모유 수유율이 낮은 이유가 직장내에 수유실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과
유급출산휴가 기간이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작 여성단체가 중요하게 발표했어야 할 내용은
여성들 자신의 모유수유에 대한 의식전환과 자기반성 이었어야 했습니다.
몸매관리를 이유로 모유수유를 기피하는 젊은 엄마들이 아직 많이 있고
전업주부들의 모유수유율도 직장여성의 수유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지..

 

우리의 삶에서 가족이나 가정은 "나"로 시작해서 '천하'에 이르는
모든 것의 뿌리가 된다는 선조들의 말씀을 굳게 신뢰합니다.

 

2003년 8월 철부지 드림
http://www.abuj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