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에서 본 십사쿠

-_-2008.02.13
조회1,469

  안녕하세요=ㅅ= 맨날맨날맨날 읽기만 하다가, 글 한자 적어볼까 합니다.

 

  경기도 성남 사는 25살 남자입니다. 다른게 아니라, 오늘...아니 조금전에 집에 오면서 좀 기분이 안좋아져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서울에 소재중인 대학교를 다닙니다. 과가 자연과학 쪽이라, 제 과 소속의 한 교수님 밑에서 실험실에 들어가서, 매일같이 학교가서 교수님께 연구에 대한 기초이론을 배우고, 실험하고 하죠. 제 실험실에는 저 말고도 4명이 더 있습니다. 저랑 같은 학번의 동기가 3명이고, 저보다 세살 어린 여자후배가 한 명 있습니다.

 

  오늘은, 아니, 날짜가 지났으니 어제라고 해두죠. 12일 화요일은 실험실 내에서 한 가지 행사라고 해야하나요? 여하튼 실험실 스케쥴 중에서 좀 중요한 스케쥴을 마친 날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스케쥴을 마치자마자 다른 약속때문에 바로 퇴근하셨고, 저희는 다들 수고했다고, 배도 고프고 해서 밥먹으러 갔습니다. 뭐, 이차저차 해서, 다섯명이서 대통주만 9병 가량 마시고, 한 명이 빠진 상태에서 2차를 갔습니다.

 

  2차에서도 소주만 한 5병은 마신거 같습니다. 피곤해서 그런가 오늘따라 술이 좀 안받고 쓰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좀 적게 마시긴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애가 좀 과하게 마신거죠. 여자애는 저랑 같은 동네에 살고, 제 친동생의 고등학교 1년 선배입니다.

 

  어쨌든간에, 밤 11시 30분이 되서야 다들 슬슬 집에 가자고 일어섰고, 그 여자애는 좀 비틀비틀 대며 걸어갔습니다. 딱히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 후배에게 호감이 있던것도 아닌데다가, 후배가 남자친구랑 헤어진지 얼마 안되서 바짝 붙어서 가기도 뭐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남잔데, 날씨도 춥겠다, 이런저런 농담하면서 바짝 붙어서 가고 싶은 마음은 왜 없었겠습니까. 그래도, 여자애가 많이 취하기도 했고 해서, 여자애 좌후방(그니까, 왼쪽과 등쪽 사이 방향) 반보정도 떨어져서 갔습니다.

 

  성남에 가려면 잠실에서 8호선을 타야 했기에, 2호선을 탔습니다. 그리고 마침 한산하니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서, 후배와 저는 자리에 앉았죠. 그런데 후배 앞에 있던 어떤 남자-_-색히가 후배 얼굴을 보더니 벌떡 일어섭니다. 분명 말씀드리지만, 당시 그 칸에 빈자리는 못해도 10자리 이상 되었구요, 그 남자-_-색히도 분명 "앉아"있었습니다. 후배 얼굴을 보고 벌떡 일어나더니 손에 핸드폰을 들고, "아 추워~" 하면서 노선도를 슬쩍 보는척 하더니 후배 옆자리에 딱 앉습니다. 그 후배, 예쁘게 생겼고 몸매도 괜찮습니다. 저희과 그 후배 학번 여자애중에 가장 예쁘다고 동기들이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그 색히가 후배 옆에 앉자마자, 속으로 욕했습니다. '십사쿠. 여자애가 술취해서 대충 비틀대니까 흥분되냐? 수작 부리고 싶냐?' 라고 했습니다. 아, 물론 제가 술 한잔 들어갔으니까, 성급했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말로 제가 성급히 판단한거였다면, 욕도 속으로 했으니, '오해해서 미안타~' 라고 속으로 그냥 중얼거리고 신경 끄려고 했습죠.

 

  그런데 그 남자.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하면서 카메라도 열었다가 하더니, 핸드폰을 집어넣고 대놓고 후배 옆 얼굴을 쳐다봅니다. 후배가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의자에 앉자마자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감았거든요. 그 외, 술 취하면 앉아서 눈감고 하잖습니까. 그러다가 그 상태로 잠들기도 하고[...안그런가요;? 저만 그런가요;?]

 

  여하튼, 그러다가 후배를 위 아래로 훑어봅니다. 후배 왼쪽엔 제가 앉았었고, 제 옆엔 다른 남자분이 앉아계셨으며, 그 남자분 앉으신 자리가 문 바로 옆 자리였습니다. 한 정거장이 다 가도록 계속 훑어보길래, 남자-_-색히한테 한 마디 하려다가, 그래도 정말 내가 오해한거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까, 후배보고 말을 걸었습니다. 어떻게 말을 걸까.. 하다가, 생각해 낸것이, 컨디션. [..] 술을 많이 마셨으니까요[..] 후배보고 "속 많이 안좋누? 잠실역 도착하면 컨디션이라도 사줄까?" 라고 물었습니다. 그 외, 잠실역의 2-8호선 환승 구간에 세븐일레븐인가요? 편의점 하나 생겼잖아요. 그랬더니, 괜찮다며 도리도리합니다.

 

  그리고 나서 남자를 보니까, 저랑 눈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숙이고 눈을 아래로 깔더군요. 그리고 눈을 감는척 <- 합니다. 감았는지 감는척인지 어찌 알았냐구요? 계속 눈을 살짝씩 이지만 깜박이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저랑 눈 4번 마주쳤습니다. 그 개 호-_-로 십사쿠가 후배 위아래로 쳐다볼까봐 그놈 눈만 제가 쳐다봤거든요-_-.. 속으로 욕하면서. "걸리기만 걸려라. 십사쿠." 라면서 말이죠[..]

 

  그리고 잠실역에 도착했습니다. 그 사이 살짝 잠든 후배를 깨워서 내려보내고, 뒤 따라 내리는데, 그 남자-_-색히도 잠실에서 내리더군요. 뭐, 실제로 성남 사니까 내렸다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예, 그리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여태 제가 착각한거라고, 그런거라고. 그런데, 딱 8호선 환승하는 계단으로 후배가 먼저 내려가고 제가 따라 내려가면서 한 번 그 놈 슬쩍 봤는데요, 저랑 눈 마주치자마자, 왔던길 되돌아 가더군요. 그니까, 삼성동 방향의 2호선 타는 곳으로 되돌아 가더군요.

 

 

  믿고 싶습니다. 그냥 제가 착각한거라고. 그 녀석이 술 취해서 잘못 내려가지고 거기까지 걸어왔다가 되돌아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얼마전에, 어떤 여자분을 뒤따라가던 남자가 수상하게 보여서 그 여자분에게 말을 걸고난뒤, 막차를 놓쳐서 밤새고 집에들어가신 분. 그리고, 여성분을 지키기 위해 1:3으로 싸우고, 법정까지 가셨던 분. 그 분들을 생각하고,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후배를 위 아래로 훑어보던 그 눈에 남자의 욕정이 없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제 착각이라고 믿고 싶지만, 제가 본 그 놈의 눈에 그런 분위기가 없었다고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그냥 술 마셔서 제가 잘못본거라고, 속으로 타일르고 타일르며, 후배가 집에 들어가는것 까지 본뒤에 귀가했습니다.

 

  너무 앞서가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우연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을수도 있습니다만.. 여동생이 있는 오빠로서, (아직은 없지만-_-;) 어떤 여성을 사랑하게될 남자로서, 술취한 여성을 보면 우선 어떻게든 해보려는 분위기가 딱 보이는 그런 남자들은 좀, 정신차렸으면 합니다.

 

 

  물론, 후배가 아니라 정말 생판 모르는 여성이었다면, 그 남자가 하는 행동이 눈에 들어왔을리도 없겠지요. 그 남자가 하는 행동을 의심할 일도 없었겠지요. 예, 저도 남자니까 예쁜 여자보면 눈길이 한 번이라도 더 가는거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하철 한 정거장이면 약 2분인데, 2분가량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안그래도 흉흉한데, 괜히 신경 쓴거 같기도 하고, 착찹하기도 해서 그냥 넋두리 삼아 적어봤습니다.

 

  늦었지만서도, 톡커님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항상 웃을수 있는 여유를 잃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뭐, 대체 08년도에 대한민국에 얼마나 좋은일이 생기려고, 연초부터 이리 액땜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항상 웃을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평안한 밤 되셔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