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버스카드가 두 장 (실제로는 버스카드가 아니지만 자세한건 밑에서 알려드릴게요) 있었고,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에 올라 버스카드가 두 장이 있음을 미리 알았기에 지갑을 벌려 카드 인식기에 갖다 댔습니다.
한두번쯤은 걸려들 수 있는 '카드를 한장만 대 주세요' 라는 오류 메시지가 세번 연달아 나왔습니다.
그러자 운전기사님이 "한국사람 아니에요?" 라고 물었습니다. 순간 어안이 벙벙하여 "카드가 두 장이 있어서 그래요." 라고 대답하고 자리에 앉는 찰나,
"중국 사람인 줄 알았네" 라는 식의 기사님의 말과, 뒤이어 맨 앞자리에 앉은 한 승객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런데 버스카드 두 장 때문에 버스 안에서 조롱 거리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ㅠㅠ
자세한 사건의 전말인즉슨..
저는 연세대학교 학생이고, 집이 일산이라 마두역까지 항상 버스를 탑니다. 요 며칠간 감기로 몸이 좋질 않아서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때문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제 지갑에 병원용 스마트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이해를 도와드리기 위해 잠깐 말씀드리면, 버스카드는 RF 카드라고 해서 라디오 전파 대역을 사용하는 카드의 한 종류입니다. 이 RF카드는 다양한 곳에 사용이 되는데요, 간단하게 학생이나 직원들의 출석, 출근 체크에도 쓰이기도 하고, 주차장에서 자동으로 차단기를 여는 역할을 하기도, 또 하이패스 단말기에서 사용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세브란스 병원의 환자용 스마트카드 역시 RF카드의 한 종류로 버스카드와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어서 버스에서 버스카드 인식기에 가져다 대면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라는 에러 메시지가 나오거나, 또는 버스카드와 동시에 가져다 대면 "카드를 한 장만 대 주세요" 라는 메시지가 나오게 됩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물론, 제 지갑에 병원 카드가 들어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요 며칠간 지갑을 펼쳐서 대는 방식으로 버스 요금을 결제했고, 종종 범실을 하는 바람에 카드를 한 장만 대어 달라는 메시지를 들은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뚜벅이라면 모두 알고 계시듯 비단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서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문제고, 또 가끔은 카드가 한 장만 있는데도 두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기계니까 가끔은 오류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물론.. 카드를 한 장만 대어 달라는 메시지를 연달아 세번이나 나오게 만들었으니.. 기사님 입장에서도 어쩌면 짜증이 날 수 있었겠죠. 그래서 저도 난감한 마음에 "아 씨..." 라는 말을 뱉으며 지갑에서 버스카드를 꺼내 찍으려던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버스카드와 같은 형식의 카드는 웬만한 사람이면 한두번쯤은 두장 이상씩 가지고 다닌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굳이 버스카드가 아니어도 학생증에도 버스카드 기능이 있는 학교가 많죠. (저희 학교도 그렇습니다.) 또 신용카드 중에서는 버스카드 기능을 신청하지 않아도 원래 RF 칩이 들어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OO패스카드 종류 중에서 일부 카드는 그런 카드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신용카드가 한 장 있고요. 또, 지하철 정기권 카드도 버스카드와 똑 같은 RF 카드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죠.
그리고 인생 살아오면서 지금껏 외국인이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아저씨' 라는 말은 이젠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나이를 먹어간 다는 것을 이제는 체념하고 살지만.. 중학교 때 일본사람 삘이 난다 라는 말 빼곤 어디가서 외국인이냔 소리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닙니다. 만약 오로지 이것 때문이었다면 버스 번호도 밝히지 않았을 것이고, 최대한 웃겨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을 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우리 사회가 외국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불친절한지의 단적인 예라는 것입니다.
네, 솔직한 심정으로 차라리 기사님이 '중국 사람인 줄 알았네' 라고 이야기 한 것이 전부면 별 일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승객의 웃음 소리가 들리자, 가뜩이나 한 성격 하는 차에 꼭꼭 밟아 놓아도 시원찮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웃고 안 웃고를 떠나서, 그리고 내국인 외국인을 떠나서, 정당하게 내 돈을 내가 내고 내 돈을 얻기 위해 서비스를 하는 쪽에게 대접을 받지는 못할망정, 내 돈을 내가 정당하게 지불하고도 조금의 편의, 예를 들어 자꾸만 카드를 한 장만 대어 달라는 메시지가 나오면 버스카드 기계에 일반 다인승 버튼을 찍어 (그러면 기계에 요금이 표시되죠) 카드 오류일 지도 모르는 상황을 해결해 주려고 한다던가 아니면 카드만 꺼내서 찍어보세요 라는 식의 안내를 해 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내야 할 돈을 왜 이리 꾸물대느냐는 식의 면박이나 조롱을 받아야 합니까?
오죽 외국인들이 카드를 찍을 때 실수를 했으면 그랬겠습니까만은.. 외국인들이 버스를 탈 때 내야 할 돈을 내지 않는 것도 아니고, 또 버스카드 문화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시스템이다 보니 그들에게는 생소한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기사나 승객이나 난감할 테니 이러나 저러나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겠죠.
그런데, 버스카드 하나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세상인데, 대체 어느 돈많은 외국인이 버스카드를 두 장씩이나 가지고 다닌답니까? 내 지금껏 버스카드로 버스타는 외국인 중 카드 두장 에러 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일산지역 버스에 타는 중국인이면 조선족 노동자들이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돈 벌어 가족들에게 송금하기도 어려운 판일텐데, 버스카드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모양이지요?
저도 학생증 공짜로 만들어 주니까 버스카드가 여러장이지, 또 신용카드 공짜로 만들어 줬으니 여러장일 뿐. 지금껏 버스카드 판매가 시작되고부터 버스카드란 놈을 돈 주고 사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저 한 순간의 언짢음으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저와는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루에도 수많은 분들이 버스에서 불친절을 겪거나 기분이 나쁜 경우를 겪고 있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혼자 삭힐 만한 것이거나 또는 지인들과의 뒷담화로 풀어버릴 만한 것이 수도, 때로는 그것이 네이트 톡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살 만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또 이것이 비단 제가 이용한 버스 노선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저는 잘 하는 실력은 아닙니다만, 최소한도로 영어와 일본어로 길이나 무엇인가를 묻는 외국인들에게 손짓 발짓 모두를 동원하여 최대한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까지 도와주려 애를 쓰는 편이기도 해서 유난히 오늘 일이 뭐랄까요... 심각하게 느껴진달까요. 그런 것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버스 기사님들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로서 또 가장으로서 살기 위해 운전이라는 직업을 택한 죄로 하루종일 앉아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또 온갖 다양한 진상 손님들에게 시달리고, 교통 사고에 시달리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 데다가 실제 운전을 하는 사람으로서 운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저는 버스를 이용할 때에나, 제가 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에나 버스 기사님들께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행동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되도록 기사님의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게 차량이 정차해 있을 때나 차량 주변 도로 상황이 혼잡하지 않을 때, 최악의 경우에는 방송이 울리고 난 직후에 벨을 눌러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기사님들께 다른 곳에 신경을 쓰기에 여유로운 상황에 하차 시점을 알려 정류장을 지나치게 될 때 기사님들게 항의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한다던가, 또는 도로에서는 되도록 버스나 택시에게는 양보를 한다던가 주변을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운전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운전이라는 것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만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라던가 아니면 나름의 프로페셔널리즘과 같은 것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사님은 기사님대로 어떤 상황에서건 우선 친절함을 잃지 않고 승객을 대한다던가, 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위해 버스라는 하나의 큰 단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하게 해 준다던가 등의 자세를, 그리고 회사는 회사대로 직원들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최소한의 의사 소통으로 간단한 요금 결제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해 줄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승차 거부를 당하기까지도 하는 외국인들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버스를 타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우리는 직업과 연령, 성별을 떠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 특히나 저도 이런 생각을 안 해 본 것이 아닙니다만, 일부 특정 국가의 외국인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자세를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제가 다음에 하게 될 일은.. 아직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구청 교통과에 신고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재빨리 다른 버스로 환승을 하느라 기사님 이름도, 버스 번호도 외우지 못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오히려 다행인 일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대충 9시쯤 세브란스 앞에서 77번 하면, 누군가는 찔릴 것이고, 누군가는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렇다면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을 테니 다행이고.. 해당 기사님께 직접적인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또, 이 글을 보게 될 우리나라의 많은 기사님들이나 아니면 기사님을 부모님으로 두고 계신 분들을 통해 약간의 변화나마 생길 수 있다면 더욱 더 다행이자 감사한 일이 될 것입니다.
아래는 제가 중학생일 때 버스에서 겪은 일입니다.
현재에는 9708번으로 운행되고 있는 당시 903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당시에는 능곡에서 백석동 간의 도로가 확장이 되지 않은 왕복 2차선의 구도로여서 앞에서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모든 버스들이 중앙로로 우회할 때였습니다.
저녁 한 9시에서 10시쯤 이 구간의 한 정류장에서 한 할머님이 술에 잔뜩 취한 채로 다른 할머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고, 다른 할머님들이 떠나자 이 할머님은 버스 문턱에 털썩 앉아버리셨습니다.
기사님은 '어머님 빨리 올라오세요 집에 가셔야지요' 라고 할머니께 말씀을 드렸고, 할머님은 몇번 차에 타려고 하다가 안되겠다는 둥 또는 신세 한탄을 하며 빨리 죽어야지 라는 식의 말씀을 하시며 버스에 도통 오르지를 못하셨습니다.
몇분쯤 지나자 기사님이 직접 일어나서 거의 곡을 하는 할머니를 직접 달래가며 부축하여 버스에 오르더군요. 직접 맨 앞자리에 앉으시게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출발했습니다.
버스카드 두 장 때문에 굴욕당한 사연...ㅠㅠ
(※ 너무 길어 읽기 힘드신 분들을 위해 맨 아래에 여섯줄 요약을 추가해 놓았습니다.)
네이트 톡님들, 혹시 버스카드 두 장 가지고 있다가 피본적 있으세요?
'카드를 한 장만 대주세요' 라던가 '카드 두 장 동시에 결제되었다' 이런 것 말고요.
저는 오늘 꽤 굴욕스러운 일을 당했습니다. 카드 두 장에 사람 바보되는거 순간입니다.
사건은 조금전 저녁 9시쯤 일어났습니다.
집에 가기 위해 신촌 세브란스 병원앞 정류장에서 명성운수 77번을 타고,
마침 버스카드가 두 장 (실제로는 버스카드가 아니지만 자세한건 밑에서 알려드릴게요) 있었고,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에 올라 버스카드가 두 장이 있음을 미리 알았기에 지갑을 벌려 카드 인식기에 갖다 댔습니다.
한두번쯤은 걸려들 수 있는 '카드를 한장만 대 주세요' 라는 오류 메시지가 세번 연달아 나왔습니다.
그러자 운전기사님이 "한국사람 아니에요?" 라고 물었습니다. 순간 어안이 벙벙하여 "카드가 두 장이 있어서 그래요." 라고 대답하고 자리에 앉는 찰나,
"중국 사람인 줄 알았네" 라는 식의 기사님의 말과, 뒤이어 맨 앞자리에 앉은 한 승객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런데 버스카드 두 장 때문에 버스 안에서 조롱 거리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ㅠㅠ
자세한 사건의 전말인즉슨..
저는 연세대학교 학생이고, 집이 일산이라 마두역까지 항상 버스를 탑니다. 요 며칠간 감기로 몸이 좋질 않아서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때문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제 지갑에 병원용 스마트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이해를 도와드리기 위해 잠깐 말씀드리면, 버스카드는 RF 카드라고 해서 라디오 전파 대역을 사용하는 카드의 한 종류입니다. 이 RF카드는 다양한 곳에 사용이 되는데요, 간단하게 학생이나 직원들의 출석, 출근 체크에도 쓰이기도 하고, 주차장에서 자동으로 차단기를 여는 역할을 하기도, 또 하이패스 단말기에서 사용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세브란스 병원의 환자용 스마트카드 역시 RF카드의 한 종류로 버스카드와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어서 버스에서 버스카드 인식기에 가져다 대면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라는 에러 메시지가 나오거나, 또는 버스카드와 동시에 가져다 대면 "카드를 한 장만 대 주세요" 라는 메시지가 나오게 됩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물론, 제 지갑에 병원 카드가 들어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요 며칠간 지갑을 펼쳐서 대는 방식으로 버스 요금을 결제했고, 종종 범실을 하는 바람에 카드를 한 장만 대어 달라는 메시지를 들은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뚜벅이라면 모두 알고 계시듯 비단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서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문제고, 또 가끔은 카드가 한 장만 있는데도 두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기계니까 가끔은 오류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물론.. 카드를 한 장만 대어 달라는 메시지를 연달아 세번이나 나오게 만들었으니.. 기사님 입장에서도 어쩌면 짜증이 날 수 있었겠죠. 그래서 저도 난감한 마음에 "아 씨..." 라는 말을 뱉으며 지갑에서 버스카드를 꺼내 찍으려던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버스카드와 같은 형식의 카드는 웬만한 사람이면 한두번쯤은 두장 이상씩 가지고 다닌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굳이 버스카드가 아니어도 학생증에도 버스카드 기능이 있는 학교가 많죠. (저희 학교도 그렇습니다.) 또 신용카드 중에서는 버스카드 기능을 신청하지 않아도 원래 RF 칩이 들어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OO패스카드 종류 중에서 일부 카드는 그런 카드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신용카드가 한 장 있고요. 또, 지하철 정기권 카드도 버스카드와 똑 같은 RF 카드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죠.
그리고 인생 살아오면서 지금껏 외국인이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아저씨' 라는 말은 이젠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나이를 먹어간 다는 것을 이제는 체념하고 살지만.. 중학교 때 일본사람 삘이 난다 라는 말 빼곤 어디가서 외국인이냔 소리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닙니다. 만약 오로지 이것 때문이었다면 버스 번호도 밝히지 않았을 것이고, 최대한 웃겨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을 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우리 사회가 외국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불친절한지의 단적인 예라는 것입니다.
네, 솔직한 심정으로 차라리 기사님이 '중국 사람인 줄 알았네' 라고 이야기 한 것이 전부면 별 일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승객의 웃음 소리가 들리자, 가뜩이나 한 성격 하는 차에 꼭꼭 밟아 놓아도 시원찮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웃고 안 웃고를 떠나서, 그리고 내국인 외국인을 떠나서, 정당하게 내 돈을 내가 내고 내 돈을 얻기 위해 서비스를 하는 쪽에게 대접을 받지는 못할망정, 내 돈을 내가 정당하게 지불하고도 조금의 편의, 예를 들어 자꾸만 카드를 한 장만 대어 달라는 메시지가 나오면 버스카드 기계에 일반 다인승 버튼을 찍어 (그러면 기계에 요금이 표시되죠) 카드 오류일 지도 모르는 상황을 해결해 주려고 한다던가 아니면 카드만 꺼내서 찍어보세요 라는 식의 안내를 해 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내야 할 돈을 왜 이리 꾸물대느냐는 식의 면박이나 조롱을 받아야 합니까?
오죽 외국인들이 카드를 찍을 때 실수를 했으면 그랬겠습니까만은.. 외국인들이 버스를 탈 때 내야 할 돈을 내지 않는 것도 아니고, 또 버스카드 문화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시스템이다 보니 그들에게는 생소한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기사나 승객이나 난감할 테니 이러나 저러나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겠죠.
그런데, 버스카드 하나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세상인데, 대체 어느 돈많은 외국인이 버스카드를 두 장씩이나 가지고 다닌답니까? 내 지금껏 버스카드로 버스타는 외국인 중 카드 두장 에러 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일산지역 버스에 타는 중국인이면 조선족 노동자들이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돈 벌어 가족들에게 송금하기도 어려운 판일텐데, 버스카드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모양이지요?
저도 학생증 공짜로 만들어 주니까 버스카드가 여러장이지, 또 신용카드 공짜로 만들어 줬으니 여러장일 뿐. 지금껏 버스카드 판매가 시작되고부터 버스카드란 놈을 돈 주고 사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저 한 순간의 언짢음으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저와는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루에도 수많은 분들이 버스에서 불친절을 겪거나 기분이 나쁜 경우를 겪고 있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혼자 삭힐 만한 것이거나 또는 지인들과의 뒷담화로 풀어버릴 만한 것이 수도, 때로는 그것이 네이트 톡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살 만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또 이것이 비단 제가 이용한 버스 노선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저는 잘 하는 실력은 아닙니다만, 최소한도로 영어와 일본어로 길이나 무엇인가를 묻는 외국인들에게 손짓 발짓 모두를 동원하여 최대한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까지 도와주려 애를 쓰는 편이기도 해서 유난히 오늘 일이 뭐랄까요... 심각하게 느껴진달까요. 그런 것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버스 기사님들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로서 또 가장으로서 살기 위해 운전이라는 직업을 택한 죄로 하루종일 앉아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또 온갖 다양한 진상 손님들에게 시달리고, 교통 사고에 시달리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 데다가 실제 운전을 하는 사람으로서 운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저는 버스를 이용할 때에나, 제가 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에나 버스 기사님들께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행동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되도록 기사님의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게 차량이 정차해 있을 때나 차량 주변 도로 상황이 혼잡하지 않을 때, 최악의 경우에는 방송이 울리고 난 직후에 벨을 눌러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기사님들께 다른 곳에 신경을 쓰기에 여유로운 상황에 하차 시점을 알려 정류장을 지나치게 될 때 기사님들게 항의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한다던가, 또는 도로에서는 되도록 버스나 택시에게는 양보를 한다던가 주변을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운전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운전이라는 것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만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라던가 아니면 나름의 프로페셔널리즘과 같은 것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사님은 기사님대로 어떤 상황에서건 우선 친절함을 잃지 않고 승객을 대한다던가, 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위해 버스라는 하나의 큰 단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하게 해 준다던가 등의 자세를, 그리고 회사는 회사대로 직원들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최소한의 의사 소통으로 간단한 요금 결제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해 줄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승차 거부를 당하기까지도 하는 외국인들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버스를 타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우리는 직업과 연령, 성별을 떠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 특히나 저도 이런 생각을 안 해 본 것이 아닙니다만, 일부 특정 국가의 외국인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자세를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제가 다음에 하게 될 일은.. 아직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구청 교통과에 신고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재빨리 다른 버스로 환승을 하느라 기사님 이름도, 버스 번호도 외우지 못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오히려 다행인 일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대충 9시쯤 세브란스 앞에서 77번 하면, 누군가는 찔릴 것이고, 누군가는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렇다면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을 테니 다행이고.. 해당 기사님께 직접적인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또, 이 글을 보게 될 우리나라의 많은 기사님들이나 아니면 기사님을 부모님으로 두고 계신 분들을 통해 약간의 변화나마 생길 수 있다면 더욱 더 다행이자 감사한 일이 될 것입니다.
아래는 제가 중학생일 때 버스에서 겪은 일입니다.
현재에는 9708번으로 운행되고 있는 당시 903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당시에는 능곡에서 백석동 간의 도로가 확장이 되지 않은 왕복 2차선의 구도로여서 앞에서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모든 버스들이 중앙로로 우회할 때였습니다.
저녁 한 9시에서 10시쯤 이 구간의 한 정류장에서 한 할머님이 술에 잔뜩 취한 채로 다른 할머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고, 다른 할머님들이 떠나자 이 할머님은 버스 문턱에 털썩 앉아버리셨습니다.
기사님은 '어머님 빨리 올라오세요 집에 가셔야지요' 라고 할머니께 말씀을 드렸고, 할머님은 몇번 차에 타려고 하다가 안되겠다는 둥 또는 신세 한탄을 하며 빨리 죽어야지 라는 식의 말씀을 하시며 버스에 도통 오르지를 못하셨습니다.
몇분쯤 지나자 기사님이 직접 일어나서 거의 곡을 하는 할머니를 직접 달래가며 부축하여 버스에 오르더군요. 직접 맨 앞자리에 앉으시게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출발했습니다.
아마도 한 10분쯤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 정류장에서...
-------------------------------------------------------------------------------
※ 여섯줄 요약 서비스
1. 버스카드 두장 있는거 알고 나름 신속 요금 결제를 위해 지갑을 펼쳐 댔다가 삑사리남
2. 기사님의 한국사람 아냐? 중국사람인 줄 알았네 와 승객의 웃음소리 들림
3. 화 조낸 남, 그러나 참고 참으며 이성적으로 친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됨
4. 평소에 고생하시는 버스기사님을 위해 나름대로의 최대한의 행동을 하려 노력함
5. 고생하시는거 알지만 버스기사님들, 그래도 세계화 시대에 동방예의지국 서비스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심?
6. 그런데 글 내용이 좀 심하게 진지하다는거... 알고 읽으셔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