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를 찾습니다.

2008.02.14
조회1,123

우리나라에서 나 만큼 강아지를 좋아하는 남자는 없을거라 생각하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나이먹고 뭔짓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글 처음 써봐서 무지 어색하지만, 다들 이렇게 쓰시길래...)

 

10년쯤 전에 대학 다닐 때 갖 태어난 똥개를 후배가 선물로 줬습니다.
엄마는 치와와인데 아빠는 뭔지 모른다는...
당시 음악하던 사무실이 대학내에 있었는데 거기서 키웠습니다.(음악 하던때)
이름도 지어줬고요. '리마' 입니다.
가끔 학내에 오솔길에 산책하러 데리고 다니면 지나가던 애들이 '앗? 다람쥐다!'라고 할 만큼 조그맣고 귀여웠는데 역시 똥개의 피를 물려받은지라 좀 있으니 적당히 커지고 확연하게 똥색이 나타나더군요.


그 똥개를 만날 안고 자고 '강아지와 친해지는 법' 이런 책들 사다가 공부도 하고
그 똥개를 교육도 시켰습니다.-- '차렷', '앉아', '일어서', '들어가' 뭐 이런...
정말 말도 잘 알아들었는데.. 역시 신문지에 오줌싸는거하고 낯선사람 보면 짖는거는 교육이 잘 안되더군요
참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가끔 힘들고 정신없는 날이면 리마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이놈도 제 눈을 빤히 쳐다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보고 있으면 기분이 괜찮아지곤 했는데, 이 모습을 보던 친구가 그럽디다.
'저건 좋아하는게 아니고 사랑하는 눈빛이야.'

 

그러던 중 학교를 졸업하고 그 놈을 우리집에 데리고 와서 키웠습니다.
외출후에 집에 올 때 집앞 언덕길 올라가고 있으면 대문 너머에서 벌써 리마가 낑낑대고 있습니다.
어떻게 내 발소리를 알아듣는지. 참 기특하고 이쁘더라고요.

 

어느날, 집에 돌아오면서 '얼른가서 못생긴 우리 똥개 안아줘야지, 이놈 나 좋다고 얼마나 낑낑거릴까' 생각하면서 걷는데 소리가 안들리는겁니다. 집을 나간거죠.
다음날, 우리집 주변 곳곳에 A4용지에 칼라로 인쇄한 종이들이 붙어있더군요.
'강아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에 화려한 사진과 특징, 사례금 몇십만원-- 등등..

너댓마리 정도의 강아지들(다들 비싸보이는--)이 사라진걸로 봐서 개장사의 소행이라고 생각들 하는것 같더군요.


근데 우리 강아지는 똥개인데...
'이놈 지가 똥개인줄도 모르고 뭐 잘났다고 따라갔나..' 원망스럽고 안타깝더군요.

 

비록 먹을것도 별로 없이 쪼그맣고, 애완용으로 키우기에는 민망한 똥개지만..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강아지 입니다.
아직도 많이 보고싶습니다.

 

아쉽게도 당시에 사진기가 없던지라 리마 사진은 없습니다.
인상착의(견상착의인가?)와 특징이라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수컷이고 완연한 똥색입니다. 이목구비 뚜렷하고 날씬하고 비교적 잘생긴 편입니다.
2. 크기는 꼬리 빼면 머리부터 꼬리뼈까지 40센티정도 됩니다.(적당히 작은정도)
3. 귀가 큰편이고 항상 곤두서 있습니다. (많~이 피곤할때 훌렁 접혀있었던 적이 한번 있음)
4. 꼬리를 흔들면 엉덩이가 같이 흔들립니다.(몸이 작아서 그런지..)
5. '차렷'하면  앞발들고 섭니다.(아마 이거 할줄아는 똥개는 별로 없을듯해서요..)
6. '가자' 하면 제일 좋아합니다.(산책시킬때 하던말이라 이 말만 하면 미칩니다.)
7. 평상시엔 조용하기도 하지만 한번 기분 좋아지면 무진장 나댑니다. 산책 나가면 혼자 막뛰어가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서 데굴데굴 굴러가다가도 다시 뛰어가기도 합니다.
8. 식성이 (똥개라서 그런가.) 아주 좋습니다. 특이한점은 고기는 당연히 좋아하지만 상추도
좋아합니다.
고기외에는 특히 고추참치 좋아합니다. (이놈 아프면 주려고 고추참치 사서 보관도 해뒀음.
한번은 술안주가 없어서 '리마야 미안하다' 하고 먹은적도)
9. 사람먹는 음식엔 먹으라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접근 안합니다.
 (방에서 데리고 잔거 빼고는 개 답게 키웠음)

10. 당시 살던곳은 서울 중구 신당동입니다.


리마 드실거 아니라면 죽이지 말고 저에게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드셨더라고 원망하지 않습니다.(그게 개의 운명일수도 있으니..) 소식이라도 전해주세요^^
태어난지 10년정도 되었으니까 이제 죽을날도 얼마 안남은듯 합니다.

 

언젠가 티비에서 본 '잃어버린 강아지가 몇년 뒤에 성남에서부터 서울까지 혼자서 주인을 찾아왔다' 라는 기사를 떠올리면서 가끔 죽기전에라도 날 찾아오려나 기대도 해봅니다.

 

혹시 리마를 알고 계시거나 보신분은 아래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hanmail2055@hanmail.net
사례금을 드리기엔 좀 민망하고(족보있는 비싼 개도 아니고..) 술이라도 거하게 한잔 사겠습니다.


똥개를 찾습니다. 찍어둔 리마 사진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찾은 그나마 리마와 비슷한 강아지 입니다. 체형은 얘랑 거의 비슷하고 색이 좀 연한 똥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