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나는 진정한 군인이고 싶었다

www.sazi.net200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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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제대한지 3년도 더 된것같다. 주위 어른이나 형들이 너 군대 어디 갔다 왔냐? 하고 물어보면 '강원도 철원이요..' 하면 '너 엄청
고생 했겠다' 그래도 남자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 하면서 수고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얼마 전 친구들이랑 아는 형님들 몇과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역시 남자들이 모이니 결국 군대이야기로 종착되었다. 하지만 난
항상 하던대로 침묵......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방위 갔다온 형이 '으아..군대 너무 힘들었어. 난 유격받는라고
죽는줄알았어...18번 온몸비틀기.. 그게 제일힘들었다니까.. 하는 얘기를 시작으로 훈련이야기로 넘어갔다.(아..유치해... --;)

결국 군대훈련의 꽃인 유격이야기가 나온것이다.

한참 그 형이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최고참(?--;) 형이 한마디 했다. " 야 강원도 최전방에서 철책근무까지 하다온 놈도
얌전히 있는데 니가 왜 설치냐? 안그러냐?" 하면서 무안을 주었다.

그러자 머쓱해지 그 형.. 괜히 분위기 바꿔볼려고 나에게 말했다. "야! 너도 군대 얘기좀 해봐라. 왜 가만히 있냐?"

............

근데 할얘기가 없었다-_-;; "별루... 요.."(솔직히 좀 내가 어려워 하던 형들이었기도 했지만..진짜 할말이 없던건 사실이다)

그런데 상황은 좀 이상하게 "역쉬 고생한놈이 뭐가 달라도 달라.. 봐라 임마 남자가 이정도는 되야지!" 하면서 막 띄워주는 것이었다.

"야 임마. 그러지 말고.. 전방에서 유격훈련은 장난 아니라며? ..유격훈련 어쩌대?"

....

..--a


" 유격안뛰었는데요..."

순간..정적....군대갔다오면서 유격을 안뛴사람이 있다니... 라는 눈길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렇다!! 군 훈련의 꽃은 바로 유격이다. 유격의 꽃은 행군이다. 방위도 1번은 뛴다. 참고로..내 친구중에 상근인데 3번뛴
사람도있음-->불쌍하기 그지없다.


"그럼 RCT나 ATT는?"

"그런거 안뛰었는데요...--a "

--+ --+ --+ --+



"너 군대갔다온거 맞냐?"



참고로 난 정말 유격뛰고 싶었다. 군생활 멋지게 해보고 싶었다. 군대도 끌려간게 아니라 지원해서 갔다. 원래 해병대갈려고
지원할려고 병무청갔는데..아무래도 수영을 못하기땜에 잘못하다가 죽을까봐 어쩔수 없이 육군으로 갔다.

군대간다고 며칠동안 고민하는 많은 이들을 보았다. 난 웃고 들어갔다.

신교대 훈련마치고 나서 눈물흘리는 박찬호를 보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대배치...자대배치를 아는가! 훈련소에서 동기끼리 아기자기 소꼽장난(?--;) 하고 놀다가, 갑자기 혼자 덩그라니 낯선 곳에
떨어져서 하늘같은 고참들이 우글우글 대는 바로 그곳! 엄청난 암기사항에 목이터져라 군가부르고, 운동 못하면 대가리박고, 뛰는게
걷는 것이고, 하루에 듣는 말의 99%가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욕짓거리고...

...앉을 때나 밥먹을 때나 항상90도에 정자세로 마네킹이 되어야하는 바로 그곳. 참고로 자살,탈영의 80%이상이 바로 자대배치
100일간이라고 한다.(그래서 100일휴가라는 것도 있다. )

하지만 그것은 바로 내가 꿈꾸던 진정한 군대의 모습! 바로 그런곳이였다. 그래 군생활을 하려면 그런맛이 있어야지.... 나는 잔뜩
흥분해서 자대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자마자 왠 격오지 근무라고 우리소대는 산꼭대기가서 5개월동안 살다오라고했다.(참고로
여기는 신고합니다에서 나온 차인표가 군장매고 뒤질려고 하면서 꼭대기까지 뛰어간곳인데..참고로 약 1000m정도된다)

그곳에서 생활은 나의 이상향의(?) 군생활과는 너무나 멀었다. 아침 9시 기상..가볍게 눈비비고 일어나서 애국가 한번 부르고 아침
점오를 끝낸다. 그 다음에는 따뜻한 난로와 만화책이 구비되어 있는 근무처로 근무 설 사람 근무서기 위해서 가고, 나머지는 장기나
닭싸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끔 기동타격대를 구성해서 더블백을 매고, 온산을 뒤져서 더덕, 치나물, 두룩등을 따러 가기도 한다.
그래도 지루하면 돌하나 주어서 산밑으로 던지고 주워오기 놀이도 하기도 한다.

오후 6시쯤... 일주일분 닭도리탕 해 먹어야 될 닭고기를 튀겨서 만든 치킨 반찬과 쌀밥에 갖은 산나물을 섞은 오곡밥(?)으로 차려진
저녁을 먹고 가볍게 트림을 한 다음에 모두 TV앞에 모여든다.

아! TV앞에 뒤집어 지기 전에 군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취침점오!

취침점오는 보통 6-7시 사이에 이루어 지는데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그 당시 유행했던 룰라의 사바사바~~ (날개잃은 천사)를
Play시킨 후 엉덩이 춤을 다같이 추면서 점오끝~~ 하면 그대로 뒤집어 진다.

(TV도 애국가 나올때까지 봤는데..그때 부대 최고인기가 바로 비비와(여자 듀엣가수: 아 감회가 새롭군... 비련과 하늘땅
별땅...알려나 몰라..) SBS특집 드라마 '아스팔트사나이'였다. 특히 정우성과 최진실이 나오는 아스팔트 사나이는 하나의 종교와도
같았다.

나도 배 뒤집고 누워서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그때의 상황을 적어보자면....

당연 제일 앞자리 난로옆에는 왕고, 그 뒤로 이등병들(나 포함^^;) 뒤로 분대장...뒤로 서열순으로...

갑자기 근무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짠밥 쫌 있는 상황병 : 아이씨~ 짜증나게 왠 전화야 ... 뒤질래?
짠밥 하나두 없는 근무자 : 저기여... 벌써 근무교대 30분이나 지났는데요... 교대좀 해줘여....

순간 자신의 근무임을 깨달은 분대장 ( 격오지 근무는 18명밖에 없어서 분대장까지 근무를 서야 된다.)

분대장: (짠밥없는 나를 꾹꾹 찌르며)
야...나 근문데..대신 좀 나가주라~~(아양떨면서)
나: 아이씨..시러요...--;
분대장: 어우 야~~
나: 에이...그럼 녹화해놔요.....
분대장: 고마워. 이 은혜 잊지 않으마! 흑흑 T.T

(이때 나는 이등병 4호봉인가 됐다...지금생각해도 어처구니가없다 도대체 군대 맞아?)

매일같이 하는일이 아까도 언급했지만, 더덕캐서 더덕주 담그고, 산밑으로 공던져서 공집어오기 놀이하는등의 지겨운 생활의
계속이었다. 심지어는 고참중에는 기필코 산삼을 캐서 금의환양한다고 한달동안 산삼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씩 약간 큰
도라지를 캐내서 흥분한 나머지 '심봤다'를 외치던 미친(--') 녀석도 있었다.

또 기억에 남는게 뭐가 있더라..--a.......아 그리고, 북한과 가까워서 그런지...북한 방송도 나왔다. 가장 재밌게 본 것이 '우리는
묘향산에서 만났다' 이다. 화질이 나빠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뭏튼 츄리닝 차림의 남녀가 묘향산에서 만나는 가슴찡한 감동의
드라마였다.--;

참고로 난 깍새와 짬장을 겸해서(이등병 4호봉의 짬장을 본적이 있는가!! 실질적으로 내 위의 고참과는 8개월차이었다. 밑으로는
2주간격으로 수십명..--;) 심심하면 얘들 머리 가지고 배트맨이나, 쿤타킨타(맞나?)를 만들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집에서 해본
요리는 계란프라이가 다였던 나였기에, 밥으로 죽쓰기, 콩나물 튀김, 고등어 탕수육(?) 등이 주 메뉴였다. 가끔씩 콩나물 무쳐 데쳐
삶아 볶은 나물 같은 필살의 메뉴도 마련하기도 했다. ( 내가 군대에서 맡은 수많은 보직중에 가장 저주받은 보직이었다. 날마다
고참들에게 욕만 바가지로 얻어 먹어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는 경지에 이를 정도였다. sibul~~ 지금 생각해도 이가 갈린다.
그렇게 싫으면 지들이 해먹든가^^; . 인간은 왜 삼일에 한끼가 아닌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되나 라는 철학적고민을 시작한 것도
이때였지 않나 싶다.)

아뭏튼 이렇게 지겨운(?) 5개월의 생활이 끝나고 드디어 CP로 복귀하게 되었다. 드디어...드디어 ... 나는 이제서야 군인이 되는구나
..흑흑... 하는 생각과 다음달로 잡혀있던 유격훈련에 흥분을 감출수 없었다. 그래 유격이야.... 멋진 군인 아저씨의 필수조건! 유격을
뛰는구나..이제 나도 휴가 나가서 얘깃거리가 생기는 구나...하는 마음으로 CP에 내려왔는데 갑자기 상급부대의 지시로 예정에도
없던 우리 대대의 긴급 GOP투입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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