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손으로 죽인 내 첫 아기. 그리고 내 마지막 핏줄.

Emily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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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0일
8주간 뱃속에 품었던 성이를 죽이고 석 달이 지나갔네요.
그런데 어제 일어난 일처럼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납니다.
지우고 나서도 그랬습니다. 뭔가 정말 하면 안되는 일을 해 버린거 같았어요.
어떻게든 낳기만 했다면, 막노동을 해도, 조금 힘들어도,
이러면 안되는거였다고 매일 울면서 후회하지 않았겠죠.
처음부터 아이가 생기면 지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이 아빠, 그 나쁜 놈, 아이가 생기면 절대로 지우지는 않게 해준다고 약속도 했었습니다.
생리통이 심해도 약 먹으면 나중에 태어날 아이한테 안좋다고
게보린도 안먹었던 저였는데,
혼자서라도 낳겠다고 우기던 저였는데,
사랑한다고, 어차피 결혼 할 거라며 그랬던 사람이
베트남 여자랑 살 지언정 나는 안보겠다고,
나랑 어쩔 수 없이 혼인신고 한다면 매일 각목으로 패고 살거라고,
애 태어나면 싫어할 거라고 협박에,
애만 지우면 뭐든지 들어주고 잘해 줄테니 지워달라고 회유에
내가 싫다고 같은 지구에 숨쉬는 것도 싫다고 자기를 스트레스 받게 만들어서
죽이려고 태어났냐면서 괴물이라며 폭언에, 미친척 까지 하고
심지어는 양가 인사 하는 사이에 다른 여자보고 만나자고 자자고 꼬시고,
그 여자랑 아이 지운다는 거에 김치 냉장고 걸고 내기나 하고,
자기 인생 나때문에 말아먹는다고, 발목 잡혀서 인생 막장 됐다고
이제 막 초등학교 선생 돼서 이제 갓 발령받은 어린 여교사들이
자기 좋다고 덤비는대 아이를 낳으면 자기는 벌레 취급 받을거라면서

그렇게 끝까지 자기 입장만 내세우더군요.
그쪽 부모님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음에도 결혼도 안시키려고 했고,
내가 아이 지우기만 바랬었고, 아직은 안된다고 그런 말로 일관하더군요.
결국 그쪽 부모님이 수수방관하는 꼴을 보던
우리쪽도 지우라고, 살아본 사람으로서 지우는게 낫다고 그러더군요.

그쪽 집에 가서 지웠습니다.
다음에 시집오면 잘해주겠다면서 절 데리고 울더군요.
그때 저는 직감으로 알았습니다. 다음이라는 건 없을거라고.
아이 지우고 잘 살거라고 생각해 본 적 한 번도 없습니다.
전 사실 아이 지우고 나면 미쳐버리거나 자살이라도 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아이는 아이고 저는 저더군요.
정신이 들었을 때 내 뱃속에 아이는 없었고. 죽는 것도 그리 쉽지 않더군요.
그리고 아이아빠는, 지우기 전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해서 지우러 오라고 하더니
지우자 마자 자기 할 일 끝났다는 듯 서서히 저한테 소홀하게 대하더군요.
아이 지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자랑 헤어졌을 때는
자궁 회복 됐는지 확인도 못했고 피도 멎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한때는 그 미친놈이 뭐가 좋다고 정말 사랑했었습니다.
아이, 한 때는 낳을 수 있을것 같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랑, 맹세, 그거 정말 우스운 거더군요...

그 나쁜 놈,
단 물만 빼먹고 도망가기에 급급한 나쁜 놈이었지만,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남은 사랑 긁어 모아서 그래 너 좋을대로 해주마 하고
애를 지웠지만,
다시 그 때로 되돌리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무리 후회해도 내가 죽인 내 애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죠.
매달 10일쯤만 되면 정신 나간 여자처럼 웁니다. 아무래도 삶이 끝나는 날까지 그럴 것 같습니다.

삶이라는건 왜이렇게 잔인할까요.

어제는 집에 보관해 달라고 했던 산모수첩을 못찾아서 울었습니다.
초음파 사진 하나만 남기고 간, 내가 죽인 성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지만, 나라도 기억하려고, 가지고 있으려고 했던 그 사진...
그 하나 남긴것조차 어디로 사라졌는지...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무엇보다 죽어버린 성이가 불쌍해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그 꼴을 본 엄마는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이제 그만 잊으라고 호통만 치더군요.
그래도 아마 잊지 못할 겁니다.
내가 내 손으로 죽인 내 첫 아기. 그리고 내 마지막 핏줄.
너는 엄마가 밉겠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은 다 니가 없어지길 바랬지만,
나는 네가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랬었다.
사랑한다고 말 할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슬퍼하고 미안해 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