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도 악당과 영웅들이 필요하다

모포멕시칸200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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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FC 서울의 이장수 감독은 모두가 서울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는 아무도 서울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원치 않으며 자신들이 '공공의 적 1호'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이장수 감독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열성 축구팬들은 이 팀이 2004년 초 안양에서 서울로 옮겨간 것을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FC 서울은 사람들이 그 사실에 대해 잊어버리기를 기대해야겠지만 축구팬들은 기억은 꽤 오래간다. 며칠 전에도 얘기했던 것이지만, 몇몇 토트넘 팬들은 아스날이 1886년 울위치 아스날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언급하고 있다. 울위치 아스날은 1913년에 런던 남부에서 북부로 본거지를 옮겼으며 그 이후로 아스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어떤 팀에게도 사람들로부터 받는 미움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FC서울의 문제점은 그들이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이유가 그라운드 밖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FC서울을 싫어하는 이유가 안양의 연고지 이전이 아닌 그 밖에 다른 이유들이었다면 이장수 감독은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어떤 팀이 다른 팀을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 전체의 팬들이 한 팀의 실패를 원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의미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팀이 잘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갖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팀들은 자국의 축구팬들에게 미움을 당하고 있으며 맨유를 제외하고는 각국의 축구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팀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은 각각 29회와 (바르셀로나는 18회), 20회의 우승을 (뉘른베르크는 9번) 이끌어냈다. 유벤투스도 27회 (AC 밀란 17회)의 우승을 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사정이 다르다. 맨유는 13회의 우승으로 리버풀 (15회)에 이어 잉글랜드 프로축구역사에서 두 번째로 성공적인 팀이다. 하지만 최근의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팀은 맨유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맨유는 축구팬들이 좋아하지 않는 팀이었다. 심지어는 26년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맨유를 싫어했다. 내가 전에도 썼던 것처럼 맨유가 이뤄낸 지난 20년간의 성공은 축구팬들의 그러한 감정을 더 심화시켰을 뿐이었다.

관련 칼럼 보기 : 영국인들이 맨유를 미워하는 7가지 이유

왜 FC서울은 다른 팀과 그 팬들이 자신들의 실패를 바란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FC서울은 현재의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해야만 한다. 이러한 감정들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동기의식을 불어넣어야 하는 것이다.

잉글랜드 언론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피포위 의식' (siege mentality)라고 부른다. 훌륭한 감독들은 팬들과 언론이 자신의 팀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을 팀워크를 만들어내는데 이용한다. 또한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자신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자세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모두가 우리의 적이니, 우리는 뭉쳐야만 한다'라는 것과 같은 경우로 이해될 수 있다.

리 딕슨은 헨리 윈터에게 "피포위 의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잉글랜드 축구 칼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윈터의 칼럼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매우 훌륭한 칼럼니스트이다.) 딕슨은 이어 "아스날, 맨유, 리버풀 모두 과거에 '피포위 의식을 갖고 있었다. 빅 클럽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라고 '피포위 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요즘은 첼시가 그러한 상황에 놓여있고 과거 맨유가 갖고 있던 '잉글랜드에서 가장 미움 받는 팀'의 왕좌를 물려받기 직전에 있다. 어떤 이들은 이미 첼시가 가장 미움 받는 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문제는 다른 기사에서 또 언급하도록 하겠다. 

"모든 이들은 존 맥켄로를 끝장내고 싶어했지만 그는 굉장한 테니스 선수였다."

맥켄로는 매우 재능있는 테니스 선수였으나 코트 위에서 보여줬던 안 좋은 기질로 인해 논란거리가 되었던 사람이었다. 대중들은 그를 미워하는 것을 즐겼다.

K리그는 언제나 너무 착하다. 약간의 논란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내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 리그에 한 두 명 정도의 악당이 있다면 리그 전체가 도움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올해 초에 벌어졌던 히칼도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어보자. 히칼도는 수원 팬들 앞에서 했던 골 세레모니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 받았었다.

사실 히칼도가 그러한 요구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수원팬들에게 포르투갈어로 편지를 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히칼도는 그러한 것들은 게임의 일부라고 편지를 통해 이야기했다. 그가 옳았다. 수원 팬들에게는 그라운드로 물건을 던지고 심판에게 소리치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다. 수원 팬들이라면 긴 머리의 포르투갈 출신의 미드필더가 자신들의 골대 앞에서 세레모니를 하는 것쯤은 감당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만약 수원 팬들이 히칼도가 수원과의 경기에 나설 때, 야유를 보낸다면 그건 괜찮다. 그러한 것들은 서울 팬들이 히칼도를 더 좋아하고 응원할 수 있게 만든다.

이와 같은 작은 일들은 축구를 더 흥미롭고 맛깔 나게 만들 수 있다.

영화에서 그렇듯이, 축구에도 악당과 영웅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