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6팀 플레이오프제'를 통탄함

모포멕시칸200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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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의 일관된 모습 중 하나는 리그의 진행 방식이 그리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K리그는 지난 3년간의 전/후기 분할리그 시대를 끝내고 다시 단일리그제로 돌아간다. 그리고 4팀이 아닌 6팀이 플레이오프에 참여하게 된다. 

나는 이번 결정에 옳은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완전히 잘못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리그의 진행방식을 바꾸는 일은 중단되어야겠지만 어쨌든 단일리그제로의 복귀는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이젠 나조차도 전/후기 리그제도에 익숙해졌고 어떤 점에서는 이 제도를 좋아하게 됐지만 일정이 너무 짧고 리그가 흥미로워질 즈음엔 모든 게 끝나버린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또한 전/후기 제도는 수비 축구를 지향하게 만든다고 생각된다. 13경기를 치르는 리그에서는 2~3번의 패배로 모든 것이 끝나버릴 수 있기에 팀들은 지는 것을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다.

이 제도는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얻은 전기리그 우승팀은 후기리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는 우스운 상황(과거 포항, 부산의 경우)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올 시즌의 성남은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김학범 감독조차도 현재는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일리그제로의 복귀는 내게도 좋은 소식이다. 외국 언론에 기사를 쓸 때마다 K리그의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일에 이젠 지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6팀이 플레이오프에 참여해야 하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년에는 (한 팀이 승격되어 추가되어 15팀이 되기에) 팀당 28경기를 치르고 난 후 40%에 해당하는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상황이 나오게 된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이 너무 많고 이는 리그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K리그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플레이오프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의 재미를 부가시킬 수도 있고 팬들은 챔피언결정전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하지만 6팀으로 참가팀을 늘리겠다니… 왜 거기서 멈추지 않을까?  그럴 거면 아예 리그 자체를 폐지하고 플레이오프만 치르는 건 어떤가?

6위로 정규시즌을 끝낸 팀이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5팀이 참여하는 리그에서 6위라는 순위는 중위권을 의미한다. 현재 대구가 통합순위 6위에 올라있는데 그렇게 되면 대구는 23게임에서 얻은 승점 30점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꼴이 된다.

대부분의 기타 리그에서라면 저 정도의 팀은 플레이오프 보다는 강등권 근처에 놓이는 것이 정상이다. 대구와 바로 뒤의 4팀과의 승점 차는 얼마 나지 않으며 11위인 전북과의 승점 차도 5점 밖에 되질 않는다. 전북은 아시안 챔피언스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으나 K리그에서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되면 K리그의 새로운 제도아래서는 승리보다 패배를 많이 한 팀이 챔피언이 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된다. (전북은 현재까지 5번의 승리와 8번의 패배를 기록했다.) 일어나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가능한 이야기이고 이러한 현상은 리그를 조롱거리로 만들 수도 있다. 과연 지난 시즌의 볼튼 원더러스가 프리미어쉽의 챔피언이 됐어야 할까?


물론 4팀이 참여하는 플레이오프도 그리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강등제도가 없는 리그에서는 필요악(necessary evil)과 같은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4팀도 여전히 많다고 느끼며 3팀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 팬들에게 흥미를 지속시켜주기 위해서는 챔피언이 된 팀 이외에도 다른 이슈들이 있어야 하겠지만 6팀의 플레이오프라는 것은 터무니 없는 생각이다.

K리그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의 비율이 높은 미국이나 호주리그를 참고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두 나라는 한국이 따라야 할 실례가 될 수 없다. 미국리그와 호주리그는 새롭게 탄생했고 (특히 호주리그) 이들은 미국과 호주의 전통적인 인기 스포츠의 그늘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플레이오프는 잘 활용되기만 한다면 K리그에 유익한 제도가 될 수도 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들어가야 맛이 좋아지지만 너무 많이 넣을 경우엔 고추장 맛밖에 느낄 수 없게 된다.   


K리그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6팀의 플레이오프는 심사숙고 없이 채택된 무의미한 마케팅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최상위 리그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대신, 그 기반을 다지는 일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 K리그는 N리그가 진정한 2부 리그로서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N리그는 경쟁력 있는 팀을 1부 리그로 올려 보낼 뿐만 아니라 K리그에서 강등된 팀에게도 수준급의 경쟁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K리그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내가 K리그로부터 받은 인상이다. 변화를 꾀하긴 하지만 장기적인 효과를 고려한 사고과정을 생략한 채 그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 동안 K리그의 발전 방향에 대해 많은 글을 써왔고 그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K리그는 한국 축구를 위해 좀 더 실제적이고 총명한 리더십과 그 목표를 제시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저러한 일은 아직까지 일어난 적이 없으며 이는 K리그가 보여주는 또 다른 꾸준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