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새로운 토익(TOEIC) 시험에 말하기·쓰기 영역이 선택사항으로 추가돼 모든 영역에 응시하려면 11만원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토익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취직하려면 토익부터 공부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토익은 입사시험의 영어실력 평가 기준이 된 지 오래고,대학입시에 토익 성적 우수자 전형도 등장했다. 일부 외고와 자립형 사립고 입학전형에도 토익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국내 실용영어 시험시장에는 토익,G-TELP,텝스(TEPS),플렉스(FLEX) 등이 있다. 토익과 G-TELP는 미국에서 수입된 ‘외제 시험’이고,텝스와 플렉스는 ‘토종 시험’이다. 이 중 시장점유율은 토익이 단연 압도적이다.
왜 토익일까. 유학 희망자가 주로 응시하는 토플은 외국 대학이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장 어쩔 수 없다지만 토익은 주로 국내용이다. 성적을 요구하는 기관이 국내 기업 대학 고교 등이다. 따라서 토종 시험이 토익에 맞먹는 변별력과 공정성을 갖추고,각 기관에 의지만 있다면 토익은 로열티를 물지 않는 국산 시험으로 대체될 수도 있는 것이다.
◇‘토종’ 영어시험 텝스와 플렉스
텝스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이 개발한 시험으로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실용 영어 능력을 측정한다. 지난해 170여만명이 응시한 토익보다 시장 점유율은 많이 떨어지지만 1999년 첫 시행 이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텝스관리위원회는 “연간 12차례 시험을 실시하는데 1차례에 2만명 이상 응시한다”며 “올 예상 응시자 수는 30만명 정도”라고 밝혔다. 응시료는 2만8000원(일반인 기준)이다.
텝스는 수험자의 영어능력을 판단하는 데 색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듣기 시험에서 인쇄된 질문지를 주지 않고 음성으로만 들려줘 미리 문제를 보고 감 잡는 ‘요령’이 통하지 않게 했다. 독해 시험도 1지문 1문항 원칙을 지켜 한 문제의 답을 알면 그 뒤 문제 답이 유추될 가능성을 방지했다.
텝스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텝스는 한국인이 왜 영어를 못하는지 이해하고 있는 연구진과 출제진이 개발한 시험”이라며 “한국인 영어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토익과 토플을 주관하는 미국 ETS 출제진이 한국인의 영어 구사 특징을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 지 의문”이라며 “상당수 대기업과 공기업이 채용 시험에 텝스를 채택하고 있어 활용도 면에서도 토익과 겨뤄볼만하다”고 덧붙였다.
플렉스는 한국외대가 개발해 1999년 처음 실시됐다. 국내 최초로 말하기와 쓰기 영역을 포함한 종합 시험이다.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 7개 언어별로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능력을 평가하며 수험생은 원하는 영역만 골라 시험볼 수도 있다.
1999년 첫 시험 이후 응시 인원이 꾸준히 늘어 2003년 1만5102명,2004년 2만8명이 플렉스에 응시했다. 올해는 총 네차례 시험이 있으며 회당 평균 응시생은 3200여명,응시료는 영역당 3만∼5만원이다.
플렉스는 토익이나 텝스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가장 뒤져 있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5만여 회원 기업에 토익 대신 플렉스 시험을 채택토록 적극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관계자는 “플렉스는 토익처럼 정형화돼 있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공부를 꾸준히 해온 사람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팀 “토익 점수 높다고 영어 잘하지 않더라”
토익시험은 문제 유형이 다소 비슷한 출제 경향을 보이면서 ‘족집게’ 학원이 생기는 등 요령이 강조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말하기와 쓰기 영역을 추가한 것도 이런 점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런 부작용 탓에 일부 대기업은 토익시험을 다른 시험으로 대체하거나 자체 영어면접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 인사팀 관계자는 “토익시험 자체는 영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로 적합하지만 이미 학습화돼 있어 찍는 기술이 팽배해 있다”며 “이 때문에 보편화된 토익 시험 대신 다른 영어 시험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채용시험에서 사무직의 경우 토익 750점을 하한선으로 두고 있지만,토익에 대한 신뢰도는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인사팀 관계자는 “그동안 시행해보니 토익 점수와 직원의 실무 회화능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공인 어학시험 점수가 개인의 어학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사기업처럼 자체 영어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지 않았지만 향후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아직 토익 선호 현상이 높은 것일까. 모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 인사팀 담당자들은 시험의 질을 고려하기 보다 일단 점수로 일괄화해 분류하는 것을 편리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토익은 구체적인 점수가 나오는 시험이어서 인사관리용 등급을 매기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정형화되지 않으면서 정확히 실력 측정하는 시험이 바람직”
과연 한국인의 영어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 게 바람직할까. 관건은 요령이 아닌,실력을 얼마나 정확히 측정하느냐다. 한국외대 영어과 이성하 교수는 “영어 교육 평가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모두 공감하듯 꼼수가 통하는 정형화된 시험보다 객관적으로 실력을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듣기와 읽기만으로는 정확한 영어 실력을 판단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말하기와 쓰기를 추가한 토익의 변화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접근성을 높이려 시험을 자주 실시하면 토익처럼 정형화되고,질 높은 문제를 출제하려 정성을 들이면접근성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다”면서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좋은 영어 능력 시험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진희 기자
토익 아니면 안되나?…토종 영어시험 현황과 전망
[쿠키 톡톡] 새로운 토익(TOEIC) 시험에 말하기·쓰기 영역이 선택사항으로 추가돼 모든 영역에 응시하려면 11만원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토익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취직하려면 토익부터 공부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토익은 입사시험의 영어실력 평가 기준이 된 지 오래고,대학입시에 토익 성적 우수자 전형도 등장했다. 일부 외고와 자립형 사립고 입학전형에도 토익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국내 실용영어 시험시장에는 토익,G-TELP,텝스(TEPS),플렉스(FLEX) 등이 있다. 토익과 G-TELP는 미국에서 수입된 ‘외제 시험’이고,텝스와 플렉스는 ‘토종 시험’이다. 이 중 시장점유율은 토익이 단연 압도적이다.
왜 토익일까. 유학 희망자가 주로 응시하는 토플은 외국 대학이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장 어쩔 수 없다지만 토익은 주로 국내용이다. 성적을 요구하는 기관이 국내 기업 대학 고교 등이다. 따라서 토종 시험이 토익에 맞먹는 변별력과 공정성을 갖추고,각 기관에 의지만 있다면 토익은 로열티를 물지 않는 국산 시험으로 대체될 수도 있는 것이다.
◇‘토종’ 영어시험 텝스와 플렉스
텝스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이 개발한 시험으로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실용 영어 능력을 측정한다. 지난해 170여만명이 응시한 토익보다 시장 점유율은 많이 떨어지지만 1999년 첫 시행 이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텝스관리위원회는 “연간 12차례 시험을 실시하는데 1차례에 2만명 이상 응시한다”며 “올 예상 응시자 수는 30만명 정도”라고 밝혔다. 응시료는 2만8000원(일반인 기준)이다.
텝스는 수험자의 영어능력을 판단하는 데 색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듣기 시험에서 인쇄된 질문지를 주지 않고 음성으로만 들려줘 미리 문제를 보고 감 잡는 ‘요령’이 통하지 않게 했다. 독해 시험도 1지문 1문항 원칙을 지켜 한 문제의 답을 알면 그 뒤 문제 답이 유추될 가능성을 방지했다.
텝스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텝스는 한국인이 왜 영어를 못하는지 이해하고 있는 연구진과 출제진이 개발한 시험”이라며 “한국인 영어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토익과 토플을 주관하는 미국 ETS 출제진이 한국인의 영어 구사 특징을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 지 의문”이라며 “상당수 대기업과 공기업이 채용 시험에 텝스를 채택하고 있어 활용도 면에서도 토익과 겨뤄볼만하다”고 덧붙였다.
플렉스는 한국외대가 개발해 1999년 처음 실시됐다. 국내 최초로 말하기와 쓰기 영역을 포함한 종합 시험이다.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 7개 언어별로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능력을 평가하며 수험생은 원하는 영역만 골라 시험볼 수도 있다.
1999년 첫 시험 이후 응시 인원이 꾸준히 늘어 2003년 1만5102명,2004년 2만8명이 플렉스에 응시했다. 올해는 총 네차례 시험이 있으며 회당 평균 응시생은 3200여명,응시료는 영역당 3만∼5만원이다.
플렉스는 토익이나 텝스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가장 뒤져 있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5만여 회원 기업에 토익 대신 플렉스 시험을 채택토록 적극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관계자는 “플렉스는 토익처럼 정형화돼 있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공부를 꾸준히 해온 사람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팀 “토익 점수 높다고 영어 잘하지 않더라”
토익시험은 문제 유형이 다소 비슷한 출제 경향을 보이면서 ‘족집게’ 학원이 생기는 등 요령이 강조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말하기와 쓰기 영역을 추가한 것도 이런 점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런 부작용 탓에 일부 대기업은 토익시험을 다른 시험으로 대체하거나 자체 영어면접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 인사팀 관계자는 “토익시험 자체는 영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로 적합하지만 이미 학습화돼 있어 찍는 기술이 팽배해 있다”며 “이 때문에 보편화된 토익 시험 대신 다른 영어 시험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채용시험에서 사무직의 경우 토익 750점을 하한선으로 두고 있지만,토익에 대한 신뢰도는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인사팀 관계자는 “그동안 시행해보니 토익 점수와 직원의 실무 회화능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공인 어학시험 점수가 개인의 어학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사기업처럼 자체 영어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지 않았지만 향후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아직 토익 선호 현상이 높은 것일까. 모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 인사팀 담당자들은 시험의 질을 고려하기 보다 일단 점수로 일괄화해 분류하는 것을 편리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토익은 구체적인 점수가 나오는 시험이어서 인사관리용 등급을 매기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정형화되지 않으면서 정확히 실력 측정하는 시험이 바람직”
과연 한국인의 영어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 게 바람직할까. 관건은 요령이 아닌,실력을 얼마나 정확히 측정하느냐다. 한국외대 영어과 이성하 교수는 “영어 교육 평가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모두 공감하듯 꼼수가 통하는 정형화된 시험보다 객관적으로 실력을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듣기와 읽기만으로는 정확한 영어 실력을 판단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말하기와 쓰기를 추가한 토익의 변화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접근성을 높이려 시험을 자주 실시하면 토익처럼 정형화되고,질 높은 문제를 출제하려 정성을 들이면접근성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다”면서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좋은 영어 능력 시험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진희 기자
[쿠키뉴스 2006-07-2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