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제와 군대의 현실

답답한예비군200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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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선점제의 부활과 관련하여 여성부와 장애인단체의 반발이 참 거세더군요.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군생활의 현실에 대해 참으로 무지하다는 것입니다.

전 해군 2년 2개월 간의 군복무를 한 자로서, 지극히 주관적이겠지만

제가 겪은 군대에 대해 입을 열어 볼까 합니다.

 

참고로 전 군대 가기 전에, 서울에 있는 Y대학교에 다녔고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할 정도로 영어를 비교적 잘 했습니다.

어디 가서 멍청하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죠.

어디까지나 군대를 가기 전이지요. ^^

 

훈련소에서 7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 제 머리는 이미 굳고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훈련소 생활 속에서 머리는 굳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훈련병은 명령에만 따라 뛰고 밥 먹고 자고 당직 서는 '개'니까요.

제 생각은 반영되지 않은 채, 정해진 룰에 따라 저를 적응시켜 나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받게 된 자대배치..

전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낯선 곳에서, 낯선 수십명의 사람들과

한 방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 듯,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 제 자신을 맞춰야 했죠.

군대는 치열한 서열관계가 존재하는 집단체입니다.

엄연히 서열이 있기에, 제 마음대로 행동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합니다.

만약 고참이 틀렸다하여, 자신의 의견을 내세운다면 아마도 군생활은 지옥이 되겠죠.

그래서 군대에서 가장 현명한 생활은 말 잘 듣는 벙어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군대에서 머리를 쓸 필요성이 없어지더군요.

새롭게 참신한 방법으로 무언가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안 하게 되더라구요.

그냥, 기존의 있던 방식으로, 고참이 하라는 대로..

그러면서 제 머리는 더욱 경직되어 갔겠죠.

더욱이 눈치 보이고 피곤해서 공부까지 쉽사리 할 수 없었으니까요.

 

일부 여성분들은 군생활 뭐가 힘드냐 수련회 다녀오는 셈 치지.. 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군생활은 친구들과 하는 캠핑이 아닙니다.

한 내무반에 20명 정도가 함께 잠을 자는데..

항상 경직된 채 잠을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코는 골지 않을지.. 고참 자리를 침범하지 않을지..

야간근무 기상 시간이 곧 다가오는데 못 일어나면 어쩌지..

자연히 피곤해지고 멍청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죠.

 

낮에 시간이 나더라도 쉽사리 잠을 청할 수도 없습니다.

빨래를 하거나, 다림질을 하거나.. 어떻게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간혹 종교행사라도 있으면, 그게 유일한 낙이 되었습니다.

사회에 있을 때 먹지도 않던 초코파이에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PX 있을텐데 왜 저러냐 싶으시죠?

앞서 언급했듯이 군대는 서열이 있고 나름 룰이 있습니다.

짬이 안 되는 자들은 매점 이용이 눈치 보였기에 쉽사리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참이 되었을땐 이미 머리가 굳어져 있었습니다.

쫄병때는 고참되면 공부도 하고 그래야지 했지만,

막상 고참이 되니 그 동안 돌이 되었는지 책이 들어오지 않더군요.

웃긴 것은 10년 넘게 유지해 온 제 영어실력은 어느새 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리더군요.

 

더불어 저는 해군이어서 주기적으로 5일 정도를 바다 위에서 배를 타고 생활했습니다.

'1박 2일' 보시는 분들은 연예인들이 배 타고 죽을라고 하죠.

거기서 군인들은 밥을 직접 하고 기관을 직접 돌리고 배를 직접 조종하며

5일 간을 바다위에서 생활하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배 속에서 군인들은 넘어지고 데이면서 밥을 만들고

그 밥을 먹고 자도 잔 것 같지 않게 흔들림 속에서 잠을 청하고 일을 한답니다.

배멀미 장난 아니더군요. 오래 근무한 직원 분들도 오바이트를 할 정도니까요.

그 안에서 공부는 절대 못하겠죠 ㅜ.ㅜ;;

 

그리고 어느덧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적응하기 쉽지 않더군요.

흔히들 2년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솔직히 2년 이상이라고 봅니다.

군대 가기 전의 지식까지도 잃고 군대 다녀와서 적응하며 과거의 지식 얻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죠.

 

물론 전 군대에서 얻은 것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험으로 사회에서 직업을 갖기에는 우리 사회구조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죠.

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인정해주는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최근 들어 여성의 사법고시 합격률이 남자를 앞 서고 있다고 하더군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여자도 군대는 아니더라도 단체생활을 2년간 한다면 이와 같은 결과를 장담하긴 힘들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군대의 현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맹목적으로 남자의 이익만

커진다고 항변하는 여성부나 장애인단체가 본질을 봤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저 군에 있으면서 자살하거나 정신병에 걸리거나 하는 친구들 몇몇 봤습니다.

군대.. 너무 쉽게 보지 말아주세요.

제 친척 동생들 군대 간다는데, 눈물 납니다.

우리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를 지키고 있을 군인들 두번 울리게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