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얘기는 '군인을 찬 여자는 모두 못된 년인가' 하는 것이다. 가입하지 않고도 덧글을 쓸 수 있다는 그 커뮤니티의 특성 때문에 이런저런 막말이 많이 나오게 마련인데 '군화와 헤어졌어요....'하고 아파하는 글에 갖은 욕지기를 담으며 불쌍한 군바리를 왜 차냐고, 그렇게 외롭냐고, 그래서 손잡고 뽀뽀하고 끌어안을 다른 남자 찾아가냐고 덧글들이 달리는걸 보면 기가 차서 웃기지도 않는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 그런 덧글이 넘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군대에 가서 헤어진 두 사람을 안좋은 눈으로 보면서 역시 너도 참을성 없는 여자라고, 그럴바에야 군대 가기 전에 헤어지지 뭐하러 힘들게 군생활 도중에 헤어짐을 입에 담냐고 말할까. 그리고 제 딴엔 미안한 감도 있고 하니 웃기지도 않게 '하긴 뭐 군대가 엿같고 지랄맞지' 혹은 '외롭기도 했겠지..잘했어, 더 좋은 남자 찾아가는게 좋은거야'라고 말해버린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도, 다른 어떤 카페에 가도 거의 저런 반응이 전부라는게 화가 난다. 애인이 잘못한게 없는데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안' 하고 떠나가는 여자의 경우가 얼마나 된다고, 못됐네 마네 운운하며 욕을 하는지.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이었다면 남자가 도중에 군대에 가지 않았더라도 헤어지게 되어 있다. 군대에 가기 전에 몇 년을 사랑했던 사이라도. 반대로 어떻게든 잘 이어질 사람들이었다면 남자가 군대에 가든 여자가 유학을 가든간에 끝까지 잘 사랑한다. 군대에 가기 전에 고작 몇 달만 사랑한 사이라도.
그러니까 한마디로, 원래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가 원인이란 얘기다. 문제 없이 잘 사랑하던 사람들은 그 사이에 군대나 유학이라는 시련이 끼어들어도 잘 견딘다. 왜냐면, 그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공간상의 거리와 보고싶은 마음을 참아내는 것 뿐이니까. 하지만 어느 한 쪽이, 혹은 양쪽 모두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붙어있을 때 풀어보려 했지만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군대때문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풀릴 리가 있겠느냔 말이다. 응어리는 풀리지 않은 채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 추가되면서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결국 헤어지게 되는 거다. 그놈의 군대가 2년이라는 지독한 시간을 떨어뜨려 놓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얘기지.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문제를 한 사람만 문제라고 인식하는 경우엔 얘기가 더 심각해진다. 이 쪽에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저쪽에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봤자 돌아오는 답변은 '별 시덥잖은 일로 그런 반응을 하느냐'에 그쳐버린다. 혹은 '아, 그게 문제였구나' 라고 생각을 해도, 자신은 평소에 문제라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고치질 않는다. 애초부터 두사람 다 문제라고 확실히 인식하고 고치려 하지 않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게 바로 '한 사람만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다시 이 얘길 군대에 대입해보면, 여자들이 군대에 간 남자를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는건 '여자 혼자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남자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 대다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성급한 결론이라고? '대다수'라고 말했잖은가. 확실히 새로운 사람에게 끌려서 자신의 '군화'를 버리는 '고무신'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이건 꼭 군화랑 고무신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잖느냐고? 그러게 내가 말했잖은가. 이런 이유 때문에, 군대가 있든 없든, 헤어질 사람들은 헤어진다고.
막말로, 고무신은 뭘 해도 욕을 먹는다. 기다리면 기다린다고 바보같은 년, 그러다 도중에 남자를 차면 못된 년, 도중에 차이면 군인한테 갖다바칠거 다 바치고 결국 차이는 멍청한 년, 다 기다리면 독한 년, 다 기다리고도 차이면 그러게 말릴 때 그만뒀어야 하는데 뭣도 모르고 기다린 병신년. 군생활 도중이든 전역한 이후든 아무튼 차이면 '불쌍한 년'소리도 더해진다. 그래도 불쌍하게 봐줘서 고맙다 해야하는지.... 응원해 주는 사람보다 욕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에서 호화롭게 이년 저년 소리 들어가면서 고무신이 바라보는게 누굴까. 바로 군화다. 손잡고 기대려 해도 친구들을 포함한 주변에선 말리거나 욕하는게 대다수니까, 고무신이 기댈 사람은 그놈의 군화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내가 기댈 수 있는 딱 하나의 나무가 시원찮다면? 나를 든든히 받쳐주긴 커녕 자꾸 흔들려 날 넘어지게 하는 나무라면? 그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싶은데, 오히려 제 몸을 털어 내게 빗방울을 떨구는 나무라면? 그러면 고무신은 이제 이중 삼중으로 힘들어진다는 거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 치고, 주변 사람들은 돌을 던질 때 나무 뒤에 숨으려 해도, 나무가 자꾸 말라가는데 어쩌라는거냐. 어떻게든, 팔뚝만큼 가늘어진 나무를 통해 돌 하나라도 더 막아보고 잎 하나를 통해 빗방울 한 줄기라도 막아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상황때문에 힘들던 고무신은 군화에게서조차 위안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군화가 자기를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에 찢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힘겹게 지낸다. 너무 과장이 아니냐고? 고무신 카페에 가봐라. 이런 내용이 상황만 조금씩 바뀌어서 하루에도 수십개씩 게시판에 오른다.
음, 글을 쓰다보니 고무신의 마음을 대변해버리는 글이 되고 있다. 횡설수설하는 내 글의 단점은 언제 고쳐지나... 아무튼 이 얘기는 다음에 마저 하도록 하고 다시 처음 하려고 했던 말로 돌아가면, 주변의 싫은 소리와 갖은 힘겨운 상황, 게다가 군화의 실망스러운 모습과 확신을 주지 못하는 모습에 시달리던 고무신들은 결국 찢겨지고 불태워져 너덜너덜한 마음을 끌어안고 고무신을 벗게 된다. 자기 옆에 있는 남자가 온갖 감언이설로 나를 꼬셔서가 아닌, 내 마음이 지쳐서, 결국 울면서 제 손으로 고무신을 벗는단 말이다. '꽃신 신을 날만 기다렸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네요... 다른 분들은 꼭 꽃신 신으세요' 라는 말을 하면서. (고무신들은 자신의 군화가 제대할 경우 꽃신 신었다는 표현을 쓴다.)
주변의 싫은 소리와 안좋은 시선 생각하지 말고 군화와 고무신, 당사자들만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고? 웃기는 소리. 그 당사자에 속하는 군화가 나를 제일 속상하게하면, 내게 실망감과 배신감만 안겨준다면 (배신감의 다양한 사례는 곰신 카페에 가보면 수두룩허니 많다) 어쩌라는거냐. 이 힘든 생활에 오로지 한줄기 별빛으로, 희망으로 존재했던 그 군화가 나를 힘들게 하는데 더이상 기대고 바라볼 사람이 없으니 포기할 수 밖에.
그러니까 제발, 이렇게 아프고 힘들어하며 고무신을 벗는 여자들을 싸잡아서 '못된 년' 소리 하지 말라는거다. 제발. 반쯤 정신 나갈만큼 아파도보고 평생 흘릴 눈물 다 흘렸다 싶을만큼 울어본 그런 여자들한테 '군바리 찬 못된 년' 소리 하면, 그 마음에 더 큰 대못을 박는 것 아니겠냐.
大공감, 사랑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떠나는 이유
저랑 친구 둘다 곰신인데 친구싸이에서 너무 공감되는 글을 읽고 퍼왔어요;;;;;
저는 마지막으로 끝내갈수록 너무 제얘기같아서 ㅠ_ㅠ
남친이 속상하게한거 생각하면서 막 울었어요ㅠ_ㅠ
허락은 안받았는데ㅇ_ㅇ;;;;; 혹시 또 이런거 공감하실 분들 계실까봐 올려요...
반응 좋으면 친구한테 니 글이 이렇게 좋은 반응 얻고있다고 알려주고
욕 많으면 지워야겠어요~ ㅋㅋ
색깔이랑 줄친거랑 그런건 친구가 한거에 제가 좀더 맘대로 했어요~ㅋㅋ
요즘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얘기는 '군인을 찬 여자는 모두 못된 년인가' 하는 것이다. 가입하지 않고도 덧글을 쓸 수 있다는 그 커뮤니티의 특성 때문에 이런저런 막말이 많이 나오게 마련인데 '군화와 헤어졌어요....'하고 아파하는 글에 갖은 욕지기를 담으며 불쌍한 군바리를 왜 차냐고, 그렇게 외롭냐고, 그래서 손잡고 뽀뽀하고 끌어안을 다른 남자 찾아가냐고 덧글들이 달리는걸 보면 기가 차서 웃기지도 않는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 그런 덧글이 넘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군대에 가서 헤어진 두 사람을 안좋은 눈으로 보면서 역시 너도 참을성 없는 여자라고, 그럴바에야 군대 가기 전에 헤어지지 뭐하러 힘들게 군생활 도중에 헤어짐을 입에 담냐고 말할까. 그리고 제 딴엔 미안한 감도 있고 하니 웃기지도 않게 '하긴 뭐 군대가 엿같고 지랄맞지' 혹은 '외롭기도 했겠지..잘했어, 더 좋은 남자 찾아가는게 좋은거야'라고 말해버린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도, 다른 어떤 카페에 가도 거의 저런 반응이 전부라는게 화가 난다. 애인이 잘못한게 없는데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안' 하고 떠나가는 여자의 경우가 얼마나 된다고, 못됐네 마네 운운하며 욕을 하는지.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이었다면 남자가 도중에 군대에 가지 않았더라도 헤어지게 되어 있다. 군대에 가기 전에 몇 년을 사랑했던 사이라도. 반대로 어떻게든 잘 이어질 사람들이었다면 남자가 군대에 가든 여자가 유학을 가든간에 끝까지 잘 사랑한다. 군대에 가기 전에 고작 몇 달만 사랑한 사이라도.
그러니까 한마디로, 원래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가 원인이란 얘기다. 문제 없이 잘 사랑하던 사람들은 그 사이에 군대나 유학이라는 시련이 끼어들어도 잘 견딘다. 왜냐면, 그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공간상의 거리와 보고싶은 마음을 참아내는 것 뿐이니까. 하지만 어느 한 쪽이, 혹은 양쪽 모두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붙어있을 때 풀어보려 했지만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군대때문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풀릴 리가 있겠느냔 말이다. 응어리는 풀리지 않은 채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 추가되면서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결국 헤어지게 되는 거다. 그놈의 군대가 2년이라는 지독한 시간을 떨어뜨려 놓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얘기지.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문제를 한 사람만 문제라고 인식하는 경우엔 얘기가 더 심각해진다. 이 쪽에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저쪽에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봤자 돌아오는 답변은 '별 시덥잖은 일로 그런 반응을 하느냐'에 그쳐버린다. 혹은 '아, 그게 문제였구나' 라고 생각을 해도, 자신은 평소에 문제라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고치질 않는다. 애초부터 두사람 다 문제라고 확실히 인식하고 고치려 하지 않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게 바로 '한 사람만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다시 이 얘길 군대에 대입해보면, 여자들이 군대에 간 남자를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는건 '여자 혼자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남자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 대다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성급한 결론이라고? '대다수'라고 말했잖은가. 확실히 새로운 사람에게 끌려서 자신의 '군화'를 버리는 '고무신'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이건 꼭 군화랑 고무신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잖느냐고? 그러게 내가 말했잖은가. 이런 이유 때문에, 군대가 있든 없든, 헤어질 사람들은 헤어진다고.
막말로, 고무신은 뭘 해도 욕을 먹는다. 기다리면 기다린다고 바보같은 년, 그러다 도중에 남자를 차면 못된 년, 도중에 차이면 군인한테 갖다바칠거 다 바치고 결국 차이는 멍청한 년, 다 기다리면 독한 년, 다 기다리고도 차이면 그러게 말릴 때 그만뒀어야 하는데 뭣도 모르고 기다린 병신년. 군생활 도중이든 전역한 이후든 아무튼 차이면 '불쌍한 년'소리도 더해진다. 그래도 불쌍하게 봐줘서 고맙다 해야하는지.... 응원해 주는 사람보다 욕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에서 호화롭게 이년 저년 소리 들어가면서 고무신이 바라보는게 누굴까. 바로 군화다. 손잡고 기대려 해도 친구들을 포함한 주변에선 말리거나 욕하는게 대다수니까, 고무신이 기댈 사람은 그놈의 군화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내가 기댈 수 있는 딱 하나의 나무가 시원찮다면? 나를 든든히 받쳐주긴 커녕 자꾸 흔들려 날 넘어지게 하는 나무라면? 그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싶은데, 오히려 제 몸을 털어 내게 빗방울을 떨구는 나무라면? 그러면 고무신은 이제 이중 삼중으로 힘들어진다는 거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 치고, 주변 사람들은 돌을 던질 때 나무 뒤에 숨으려 해도, 나무가 자꾸 말라가는데 어쩌라는거냐. 어떻게든, 팔뚝만큼 가늘어진 나무를 통해 돌 하나라도 더 막아보고 잎 하나를 통해 빗방울 한 줄기라도 막아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상황때문에 힘들던 고무신은 군화에게서조차 위안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군화가 자기를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에 찢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힘겹게 지낸다. 너무 과장이 아니냐고? 고무신 카페에 가봐라. 이런 내용이 상황만 조금씩 바뀌어서 하루에도 수십개씩 게시판에 오른다.
음, 글을 쓰다보니 고무신의 마음을 대변해버리는 글이 되고 있다. 횡설수설하는 내 글의 단점은 언제 고쳐지나... 아무튼 이 얘기는 다음에 마저 하도록 하고 다시 처음 하려고 했던 말로 돌아가면, 주변의 싫은 소리와 갖은 힘겨운 상황, 게다가 군화의 실망스러운 모습과 확신을 주지 못하는 모습에 시달리던 고무신들은 결국 찢겨지고 불태워져 너덜너덜한 마음을 끌어안고 고무신을 벗게 된다. 자기 옆에 있는 남자가 온갖 감언이설로 나를 꼬셔서가 아닌, 내 마음이 지쳐서, 결국 울면서 제 손으로 고무신을 벗는단 말이다. '꽃신 신을 날만 기다렸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네요... 다른 분들은 꼭 꽃신 신으세요' 라는 말을 하면서. (고무신들은 자신의 군화가 제대할 경우 꽃신 신었다는 표현을 쓴다.)
주변의 싫은 소리와 안좋은 시선 생각하지 말고 군화와 고무신, 당사자들만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고? 웃기는 소리. 그 당사자에 속하는 군화가 나를 제일 속상하게하면, 내게 실망감과 배신감만 안겨준다면 (배신감의 다양한 사례는 곰신 카페에 가보면 수두룩허니 많다) 어쩌라는거냐. 이 힘든 생활에 오로지 한줄기 별빛으로, 희망으로 존재했던 그 군화가 나를 힘들게 하는데 더이상 기대고 바라볼 사람이 없으니 포기할 수 밖에.
그러니까 제발, 이렇게 아프고 힘들어하며 고무신을 벗는 여자들을 싸잡아서 '못된 년' 소리 하지 말라는거다. 제발. 반쯤 정신 나갈만큼 아파도보고 평생 흘릴 눈물 다 흘렸다 싶을만큼 울어본 그런 여자들한테 '군바리 찬 못된 년' 소리 하면, 그 마음에 더 큰 대못을 박는 것 아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