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처의 귀신 6화완결(펌글)

에픽크로우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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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그것도 떠도는 소문이었지만...

공사를 하는 인부들과 기술자들이 어두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주 목에 참흑한 상처가 난 꼬마애의 유령을 본다는 얘기가 있었어.

사고가 난 현장이 어서 그런 헛소문도 돌겠지 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헛소문만도 아닌 것 같더라.

나도 비스무레한 것도 목격했으니까..

너 임마, 그런 이상한 눈으로 보지마!

나는 정말 멀쩡하니까..

그날도 술이 얼큰하게 취해 들어오던 날이었어.

무심코 그 사고난 동의 복도를 보고 있는데

7, 8층 정도의 복도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보이는 것이었어.

괜히 소름이 쫙 끼치더구나.

나는 늦은 시간에 엘리베이터 공사하는 용접 불빛으로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어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말이 안되는 얘기였어.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그런 공사를 할 리가 없잖아?

사람들이 다 자는 밤에 쿵광거리며 공사할 수가 없는데 말야...

그럼 내가 본 그 파란 불빛은 무엇 이었을까?

설마 그 죽은 애의 유령은 아니겠지?

여하튼 그것은 금방 잊혀졌어.

그 앞동 엘리베이터 공사는 꼬마 애의 유령 소동때문에

계속 더디어지다가, 결국 예정의 두 배가 걸리면서 끝났지.

하지만 이상한 일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어.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면 아무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산이었어.

새로운 엘리베이터도 계속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었어.

항상 7층에 서 있질 않나, 애의 소리는 계속 들리질 않나...

가장 이상한 현상은 밤만 되면 전기에 이상도 없는데

엘리베이터 등이 나가는 것이었어.

그런데도 밖에서 보면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푸르스름한 빛줄기가 보이곤 한다는 거야.

자꾸 그런 고장이 신고되니까 시공 회사에서 와서 수리를 했어.

몇번 수리를 해도 계속 문제가 발생했대.

그러다 어떻게 된 건지 수리하는 도중에 회사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껴서 죽었고

기술자 한 사람은 떨어져 반신 불수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어.

끔찍한 사건이었어.

경찰이 나와 진상을 조사해봐도 특별한 사실은 없고,

수리중 과실로 판명되었어.

어쨌거나 그 아파트 집값은 거의 바닥으로 떨어졌지.

생각해봐라.

몇 달 사이에 두 명이나 엘리베이터 때문에 죽고,

귀신 소문도 있으니..

그런데 이상한 것은 두번째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그 유령 소동은 깨끗이 사라지고, 엘리베이터도 정상 가동이 되었어.

마치 두 사람의 생명을 먹어 치운 다음에 포만감에

낮잠을 즐기는 것처럼 잠잠해진 거지...

그 괴상한 얘기는 사람들 뇌리 속에 점점 잊혀지고...

그래, 이것이 네가 듣고 싶었던 얘기니? "

나는 긴 얘기를 마치고 재원이를 쳐다 보았다.

놀랍게도 재원이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있었다.

마치 무서운 사실이라도 깨달았다는 듯이...

나는 목을 축인 후 멍해 있는 재원이에게 말을 건냈다.

" 임마, 별로 무서운 얘기도 아닌데, 뭘 그리 놀라니? 그러나 저러나,

내가 얘기하면, 해준다는골 때리는 얘기는 뭐니? 빨리 해 봐. "

재원이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담배불을 부치며 혼잣말로

" 그런 얘기였구나... "

중얼거리더니 그 믿지 못할 얘기를 시작했다.

" 그랬구나... 나도 우연히 그 엘리베이터에 대해 믿지 못할 얘기를 들었거든..

아직도 믿지 못 하지만... 기말 고사 바로 직전이었어.

학교의 수업 때문에 정신과 실습을 돌게 되었어.

내가 그 사람을 만나 그 기괴한 얘기를 들은 것은 그 실습 때였어..... "

재원이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듯이 술잔을 가만히 바라보고

그 믿기지 않는 얘기를 계속했다.

" 정신과 실습이라 호기심반 기대반이었어..

선배들 말로는 재미있는 구경 많이 한다고 했거든...

그리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처음엔 거의 신기함을 느끼며 시작한 실습이었지..

이상하지?

똑같은 사람인데도 정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경거리

또는 환자 취급받는 것....

어쩌면 스스로들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도 얼마만큼은

광기나 비정상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표출을 잘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무슨 이야기하다가 이런 얘기가 나왔지?

아아.. 정신과 실습. 그래.. 처음 정신병 환자들을 만나 보면

그들의 기묘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일한아, 너 정신병 환자들이 자신들이 미친 것을 알것 같니?

아니면 모를 것 같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대부분의 정신병자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인정하고 있어.

어떤 환자들은 자기들의 증상까지 확실히 알고 있기까지 하단다.

나도 처음 갔을 때 그들의 모습들을 보고 놀랐어.

환자들이 무리를 지어 시간을 보내는 거야.

TV를 보거나, 탁구를 치거나 아니면 멍하니 앉아 있는 거야.

마치 무슨 영화에 한 장면 같은 것이었어..

강의 시간이나 말로만 듣던 정신 질환자들을 실제로 보니,

그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어..

글쎄 뭐랄까...

한쪽으로는 슬퍼지면서,

뭔가 가슴에서 복받쳐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들이라..

그것도 신체적 장애가 아닌 정신적 장애로..

강의는 유형별 환자 형태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어.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환자들은 비슷한 증상의 환자끼리 어울린다는 거야.

잠깐 얘기한 것처럼 환자들은 자기들 증세를 알거든..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 환자들끼리 모여서 놀고,

조증 환자들은 조증 환자들끼리 어울리고 있는거야.

그런 식으로 환자들은 모여서 놀고 있고,

우리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있었어. 강의의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갑자기 등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거야.

중요한 부분의 강의가 시작되려는데 자꾸 뒤가 신경 쓰이는 거야.

누군가가 나를 뚫어지게 보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다보니,

휠체어에 타 있는 한 사람이 쾡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었어.

부스스한 머리며 면도를 안해서 지저분한 얼굴과는 달리

그 사람의 눈빛은 기이할 정도로 강렬했어.

눈빛에는 흉터가 있어 더 으시시해 보였지.

나는 그 사람의 이유 모를 강렬한 시선과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어.

그 사람은 우리들을 먹어치울 듯한 기세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나는 그 사람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교수님의 강의 때문에 금방 그 시선을 무시했지.

평범한 정신질환자로 생각하고...

그러곤 그 수업시간이 끝난후 그 휠체어에 앉아있던 그사람에 대해선

곧 잊게 되었어...

이튿날도 역시 정신과 실습이 있는 날이었어.

이번에는 환자들과의 개인 면담도 하는 기회가 주어졌어.

우리들은 서로 환자 중에 예쁜 여자의 상담자가 되길 바라면서,

약간 들드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된 마음으로 정신 병동으로 모여들었어.

순번대로 대기된 전형적인 증세의 환자들과 개인 면담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었어.

우선 우리들에게는 환자의 신상명세서와 기록카드를 건네주고

그 환자와의 면담에 임하게 하는 것이었지.

나의 환자는 누굴까 하고 궁금해하면서 지정된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그 환자의 개인 기록과 휠체어를 밀고 왔어.

내 상대인 환자를 보는 순간 좀 섬뜩했어.

바로 전날 우리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 사람이었던 것이었어.

나는 속으로 재수 없다라는 생각부터 나더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담이니..

우선 그 환자의 개인 기록부터 살펴봤어.

이름 한덕철, 1962년 3월 13일 대구 출생.

학력 고졸. P산전에 입사.엘리베이터 기술자로 근무.

1995년 8월 엘리베이터 수리 중 4층에서 추락.

반신불수. 사고 이후로 정신장애를 보임.

대충 이 정도의 얘기였어.

그 환자의 증세에 대해선 여러가지 기록이 있었는데,

전형적인 할루시에이션 (쉽게 말해 환각)증상의 환자라고 할 수 있었지.

다시 말해 헛것을 봤다고 진술하며 밀실과

어둠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을 지니고 있다는 거야.

나는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최대로 친근하게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넸지.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 기만 하는 것이었어.

그러더니 엉뚱한 말을 던지더군.

엘리베이터 타고 왔나?

젊은 의사 양반.. 나는 그의 황당한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지.

순간적으로 이런 사람과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이 되더군...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말을 이었지.

물론 엘리베이터 타고 왔죠.

엘리베이터 잘 고치셨다면서요?

그러자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음침하게 다시 물어봤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애의 모습을 보았나?

아니면 그 애의 울음소리라든가...

나는 황당하긴 했지만 그가 처음부터 자기의 환각,

특히 환상과 환청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문득 선배들이 얘기해준 것이 생각나더구나.

정신 질환자와 상담할 때

아무리 훈련받은 의사라도 충격으로 미칠 것 같다는...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이 진지하게 황당한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겁까지 난다고든 했거든..

나도 덜컥 겁이 났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조심 스럽게 대화를 시작했어.

요즈음도 그 애가 보이나 보죠?

나는 간신히 얘기를 끌어내려고 했는데

그는 내 얘기에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대는 거야.

하긴 정말 미친 사람이었긴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다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아 당황해서

웃고 있는 그에게 말을 걸었지.

.... 무슨 일이죠?

제가 잘못이라도 했나요?

.... 하하하... 당신도 똑같군.

무조건 내 얘기를 믿어주는 척하는 것하며..

그래도 할 수 없수다.

당신네들이 나를 미쳤다고 하면 미쳤을 테니..

하긴 나도 미친 사람 취급받는 것이 괜찮으니까..

그 애도 안 볼 수 있고..

의사들은 다 돌팔이라니까..

자기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모조리 정신병자 취급한다니까..

그러면서도 환자말을 다 믿는 척하는 사기꾼들이지..

연기라도 잘하면 봐 줄만 하지.

환자를 경멸하거나 실험실의 하얀 생쥐로 간주하는

속얼굴도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면서 겉으로만 자애로운 척하고...

3류 배우지 3류..

보아하니 자네는 아직 의사도 안 된 학생같은데,

내 얘기가 필요하겠군.. 그럼 해 주지..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은 댁의 자유지만, 확실히 나는 안 돌았수다.

내 얘기를 듣고 경찰에 신고해도 좋수다.

하지만 경찰은 나를 정신병자로 생각하고 오히려 댁도 미친 놈으로 몰 껄..

여하튼 이 얘기는 처음하는 얘기니까...

그러니 내 얘기를 듣는 대신 제발 나를 엘리베이터에 태울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슈..

그러고 시작한 그의 얘기는 나중에 보고서 쓸 때 한참을 고민했을만큼

정신병자 같지는 않았어..

아니면 선배들 말대로 미친사람과 얘기하다가 나도 잠시 미친 것이었는지..

여하튼 나는 꼼짝도 못 하고 그의 으시시하고 기괴한 얘기를 들었어..

나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수다.

배운 건 없어도 남을 해꼬지 하면서 살지는 않았는데..

신발.. 이게 다 처음부터 천과장 생각이었어.

나쁜 놈.. 그 놈만 아니었으면...

휴... 하긴 천과장도 위에서 난리치지만 않았으면

그런 생각도 못할 위인이었지...

사람들이 수군수군거리고 정비반에 들릴 리 없는 영업부 천과장이 웬일인지

정비 반장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나는 박씨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마당발인 박씨는 오늘 본사에서 들었던 얘기를 해주는 거야.

그날 본사에서 난리가 났었대.

연말은 다가오는데 매출 목표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이러다간 회사에서 수십 명은 모가지일 지경이었대..

우리 정비반 사람들도 반은 모가질 것 같았대..

가장 큰 이유는 H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가 허사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대.

거의 100억짜리 공사였는데 15년이 넘게 된 그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안전했고 그 곳 주민들은 그걸 아는지 교체에 절대 반대라는 것이었어.

그래서 벼락은 그 공사를 책임진 영업부 윤부장과 천과장에게 떨어졌다는 거야..

천과장은 애꿋은 정비반에 와서 화풀이하면서 무슨 방법을 찾아내라며

행패를 부렸다는 거야.

그래서 정비반장이 달래고 있는 거고...

우리 정비반이야 본사에서 좀 높은 양반이 와서 뭐라 해도 찍소리 못했지...

그 자식은 원래부터 그걸 노리고 왔을 거야..

나는 눈치를 보고 퇴근하려는데갑자기 정비반장이 부르는 거야.

옆에는 음흉한 표정을 한 천과장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어.

정비반장은 내가 모범사원이어서 천과장이 술 한잔 사겠다고 했으니

저녁에 즐겨보라는 것이었어.

나는 그때부터 뭔가 냄새를 맡았지만, 하도들 권하길래 따라갔지...

그런데 따라간 술자리는 룸싸롱이었수다.

난 처음이었수.. 의사 양반은 앞으로 많이 다닐 테지만..

양 옆에 삼삼한 계집애들을 앉혀 놓고 양주를 꺼내는데

처음엔 주눅이 들어 술만 마셨어.

천과장은 뭔가 말할 것이 있으면서 계집애들 껴안고

노래 부르며 분위기만 띄우는 거야.

나도 슬슬 술이 취하더구만.

내가 취한 것 같으니까 천과장이 계집애들을 내보내더니

내게 봉투를 내미는 거야.

그 봉투안에는 50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더구만..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나에게 천과장은 꿀같은 제의를 하나 했어..

일을 해주면 1000만원을 더 주겠다고..

그리고 정비반 부반장으로 승진시켜주겠다고..

생각해봐..

1500만원이면 내 일년 봉급보다 훨씬 많은 돈이고,

부반장이면 야근이나 특근도 없고 수리 일도 거의 없이 노는 보직인데..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더군..

그래서 생각할 것도없이 다짜고짜 그 일이 뭐냐고 물었지..

사람만 안 상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지..

하지만 솔직이 말하면 그때 심정이라면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라도 했을지도 몰라.

그때는 몰랐지만 결국 그런 참혹한 결과를 낳았긴 했지만...

천과장의 제안은 처음에는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어..

H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약간 손봐서 고장나게 하자는 거야.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주민들이 교체하겠다고 나설 것 아니냐는 얘기였어.

나는 아무 주저없이 승낙했어.

그거야 쉬웠거든.

옥상 위에 있는 모터만 약간 손보면

감쪽같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게 되거든...

왠만한 기술자라도 감쪽같이 모를 정도로..

조사해 봤자 엘리베이터가 낡아서 그렇다고 처리될 정도의..

다음날 술이 깨고 조금 꺼림직했지만,

어젯밤의 천과장의 회유와 애원이 생각나 그냥 해버리기로 했지.

약속된 날에 나는 천과장과 함께 미리 약속된 아파트로 갔지.

그 아파트는 나도 낯익은 곳이었어.

월 정기정검때 가끔 내가 점검하던 곳이었거든.

경비와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옆 현관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지.

모터를 만지기 전에 천과장에게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어.

아무 일도 없겠지만 혹시나 하고...

천과장은 알았다면서 씨익하고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내려갔어.

그때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개자식!

천과장이 내려가서 사람이 없다고 확인하고 나서

휴대폰으로 내 삐삐에 신호하기로 했어.

나는 준비를 끝내고 그치의 신호를 기다렸지.

이상하게 오한이 나고 긴장이 되더구만.

신호가 왔고, 나는 모터의 와이어를 헐겁게 했어.

그렇게 되면 엘리베이터는 층과 층 사이에서 멈추게 되는 것이었지.

그 작업을 끝마치고 연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저 밑에서 참혹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어..

으... 윽 그.. 것도 아이... 의 비명 소리가....

모가지가 달렸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게고,

나도 그런 이유로 그런 일에 끼게 되었고.

결국은 이런 비참한 신세가 되었지만..

새끼 의사 양반, 자네도 나중에 돈에 양심을 팔지 마슈..

나처럼 되지 말고.. 의사도 그런 나쁜 놈들 많다고 하던데...

그 날부터 시작하지....

그날도 나는 신도시 엘리베이터 고장을 고치고

늦은 오후에 회사로 들어왔어.

다른 고장 신고만 없으면 고스톱이나 몇판 치고 퇴근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정비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

그 비명소리가 의미하는 것을 나는 한동안 눈치 못 채고, 멍하니 있었지..

그 소리는 길게 메아리 쳐졌어.

으흑... 곧 천과장이 헐레벌떡 뛰어올라오더니 멍하니 있는 나를 이끌고

옆 계단의 비상구로 향했어.

그치는 그 자리를 뜨기 전에 우리가 있던 자취를 말끔하게 없애더구만...

나는 멍하니 그가 하라는 대로만 했어.

우리가 옆 현관으로 내려오니 그쪽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드는 등

무슨 일이 있어 보였어.

천과장은 나를 재촉해 세워 논 자기 차에 태웠어.

그러더니 뒤돌아보고 재빠르게 그 아파트를 빠져나왔어.

나는 그제야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다그쳤지.

사람이 다친 것 아니냐고..

그때 나는 사람의 눈이 그렇게 탐욕스러워지는 것을 처음 봤어.

천과장은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그 소름끼칠 정도로

광기어린 눈빛을하며 성공했다고 하는 것이었어.

나중에 알고보니, 그 자식은 일부러 아이가 타는 것을 확인하고

나에게 신호를 보낸거야.

아무 것도 모르고 엘리베이터에 탄 그애는 문이 열린 채로

움직이다 멈춘 엘리베이터에 목이 낀 것이고..

천과장은 그 얘기를 뻔뻔스럽다 못해 희열에 찬 목소리로 얘기하면서

이젠 그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는 시간 문제라고 즐거워했어.

불안에 떨며 화를 내는 나에게는 악마같은 표정으로 이제 공범이니

잠자코 자기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는 거야.

입 단속을 당부하고 나룰 내려 준 그치는 본사로 향했어.

나는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었어.

내 손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 것 같았어.

나에게는 술밖에 없었어.

술... 그날은 술로 보냈지..

그리곤 일부러 뉴스도 안보고,

회사에 연락해 몸이 아파 며칠 쉬겠다고 했어.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

잠만 들면 난생 처음 본애가 처참하게 일그러진 목의 상처를 한 채

나를 원망스런 눈으로 보는 것이었어.

미칠 것 같았어.. 결국 회사에 나갔지.

회사 특히 우리 정비반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

그 사고로 정기 점검의 책임을 치고 정비반장이 구속되고,

덕택에 내가 진짜로 부반장의 자리로 올랐고,

천과장은 약속대로 천만원을 쥐어 주었어.

그리고 일주일쯤 있다가 천과장의 뜻한대로 H아파트의 교체 공사를

우리회사가 따내게 되고...

나는 그 받은 돈으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어.

매일 술로 보냈지..

그 돈을 술로 마셔야만 내 죄가 없어질 것 같았어.

그리고 그렇게 취해야지만 그 목이 다친 애를

꿈에서도 볼 수 없었을 것 같았구..

그리고 며칠후,

나는 이제 부반장의 직책으로 정비반에서 쉬고 있는데

정비를 나갔던 이씨하고 조수 지철이가 얼굴이 노래져서 들어왔어.

그리곤 충격적인 얘기를 던지더군..

엘리베이터 고장 신고를 받고 가 보았는데 아무런 이상도 없는데

그 엘리베이터는 7층에 꼭 멈추고 전원에도 이상이 없는데

실내등이 꺼져 있다는 거야.

나는 불길한 예감에 물어보았지..

맞아 그 엘리베이터였던 거야.

그 애가 죽은...

나는 소름이 끼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더 물어 보았지..

머뭇거리던 지철이가 이씨의 눈치를 살피며 그 얘기를 했어.

엘리베이터를 살피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름끼치는 애 신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무서워 혼났다는 거야. 특히 7층에서 심하다는 거야..

나는 그때부터 심한 공포를 느꼈지...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천과장에게 연락했지..

천과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치 역시 정상이 아니었어.

한동안은 공사를 따냈다고 위로부터 칭찬도 많이 듣고,

큰 공사의 떡고물을 챙기는 등 신나하던 그였는데,

어느새 말이 아니게 핼쑥해진 거야.

얘기를 들어보니 그 자식도 목이 다친 그 애가

자꾸 꿈에 나와 미치겠다는 거야.

그래서 그날 있었던 얘기를 해주니 미치려고 하는 거야..

그 자식도 술을 미친듯이 마셔대더군...

하지만 그 놈은 독한 놈이야..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곧 없어질 테니 말조심이나 하자는 거야...

며칠이 지나고 그 아파트에서 또 고장 신고가 들어왔어.

이번에 나이가 제일 많은 박씨하고 노련한 최씨가 따라갔어.

나는 초조하게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최씨가 새파래진 얼굴로 들어오더니,

물을 한컵 마시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귀신을 봤다는 거야.

나는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지만, 얘기를 들었지..

나이 많은 박씨는 기절해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거야.

둘이 옥상에 올라가 엘리베이터 모터를 점검하고,

전원을 체크하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는 거야..

뒤를 돌아보니 목을 찌그러진 애가 눈에서 파란 빛을 내며

자기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거기 사는 애인줄 알고 후레쉬를 비치며

저리 가라고 했더니, 그 애는 멍하니 자기들을 쳐다보더래..

그러더니 ...

이 아저씨들은 아니네.. 그 아저씨들은 언제 와요...하더라는 거야.

목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그제서야 박씨와 최씨는 이 애가 죽은 애라는 것을 깨닫고

소름이 쫙 끼쳤다는 거야.

그네들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애는 소리없이 사라졌다는 거야.

거기서 박씨는 기절하고....

나는 이제 그 애가 바라는 것이 나와 천과장이라는 것을 확신했어..

무서웠지.. 주민들이 했었던 굿판에도 몰래 가 봤지..

그 무당이 하는 말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어.

나만 빼고... 너무 무서웠어..

당장 때려치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졌어..

하지만 그 공사때문에... 그리고 공사가 시작되었어.

공사는 원래 우리 정비반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일손이 딸린다고

우리도 그 공사에 투입되었지..

다행히 그 엘리베이터 공사는 우리 소관이 아니었어.

하지만 그것은 속단이었어.

그 애는 공사장에도 나타났던 거야.

그래서 인부들은 슬금슬금 그곳을 피하기 시작했어.

생각해 봐..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신음소리와 울음소리란..

결국 우리 정비반이 그 엘리베이터 교체를 맞게 되었지.

정비반 사람들도 그 애의 혼령에 대해 알고 있으니 모두 꺼려했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래서 인원도 두배로 늘리고 작업 시간도 낮 시간에만 했어.

그러니 시간이 휠씬 많이 걸렸지..

나와 천과장은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어...

교체 공사가 끝났는데도 그 엘리베이터에는

자꾸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신고가 들어오는 거야..

교체하기 전 바로 그 현상들이었지...

아이 울음소리, 항상 7층에 서 있고, 실내등은 깜박거리거나 꺼져 있고

사람이 적게 타도 인원초과 비상등이 켜지질 않나....

어떤 주민들은 그 꼬마아이를 보았다고 설쳐대질 않나....

정비반에서도 누구나 그 엘리베이터를 손보러 가기는 꺼려 했어.

특히 꼬마 애를 보고 기절했던 박씨가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사표를 내자 그 공포감은 더해 갔어.

더군다나 박씨는 송별회 술자리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까지 했으니...

.... 이보게들, 자네들 그 엘리베이터에는 절대로 가지 말 게.

내 60평생에 그렇게 원망스럽고 소름끼치는 눈빛은 처음 봤네.

그 애는 생김새만 꼬마애고,

그 눈빛은 누군가의 목숨을 간절히 원하는 거여..

그 애는 뭔가 깊은 원한이 있는 것 같더구려.

그러니 조심들 하구려.....

그 엘리베이터 수리를 그렇게도 꺼려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본사에서도 회사 신뢰도 문제라며 빨리 수리하라고 재촉했지.

나는 그 엘리베이터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지.

그래서 내 개인돈 20만원을 상여금을 걸고

그 엘리베이터 수리를 종용했지.

젊은 기술자인 민구하구 지철이가 나섰지.

20만원이면 신나게 놀 수 있다며...

개네들은 까짓거 귀신따윈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큰 소리를 쳤지..

더군다나 꼬마애 귀신이라면...

나도 그들의 큰 소리를 믿고 싶었어.

하지만.... 그 놈들은 더 심하게 당하고 돌와왔더구만..

그것도 내 얘기까지 듣고...

민구가 미친 사람처럼 정비반에 뛰어들어와

다짜고짜 나에게 소리쳤지.

그때의 오싹함이란...

.... 한선배, 그 애가 한선배를 찾는 것 같아요.

전원을 점검하고 있는데 뒤에서 애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눈밑에 흉터 있는 아저씨와 전화기 든 아저씨는 왜 안 오느냐고.

너무 무서웠어요.

그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요.

그 얘기를 듣자 마자 머리는 멍해지고,

흉터 있는 한선배가 생각났어요.

그 애는 한선배를 찾고 있는 거예요....

주위에서 나를 이상하게 보더군.

나는 떨고 있는 민구에게 헛것을 보고 정신이 나갔으니

쉬라고 들여 보냈지.

나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천과장에게 그 얘기를 했지.

그 얘기를 들은 천과장은 광기 어린 눈을 빛내며 소리쳤지.

.... 개 새끼, 이제 꿈에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우리를 찾고 있어.

그 쪼그만 애새끼가 나를 이렇게 괴롭힌단 말야!

나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 소원이라면 만나 주지.

이번에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도끼로 머리를 빠개 버릴 테다.

강아지.... 그러더니 그 술기운에,

떨고 있는 나를 다그치면서 그 아파트로 향했어.

그는 차에서 도끼 대신 망치를 꺼내고 나에게는 연장통을 쥐어줬어.

우리는 술기운에 공포심을 잠재우고

그 엘리베이터로 가기로 마음먹은 거야.

천과장은 잔뜩 술취한 목소리로 나에게 당부했어.

.... 그 새끼가 빌붙일 곳이 없어지게

아예 엘리베이터를 추락시키는 거야.

그럼 모든 일이 끝나겠지.

나는 그 새끼가 나타나면 망치로 머리를 부셔 놓겠어.

신발! 내가 얼마나 독종인가를 보여 주겠어...

나도 술기운이 돌기 시작했는지,

낮에 가졌던 공포심이 싹 사라지고 호기있게 그 아파트로 들어갔지.

그때는 몰랐지.

그것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던 것을....

그때가 아마 밤11시쯤이었을꺼야.

현관에서 경비가 우릴 잡더군.

엘리베이터 고치러 왔다니까 그냥 통과였지..

하도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까, 아무런 의심없이 보내주더군...

엘리베이터는 역시 7층에 서있었어.

엘리베이터는 보턴을 누르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1층으로 내려오더군.

누가 7층에서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층을 가리키는 불빛이 하나씩 내려올 때마다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어.

그렇게 많이 마신 술기운도 점점 깨기 시작했어.

그러나 천과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망치를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는 거야.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1층에 내려왔어.

순간적으로 죽음과 같은 침묵이 흘렀지..

그리곤 덜커덩하고 문이 열렸어.

엘리베이터 안은 전등이 나갔는지 칠흑같이 어두웠어.

누군가 내리길 기대했는데, 아무런 인기척도 나질 않았어.

후레쉬를 비쳐보니 빈 엘리베이터였던 거야.

하지만 그 속에서 웬지 모를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더구만.

하지만 천과장 그치는 아직도 술이 안 깼는지,

아니면 정말 겁이 안 났는지 엘리베이터에 먼저 탔어.

어쩔 수없이 뒤를 따랐지...

우리가 타자마자 보턴도 누르기 전에 엘리베이터 문은 스르르 닫혔어.

엘리베이터 안은 후레시 불빛밖에 안 남았어.

나는 미칠 것만 같아서 재빨리 제일 위층인 14층 보턴을 눌렀지.

옥상에 올라가야 엘리베이터를 추락시킬 수 있으니까..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올라갔어.

1층, 2층, 3층... 엘리베이터 안은 우리의 숨소리밖에 안 들렸지.

나는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어.

저절로 도구상자를 쥔 손에 힘이 가더라..

우리는 엘리베이터 위에 있는 층수 표시판만 바라보고 있었어.

그 불빛이 4층을 가리키는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그 목소리가 들렸어.

하나님 맙소사... 흑흑..

.... 아저씨들 엘리베이터 고치러 오셨군요.

제 목도 고쳐주세요....

순간적으로 움직일 수도 없었어.

아 그 목소리.. 목에서 거렁거렁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아이의 슬프고도 차가운 목소리....

우리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어.

세상에...

그 목이 껴서 죽은 애가 말 그대로 쾡한 눈과

목의 끔찍한 상처를 한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그 눈빛에는 원망으로 가득차서..

.... 오늘은 정말 엘리베이터 고치시는 거죠...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야.

그 목소리하며 그 표정이 얼마나 섬뜩했었는지를...

나는 무서워서 기절 직전이었어..

그런데 천과장은 너무나 공포에 질려 실성했는지

동물 소리같은 괴성을 지르더니

들고 있는 망치로 그 애의 머리를 내려치는거야.

분명히 '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애의 머리가 부서졌어.

상처 사이로 피도 흘러나왔지.

하지만 그 애는 그대로 서있으면서 계속 말을 했지.

.... 아저씨, 그러면 더 아파요. 그러지 마세요....

그때의 표정이란...

피가 흐르는 얼굴 사이의 그 애의 눈빛은

이제 무서울 정도로 차가와 보였지.

그러곤 이제 완전히 미쳐서 괴성을 지르고 있는 천과장에게

.... 아저씨, 그만 하세요...

하면서 천천히 다가서는 거야.

천과장은 미친듯이 망치를 휘둘러댔지만 어느 순간 망치도 놓치고

' 어억 ' 하는 소리만 내면서 뒤를 돌아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 문을 열려고 하는 거야.

나는 찍소리 못하고 엘리베이터 옆에 바싹 붙어 있었지.

그 애가 천천히 다가가는 순간 ' 땡 '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

누르지도 않았는데... 바로 7층이었어.

문이 열리자 천과장은 미친 듯이 나갔지.

그런데 뭐에 걸렸는지 넘어졌어.

나도 따라 나가려는데, 그치가 넘어진 거야.

천과장이 넘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닫혔어.

천과장이 넘어진 채로 문에 낀 셈이지.

세상에!

그러더니 엘리베이터가 천과장을 문에 낀 채로 다시 올라가는 거야.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치는 천과장의 다리를

그 애가 꼭 잡고 있고...

그 애는 피투성이의 얼굴로 새파랗게 질려 있는 나를 보고

.... 아저씨, 이 장난 재미있죠?... 물어보는 거야.

' 아..악 ' 하는 처첨한 비명 소리와 함께

천과장은 엘리베이터에 허리가 꼈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힘에 못 이겨 ' 우드득 '

하는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렇게 발버둥치던 다리도 쭉 뻗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다시 내려와 7층에 멈추었어..

그 아이는 나를 보고 씨익 웃더군.

나는 순간적으로 열림보턴을 누르고 천과장의

축 늘어진 시체를 걷어차면서 밖으로 나왔지.

숨 돌릴 새도 없이 계단으로 내려가는 순간,

어느새 그애가 피를 흘리며 내 앞에 딱 서 있는 거야.

그러더니 .... 아저씨도 엘리베이터 타고 가야죠.... 하는 거야.

나는 정신없이 들고 있던 도구 상자를 그 애에게 집어던지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돌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지.

그러곤 닫힘 보턴을 눌렀어.

그리고 등을 벽에 기대고 한숨을 돌리는데

잘못 눌렀는지 문이 안 닫히는 거야.

문 앞에는 널브러져 있는 천과장의 시체도 보이고 너무 무서웠어.

나는 그 애가 나타나기 전에 얼른 다시 닫힘 보턴을 눌렀지.

그제서야 문이 닫혔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그런데... 갑자기

거의 닫히던 문 사이로 피투성이의 그 애 얼굴이 팍 들어오는 거야.

심장이 멈출 정도로 놀랐지.

.... 아저씨 같이 타고 가요...

나는 괴성을 지르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로

그 애 얼굴을 밖으로 밀어냈어.

그러니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내려가더라.

나는 헉헉대며 빨리 1층에 도달하기를 기다렸어.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어.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는 깜깜했어.

그런데 누군가가 내 바지를 잡아당기면서 말을 하는 거야.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지.

바로 그 애였어.

.... 아저씨 7층 눌러 줘요...

그때 나는 아무것도 머리 속에 생각나는 것이 없었어.

빨리 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한다는 생각밖에는...

의사양반, 진짜로 무서워지면 한가지 생각밖에 안 나는 것이 사실인가?

여하튼 나는 그랬어.

그리고 문이 열리길래 내렸어.

4층이더구만.

밝은 복도의 불빛이 나에게 안도감을 주더구만.

나는 엘리베이터 문에 기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금 내가 겪은 일이 꿈일 거라는 생각을 했지.

하지만... 그 애는 또 내앞에 나타났어.

이번에 장난기가 득한 차가운 미소를 띠고..

.... 아저씨, 저랑 놀아요...

나는 비명을 치려 했지만 목이 꽉 막혀 아무 소리도 못 질렀어.

그 애는 나를 확 밀쳤어.

그 순간 등뒤에서 '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뒤로 쓰러졌지.

쓰러지는 순간 나는 알아챘어.

문은 열렸지만 엘리베이터는 여기 없고 저 밑 1층에 있었지.

나는 4층에서 떨어지면서 열린 문사이로

그 아이의 섬뜩한 미소를 보았지.

평생 잊지 못할....

그리곤 허리가 박살나는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었지..

깨어나 보니까 이 신세고..

그 애를 본 얘기를 하니까 정신병원에 쳐 넣더군.

아마 우리 회사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질까봐

나를 완전 정신병자 변태로 취급하더구만..

나의 이런 사고와 천과장의 죽음도 사고사로 처리하고..

나쁜 새끼들... 하지만 불만 없어.

나도 이대로가 낳은걸...

엘리베이터 안 타도 되니까...

아 그리고, 나중에 안 일인데,

나와 천과장이 그렇게 소리를 질렀는데 주민들은

들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더군....

자, 어때.

들을만한 얘기 아니었수?

나를 보는 눈빛을 보면 다 알겠수다.

마음대로 생각하슈.. 나는 여기 계속 있으면 더 좋으니까...

엘리베이터 안 타도 되니까... 내 얘기는 여기서 끝났수다.

그럼 잘 해보슈...

그 사람은 나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고 휠체어를 끌고 사라졌어.

나는 보고서도 못 쓰고, 담당의사 선생님인 교수님께 찾아갔지.

하지만 냉담하셨어.

그 얘긴 나도 들었네.

혹시 그 환자 자네에게 처음 한다는 얘기라고 하지 않았나?

자네, 환자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군.

그런 자세로는 치료하다가 정신병 걸리기 딱 알맞겠군.

그 환자는 전형적인 할루시에이션 환자일 뿐이야.

자기의 비정상적인 증세에 대한

자기 특유의 얘기를 만들어낸 것일 뿐이야.

다시 말해 정신병자의 헛소리였어.

자네가 그 상담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은 증상의 특징과 진짜 원인이었어.

그런 귀신 얘기 믿으려면 의학이 아닌 심령학이나 공부해!

엄청 혼났다.

덕분에 정신과 상담 보고서도 망치고...

하지만 그 환자의 얘기가 전부 거짓말 같지는 않았어.

니네 아파트 일인 것 같아 너에게 물어본 것이고...

사실 그 환자의 그 얘기가 요즘도 뇌리를 안 떠난다. 이상하지? "

재원이의 얘기를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어쩌면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지도...

" 그래서 그 환자는 어떻게 되었니? 요즘도 가면 면회가 되는 거니? "

" 아니.. 끔찍한 일이 생겼지.

정신과 레지던트 하던 선배가 술에 취해서 그 귀신 얘기하는 환자를

고쳐 놓겠다고 휠체어에 태운 채로 엘리베이터에 혼자 태웠대.

고작해서 20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것을 못 견디고 혀를 깨물어 자살했어.

덕분에 그 선배는 병원에서 짤리고.... 그렇게 무서웠나 보지... "

" 그랬구나, 자식!

괜히 무서운 얘기 들려줘서 집에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

못 탈 것 같잖아... "

" 뭘 임마.., 여하튼 나는 그 얘기 듣고 앞으로 정신과 전공할 생각이다.

심령학과 같이. 남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

치부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싶거든. "

재원이가 그런 일 때문에

자기 전공과목을 정했다는 얘기는 놀라운 얘기였다.

어쩌면 미친 사람의 헛소리에 불과할 지도 모르는 헛소리에

중요한 자기 일생의 진로를 결정하다니...

그래서 인생이란 역시 재미있는 것인가...

재원이와 헤어지고 이것저것 생각하며 집으로 왔다.

밤 늦은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아까 들은 얘기가 생각나 겁이 났다.

문이 열리자 입에서 욕이 나왔다.

제기랄! 무슨 일인지 우리 엘리베이터도 전등이 나가 있는 것이다.

선뜻 엘리베이터에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날 밤, 나는 6층인 우리집까지 걸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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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이렇게 길어서...ㅜㅜ

즐감하세여 솔직히 너무 길어서 보시는분 별루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