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잃어버려서 범인에게 말을 하니

지갑맨2008.02.28
조회221

약간 긴글입니다. 스크롤바 압박이 있으시다면 주저마시고 백스페이스요.

 

전 올해 28살 남자구요. 몇달 전, 서울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고속버스를 탔죠.(우등으로요)

전 원래 맨 뒷자리를 애용하는데,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커플이 타고 있더군요. (남자가 왼쪽 창가)

딱 보니.. 좀 껄렁껄렁한 이미지였습니다.

 

자리 배치를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버스앞....

 

1 2   3

4 5   6

7 8   9  <--맨 뒷자리

..버스뒤..

 

7자리에 남자

8자리에 여자

나머지 1234569 자리엔 사람이 없었구요.

 

전 제 자리인 4번자리에 앉아서 잠을 잘려고했습니다.

앉아있을때 지갑이 불편하니 뒷주머니에 지갑을 빼서 왼쪽에 놔뒀습니다. 근데 그 뒤에 커플들이 시끄럽게 계속 떠들더군요. 그 때가 출발한지 5분쯤됐을때였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제 바로 앞자리가 비었길래 가방을 가지고 이동을 했습니다.(위그림 1번자리) 그렇게 15분쯤 갔을때,

아차, 지갑을 뒤에 놔둔게 생각이 나더라구요. 부리나케 뒷자리를 가보니 지갑이 없는겁니다.

완전 저의 부주의죠. 지갑을 잃어도 쌉니다.. ㅠㅠ

 

일단 침착하게.. 바닥에 떨어졌나.. 옆으로 굴러갔나.. 차근차근 뒤져봤는데.. 없는겁니다.

그래서 혹시 내가 가방에 넣어놨나.. 가방을 뒤졌죠.. 역시 없습니다.

그럼 누가 가져간 것이 되는데.. 그 근처엔 그 커플빼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범인이 확실하다고 생각했고, 물론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최대한 정중하게 남자에게 말을 했습니다.

"저기요, 실례지만 제가 여기다가 지갑을 놔뒀는데 지갑이 뒤로 떨어졌나 잠깐 볼 수 있을까요?"

 

그남자왈 "(태연하게) 그러세요~" 하고 발을 비켜주고 자기 발에 놓아있던 가방도 들어주더군요..

없더군요.. 근데 각도때문에 안보여서 의자밑을 통해서 보니깐 지갑이 있더라구요. (그남자발 근처)

이건 뭐 무인도에서 김사랑을 발견하는 느낌?

순간 기뻤죠. 무안하기도 했고, 바로 지갑을 뺀후, 그남자에게 "여기 찾았네요." 라고 말하고 그림의 1번자리로 왔습니다.

 

그러곤 지갑을 확인하는데.. 신용카드와 민증, 은행카드등등은 다 그대로 있는데 돈이 없더군요.

제가 출발하기전에 은행에서 13만원을 꺼내서 지갑에 넣은기억이 확실히 납니다. 거의 14만원이상이 없어졌네요.

지갑이 한번에 무게가 두께가 줄어든게 느낌이 나구요.. 돈이 아예 없었습니다.

 

갑자기 욱하더군요.

그래도 자칫잘못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생각하여, 뒤도 안돌아보고 혼자 작전을 세웠습니다.

'아 ㅅㅂ. 저 색기가 가져간게 100% 확실한데 가서 주라하면 증거있냐고 나불댈 것이고.. 이것을 어쩐다.. 그냥 불우이웃 적선했다고 생각할까? 아 돌아버리겠네. 버스다른사람들에게 민폐일수도있고.' 

 

그렇게 한시간정도 지나고,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 전부 내리더군요. 저는 화장실을 가서  바로 파출소에 전화를 해봐서, 상황설명을 하고 제가 할수 있는 최선의 법을 물었는데.. 그 남자에게 말을한뒤 돈을 안주면 서울에 도착할 때쯤에 파출소에 연락해서 순찰차 대기시키라더군요.

 


버스를 타니 여자는 없고 그 남자만 뒤에 있더군요. 그 남자 옆에 가서 말했습니다.

"주세요. 좋은게 좋은거라고 나도 귀찮으니 없던일로 해줄테니깐 줘요."(일부로 돈얘기는 안꺼냈습니다).

그남자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뭘요?"

아우.. 화가 치솟더군요.. 진짜 죽여버리고 싶을정도의 분노게이지가 만빵되더군요. 바로 그놈의 대가리를 쪼개버리고 싶었지만, 괜히 열내다가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 몰랐기에, 그리고 저로서는 앞으로 1시간넘게 같이 차타고 갈사람인데 그냥 좋게 끝내고 싶었습니다.

 

"어이쿠(웃으며), 뭔말인지 모르겠다고요? 지금 내가 뭔말 하는지 모른다고요? 아놔, 이 신발롬이 지금 내가 웃으니깐 좋아서 웃는지 아나요? 경찰한테도 연락했고, 파출소가면 절대 합의는 없다. 알겠냐? 잘 선택하시요. 인생조질라면 배째던가"

그제서야 그남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더군요. 바로 꼬리내리면서 두서없는 알수없는말,

"@#$%^&*"

"아 죶같은 말 됐고, 돈만 그대로 주면 내가 없던일로 해줄테니깐 지금 당장 돈줘."

"(조낸 쫄아있음) 얼마였죠? 아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여기 여자한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어라? 이게 무슨말이죠? 결론적으로 그놈 잠깐 버스에서 나갔다 들어오더니 돈 주네요.

아마도 휴게소에 가서 훔친돈을 은행에다가 넣은듯 하네요. 돈찾으러 간듯..

돈주면서도 제발 여기 여자한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저야 남일 끼어드는건 싫어해서 알았다하고,, 일단 돈 찾았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은 했는데..

왜 여자한테 말하지 말란건지?

 


그래서 제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2가지중의 하나로 결론이 나더군요.

 

첫째, 그놈의 손버릇이 너무 좋아서 옆에 있는 여친도 그가 지갑을 빼내 돈을 훔치는 광경을 못보았다.

 

둘째, 여친도 돈훔치는것을 봤으며, 그렇게 알고 있는데 다시 돈을 돌려줬다는것은 사나이 가오가 있지 쪽팔려서 알릴 수 없다.

 

제 생각엔 둘째 같은데 기타의견이나 부가설명 해주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