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눈병인지 뭔지로 며칠을 안절부절하며 잔뜩 찡그리기만 하던 마누라가 눈병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자 활력을 되찾았는지 웃는 낯으로 나가서 저녁이나 먹자하며 말을 부쳐왔다. 그동안 입맛이 영 아니었기에 무언가 개운한 걸 먹고싶다며 뜨끈뜨끈한 우동을 잘 하는 집을 물어왔는데, 나야 뭐..허구헌날 술이나 마시러 대폿집이나 다닐 줄 알았지 어디 우동 집을 눈에 익혀두기나 했을까마는 그래도 어차피 저녁은 먹어두어야 할 터인지라 아이들을 데리고 앞장을 서기로 했다.
아니다아니다, 사실은 뒤를 따라 나선 거였지.....
큰길을 시야에 넣고 휘익 훑어보니 멀리 있지도 않은 거리에 다행히 '장터국수'라는 간판이 들어왔다. 별로 저녁 생각이 없어서 남들이 보기엔 그다지 다정하지도 못한 아부지가 의무감에 가족을 이끌고 억지 저녁식사를 하는 듯 보였을런가도 싶다. 사실 그랬었고.
환한 실내조명 아래 자리를 잡고 새롭게 아들놈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니 그놈 참 즈이 아부지 닮아서 무진장 잘 생겼다는 생각말고는 뭐...달리 떠오르는 게 없었다..그렇게 무료하게 '뜨끈뜨끈한 우동'을 기다리는 동안. 마누라가 갑자기 눈을 치켜 쳐다보며 말을 건네 왔다. 무시무시한 아폴로 눈병의 흔적이 역력한 눈동자를 둥그렇게 뜨고 말이지..
"당신 말야.."
"머?"
마누라는 목소리가 제법 컸다싶었던지 주변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며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말하는 중간에 흥분이 섞여서 표정이 약간 일그러질 때도 있었고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다시 은근히 커진 적도 있었다.
마누라가 그 '뜨끈뜨끈한 우동'을 기다리면서 내게 전해주던 그 뜨끈뜨끈한 이야기는 대충 정리를 하면 이런 것이었다.
가깝게 지내는 한 동네 사는 또래 아줌마, 즉 누구네 남편이 바람을 폈다하는데 그 바람꾼의 마누라는 우리 마누라를 불러서 하소연을 했단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대충은 낯이 익은 어떤 아줌마와 눈이 맞아서 남편이 놀아나자, 바람군의 마누라가 그 낌새를 파악하곤 폭주족 오토바이를 통해 뒷조사를 하고 댕기던 어느날.....남편 입장에서 볼 때는 참으로 재수가 없던 어느 날이었을 거고, 그 마누라 입장에서 보면 억세게 운이 좋은 어느 날이었을 텐데, 좌우간에 그 어느 날 현장을 급습하던 중 그만 코앞에서 불륜의 행적을 놓쳤다했다. 이렇게 그 아줌마는 남편의 러부시토리의 자초지종을 우리 마누라에게 털어놓았다는데..
아! 제기랄꺼..이럴 땐 어찌해야하나!? 티비에서 불륜드라마를 할 때도 가급적이면 마누라의 심기를 흐뜨러뜨리지 않을라구 공연히 주인공을 향해 '저 잉간, 잉간두 아니다'하면서 여편네의 비위를 마추어주다가도 뭔지 모르게 켕기면 은근슬쩍 일어나서 자리를 뜨곤 했더랬는데, 지금 이 상황에선 도대체 어디루 자리를 피해야 하나!!..
이웃집 이야기가 자못 심각하게 절정을 치닫는 중에 정말이지 내게는 천만다행으로 이야기를 중단시킬 그 '뜨끈뜨끈한 우동'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오 ! 하느님...
마누라는 국수를 받아들고는 등줄기가 오싹한 납량특집 이야기를 그쯤에서 멈췄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돈까스며 국수가락이며를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맛을 보더니 그 뜨끈뜨끈한 우동의 국물 맛을 음미하면서 크아~ 했다..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으로 되게 무서왔다...아구 살 떨려..
마누라가 또 언제 느닷없이 2탄을 터뜨릴지 몰라서 우동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난 그저 옆에 비치는 거울을 통해 간간이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섣부른 잡아떼기는 그야말로 불 난 집에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라 제발 마누라가 중단했던 그 쓸데없는 타인들의 러부시토리를 뜨끈뜨끈한 우동을 먹으면서 잊어먹어 주기만을 바랬다. 제발..
마누라는 무시무시한 불곰처럼 우동그릇을 묵직한 팔뚝으로 포위한 채로 앉아서 그 뜨거운 우동국물을 훌훌 불어 먹다가 웬만큼은 뜨겁다 느꼈는지 콧김을 훅 내쉬더니 아까 못 다한 러부시토리에 대해 길게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박에 끝장낼 완결편을 내놓고 말았다. 눈앞의 그 뜨끈뜨끈한 우동 그릇이 내 눈엔 마치 펄펄 끓는 기름 가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거, 바루 이걸까?!!!!
마누라는 우동그릇에 눈을 떼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죄인처럼 다소곳한 나를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아줌마가 그러는데...."
"응..뭐래???"
나두 모르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 절로 튀어나가고 말았다.
"소리 안 나는 총이 있으면 지 남편 칵 쏴 죽이구 싶대....."
으아악! 마지막 한마디에 북풍한설이 등줄기를 휩싸는 듯 했지만 비명소리를 억지로 참아내던 나를 세심히 지켜보며 반응을 기다리는 마누라를 향해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무관심하며 가만있자니 의심을 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을 거 같았고, 그렇다고 흥분에 날뛰며 오바를 했다가는 영락없이 같은 패거리로 인식될 거 같은지라 그저 멀리서 딴소리를 하는 듯 한마디 날렸다. 잠시지만 냉정을 찾아야한다고 이를 깨물었다..
"비아그라를 사려면 배우자의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거처럼, 소리 안 나는 총을 구입 할 때두 반드시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닥꼬 봐...."
마누라는 입맛에 맞는 뜨끈뜨끈한 우동국물을 먹었지만 난 펄펄 끓는 기름가마를 한 솥 털어 넣은 저녁식사였다. 아 뜨거...
우동 한 그릇
아폴로 눈병인지 뭔지로 며칠을 안절부절하며 잔뜩 찡그리기만 하던 마누라가 눈병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자 활력을 되찾았는지 웃는 낯으로 나가서 저녁이나 먹자하며 말을 부쳐왔다. 그동안 입맛이 영 아니었기에 무언가 개운한 걸 먹고싶다며 뜨끈뜨끈한 우동을 잘 하는 집을 물어왔는데, 나야 뭐..허구헌날 술이나 마시러 대폿집이나 다닐 줄 알았지 어디 우동 집을 눈에 익혀두기나 했을까마는 그래도 어차피 저녁은 먹어두어야 할 터인지라 아이들을 데리고 앞장을 서기로 했다.
아니다아니다, 사실은 뒤를 따라 나선 거였지.....
큰길을 시야에 넣고 휘익 훑어보니 멀리 있지도 않은 거리에 다행히 '장터국수'라는 간판이 들어왔다. 별로 저녁 생각이 없어서 남들이 보기엔 그다지 다정하지도 못한 아부지가 의무감에 가족을 이끌고 억지 저녁식사를 하는 듯 보였을런가도 싶다. 사실 그랬었고.
환한 실내조명 아래 자리를 잡고 새롭게 아들놈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니 그놈 참 즈이 아부지 닮아서 무진장 잘 생겼다는 생각말고는 뭐...달리 떠오르는 게 없었다..그렇게 무료하게 '뜨끈뜨끈한 우동'을 기다리는 동안. 마누라가 갑자기 눈을 치켜 쳐다보며 말을 건네 왔다. 무시무시한 아폴로 눈병의 흔적이 역력한 눈동자를 둥그렇게 뜨고 말이지..
"당신 말야.."
"머?"
마누라는 목소리가 제법 컸다싶었던지 주변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며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말하는 중간에 흥분이 섞여서 표정이 약간 일그러질 때도 있었고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다시 은근히 커진 적도 있었다.
마누라가 그 '뜨끈뜨끈한 우동'을 기다리면서 내게 전해주던 그 뜨끈뜨끈한 이야기는 대충 정리를 하면 이런 것이었다.
가깝게 지내는 한 동네 사는 또래 아줌마, 즉 누구네 남편이 바람을 폈다하는데 그 바람꾼의 마누라는 우리 마누라를 불러서 하소연을 했단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대충은 낯이 익은 어떤 아줌마와 눈이 맞아서 남편이 놀아나자, 바람군의 마누라가 그 낌새를 파악하곤 폭주족 오토바이를 통해 뒷조사를 하고 댕기던 어느날.....남편 입장에서 볼 때는 참으로 재수가 없던 어느 날이었을 거고, 그 마누라 입장에서 보면 억세게 운이 좋은 어느 날이었을 텐데, 좌우간에 그 어느 날 현장을 급습하던 중 그만 코앞에서 불륜의 행적을 놓쳤다했다. 이렇게 그 아줌마는 남편의 러부시토리의 자초지종을 우리 마누라에게 털어놓았다는데..
아! 제기랄꺼..이럴 땐 어찌해야하나!? 티비에서 불륜드라마를 할 때도 가급적이면 마누라의 심기를 흐뜨러뜨리지 않을라구 공연히 주인공을 향해 '저 잉간, 잉간두 아니다'하면서 여편네의 비위를 마추어주다가도 뭔지 모르게 켕기면 은근슬쩍 일어나서 자리를 뜨곤 했더랬는데, 지금 이 상황에선 도대체 어디루 자리를 피해야 하나!!..
이웃집 이야기가 자못 심각하게 절정을 치닫는 중에 정말이지 내게는 천만다행으로 이야기를 중단시킬 그 '뜨끈뜨끈한 우동'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오 ! 하느님...
마누라는 국수를 받아들고는 등줄기가 오싹한 납량특집 이야기를 그쯤에서 멈췄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돈까스며 국수가락이며를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맛을 보더니 그 뜨끈뜨끈한 우동의 국물 맛을 음미하면서 크아~ 했다..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으로 되게 무서왔다...아구 살 떨려..
마누라가 또 언제 느닷없이 2탄을 터뜨릴지 몰라서 우동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난 그저 옆에 비치는 거울을 통해 간간이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섣부른 잡아떼기는 그야말로 불 난 집에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라 제발 마누라가 중단했던 그 쓸데없는 타인들의 러부시토리를 뜨끈뜨끈한 우동을 먹으면서 잊어먹어 주기만을 바랬다. 제발..
마누라는 무시무시한 불곰처럼 우동그릇을 묵직한 팔뚝으로 포위한 채로 앉아서 그 뜨거운 우동국물을 훌훌 불어 먹다가 웬만큼은 뜨겁다 느꼈는지 콧김을 훅 내쉬더니 아까 못 다한 러부시토리에 대해 길게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박에 끝장낼 완결편을 내놓고 말았다. 눈앞의 그 뜨끈뜨끈한 우동 그릇이 내 눈엔 마치 펄펄 끓는 기름 가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거, 바루 이걸까?!!!!
마누라는 우동그릇에 눈을 떼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죄인처럼 다소곳한 나를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아줌마가 그러는데...."
"응..뭐래???"
나두 모르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 절로 튀어나가고 말았다.
"소리 안 나는 총이 있으면 지 남편 칵 쏴 죽이구 싶대....."
으아악! 마지막 한마디에 북풍한설이 등줄기를 휩싸는 듯 했지만 비명소리를 억지로 참아내던 나를 세심히 지켜보며 반응을 기다리는 마누라를 향해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무관심하며 가만있자니 의심을 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을 거 같았고, 그렇다고 흥분에 날뛰며 오바를 했다가는 영락없이 같은 패거리로 인식될 거 같은지라 그저 멀리서 딴소리를 하는 듯 한마디 날렸다. 잠시지만 냉정을 찾아야한다고 이를 깨물었다..
"비아그라를 사려면 배우자의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거처럼, 소리 안 나는 총을 구입 할 때두 반드시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닥꼬 봐...."
마누라는 입맛에 맞는 뜨끈뜨끈한 우동국물을 먹었지만 난 펄펄 끓는 기름가마를 한 솥 털어 넣은 저녁식사였다. 아 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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