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자욱한 마루 가운데 놓여있는 흔들의자. 할아버지는 흔들의자를 내 쪽으로 돌리더니 흔들의자에 몸을 뒤로 젖히고 이내 담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우우우우우웅............'
현관문 밖으로 강렬하지만 저음의 바람소리가 들렸다. 등골이 오싹해져옴을 느꼈다.
"신발벗지말고 그냥 들어오게..."
"아, 네. 어르신."
오른손바닥을 벽에 대고 신발을 벗으려다 이내 신발을 고쳐신고 할아버지 곁으로 성큼 걸어갔다. 내부가 좁다보니 대여섯걸음 정도 걸었을까......
거실 양쪽 벽엔 거실 윗천장까지 닿을 정도의 서재가 마주보며 놓여있었고 책들은 빽빽히 빈틈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그 책들이 상당히 오래된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런 표지에 여러군데 닳아떨어진 책들......
"어쩌자고 이런 날씨에 이곳까지 오게되었는가?"
"네. 제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음...... 여긴 자네같이 젊은 사람들이 거의 오지않는 곳인데말야."
"저도 여기 올까말까 생각했었는데 전단지가 얼마 남지 않아 마져 돌리고 가는게 좋을듯싶어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 책임감있는 젊은이로구먼...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그냥 남은건 어디엔가 버리고 갔을텐데말야."
"......"
"후우우우............"
어둠이 깔린 집안에서 내뿜는 하얀 담배연기가 산기슭 아래에서 비춰오는 불빛에 반사되어 회색구름을 만들어내었다. 세차게 퍼붓던 비는 언제 잠잠해졌는지 모르지만 이슬비처럼 가볍게 내리고 있었다.
"내가 나가지 않았었다면 자네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 고맙습니다. 어르신. 어르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오는 날엔 항상 저런식이지...... 특히 이곳 내막을 잘 모르는 외부사람들은 올때마다 매번 당해.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아니면 떨어져 죽거나......"
"네?"
"자네도 여길 나가게 되면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아니면 죽거나...... 아니, 어쩌면 무사히 살아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
할아버지의 날숨에서 섞여나오는 담배연기가 금새 집안 내부를 덮었다.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아니면 죽거나 아니면 살아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까 그 정신나간 할망구 봤지?"
"네......"
"다른 때는 나타나지 않다가도 꼭 이런 날씨에 외부사람이 오면 저렇게 발작해가지고...... 그동안 사람 여럿 다치게 했지... 몸 성히 돌아간 사람이 없었어. 외부사람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기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그랬지... 그래서 다들 어디론가 떠나버렸어. 힘없고 기운없는 우리같은 늙은이들만 지금 몇 집에서 살고 있을 뿐......"
"네? 그럼 지금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몇 집 정도 됩니까?"
"글쎄... 내가 지금 있는 이 6층엔 나밖에 없고 2층에 박씨, 3층에 이씨와 전씨 할머니, 4층에 노씨... 나 빼고 지금 네 노인네가 사는구만..."
"......."
"한 층에 여섯집, 총 서른여섯집 중에서 지금 나 빼고 네집에서 늙은이들만 남아있구만. 다들 죽을 날짜만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있어."
"여기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은 없나요?"
"상황을 보게. 누가 이런 아파트에 이사오고 싶겠나... 가끔 젊은 부부가 이사를 오긴 하는데 일주일도 못넘기고 다른데로 이사가곤 해... 아파트에 전기가 들어오긴 하지만 노인네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전깃세 아낄려고 밤에는 불을 일체 켜지 않는다네. 그래서 밤에도 칠흙같이 어두운거지..."
"아... 네..."
할아버지는 연속으로 줄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그럼 어르신 외에 다른 어르신들도 아까 그 할머니를 알고 계신가요?"
"당연하지. 그래서 이런 날씨에는 절대 문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어. 다들 문 걸어잠그고 집안에서만 있지. 집안에만 있으면 무사하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거든..."
"그럼 저 할머니는 언제까지 저러고 계시는건가요?"
"흠......"
할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이시더니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흔들의자를 움직여 앞뒤로 살살 의자를 움직이서더니 오른손에 힘을주어 주먹을 쥐었다.
"자네가 미치거나, 죽거나 하기전까진 계속 저러고 있을걸세."
"네?"
눈앞이 깜깜했다.
"혹시 이렇게 밤새고 내일 날이 밝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 할망구가 이상한 주문을 걸어놔서 내일 날이 밝아온다고 하여도 이곳은 계속 어두컴컴하고 바람이 불고 비가 계속 내릴걸세. 옆동네는 비록 맑은 날씨라고 하여도 이곳만큼은 그렇지 않을거야."
"이곳에 왔다가 정상으로 나간 사람들도 있나요?"
"정상으로 나간 사람이 있다면 저 할망구 존재도 없었을걸세. 없으니까 계속 저 할망구가 설치는거고......"
"............"
"여기 살던 사람들도 저 할망구를 없앨려고 많이 노력했었네. 하지만 저 할망구를 없앨려던 사람들 대부분 정신이상자가 되어 떠나거나 아니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어나갔지...... 저 할망구의 이상한 주술에 걸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더구만...... 그래서 그 가족들과 다른 집에 살던 사람들 모두 이사를 갔고..."
"............"
"아까 유치원에 다닐듯한 꼬마 여자애가 복도에서 자기 동생을 찾던데요..."
"그 꼬마...... 한 삼십년전에 이 아파트 뒷산에 살던 들개에게 물려죽었어. 동생이랑 같이 밖에서 놀다가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오던중에 들개떼가 몰려와서 어린 동생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혼자 집에 뛰어들어갔나봐. 그 애 동생은 들개들에게 죽임을 당해 들개들의 먹이가 됐고, 그 꼬마는 그때 충격으로 한동안 동생찾으러 아파트 전 층을 돌아다니다가 어느날 뒷산 언덕에서 죽은채로 발견됐지... 아마 똑같이 들개떼 습격을 받았나봐. 그 부모는 그때의 충격으로 어디론가 이사를 갔고......"
"헉, 그럼 제가 아까 본 꼬마 여자애는 귀신이란 말인가요?"
"......"
머리끝까지 소름이 쫙 돋았다.
"그럼 저 할머니는 누구인가요?"
"............ 그건 차차 알게 될걸세."
"......"
할아버지는 또 다시 담배를 피우시기 위해 담뱃갑을 들었으나 이내 내려놓았다. 옆에서 얼핏 보기에 담배가 다 떨어진 것 같아 얼른 내 주머니 속에 있던 담배를 할아버지께 드렸다.
"고맙네."
할아버지는 또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할아버지의 긴 한숨소리......
한 십분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할아버지께서 다시 말씀하기 시작했다.
"자네, 옆방에 가면 책상이 있는데 그 위에 각 색갈별로 종이봉투가 있을거야. 그걸 모두 가지고 오게."
"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고 방문을 열었다.
"끼이익..."
"쿨럭쿨럭."
많은 양의 먼지가 내 얼굴을 덮쳤다. 절로 재채기가 나올만도 했다. 방안은 어두웠지만 온통 먼지로 뒤덮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책상은 창가쪽에 있었고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불빛으로 인해 책상위에 놓인 여러개의 종이봉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봉투를 하나씩 집다가 마지막 일곱번째 종이봉투를 집어들었다. 일곱번째 봉투가 있었던 책상유리 밑에 두 사람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보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가지고 왔습니다. 어르신."
"그래... 자네가 가지고 온 봉투중에 제일 밑에 있는 것만 나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네가 갖고 있게. 지금부터 해줄말이 있으니까 말야."
"네..."
"혹시 내 책상에 있던 사진 봤는가?"
"아, 네."
"내 젊었을적 내 사랑하는 아내와 같이 찍은 사진이라네."
"아, 네."
"불행히도 아내는 삼십년전에 시장보고 올라오다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죽고말았지. 그 뒤로는 계속 엘리베이터는 고장상태이고...... 한동안 많이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저 할망구가 저러고 있는 한......"
"네? 그럼 저 할머니가 혹시..."
"그래. 내 아내라네."
"......"
"얼마나 원통했으면 죽어서도 저승에 가지못하고 저러고 있겠는가."
"그럼 할아버지께서 달래서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하시지 그랬어요."
"내 힘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네. 저 할망구를 보면볼수록 내 의지가 약해져서...... 잘 달래서 저승으로 가라고 하면 그 이후로는 계속 보지못하니까......"
"그렇다고 저렇게 놔두시다간 저같은 사람들만 계속 당하는거 아닙니까?"
화가 조금 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애틋한 순애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희생했다니......
"흐윽......"
할아버지께서 울먹이시다가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니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나는...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 할망구가 저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사랑하는 내 아내라고......"
"......."
"이젠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할아버지께서 울음을 거의 그치셨을즈음 나지막하게 여쭈어봤다.
"흠......"
할아버지께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에게 준 봉투 하나를 제외한 여섯개의 봉투는 자네가 저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바로 자네에게 닥치게 될 일에 대한 해법을 알려줄걸세. 그때마다 하나씩 열어 거기에 쓰인대로 하면 돼."
"......"
"단, 자네 의지가 강해야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을거야. 그렇지 않으면 저 할망구의 주술에 의해 자네가 어떻게 해를 입을지는 나도 확실하지 않네. 그동안 내 봉투를 받아간 젊은이가 네 명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어. 한 명은 이 육층에서 떨어져 자살하고 나머지 세 명은 모두 정신이상자가 되어 이 아파트를 나갔네..."
"......"
난 무슨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아니, 내 앞에 있는 할아버지는 온라인 게임속의 NPC처럼 보였고, 나는 게임속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캐릭터같이 여겨졌다.
"후우......"
내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내 손을 잡게."
"......"
나는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할아버지께서 내민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운을 자네에게 밀어넣어줄걸세. 내 기운이 자네에게 모두 옮겨지면 난 잠에 들게 될거야. 그럼 자고 있는 나는 그냥 놔두고 자넨 그 여섯개의 봉투를 들고 저 할망구와 맞서게. 혹시 자네게 중간에 실패해서 다시 내 집으로 들어온다고 하여도 난 계속 잠을 자고 있을거니 도움이 되지 못할게야."
"네......"
할아버지의 손이 점점 따뜻해져옴을 느꼈다. 그러면서 내 몸에도 무언가 따뜻한 기운이 맴도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할아버지의 영혼이 내 몸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손이 힘없이 내 손에서 빠지더니 이윽고 할아버지께서 눈을 감은채 잠에드신것 같았다. 어둠속에서도 평온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잠든 표정이 내 눈에 또렷하게 보였다. 어두웠던 방안에 조금 밝아져오는 것이 느껴졌다. 할아버지의 기운이 어떤 기운이길래 어둡던 방안을 밝게 볼 수 있게 된 것인가......
몸안에 힘이 솟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동료들에게 버프를 받는데 지금 내가 그렇게 된 것 같았다. 현관문 앞에서 심호흡을 크게 들이내쉬고 문밖으로 나갔다. 바깥에는 여전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밤이라 어두웠다. 아파트 복도에서 바로 가까이 보이는 산등성이 나무들이 마치 괴물들이 정렬해있는 것처럼 보였다.
"휘이익......"
내 머리끝에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그래. 올테면 와라.'
복도 가운데 계단통로에 무엇인가 반짝하고 빛이 났다. 나는 천천히 빛난 물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떨어진 물체를 집었다. 플라스틱으로 감싸여진 작은 손거울이었는데 거울이 깨져있었다.
"아저씨......"
깜짝놀랐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봤던 그 꼬마 여자아이였다. 아니, 꼬마여자 귀신이었다.
"아저씨 내 동생 못봤어?"
"............"
꼬마 여자아이가 불쌍해보였다. 지금도 살아있었다면 삼십대 후반의 여자였을텐데. 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넌 죽었으니 너도 니 동생따라 좋은 곳으로 가라고 무작정 말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하고 있는데 내 주머니속에 있는 종이봉투 생각이 났다. 난 첫번째 분홍색 봉투를 꺼내 그 안에 있던 종이를 꺼내 보았다.
난 가만히 귀기울여 소리가 어디서부터 들리는지 생각했다. 아랫층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5층으로 내려갔다. 5층 복도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4층, 3층, 2층, 1층...... 1층 현관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짙은 보라색의 연기층이 두껍게 둘러쳐있었다.
"끼이익... 끼이익..."
소리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1층 오른쪽 복도 제일 끝에 회색철문이 반쯤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난 그쪽으로 걸어갔다. 회색철문 밑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어두웠지만 계단형체는 똑똑히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할아버지께서 내게 기운을 불어넣어줬다고 했는데 그 기운중에서 어둠속에서도 형체를 분간할 수 있는 기운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비도오고, 습기도 많은 가운데 지하엔 물이 조금씩 고여있는 곳이 듬성듬성 보였다. 지하는 1층 복도처럼 단순 복도형으로 되어있었고, 가운데 엘리베이터 타는 곳이 보였다. 난 조금 무서웠지만 엘리베이터 타는 곳으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는 활짝 열려있었고, 그 안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쌓여있었다. 또한 그 주변에는 여러가지 종이쓰레기들이 널려있었고, 쥐 몇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도 보였다. 엘리베이터 안 종이쓰레기더미 제일 밑에 하얀 막대기 같은 것이 살짝 보였다. 어둡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였는데, 이상하게 그 하얀 막대기가 뭔지 궁금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종이쓰레기들을 조금씩 복도로 옮겨내기 시작했다. 날리는 먼지 때문에 중간중간 재채기가 나왔다.
"잇취~!"
거의 다 들어내었다 싶었다. 종이더미 아래 뭔가 묵직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 마지막 남은 종이더미를 들어올렸다.
"헉..."
하얀 막대기처럼 보였던건 사람의 해골이었다. 금방 부서질듯한 뼈 사이로 여자의 머리카락으로 보이는 꾸불꾸불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놓여있었다.
'이 해골의 주인공이 혹시......'
"히히히히히히히...... 그래 내거다!"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내가 걸어왔던 복도끝에 아까 본 그 할머니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귀신친구] 46부 : 어느 비내리던 날 #4
안녕하세요. 귀신친구입니다. ^-^a
지난번 글 조회수 600이 넘으면 다음편을 올린다고 하였었는데 조회수 600이 지나 1000이 훌쩍 지나버렸군요... -0-;;;;;;
아무래도 낮에는 직장인이다보니 여러가지 바쁜게 좀 많습니다. 아하하... ^^;;;
모 조그마한 회사의 과장으로, 위 상사들로부터 치이고 아래 팀원들로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니 벌써 2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ㅡ_ㅡ;;
다음달부터 다시 백수가 될지 모르는데...(회사에서 급여가 밀리는 바람에... ㅡ_ㅡ;; )
백수되면 글 좀 많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하하~ -0-;;;
근데 나 백수되면 누가 책임질 사람 있을까... ㅡ_ㅡ;;;
저 귀친 책임지고 데꼬살아줄 여우 찾습니다. ㅡ_ㅡ;;;
(대상 : 여우. 28~33세 사이. 서울지하철이 다니는 곳 근처에 사시는 분 환영...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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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友語錄 1 : 모든 두려움과 공포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생긴다.
"이리 들어와."
어둠이 자욱한 마루 가운데 놓여있는 흔들의자. 할아버지는 흔들의자를 내 쪽으로 돌리더니 흔들의자에 몸을 뒤로 젖히고 이내 담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우우우우우웅............'
현관문 밖으로 강렬하지만 저음의 바람소리가 들렸다. 등골이 오싹해져옴을 느꼈다.
"신발벗지말고 그냥 들어오게..."
"아, 네. 어르신."
오른손바닥을 벽에 대고 신발을 벗으려다 이내 신발을 고쳐신고 할아버지 곁으로 성큼 걸어갔다. 내부가 좁다보니 대여섯걸음 정도 걸었을까......
거실 양쪽 벽엔 거실 윗천장까지 닿을 정도의 서재가 마주보며 놓여있었고 책들은 빽빽히 빈틈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그 책들이 상당히 오래된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런 표지에 여러군데 닳아떨어진 책들......
"어쩌자고 이런 날씨에 이곳까지 오게되었는가?"
"네. 제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음...... 여긴 자네같이 젊은 사람들이 거의 오지않는 곳인데말야."
"저도 여기 올까말까 생각했었는데 전단지가 얼마 남지 않아 마져 돌리고 가는게 좋을듯싶어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 책임감있는 젊은이로구먼...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그냥 남은건 어디엔가 버리고 갔을텐데말야."
"......"
"후우우우............"
어둠이 깔린 집안에서 내뿜는 하얀 담배연기가 산기슭 아래에서 비춰오는 불빛에 반사되어 회색구름을 만들어내었다. 세차게 퍼붓던 비는 언제 잠잠해졌는지 모르지만 이슬비처럼 가볍게 내리고 있었다.
"내가 나가지 않았었다면 자네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 고맙습니다. 어르신. 어르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오는 날엔 항상 저런식이지...... 특히 이곳 내막을 잘 모르는 외부사람들은 올때마다 매번 당해.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아니면 떨어져 죽거나......"
"네?"
"자네도 여길 나가게 되면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아니면 죽거나...... 아니, 어쩌면 무사히 살아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
할아버지의 날숨에서 섞여나오는 담배연기가 금새 집안 내부를 덮었다.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아니면 죽거나 아니면 살아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까 그 정신나간 할망구 봤지?"
"네......"
"다른 때는 나타나지 않다가도 꼭 이런 날씨에 외부사람이 오면 저렇게 발작해가지고...... 그동안 사람 여럿 다치게 했지... 몸 성히 돌아간 사람이 없었어. 외부사람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기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그랬지... 그래서 다들 어디론가 떠나버렸어. 힘없고 기운없는 우리같은 늙은이들만 지금 몇 집에서 살고 있을 뿐......"
"네? 그럼 지금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몇 집 정도 됩니까?"
"글쎄... 내가 지금 있는 이 6층엔 나밖에 없고 2층에 박씨, 3층에 이씨와 전씨 할머니, 4층에 노씨... 나 빼고 지금 네 노인네가 사는구만..."
"......."
"한 층에 여섯집, 총 서른여섯집 중에서 지금 나 빼고 네집에서 늙은이들만 남아있구만. 다들 죽을 날짜만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있어."
"여기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은 없나요?"
"상황을 보게. 누가 이런 아파트에 이사오고 싶겠나... 가끔 젊은 부부가 이사를 오긴 하는데 일주일도 못넘기고 다른데로 이사가곤 해... 아파트에 전기가 들어오긴 하지만 노인네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전깃세 아낄려고 밤에는 불을 일체 켜지 않는다네. 그래서 밤에도 칠흙같이 어두운거지..."
"아... 네..."
할아버지는 연속으로 줄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그럼 어르신 외에 다른 어르신들도 아까 그 할머니를 알고 계신가요?"
"당연하지. 그래서 이런 날씨에는 절대 문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어. 다들 문 걸어잠그고 집안에서만 있지. 집안에만 있으면 무사하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거든..."
"그럼 저 할머니는 언제까지 저러고 계시는건가요?"
"흠......"
할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이시더니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흔들의자를 움직여 앞뒤로 살살 의자를 움직이서더니 오른손에 힘을주어 주먹을 쥐었다.
"자네가 미치거나, 죽거나 하기전까진 계속 저러고 있을걸세."
"네?"
눈앞이 깜깜했다.
"혹시 이렇게 밤새고 내일 날이 밝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 할망구가 이상한 주문을 걸어놔서 내일 날이 밝아온다고 하여도 이곳은 계속 어두컴컴하고 바람이 불고 비가 계속 내릴걸세. 옆동네는 비록 맑은 날씨라고 하여도 이곳만큼은 그렇지 않을거야."
"이곳에 왔다가 정상으로 나간 사람들도 있나요?"
"정상으로 나간 사람이 있다면 저 할망구 존재도 없었을걸세. 없으니까 계속 저 할망구가 설치는거고......"
"............"
"여기 살던 사람들도 저 할망구를 없앨려고 많이 노력했었네. 하지만 저 할망구를 없앨려던 사람들 대부분 정신이상자가 되어 떠나거나 아니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어나갔지...... 저 할망구의 이상한 주술에 걸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더구만...... 그래서 그 가족들과 다른 집에 살던 사람들 모두 이사를 갔고..."
"............"
"아까 유치원에 다닐듯한 꼬마 여자애가 복도에서 자기 동생을 찾던데요..."
"그 꼬마...... 한 삼십년전에 이 아파트 뒷산에 살던 들개에게 물려죽었어. 동생이랑 같이 밖에서 놀다가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오던중에 들개떼가 몰려와서 어린 동생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혼자 집에 뛰어들어갔나봐. 그 애 동생은 들개들에게 죽임을 당해 들개들의 먹이가 됐고, 그 꼬마는 그때 충격으로 한동안 동생찾으러 아파트 전 층을 돌아다니다가 어느날 뒷산 언덕에서 죽은채로 발견됐지... 아마 똑같이 들개떼 습격을 받았나봐. 그 부모는 그때의 충격으로 어디론가 이사를 갔고......"
"헉, 그럼 제가 아까 본 꼬마 여자애는 귀신이란 말인가요?"
"......"
머리끝까지 소름이 쫙 돋았다.
"그럼 저 할머니는 누구인가요?"
"............ 그건 차차 알게 될걸세."
"......"
할아버지는 또 다시 담배를 피우시기 위해 담뱃갑을 들었으나 이내 내려놓았다. 옆에서 얼핏 보기에 담배가 다 떨어진 것 같아 얼른 내 주머니 속에 있던 담배를 할아버지께 드렸다.
"고맙네."
할아버지는 또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할아버지의 긴 한숨소리......
한 십분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할아버지께서 다시 말씀하기 시작했다.
"자네, 옆방에 가면 책상이 있는데 그 위에 각 색갈별로 종이봉투가 있을거야. 그걸 모두 가지고 오게."
"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고 방문을 열었다.
"끼이익..."
"쿨럭쿨럭."
많은 양의 먼지가 내 얼굴을 덮쳤다. 절로 재채기가 나올만도 했다. 방안은 어두웠지만 온통 먼지로 뒤덮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책상은 창가쪽에 있었고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불빛으로 인해 책상위에 놓인 여러개의 종이봉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봉투를 하나씩 집다가 마지막 일곱번째 종이봉투를 집어들었다. 일곱번째 봉투가 있었던 책상유리 밑에 두 사람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보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가지고 왔습니다. 어르신."
"그래... 자네가 가지고 온 봉투중에 제일 밑에 있는 것만 나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네가 갖고 있게. 지금부터 해줄말이 있으니까 말야."
"네..."
"혹시 내 책상에 있던 사진 봤는가?"
"아, 네."
"내 젊었을적 내 사랑하는 아내와 같이 찍은 사진이라네."
"아, 네."
"불행히도 아내는 삼십년전에 시장보고 올라오다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죽고말았지. 그 뒤로는 계속 엘리베이터는 고장상태이고...... 한동안 많이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저 할망구가 저러고 있는 한......"
"네? 그럼 저 할머니가 혹시..."
"그래. 내 아내라네."
"......"
"얼마나 원통했으면 죽어서도 저승에 가지못하고 저러고 있겠는가."
"그럼 할아버지께서 달래서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하시지 그랬어요."
"내 힘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네. 저 할망구를 보면볼수록 내 의지가 약해져서...... 잘 달래서 저승으로 가라고 하면 그 이후로는 계속 보지못하니까......"
"그렇다고 저렇게 놔두시다간 저같은 사람들만 계속 당하는거 아닙니까?"
화가 조금 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애틋한 순애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희생했다니......
"흐윽......"
할아버지께서 울먹이시다가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니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나는...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 할망구가 저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사랑하는 내 아내라고......"
"......."
"이젠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할아버지께서 울음을 거의 그치셨을즈음 나지막하게 여쭈어봤다.
"흠......"
할아버지께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에게 준 봉투 하나를 제외한 여섯개의 봉투는 자네가 저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바로 자네에게 닥치게 될 일에 대한 해법을 알려줄걸세. 그때마다 하나씩 열어 거기에 쓰인대로 하면 돼."
"......"
"단, 자네 의지가 강해야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을거야. 그렇지 않으면 저 할망구의 주술에 의해 자네가 어떻게 해를 입을지는 나도 확실하지 않네. 그동안 내 봉투를 받아간 젊은이가 네 명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어. 한 명은 이 육층에서 떨어져 자살하고 나머지 세 명은 모두 정신이상자가 되어 이 아파트를 나갔네..."
"......"
난 무슨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아니, 내 앞에 있는 할아버지는 온라인 게임속의 NPC처럼 보였고, 나는 게임속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캐릭터같이 여겨졌다.
"후우......"
내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내 손을 잡게."
"......"
나는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할아버지께서 내민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운을 자네에게 밀어넣어줄걸세. 내 기운이 자네에게 모두 옮겨지면 난 잠에 들게 될거야. 그럼 자고 있는 나는 그냥 놔두고 자넨 그 여섯개의 봉투를 들고 저 할망구와 맞서게. 혹시 자네게 중간에 실패해서 다시 내 집으로 들어온다고 하여도 난 계속 잠을 자고 있을거니 도움이 되지 못할게야."
"네......"
할아버지의 손이 점점 따뜻해져옴을 느꼈다. 그러면서 내 몸에도 무언가 따뜻한 기운이 맴도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할아버지의 영혼이 내 몸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손이 힘없이 내 손에서 빠지더니 이윽고 할아버지께서 눈을 감은채 잠에드신것 같았다. 어둠속에서도 평온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잠든 표정이 내 눈에 또렷하게 보였다. 어두웠던 방안에 조금 밝아져오는 것이 느껴졌다. 할아버지의 기운이 어떤 기운이길래 어둡던 방안을 밝게 볼 수 있게 된 것인가......
몸안에 힘이 솟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동료들에게 버프를 받는데 지금 내가 그렇게 된 것 같았다. 현관문 앞에서 심호흡을 크게 들이내쉬고 문밖으로 나갔다. 바깥에는 여전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밤이라 어두웠다. 아파트 복도에서 바로 가까이 보이는 산등성이 나무들이 마치 괴물들이 정렬해있는 것처럼 보였다.
"휘이익......"
내 머리끝에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그래. 올테면 와라.'
복도 가운데 계단통로에 무엇인가 반짝하고 빛이 났다. 나는 천천히 빛난 물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떨어진 물체를 집었다. 플라스틱으로 감싸여진 작은 손거울이었는데 거울이 깨져있었다.
"아저씨......"
깜짝놀랐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봤던 그 꼬마 여자아이였다. 아니, 꼬마여자 귀신이었다.
"아저씨 내 동생 못봤어?"
"............"
꼬마 여자아이가 불쌍해보였다. 지금도 살아있었다면 삼십대 후반의 여자였을텐데. 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넌 죽었으니 너도 니 동생따라 좋은 곳으로 가라고 무작정 말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하고 있는데 내 주머니속에 있는 종이봉투 생각이 났다. 난 첫번째 분홍색 봉투를 꺼내 그 안에 있던 종이를 꺼내 보았다.
[ 꼬마 여자아이의 동생이 있는 곳을 그 아이의 수준에 맞게 가르쳐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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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友語錄 2 : 귀신을 상대할때는 그 귀신의 레벨에 맞게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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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꼬마 아이의 수준에 맞게 동생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라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금도 난감한데 또 난감한 미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에는 눈물로 뒤범벅이 된 꼬마 여자아이가 내가 어떤 말을 해줄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있지, 꼬마야. 네 동생은......"
"아저씨, 내 동생 있는 곳 알아?"
"어? 어..."
"어딨어. 빨리 말해줘......"
"으응. 너 혹시 하늘나라라고 알아?"
"어? 나 알아. 엄마가 하늘나라에는 천사가 살고 있다고 했어."
"그럼 눈을 감고 천사를 생각해봐. 하얀 구름이 잔뜩 있는 곳에 천사들이 있고, 거기에 네 동생이 있다고 생각해봐봐."
"응? 내 동생 거기에 있어?"
"어? 어..."
"거긴 어떻게 가야해?"
"어? 음... 그건말이지. 일단 눈을 감고 하늘나라를 생각해봐."
"응. 알았어."
꼬마 여자아이는 눈을 감았다. 한참 눈을 감고 하늘나라를 상상하는 것 같았다. 꼬마 아이의 얼굴표정이 밝아져 오는 것이 보였다. 점점 꼬마아이의 모습이 흐려지더니 형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형체가 거의 다 사라질즈음 꼬마여자아이가 눈을 뜨고 나에게 말했다.
"당신, 고마워요. 당신덕분에 내 영혼이 해방될 수 있었어요."
"......"
삼십대 후반 여성의 목소리가 그 꼬마여자아이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은빛의 밝은 빛이 잠깐 비치더니 하얀 가루가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그 꼬마여자아이가 사라진 시멘트 바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내 손에 쥐어진 깨진 손거울을 보았다. 깨졌던 거울이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와있었고 그 거울안에 꼬마여자아이의 밝게 미소짓는 모습이 잠시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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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友語錄 3 : 현존하지 않은 형체로부터의 정신적 고통은 현존하지 않은 형체를 가공해냄으로써 그 고통에 맞서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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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슈슈슈슈슈슈슉................."
'뭐지...'
난 가만히 귀기울여 소리가 어디서부터 들리는지 생각했다. 아랫층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5층으로 내려갔다. 5층 복도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4층, 3층, 2층, 1층...... 1층 현관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짙은 보라색의 연기층이 두껍게 둘러쳐있었다.
"끼이익... 끼이익..."
소리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1층 오른쪽 복도 제일 끝에 회색철문이 반쯤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난 그쪽으로 걸어갔다. 회색철문 밑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어두웠지만 계단형체는 똑똑히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할아버지께서 내게 기운을 불어넣어줬다고 했는데 그 기운중에서 어둠속에서도 형체를 분간할 수 있는 기운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비도오고, 습기도 많은 가운데 지하엔 물이 조금씩 고여있는 곳이 듬성듬성 보였다. 지하는 1층 복도처럼 단순 복도형으로 되어있었고, 가운데 엘리베이터 타는 곳이 보였다. 난 조금 무서웠지만 엘리베이터 타는 곳으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는 활짝 열려있었고, 그 안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쌓여있었다. 또한 그 주변에는 여러가지 종이쓰레기들이 널려있었고, 쥐 몇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도 보였다. 엘리베이터 안 종이쓰레기더미 제일 밑에 하얀 막대기 같은 것이 살짝 보였다. 어둡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였는데, 이상하게 그 하얀 막대기가 뭔지 궁금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종이쓰레기들을 조금씩 복도로 옮겨내기 시작했다. 날리는 먼지 때문에 중간중간 재채기가 나왔다.
"잇취~!"
거의 다 들어내었다 싶었다. 종이더미 아래 뭔가 묵직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 마지막 남은 종이더미를 들어올렸다.
"헉..."
하얀 막대기처럼 보였던건 사람의 해골이었다. 금방 부서질듯한 뼈 사이로 여자의 머리카락으로 보이는 꾸불꾸불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놓여있었다.
'이 해골의 주인공이 혹시......'
"히히히히히히히...... 그래 내거다!"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내가 걸어왔던 복도끝에 아까 본 그 할머니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5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