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이정재, 김성수, 곽경택의 시선으로 잡아낸 소소하고 일상적인 모습들은 '박제된' 정우성의 이미지를 바꿔놓기에 충분한 단서가 될 것이다.
당신의 인터뷰는 <비트>가 개봉하던 19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같은 맥락에서 조금씩만 변주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청춘의 아이콘' 이란 수식이 날개와 족쇄를 동시에 채웠다는 것을, 연상의 한 여인을 아주 오랜 시간 사랑해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직접 연출한 god의 뮤직비디오 <러브플랫>이 미장센 단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것과 직접 잡은 원안을 시나리오화하는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뉴스메이커’와는 다소 거리가 먼 소소한 일상은 좀체 알 수가 없으니 ‘스타로서의 신비함’ 말고는 그 어떤 친근감도 없다고 말했던 것 같다.
“우리의 한계성은 당신은 기자고 나는 배우라는 거예요. 한 시간이고 두 시간 사이에 그걸 다 보여주려고 노력하거나, 다 보려고 노력하면 억지스럽겠죠. 물론 언론들도 오픈 마인드가 될 필요가 있어요. 당신이 한 번 시도해보지 그래요?” 언젠가 인터뷰에 응하던 그가 “내가 기자라면 ‘당신, 섹스 라이프 요즘 어때?’ 이런 질문 던질 거다”라는 말로 모 기자의 허를 찔렀다는 얘기가 있더니만 헛소문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그에 대한 기사들이 천편일률적인 톤으로 일관되는 건 그의 탓이 아니다. “<똥개>에서는 일상적이고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죠. 그게 스크린을 통과하면 배우로서 멋있고 카리스마가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언론은 망가졌다, 눈에 힘 뺐다 그런 식으로 포장을 하더군요. 그와 상반된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도 배우 스스로의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온갖 매체의 인터뷰에 다 응했죠.” 하지만 그는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지루한 릴레이 인터뷰 트랙의 ‘바통’이 되어야만 했다.
“이번에 인터뷰하면서 결혼에 대한 얘기만 몇 번 한 것 같은데, 결혼은 대체 왜 안하냐고들 묻죠. 그럴 때 어떤 느낌이냐면 사랑의 결말을 빨리 보여줘야 하지 않나, 특히 나같이 한 여자를 오래 사귄 공인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나. 그렇게 들리니까 싫더라구요.” 두 번 다시 이런 식의 지리멸렬한 인터뷰 따위 안할 거라며, 왜 있는 그대로의 정우성을 보여주려 하지 않고 정우성이 아닌 다른 뭔가를 만들어서 보여주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는 잠시 격한 감정을 드러낸다.
모르는 걸까, 대중은 그를 둘러싼 단단한 유리벽에 조그맣게라도 구멍을 내고 싶어한다는 걸. 그 유리벽 뒤에서 이루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훔쳐보고 싶어한다는 걸. 그만큼 정우성이란 배우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어쨌든 다행이다. 우리는 <태양은 없다>로 호흡을 맞춘 이정재, 뮤직 비디오와 CF의 단골 파트너 전지현,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를 함께 한 김성수 감독, <똥개>의 곽경택 감독을 토해 보호막 너머의 그를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전지현의 시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오빠를 보면 높은 산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 같다. 정상에 있는 사람이라 언제 떨어질지 불안해보이고 걱정도 되는데, 한편 같이 올라가 보고 싶기도 하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 그 위치에 올라보고 싶어 할 것 같다.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까지도 너무 멋있다고들 하지만 내가 볼 때 우성오빠는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사람이다.”
지현이가 이렇게 본다는 건 전혀 의외인걸요. 아마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현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봐왔는데 그 땐 엘리베이터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안녕~ 꼬마야’ 인사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아마 본인이 데뷔하기 전부터 본 사람이라 나에 대해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밖에 이해할 수 없네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대목은… 전화할 때 장난을 많이 치거든요. 그녀가 “우성우성~” 그러면 “지현지현~” 그러면서 “뭐해뭐해~” 서로 귀여운 말투로 장난을 치는 정도인데…. 가끔은 그녀가 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성격이나 자기관리나 기타 여러 가지 것들에서.
이정재의 시선 “8할은 고독, 나머지 2할은 알콜”
“그 남자의 반은 고독, 나머지 반은 엽기, 그 남자의 반은 와인, 나머지 반은 소주 인내와 고통이 만들어 낸 그만의 고독.”
지금 옆에 있다면 “지 얘기 하고 있네”라고 얘기했을 거예요. 하하. 아마 본인이 그런 시간을 가져봤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나를 아니까 그런 시간을 이렇게 표현한 거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서로 아니까요. 특별히 힘들다, 아프다 말하진 않았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짐작할 수 있었죠. 배우가 되겠다거나 가수가 되겠다거나 그러면, 처음에 막막하거든요. 열정을 이용해 먹으려는 나쁜 사람들과 사기꾼이 얼마나 많은데요. 안 좋은 길로 빠질 수 있는 상황들도 많고. 왜 ‘공력이 쎄네’ 이런 말 있잖아요. 그 공력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한 고생된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간들을 소중하게 느껴야죠. <무사> 끝나고 햇수로 3년 쉴 때 조바심 많이 났어요. 그럴 때 배우는 방황을 하거든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런 기다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시간이 내게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했어요. 술이요? 막걸리 빼고는 다 잘 먹죠. 좋아해요. 막걸리는 중학교 때 친구랑 둘이서 6통 먹고 망가진 이후론, 막걸리 먹고 취한 사람만 봐도 도망갈 정도예요. 술 먹으면 말도 많아지고 춤도 추고 농담도 하고 기분이 계속 좋은 쪽으로 가는데, 끝까지 가야 돼요. 내가 그만하고 싶을 때까지 마셔요. 그래서 일할 땐 잘 안 마시는 편이죠. 근데 술 먹으면 사람들이 안취한 것 같대요. 멀쩡해 보이나 봐요. ‘어 그 부분 기억이 안나’ 그러면 ‘멀쩡했잖아~’ 그래요. 그게 더 무섭더라구요.
김성수의 시선 “영화 그 자체를 사랑하는 순수함”
“정우성은 촬영장의 분위기를 즐긴다. 혼잡하고 시끄러울 때 무료하게 앉아있는가 하면, 정적이고 고요한 장면을 연출하기 전 오히려 장난스러워진다. 또한 그는 어지럽게 일하는 영화작업 속에서 평화를 느끼는 듯 보인다. 그는 정말이지 순수하게 영화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몰입해야 하는 배우들과 막 장난치다가도 바로 슛 들어가면 바로 감정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 난 그 중간쯤인 것 같아요. 근데 배우라는 건 어떤 스타일을 가졌건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고 그 감정을 계속 자기 머리속에 담고 있기 때문에, 스타일의 차이일 뿐 어느 정도 연기력이 되는 배우라면 감정표현의 진실됨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순수하게 영화 자체를 사랑한다는 대목은, 내가 영화 촬영장을 가장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제일 편한 곳이기도 하고. 촬영장에 있으면 좋아요. 내가 있어야 할 장소에 내가 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현장은 나한테 많은 지식을 주죠. 물론 내가 그 쪽에 관심이 많으니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을 테지만, 왜 관심이 있으면 공부를 하는 것보다 빨리빨리 들어오는 게 있잖아요. 영화가 적성에 맞고 내게 많은 걸 줬다는 건, 현장에서 나도 모르게 그런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큰 축복이죠.
곽경택의 시선 “겉은 보석, 속은 된장”
“친해지기 쉬운 사람은 아닌데 한번 믿으면 전폭적인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 굼떠 보이는데도 눈치는 굉장히 빠른 ‘너구리과’다. 그러니까 우성씨가 딴 데 보고 있다고 욕하면 큰일 난다. 재밌고 코믹하면서 엉뚱한 구석도 있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원하는 이미지가 있고 그게 고정화됐지만 실은 굉장히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다. 10년 동안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산 연기자이니 신비로움을 잃지 않기 위해 보호막을 치고 살지만, 그 보호막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너무 잘하고 인간적이다. 또한 리더십도 좋고 사람을 배려할 줄 안다.”
어차피 대중은 나와 친구처럼 대화를 할 수도 없고, 마음속에 만 가지 감정이 있다면 그 만 가지를 다 보여줄 수 없는 상대예요. 왜냐면 중간에 늘 언론이라는 필터가 하나 있기 때문이죠. 그걸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스타를 떠나서 공인이라는 건, 그들만이 가진 신비함이 있거든요. 그 대중적 이미지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데뷔하기 전 나이트클럽을 가면 연예인 보기가 그렇게 싫더라구요. 물론 딱 그렇게 놀 나이예요. 하지만 그 나이에 이미 다른 것들을 부여받았잖아요. 그러면 뭔가를 포기해야 하거든요.
물론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을 필요도 있지만 그걸 깨주는 건 다른 방식으로도 할 수 있어요. 가장 쉬운 방법이 연기일 테고. 또 내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죠. 그 분위기는 전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단 같이 작업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마음을 다 열고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편이예요. 또 그 사람에게 나의 모든 것을 주려하구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라도 같이 영화작업을 하면 상대는 나에 대해 많은 걸 볼 수 있어요. 된장 같다는 건, 왜 남자들끼리 하는 ‘그 사람 진국이네’ 이런 맥락의 표현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의 어떤 느낌이 그랬는지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너구리과요? 눈치가 빠르거든요. 상황에 대한 느낌이 굉장히 빨라요. 상대의 심리상태, 지금의 감정에 대해 굉장히 빨리 파악하고 상대적으로 사람을 대하죠. 음… 여기서 상대적이라는 건 사람을 대할 때 일관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고… 난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예를 들어서 내가 배우라서, 형식적으로 대하면 그거 바로 알아요. 그러면 나도 그렇게 대하죠. 상대가 싸가지 없다고 느낄 만큼 철저히 배우티를 내죠. 그런 상대성을 말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이 너무 좋다 하면 나도 좋아요. 그리고 막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구요.
#정우성에 관한 네가지 시선#
정우성에 관한 네 가지 시선 - 전지현, 이정재, 김성수, 곽경택
전지현, 이정재, 김성수, 곽경택의 시선으로 잡아낸 소소하고 일상적인 모습들은 '박제된' 정우성의 이미지를 바꿔놓기에 충분한 단서가 될 것이다.
당신의 인터뷰는 <비트>가 개봉하던 19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같은 맥락에서 조금씩만 변주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청춘의 아이콘' 이란 수식이 날개와 족쇄를 동시에 채웠다는 것을, 연상의 한 여인을 아주 오랜 시간 사랑해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직접 연출한 god의 뮤직비디오 <러브플랫>이 미장센 단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것과 직접 잡은 원안을 시나리오화하는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뉴스메이커’와는 다소 거리가 먼 소소한 일상은 좀체 알 수가 없으니 ‘스타로서의 신비함’ 말고는 그 어떤 친근감도 없다고 말했던 것 같다.
“오빠를 보면 높은 산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 같다. 정상에 있는 사람이라 언제 떨어질지 불안해보이고 걱정도 되는데, 한편 같이 올라가 보고 싶기도 하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 그 위치에 올라보고 싶어 할 것 같다.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까지도 너무 멋있다고들 하지만 내가 볼 때 우성오빠는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사람이다.”
곽경택의 시선 “겉은 보석, 속은 된장”
“우리의 한계성은 당신은 기자고 나는 배우라는 거예요. 한 시간이고 두 시간 사이에 그걸 다 보여주려고 노력하거나, 다 보려고 노력하면 억지스럽겠죠. 물론 언론들도 오픈 마인드가 될 필요가 있어요. 당신이 한 번 시도해보지 그래요?” 언젠가 인터뷰에 응하던 그가 “내가 기자라면 ‘당신, 섹스 라이프 요즘 어때?’ 이런 질문 던질 거다”라는 말로 모 기자의 허를 찔렀다는 얘기가 있더니만 헛소문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그에 대한 기사들이 천편일률적인 톤으로 일관되는 건 그의 탓이 아니다.
“<똥개>에서는 일상적이고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죠. 그게 스크린을 통과하면 배우로서 멋있고 카리스마가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언론은 망가졌다, 눈에 힘 뺐다 그런 식으로 포장을 하더군요. 그와 상반된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도 배우 스스로의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온갖 매체의 인터뷰에 다 응했죠.” 하지만 그는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지루한 릴레이 인터뷰 트랙의 ‘바통’이 되어야만 했다.
“이번에 인터뷰하면서 결혼에 대한 얘기만 몇 번 한 것 같은데, 결혼은 대체 왜 안하냐고들 묻죠. 그럴 때 어떤 느낌이냐면 사랑의 결말을 빨리 보여줘야 하지 않나, 특히 나같이 한 여자를 오래 사귄 공인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나. 그렇게 들리니까 싫더라구요.” 두 번 다시 이런 식의 지리멸렬한 인터뷰 따위 안할 거라며, 왜 있는 그대로의 정우성을 보여주려 하지 않고 정우성이 아닌 다른 뭔가를 만들어서 보여주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는 잠시 격한 감정을 드러낸다.
모르는 걸까, 대중은 그를 둘러싼 단단한 유리벽에 조그맣게라도 구멍을 내고 싶어한다는 걸. 그 유리벽 뒤에서 이루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훔쳐보고 싶어한다는 걸. 그만큼 정우성이란 배우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어쨌든 다행이다. 우리는 <태양은 없다>로 호흡을 맞춘 이정재, 뮤직 비디오와 CF의 단골 파트너 전지현,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를 함께 한 김성수 감독, <똥개>의 곽경택 감독을 토해 보호막 너머의 그를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전지현의 시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지현이가 이렇게 본다는 건 전혀 의외인걸요. 아마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현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봐왔는데 그 땐 엘리베이터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안녕~ 꼬마야’ 인사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아마 본인이 데뷔하기 전부터 본 사람이라 나에 대해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밖에 이해할 수 없네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대목은… 전화할 때 장난을 많이 치거든요. 그녀가 “우성우성~” 그러면 “지현지현~” 그러면서 “뭐해뭐해~” 서로 귀여운 말투로 장난을 치는 정도인데…. 가끔은 그녀가 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성격이나 자기관리나 기타 여러 가지 것들에서.
이정재의 시선 “8할은 고독, 나머지 2할은 알콜”
“그 남자의 반은 고독, 나머지 반은 엽기,
그 남자의 반은 와인, 나머지 반은 소주
인내와 고통이 만들어 낸 그만의 고독.”
지금 옆에 있다면 “지 얘기 하고 있네”라고 얘기했을 거예요. 하하. 아마 본인이 그런 시간을 가져봤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나를 아니까 그런 시간을 이렇게 표현한 거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서로 아니까요. 특별히 힘들다, 아프다 말하진 않았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짐작할 수 있었죠. 배우가 되겠다거나 가수가 되겠다거나 그러면, 처음에 막막하거든요. 열정을 이용해 먹으려는 나쁜 사람들과 사기꾼이 얼마나 많은데요. 안 좋은 길로 빠질 수 있는 상황들도 많고. 왜 ‘공력이 쎄네’ 이런 말 있잖아요. 그 공력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한 고생된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간들을 소중하게 느껴야죠. <무사> 끝나고 햇수로 3년 쉴 때 조바심 많이 났어요. 그럴 때 배우는 방황을 하거든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런 기다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시간이 내게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했어요. 술이요? 막걸리 빼고는 다 잘 먹죠. 좋아해요. 막걸리는 중학교 때 친구랑 둘이서 6통 먹고 망가진 이후론, 막걸리 먹고 취한 사람만 봐도 도망갈 정도예요. 술 먹으면 말도 많아지고 춤도 추고 농담도 하고 기분이 계속 좋은 쪽으로 가는데, 끝까지 가야 돼요. 내가 그만하고 싶을 때까지 마셔요. 그래서 일할 땐 잘 안 마시는 편이죠. 근데 술 먹으면 사람들이 안취한 것 같대요. 멀쩡해 보이나 봐요. ‘어 그 부분 기억이 안나’ 그러면 ‘멀쩡했잖아~’ 그래요. 그게 더 무섭더라구요.
김성수의 시선 “영화 그 자체를 사랑하는 순수함”
“정우성은 촬영장의 분위기를 즐긴다. 혼잡하고 시끄러울 때 무료하게 앉아있는가 하면, 정적이고 고요한 장면을 연출하기 전 오히려 장난스러워진다. 또한 그는 어지럽게 일하는 영화작업 속에서 평화를 느끼는 듯 보인다. 그는 정말이지 순수하게 영화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몰입해야 하는 배우들과 막 장난치다가도 바로 슛 들어가면 바로 감정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 난 그 중간쯤인 것 같아요. 근데 배우라는 건 어떤 스타일을 가졌건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고 그 감정을 계속 자기 머리속에 담고 있기 때문에, 스타일의 차이일 뿐 어느 정도 연기력이 되는 배우라면 감정표현의 진실됨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순수하게 영화 자체를 사랑한다는 대목은, 내가 영화 촬영장을 가장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제일 편한 곳이기도 하고. 촬영장에 있으면 좋아요. 내가 있어야 할 장소에 내가 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현장은 나한테 많은 지식을 주죠. 물론 내가 그 쪽에 관심이 많으니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을 테지만, 왜 관심이 있으면 공부를 하는 것보다 빨리빨리 들어오는 게 있잖아요. 영화가 적성에 맞고 내게 많은 걸 줬다는 건, 현장에서 나도 모르게 그런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큰 축복이죠.
“친해지기 쉬운 사람은 아닌데 한번 믿으면 전폭적인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 굼떠 보이는데도 눈치는 굉장히 빠른 ‘너구리과’다. 그러니까 우성씨가 딴 데 보고 있다고 욕하면 큰일 난다. 재밌고 코믹하면서 엉뚱한 구석도 있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원하는 이미지가 있고 그게 고정화됐지만 실은 굉장히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다. 10년 동안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산 연기자이니 신비로움을 잃지 않기 위해 보호막을 치고 살지만, 그 보호막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너무 잘하고 인간적이다. 또한 리더십도 좋고 사람을 배려할 줄 안다.”
어차피 대중은 나와 친구처럼 대화를 할 수도 없고, 마음속에 만 가지 감정이 있다면 그 만 가지를 다 보여줄 수 없는 상대예요. 왜냐면 중간에 늘 언론이라는 필터가 하나 있기 때문이죠. 그걸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스타를 떠나서 공인이라는 건, 그들만이 가진 신비함이 있거든요. 그 대중적 이미지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데뷔하기 전 나이트클럽을 가면 연예인 보기가 그렇게 싫더라구요. 물론 딱 그렇게 놀 나이예요. 하지만 그 나이에 이미 다른 것들을 부여받았잖아요. 그러면 뭔가를 포기해야 하거든요.
물론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을 필요도 있지만 그걸 깨주는 건 다른 방식으로도 할 수 있어요. 가장 쉬운 방법이 연기일 테고. 또 내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죠. 그 분위기는 전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단 같이 작업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마음을 다 열고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편이예요. 또 그 사람에게 나의 모든 것을 주려하구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라도 같이 영화작업을 하면 상대는 나에 대해 많은 걸 볼 수 있어요. 된장 같다는 건, 왜 남자들끼리 하는 ‘그 사람 진국이네’ 이런 맥락의 표현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의 어떤 느낌이 그랬는지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너구리과요? 눈치가 빠르거든요. 상황에 대한 느낌이 굉장히 빨라요. 상대의 심리상태, 지금의 감정에 대해 굉장히 빨리 파악하고 상대적으로 사람을 대하죠. 음… 여기서 상대적이라는 건 사람을 대할 때 일관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고… 난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예를 들어서 내가 배우라서, 형식적으로 대하면 그거 바로 알아요. 그러면 나도 그렇게 대하죠. 상대가 싸가지 없다고 느낄 만큼 철저히 배우티를 내죠. 그런 상대성을 말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이 너무 좋다 하면 나도 좋아요. 그리고 막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