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만화경 15

염탐소녀2003.09.05
조회165


# 벌레에 물리다


위잉- 날아다니니다 나의 팔에 앉아 살을 쭈욱 뜯어먹고 있는 모기를 보았다. 있는 힘껏 내리치자 팔뚝에 피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팔을 휘두르던 나의 괴력을 보다가 수능이 끝나면 배우려고 했던 검도가 문득 생각났다.

검도장을 찾았다.

검도장을 들어서자마자 바로 앞에 영진이가 서 있었다.

"야, 너 몰라보게 달려졌다. 살도 많이 빠지고, 여긴 웬 일이야? 누구 만나러 왔어?"

그에게 한마디하지 않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저 오늘.. 부터 배우고 싶은데요.."
"아, 그래요?"

영진이는 나를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말을 붙였다.

"야, 검도는 아무나 하는 줄 아냐? 하긴 살 빼는 약은 따로 안 파니까.."

갑자기 툭, 말을 내뱉다 만 영진이는 갑자기 무언가 가르쳐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야. 검도는 팔 운동이 아니고 전신 운동이야. 다리를 70% 손이 30% 사용하는 거지! 다리를 이용해서 몸 전체를 피해야 하니까, 허리를 구부리거나 뭐 이럼 안 된다고!"

그는 이런저런 행동을 보여가며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때 되면 배울텐데, 니가 안 가르쳐 줘도 될 것 같다!"

"....?"

영진이는 나의 말에 잠깐 당황한 듯 했다.
사실 그의 선심이 그렇게 좋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진하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기 때문에,
그리고 이젠 그와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 오신 분이시죠?"
"예? 예.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별도의 초보 훈련실로 걸어간 나는 검도의 기본 자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검을 수련하는 사람은 사물을 볼 때 밝음을 생각하고, 들을 때는 총명함을 생각하고 말을 충성스럽게 하며 얼굴 표정은 온화하게 태도는 공손하게 하죠."

저 멀리서 영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왜 오늘따라 그렇게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까. 그를 멀리 하고 싶어졌지만 난 그를 위해 미소를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을 받들 때는 공경스럽게 하고 의심이 날 때는 문제를 생각하며"

하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진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

"화가 날 때는 어려움을 생각하고 이익을 볼 때는 올바름을 생각해야 합니다.. 역행되는 부정과 사악을 자르고 도려내며 베어버리는 수련이 劍의 訓이며 行인 것이죠."

영진이는 나에게 무엇인가 할 말 있는 표정을 짓고 나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마침내 설명이 끝나자 나에게 다가왔다. 그 뒤에선 진우가 들어오고 있었다.

"진우야!"

"너 검도장 들어 왔다며? 오올! 축하해! 근데 시험 끝나면 오지 그랬어. 나도 오늘부터는 안 나올 생각인데..."

"진우 왔냐?"

영진이가 약간은 퉁명스럽게 진우를 보며 말했다.

"오랫만이네. 요즘 얼굴 보기가 그렇게 힘드냐, 짜식."

"처음이라 도장비가 좀 비싸지? 입관비 빼고는 내가 마련할 수 있는데."

진우는 아버지에게 잘만 부탁하면 남는 장비들을 빌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말 고마워 진우야!"

그런 나를 보며 영진이가 말했다.

"나 호구 2개 있는데, 이거 너 가져!"

그렇게 그는 호구 하나를 나에게 내밀고 있었다. 내가 알기론 호구 하나에 최소 30만원이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것을 선뜻 나에게 주겠다니. 난 문득 그의 친절이 의심스러워졌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있던 그의 모습, 그 아래 목걸이가 선명하게 나에게 와 비쳤다. 그것은 동전 목걸이었다. 추억을 간직한다며 버리지 않았다던.
'그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일까? 아니 가버리지 않은 것일까?'

영진이는 곧이어 말했다.

"우리 수능 끝나고 콘서트 가자!"

그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응 그래" 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예전의 그가 돌아 왔다는 착각에 빠져서 일까?, 다시 낯설게 느껴지는 그의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았다.  진하와 사랑에 빠진 그를 나는 왜 갑자기 거부하지 못하고 있을까.

영진이는 진우의 팔을 툭 치고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말을 건넨다.

"너. 영진이 좋아하니?"

"어? 아니, 그건 "

'아니' 라고 대답했어야 했는데 방금 영진의 행동을 보자 나 스스로도 그 대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그 보다는 진우가 슬퍼져서는 안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진하가 영진이와 사귄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그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으므로.

"응" 이라도 대답하고 말았다.

난 분명히 영진이에 대한 감정은 사라져 버렸지만.

그런 나의 대답에 진우는 무엇인가를 망설이다가 "짐작하고 있었어."란 말을 하고는 다른 곳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대답을 하고 있던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아니' 라고 말하기에도 그에 대한 미련이 오늘은 조금, 남아 있던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는지도.

진우는 이어 물었다.

"그럼 현수는?"

그에 대해서 난 영진이보다 더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이 따로 있어!"

진우는 그 사람이 진하의 언니라는 것도 눈치 채고 있는 듯 했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야! 네 감정에 솔직해져야지!"

Velvet under ground 의 Pale blue eyes ▶▶

'진우야, 자꾸 물어보지마, 나 우울해지려고 해.'

"우리 그냥 커피 한잔할까?"


# 날 시험에 들게 하는 구나?


수능시험이 끝났다. 정신없는 나의 꿈들이 바코드 한 장으로 가벼워지는 듯 했다.
어느 것을 먹을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딩동댕?! 오오, 땡!
모두 맞출 수 있는 문제들 같았는데. 도통 하나 하나 고른 것들은 옳은 듯 요리조리 답만을 골라 피해 가는 듯 했다.
그것은 흡사 똑같은 듯 다르게 생긴 마법의 과일만 같았다.
두드릴 땐 같은 소리가 났는데 깨보니 속이 다른 과일들.

[문자] 지금 여기 잠실 xx 경기장이야 이 쪽으로 와. 진우와 함께 있어. 빨리와! - 영진-

콘서트 때문에 진하와 은하, 진우도 모였다고 했다. 진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뒤돌아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진우에게까지 나와 진하와의 사이를 내색하고 싶지는 않았다.
'알았어 갈게.'

콘서트장 내는 초만원이었다. 스탠딩 석은 물론, 2-3 층 계단까지 모두 가득 차 있었다. 자리는 위에 있었지만 무대 바로 앞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형광색 물질들에게, 사람들의 팔에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지만 난 제법 날렵하게 그 사이를 쏙쏙- 피해 다니고 있었다.
물길을 가르는 쌩쌩한 고기처럼. 어느새 내가 이렇게 가벼워졌지? 이러다 곧 날아가는 것 아냐?

날렵하게 고개를 들어 앞의 무대를 보고 있을 때 그는 경기장이 떠나갈듯 고함을 질러댔다.

"으나야! 나 너 친구로서 무지 좋아해!"
"뭐라고?"
"좋아한다고, 친구로서!"
"안 들려!!!"

선명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난 아무 대답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그런 성의를 보이는 그에게 나도 내심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좋아한다는 말? 물론 친구로서! 오색 물감을 풀어 수채화를 그릴 것 같은 내 회상 속의 그가 나에게 오늘 다시 다가 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도 진하의 말처럼 착각일까. 난 진하의 말을 더 믿고 있는 듯 했다.

진하는 영진이의 말을 듣고 종종 노려보았지만, 나는 그녀와 시선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노래 몇 곡이 지나갔다. 그럴수록 체육관 내 콘서트 열기는 더 해만 가는 듯 했다.

망원경까지 준비 해온 영진이는 나를 보라고 몇 번 벗어 나를 보여주었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이 선명하게 나의 눈에 와 닿았다. 망원경을 통해 본 진우의 모습은 흐릿하게 초점이 맞질 않았다. 진우는 망원경과는 안 어울리는 사람같이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무대는 화려하고 현란했다. 온 몸을 던져 노래하는 가수를 보자 갑자기 예전 영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백댄서들의 현란한 춤이 베이스 기타에 엇물리면서  그 모든 것이 환상처럼 떨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그를 보는 듯 가슴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저리 비켜줄래?"

손을 들어 노래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데, 진하가 나를 의도적으로 밀고 있었다.
영진이는 진하의 그런 행동을 중간에서 몇 번이나 제지했지만, 그럴 수록 그녀는 더욱 노골적으로 나의 몸을 치적 대며 쳐대기 시작했다.

"앗, 저리 비켜!"

그러다 진하는 은근슬쩍 진우 곁에 바짝 붙어 섰다.

"여기 너무 덥다, 그치 진우야?"

진하는 갑자기 윗 가디건을 벗어 던졌다. 그러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탱크탑이 나왔다. 그런 그녀는 의도적으로 진우에게 가슴을 숙이며 그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

"어머! 너무 신나, 그치 진우야?"

진우는 당황했지만 그녀를 몸 한쪽으로 그녀를 잡아주며 부채질을 하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러자 진하는 웃으며 생수 페트병의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으나 너도 덥지? 나처럼 벗어 봐!"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갑자기 물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앗!"

"어머! 괜찮아? 너무 많이 뿌렸네? 미안해! 난 니가 너무 더울까 봐 그랬는데-"

그녀의 간접적인 감정 표출에 머리끝까지 화가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난 그녀와 같은 행동을 하고 싶진 않았다.

나도 그녀처럼 옷을 벗을 순 없었지만,
그 동안 길게 길러온 머리카락을 확 풀어 헤졌다.
머리 끈을 공중에 확 띄워 던졌다.

"진하야! 나도 미치겠다!"

영진이와 진우는 그런 내가 멋지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었지만,
진하는 나의 행동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팔짱끼고 바라보며 진우 쪽으로 몸을 더욱 밀착했다. 그런 그녀를 난 더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아졌다. 그냥 오늘은 내 뜻대로, 몸을 맡기고 싶었다.

"영진아!!"
하고 난 영진의 손을 잡았다. 나도 모르는 용기가 생겼을까, 아니면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을까. 영진인 당황했지만 서슴없이 나의 손을 다시 잡으며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진하는 기타 리듬이 더욱 현란해지자 진우를 부등켜안다시피 했다. 영진이는 진하의 그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영진이의 그 모습이 갑자기 서운해서, 난 화장실 쪽으로 빠져 나오고 있었다. 진하가 나의 뒤를 바짝 쫒고 있었다.

"너 왜 이래? 짜증나게."

"내가 뭘?"

"너 왜 자꾸 영진이한테 꼬리 쳐?"

"난 꼬리 친 적 없어! 그럼 넌 영진이 놔두고 진우에게 왜 이래? 아니 바뀌었지? 진우 놔두고 영진이에게 왜 그래?"

"너 죽고 싶어 환장했어?"

"너 솔직히 말해 봐! 영진이야, 진우야! 하나는 깨끗이 포기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그 걸 너 같은 애한테 얘기해야 하는 거?"

"둘은 다 나의 친구기도 하니까."

"둘 다 나의 남자친구야!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영진이가 너한테 오늘 잘해주는 이유가 뭔지는 알아? 그게 다, 진우랑 너 연결 시켜줄라고 하는 거! 그런데 다시 생각해봐.니가 진우랑 연결 될 자격이나 되냐고!"

"진우랑 나는 왜 안돼는 데?"

"걘 내꺼니까! "

사람을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그녀의 눈을 보자 다시 그녀가 벌레가 되어 돌아 온 듯 했다.그녀는 아픔과, 고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을 거란 나의 착각이, 그래서 아픈 만큼 외적으로 가시가 성성 했을 거란 나의 기대가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아프지 않았다.

다시 그 자리로 돌아 와서 난 진우의 손을 꼭 잡고 말았다.

진우는 아무 사심 없이 영진이가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진하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무대 리듬에 맞춰 몇 번을 뛰고 있었다. 진하는 그런 나에게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다. 음악은 더욱 거세게 장안을 뒤흔들고 있었다.

진하가 나의 뺨을 치려는 순간, 영진이가 그런 진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오히려 영진인 그런 자신의 손을 부르르 떨다가 갑자기 진하를 노려보다가 팔을 꺾어 그녀를 가격했다.
 
"아앗!"

그녀는 갑자기 자지러지는 듯 뒤로 넘어 가서 사람들 사이로 쓰러지듯 넘어졌다.
진우는 당황한 듯 진하를 가슴으로 떠 안고 있었다.

"괜찮아, 진하야?"

나는 그런 영진이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는 흥분한 들소처럼 여기 저기를 치고 있었다. 순간 콘서트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소리를 지리고 있었다. 그를 제지하려던 나도 여기 저기에 멍이 들고 있었다. 진우가 진하를 보호하고 있던 그 모습에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앗!아아아."

하지만 난, 흥분한 영진이를 말려야 했다.

"너 미쳤어! 너 왜 힘없는 여자를 때리고 그래!"

진우는 한쪽으로 영진의 팔을 힘으로 끌고 있었고, 나 역시 영진이를 끌어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난 영진의 그런 행동을 보자 눈물이 나오는 듯 했다.

진하가 진우 쪽으로 실신해 누워 있었기 때문에 진우는 꼼짝하지 못하고 그녀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녀를 콘서트 장 안전한 곳 쪽으로 업어 가고 있었다.

나는 영진이의 팔을 꾸욱 눌러 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너 나랑 얘기 좀 해!!"

영진이는 체육관 밖으로 나오자 마자 곧바로 담배부터 물었다.
잡고 있던 할 팔을 놓자, 멍이든 부위 옆에 찰과상으로 약간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미안해. 제 정신이 아니었어."

그는 갑자기 웃옷을 벗더니 나의 팔을 휘돌려 감았다.
이제는 그와 정말 해야 할 이야기가 남아 있는 듯 했다.

"어디까지가 진심이니?"

"진하를 좋아해. 그런데 너에게 자꾸 관심이 생겨, 이상하게!"

그의 어이없는 대답에 난 삐죽삐죽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전에 담아 두고 있던 말을 다시 꺼냈다.

"너, 나 독서실에서 처음 봤을 때, 그렇게 혐오스러웠다면서, 그
리고 지금, 나 진우랑 잘되게 해주려고 그렇게 노력 한 거라면서."

"난 이제야 껍데기를 벗어 던진 것 같아. 사람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고,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더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진심으로 진하를 좋아했었는지, 오늘 보니 모르겠어."라고  일어서는 나의 팔을 붙잡으며 그는 말하고 있었다.

"됐어. 더 듣고 싶지 않아!"

땀과 피에 젖은 옷이 곧 눈물에도 젖을 것 같았다.
이렇게 쉬운 마음들이 왜 그 동안 쉽지 않았을까.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내내 정신없이, 그의 동전 목걸이가 생각이 났지만, 난, 그렇게 쉽게 영진이를 정리 할 수 있었다. 상처 난 부위가 무척이나 아파 왔다.


나의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독서실에 들어 왔다.

달력에 표시된 독서실 등록기간이, 3일이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나의 많은 짐들을 정리하려고 가방을 폈다. 하지만 담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 했다.
풀과, 가위, 그리고 mp3.
 
베리클 크림치즈빵과 토핑이 많은 도너츠도 옆에 놓여 있었지만 사물함에 고스란히 넣어둔 채 열람실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현수를 찾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물고기들과 이야기하고 있을까?

그와 어쩌면 마지막 인사를 나누어야 했는데 난 그를 찾기 위해 휴게실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어디에서 다시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콘서트장에서 들리는 음악소리일까 귀가 먹먹해져서 일까?

그리고 하얗게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내가 쓰러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