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come true 4

작살2008.03.06
조회155

4월 16일.

 

또 다시 내 핸드폰은 새로운 아침을 알려주고 있다.

 

어제 밤에 양을 도대체 몇 마리를 본건지..

아.. 근데 지금은 일주일 전인가? 후다닥 다시 핸드폰을 보았다.

 

날짜는 분명 16일.

난 아무 꿈도 꾸지 않은 것인가?

아님 어제까지의 일들이 모두 꿈인걸까?

 

핸드폰에 남아있는 성식과 통화 수진이와의 통화기록은

어제가 분명 꿈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미친 것도 아니고, 신비한 능력이 생긴 것도 아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더욱 더 아파만 온다.

그냥 두 사람에게 찾아가 빌까?

그러다 더 잘못되면 어쩌지?

아 왜 신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가!

 

책상위에 놓여 있는 포스트 잍 묶음을 보고는 번쩍 내 머리에

스쳐지나 간 것이 있었다.

 

3일전의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린 메모하나.

 

‘이 자리에서 꿈꾸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다.’

 

도서관. 18번 자리. 그리고 나의 단잠.

그것이었나? 그 자리에서 자야만 꿈을 꿀 수 있는 건가?

 

의심할 시간도 없다.

우선 가서 매일 그래왔듯 거기서 자보면 해답은 나올 것이다.

 

그렇게 잠자던 트레잉복 그대로 얇은 잠바 하나만 걸치고

자전거를 타고 그대로 도서관까지 쾌속 질주 하였다.

 

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은 6시30분.

밥도 안 먹고 서둘렀으니 빨리오긴 했구나.

그나저나 내가 제일 먼저 온 건가?

 

계단을 올라 항상 내가 가는 열람실을 향하는데

언제나처럼 신문과 대화하는 아저씨가

신문 앞에서 어김없이 웅얼대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저러고 계신다.

예전엔 그저 신문만 보셨는데 왜 저렇게 웅얼대시는지.

 

지금은 이게 중요한게 아니군.

얼른 자리에 앉아 꿈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을 했다.

우선은 수진이와 만나면 안되는게 최고다.

그러면 다시 종수와 가까워 질 수 있겠지.

언제나 아무리 크게 싸워도 다음 날이면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

풀고 마는 우리들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그렇게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하는 중 또 다시 잠의 신은

나를 조용히 오라 부르고 계셨다.

.

.

아무것도 안 보여. 꽤나 시끄러운데.

 

.

 

.

 

높은 건물과 북적대는 차와 사람들.

여긴 시내잖아?

난 좀처럼 동네를 벗어나는 놈이 아닌데 여긴 왜 온거지?

근데 지금 꿈속 인게 맞나?

슬쩍 핸드폰을 열어보니 역시나

오늘 날짜는 4월 9일.

 

다시 일주일 전으로 왔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근데 왜 갑자기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거지?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콕콕 찔렀다.

 

돌아보니 케릭터 그림이 그려진 검은색 후드티에

빨간 체크무늬가 있는 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서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저도 서두른다고 빨리 온건데."

 

대충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 본 결과 어제 꿈속에서 고백한 뒤

데이트 신청까지 한 모양이다. 꽤나 용기 있었군.

 

빨리 그녀와 못 만나겠다고 말해야지.

하지만 제 먼저 좋다고 고백해놓고 하루만에 이건 아니다 라고 말하면

너무 웃기지 않은가. 게다가 막 만났는데..

우선 어딘가에 가서 천천히 이야기 하는게 좋겠다.

그 동안 헤어질 핑계도 생각해야 겠고.

 

"저기요. 오빠라 불러도 되죠?"

 

오빠라..어제 분명 듣긴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 지라.

가끔 집에 있는 웬수같은 여동생이 기분 좋을 때(평소엔 야,너,승택아)

오빠는 몇 번 들었지만 그녀가 불러주는 오빠는 어떤 기분일지.

 

"네. 편하실 대로 하세요."

 

최대한 침착하고 티 안나는 얼굴로 대답했다.

 

"오빠. 우리 뭐하지?"

 

어허..말까지 놓으라고 했던건 아닌데.

뭐 어떠랴~한 살 차이는 친구 먹는 사이인데.

군대에선 아무리 나이 많아도 후임이면 무조건 반말이었지 않느냐!

그나저나 어딜간다냐. 데이트 해본 게 억만년전이라..

 

게임방? 미친놈, 게임 중독자인거 티낼 리 있냐?

 

당구장? 쯧쯧.. 당구치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어?

 

노래방? 아이고.. 처음 만나서 둘이 노래 부르면 참 뻘쭘하고 좋겠다?

 

술...? 니가 생각해도 한심하지? 대낮부터 술이라니.

 

극장은 내가 영화를 싫어하니 패스. 드디어 한계가 들어났다.

아무리 고민 해봐도 생각나는 데이트 코스가 없었다.

 

"나 배고픈데 밥 먹고 나왔어?"

 

분명 아침은 안 먹었지만

꿈속에서는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내가 알리가 없지.

 

"아니. 급하게 나오느라 못 먹었어. 피자 먹으러 갈까?"

 

대충 내뱉은 말이었다.

 

"어! 나 피자 진짜 좋아라해!"

 

하하! 역시 나의 센스는 이럴 때 빛을 바라는구나.

속으로 자화자찬하면서 우리는 근처에 있는 '피자헉'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또박또박 주문을 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

 

먹어도 먹어도 항상 허기졌던 학창시절.

여자들이야 영화관이나 이런 곳에 자주 왔지만

남자들은 서로 모여 이런 곳은 거의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종수, 성식은 큰 맘 먹고 9900원짜리 피자에

길들여진 입을 한번 기름지게 해보자며 이 '피자헉'에 오게되었다.

 

우리들은 처음 피자가게에 들어와서 이런 곳 이구나

하며 한번 놀라고 두 번째로 피자 가격에 다시금 놀랐다.

동네서 일인당 한판 씩 놓고 먹을 수 있는 돈으로

여기선 한판 밖에 못 사먹는다니. 하지만 기왕 들어온거

과감히 그중에서 제일 크고 맛있게 생긴 놈을 골라 주문하였다.

그랬더니 종업원은 우리에게

 

"음료는 어떤거 드릴까요?"

 

라고 물었다.

난 당연히

 

"콜라 1.5L한개요."

 

라고 말했고. 갑자기 그 종업원은 피식하며 웃더니

 

"손님 1.5L는 없구요. 세 분이시니 피쳐로 갔다 드릴께요."

 

젠장. 맥주에만 피쳐가 있는게 아니었나?

진작 알아서 갔다 주던가! 살짝 쪽팔림이 밀려왔지만

우리 셋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로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드디어 피자가 나오고

우린 몇 일 굶은 돼지마냥 마구 먹는데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뭐야 3만원짜리 피자에 피클도 안줘?"

 

종수가 투덜대며 말하자. 눈치 빠른 성식인,

 

"내가 아까 전부터 봤는데 저쪽 테이블에 있는 애들은

저기 샐러드바에서 막 퍼먹는데?

피자먹으면 먹을 수있나봐. 내가 가서 퍼올께."

 

그럼 그렇지. 이 비싼 피자에 저 정도 서비스는 당연하지.

우린 느끼함을 콜라로 억지로 달래며 성식이가 오길 기다렸다.

성식인 접시에 한 가득 담아서 우리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좋아. 잘했어. 자식..

그렇게 우리 쪽으로 오는데 아까 그 종업원이

 

"손님. 계산 하셔야되는데요?"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저것도 돈을 내야한다니.

소스까지 왕창 뿌린 과일이며 야채를 그냥 물릴수도 없고.

눈물을 머금고 다시 돈을 내야했다.

게다가 그것도 사람 수대로 돈을 쳐 받냐. 완전 사기꾼들.

우리는 그렇게 나올때까지 말없이 피자를 먹었고

두번다시 오지말자 맹세했었었다.

 

그런 피자헉에 다시 오다니.

 

"승택오빠? 안 먹고 뭐해? 맛있는데"

 

어찌 이 눈물젖은 피자를 내가 안먹을 쏘냐.

그렇게 한 조각을 높이 들어 한 입 크게 깨물었다.

 

"오빠보면 생각이 무지 많은 사람같아 보여.

매일 바보처럼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고."

 

"바보라니. 오라버니한테!"

 

"한 살차이 가지고 무슨 오라버니는."

 

그녀가 살짝 쭈빗 거리며 말했다.

어쩜 먹는 모습도 저리 이쁘고 귀엽단 말인가.

어디 한 구석 미운 구석이 있어야 과함히 떨쳐버리련만.

그래..난 그냥 지금 이렇게 그녀와 대화하며

저 터져 나오는 오빠 소리에 만족하는 것이다.

 

"뭘 그렇게 봐? 아.. 나 보기 보다 잘 먹지?

안 그래도 요즘 살이 막쪄 걱정이야."

 

그래..그래.. 다 먹어라.

살 찐게 그 정도라면 앞으로 100판은 혼자 더 먹어도 돼.

난 안먹어도 배 부르다. 이제 슬슬 말을 꺼내야겠지.

 

"수진아..."

 

"어? 왜?"

 

"너 시험 잘 봤어?"

 

"어제 다 통화 해 놓고 또 물어본다.

오빠는 시험 붙어서 약 올리는거야?

나도 1년 더해보고 안되면 다른걸 하던가 시집이나 갈꺼다. 뭐."

 

나한테 시집오면 평생 행복하게 해주련만.

난 보이지 않는 눈물을 내 몸속 깊은 곳에서 흘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럼..너 시험 붙을 때까지 만나지 말자. 내가 너 방해 하는거 같아서.."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먹던 피자를 내려놓고 애써 웃어 보이며

 

"왜~옆에서 먼저 합격한 오빠가

나 도와 주면서 하면 훨씬 잘할것 같은데?

그리고 나도 오빠 자주 안보고 올해는 정말 공부 열심히 할꺼란 말야."

 

"그래도 왠지 만나면 안될 것 같아.

너희 집에서도 공부한다 그러고 남자 만나면 안 좋아하실테고."

 

이제 다 내 뱉어졌다. 어쩔 수 없지만 난 너보다 종수가 먼저다.

미안해 수진아. 내 맘이 더 아픈거 알아줬음 좋겠어..

 

"그럼, 어제 뭐하러 고백한거야? 차라리 말을 말았어야지!"

 

"미안..나 먼저 갈께. 공부 열심히 해."

 

더 이상 있다간 말발 밀린다. 내 머리는 이 이상 굴러가지도 않고.

이럴 땐 드라마에서 흔히 남자 주인공들이 쓰는 방법을 쓰는거다.

할 말 다 하고 먼저 일어서기..

 

수진이는 날 붙잡으려 하지도 않았고

난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어두워짐을 느꼈다.

 

.

 

.

 

잘 된건가? 정말 지금이 바뀌어 있을까?

난 어제와는 다르게 꽤나 침착한 마음을 가졌다.

 

도서관을 나오면서 조심스레 종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다행히 신호는 간다. 근데 자식 좀 통화연결음 좀 넣지.

요즘은 아저씨 아줌마들도 다 넣는다는구만..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종수. 근데 뭐라하지?

 

"야. 겜방가자."

 

역시 이게 최고인가?;

 

"안가. 성식이랑 둘이 가라. 끊는다."

 

어라..나한테 화난 거 같진 않은데

뭔가 맥없는 목소리로 종수는 전화를 끊었다.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갑자기 또 다시 머리가 심하게 흔들렸고

무언가 내 머리에 억지로 집어넣어 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진이와 그렇게 헤어지고,

그 뒤로 수진이는 나에게 여러 번 연락 했지만

난 그걸 다 무시한 채 전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친구들과 PC방에 들어가는 걸

본 그녀가 황급히 뛰어오다 골목에서 오던 오토바이와 부딪혀

땅에 머리를 박고 죽게 되었다. 그 뒤 그녀가 죽었다는 걸 종수한테

듣게 되었고 그 놈이 그녀를 많이 좋아했었다며

몇 일을 같이 술을 마시며 종수를 위로 했던 것이다.

 

 

젠장! 위로 받아야 할 껀 나도 마찬가지인데.

상황을 좀 더 좋아지게 만들려고 했던건데 어찌 더 안 좋아 진거야?

 

내가 종수랑 다시 친구가 되었다고

수진이가 죽어야되는건 절대 아니잖아.

 

바꿔 놓아야한다. 다시 돌려놔야 한다.

그 길로 다시 도서관으로 갔지만 이미 그 자리엔

누군가 앉아 있었고 난 사정사정하여 겨우 그 자리에 앉았지만

도서관이 끝나는 시간까지 잠이 들지는 못했다.

 

결국 다시 내일을 기다려야 하는건가..

 

내일은 또 어떻게 해야되지. 나와 종수와 수진이가 다 잘되려면..

불안과 두려움 속에 난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