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봐, 노래라도 불러봐

설산200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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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무겁고

눈앞이 어둡고

길 바닥이 팍팍하여

자다가도 깬다

쥬스를 한 잔 들이키면 속이 조금 가라앉고

그리고 베개를 높인다

병원엘 갔더니 다시 약을 먹잔다

약을 받아들고 술집을 찾았다

약으로도 해결 안 될 것 같은 가슴의 돌덩이를

술로 눅이자고 해거름 네온사인이 기지개켜는

골목길로 들어가 자리를 잡다

무표정하기로 작정한 여주인이

오징어를 갈가리 찢어서 내온다

꼼지락거리는 조각들 씹어넘기니

알콜과 범벅이 된 울먹이는 돌덩이

어쩌자고 이토록 여린 나무로 태어나

바람 한 줄기에도 수많은 잎들 흔들리우며 나,

천만 가지 생각의 피뢰침들을 날리나?

어느 덧 오징어는 뭉그러진 단백질로

위산과 만나 흔적도 없고

오, 다시 찾아오는 밤의 부드러움이여!

물 좋은 해삼도 허기진 늑대 담즙에게 넘겨주고

길을 나서자, 일어서자

어두운 도시의 숲을 넘어서

외로운 연못에 목을 꺾고

소리소리 지르며 울어봐!

뚫기 어려운 동굴이라면

노래라도 불러봐, 울림 곱게 메아리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