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묻은 군화와 꽃고무신32(100일휴가)

꽃고무신2003.09.08
조회847

 

지금껀 제가 보냈던 소포목록에 대해.........

 

잠시 나열하고자 합니다

 

혹시나 도움이 될지 모르니깐.................

 

응급약함.(후시딘 오라메디 반창고 대일밴드 파스 소독약 솜 면봉 )

약봉투(어떤건지 아시죠?   )

손톱깍기

귀후비개

기둘력

무좀약(군화안에 뿌리는 거)

편지지

편지봉투

우표

과일캔

레모나

샴푸

린스

바디클렌져

열쇠고리

책(우렁이각시)

현수막

스킨로션

쳅스틱

다이어리

 

 

대충 이정도군요.... 간식꺼리로 보낸 과자나 초코바 라면은 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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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위기...............

 

우리 둘 에서도 첫번째 위기가 있었다.............

 

사실 이제와서  되돌아 보면  우리의 위기라기 보다 나의 위기였다.....

 

사회에 혼자 남겨진.....나의 위기 였다는게 더 솔직한 표현이다.

 

 

 

사실...

 

신군을 군에 보내고   보고싶어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보다.. 내가 더 힘들었던건.......................

 

그가 제대하고 난 후의  우리의  미래였다..............

 

제대한 후....... 신군은 다시 학생일테고

 

난  사회인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을텐데..................

 

나보다 훨씬 어린.. 영계들과.... 노닐(?) 신군의 모습을 상상하면

 

어린 여자 좋아하는게 남자들의 심리라든데.....

 

그때 되면.. 군에 있으면서.. 뒷바라지   죽도록 한 나는 체이고...

 

그놈은 딴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면 난 억울해서 어떡하나......

 

 

뭐 이런 생각에 정신적으로..무지 힘들었다............

 

적어도.....

 

제대하고 나서 학교생활 하다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서

 

나에게 이별을 고하면 어쩌나.. 뭐 그런 생각도 했으니.................................

 

 

신이 허락만 해준다면.... 그가 제대한 후에 우리가 어찌 되는지 살짝 엿보고 와서

 

남남이라면... 지금 당장 정리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불행이도 신은 한번도...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신군이

 

백일휴가를 나오던 날........................................

 

 

그는 집에도 가지 않고 바로 나한테 달려왔다............................

 

2002년 3월 14일..

 

신군이 백일휴가 나오던 날이었다.

 

 

 

"여보세요?"

 

"영미야   나야... 조금있다 경주가는 버스 탈꺼야    도착하면 내가 다시 전화할께"

 

"어.. 알았어..."

 

 

 

분명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신군이구...우린 연인사이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를 만나면 첫마디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친구를 앞에 세워놓고... 연습을 해봤다

 


"안녕"

 

-> 너무 흔해... 정말 보고싶었다는 느낌이 안나잖아

 

 

"오랜만이야"

 

-> 이건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 연인이 아니라 친구사이에 적당한 말이야

 

 

"하나도 안변했네"

 

->무슨 십년만에 만나는 이산가족도 아니고...전혀 연인스럽지가 않아

 

 

"보고싶었어"

 

->충분히 나의 마음을 전달해주지만.. 왠지 쑥쑤러운걸....................

 

 

 

 

친구는 무슨 연습이냐며 비웃었지만.....

 

신군이 학교로 올 시간이 다가 올수록..... 우리가 첫 만나던 소개팅 하던 날보다

 

더 떨렸다...

 

 

 

 

 

 

 

저 멀리................. 수위아저씨가 걸어왔다...

 

흠.... 자세히 보니.. 수위아저씨 치곤 너무 젊었다.....

 

헛... 설마..... 신군!!!!

 

 

신군 이었다.....................--;;;

 

여자 기숙사 수위아저씨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장바구니로 쓰면 적합할....... 포대자루를

 

하나 들고... 저벅저벅 씩씩하게 걸어오는 저 멋진 대한의 남아..(*^^*)

 

 

바로 신군이었다......

 

 

 

 

 

보고싶었던 얼굴이 막상 내 앞에 서있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 그....."

 

"영미야~~~~~"

 

날 보자 뛰어오는 신군이 그렇게 낯설을 수가 없었다

 

 

"와... 왔어?"

 

"머야.. 안반가워?  "

 

"바 반가워ㅣ.. 암... 반 갑구 말구... 무지 진짜.. 정말로.... 근데..."

 

"근데 머"

 

"니가 아닌거 같아"

 

' 이거 훈련 받으면서 다 탄거야"

 

(얼굴을 가르키며  모자를 다시 고쳐쓰는 신군의 모습에 예전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머리도 무지 짧네"

 

"응... 이병이니깐..... "

 

"두부만 쥐고 있으면... 딱이네...ㅋㅋㅋㅋㅋ"

 

 

농담이 나왔다.... 드디어 내가  신군에게 적응을 한거였다...

 

 

 

신군은 아는 친구 기숙사 방에  하루 신세를 지기로 하고

 

옷도 빌려입고 다시 나왔다........

 

신군이 아는 그 친구는 멀쩡한 허리를 쌩자로 수술 하더니.... 면제를 받았다......

 

그의 아빠가 꽤나 유명한 조각가라는 사실을 염두해 뒀을때

 

혹시나 빽을 쓴게 아닌가 하는게   지인들의 생각이었다.................

 

 

 

사복을 입고 나온.신군................

 

온몸에 군기가  들어간 것만 빼고...예전의 신군 이었다...........

 

 

왈칵 쏟아지는 눈물...............

 

사복을 입고 있는 신군을 보자 눈물이 났다...............

 

좋은 날인데.... 보고싶던 신군을 본 날이구.;..  그도 그토록 나오고 싶은 사회를 나온 날인데

 

눈물이 났다................

 

 

 

"너 왜 우냐?  난 너무 좋아서 하루종일 웃으면서 왔구 춤이라도 추고 싶은데 넌 왜 우냐

누가 죽었냐?"


 

그의 썰렁한 농담이 더 서러웠다.........

 

예전엔 당연하던 일들이 이제 앞으로 30개월 동안은 감사하며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날 더 슬프게 했다

 

 

"진짜 오랜만에 거기나 한번 가볼까?"

 

"어디?  반지낀데?"

 

"그래.. 내가 백일휴가 나오면 우리 같이 거기 가기로 했잖아"

 

 

 

질질짜는 날 데리고 신군은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며........ 공원을 향해 걸었다.....

 

 

"내가 훈련소에서 편지 일등 먹었어.  우리 동기들이 너한테 편지 쓰거 받았지?"

 

"응"

 

".........................고..............맙...............다...."

 

 

"치.."

 

 

 

변한건 하나도 없었다...

 

김유신 장군님도 그대로... 주위의 벤치며... 나무들도.. 그대로 였다.................

 

 

변한건 신군뿐이었다..................

 

 

 

벤치에 앉아서 한동안 얘기를 하다.... 내가 힘들게 말을 꺼냈다

 

 

 

"나...니가 상병 달때까지는 절대 면회 안갈꺼야"

 

"머? 머라고??"

 

"면회 안갈꺼라고"

 

"왜? 지금 그런말을 하는 이유가 뭔데"

 

"솔직히 우리가 결혼을 약속한 것도 아닌데 내가 너하나 바라보고 30개월을 보내는게

좀 그렇자나.....그리고 니가 제대하고 나서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데.... 그럼 내가 너무 억울할것 같아..."

 

"그럼 언제 면회 올껀데?"

 

"상병 달면 갈께. 그때까지 우리 사이에 아무일도 없으면..."

 

.

.

.

.

.

.

"알았다....너 춥겠다... 기숙사 들어가자"

 

 

 

 

그말을 하고 후회도 했지만.............    별 수가 없었다...

 

 

다음날 우린 시내 구경을 하기로 하고  걸어가고 있었다...

 

 

"군에 있으면서 많이 걸어서 지겹지 않나?"

 

"아니.. 그런건 없어"

.

.

.

.

.

.대화가 이어지지가 않았다...

 

어제 내가 한말에 상처를 받은게 분명했다..........

 

 

 

 

"야...신** 이병 "

 

 

누군가가 신군을 불렀다......

 

 

순간 신군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지며 뒤 돌아 봤다..

 

 

"어..맞구나..... 신이병.. 여자친구 만나러 여기내려왔냐?"

 

'필! 승!     네 여자친구 만나러 내려왔습니다."

 

 

 

'강릉가기전에 술한번 해야지.... 이따 보자.."

"네..필 승"

 

 

 

 

 

그 고참이 멀리 사라져도 신군의 표정은 벌레 씹은 표정이었다..

 

"왜그래?"

 

"내가 정말 재수가 없나봐ㅜ.ㅜ"

 

"왜?"

 

"저 인간이 어떤 인간인줄 아냐?"

 

"왜?"

 

"우리 내무실 최고 꼽창이야"

 

"않좋은거지?"

 

"당연하지.. 꼽창이라고...꼽창... 완전히 변태새끼야"

 

"왜? "

 

"그러니깐.. 그게......(잠시 망설이더니..) 암튼.. 그런게 있다.. "

 

 

 

 

 

신군은 기분 잡쳤다며...대구에 가자고 했다.............................

 

계획에도 없던 대구에 가게 되다니.....................

 

 

우린 늘 그랬다...

 

한번도 계획을 세운대로 데이트를 하거나..일을 진행시켜 본적이 없다....

 

 

 

항상.  뜻하지 않는 일이 생겨서..... 전혀 엉뚱한 곳을 가거나.. 계획의 전면 수정이 항상

 

비일비재 했었기에............

 

 

 

대구를 가는 동안..........

 

우리가 과연  인연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나의 머릿속은 예전보다 더 복잡했다.....

 

그냥 즐기면 되는 건데

 

그가 내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 그냥 즐기면 되는 건데............

 

왜 그게 안될까.............

 

내 스스로도 내가 답답했다.............

 

 

 

 

신군이 내맘을 알았는지.... 한마디 하곤 눈을 감았다

 

"나는 마음이 편한 줄 아냐. 너혼자 있는 동안 딴놈이 와서 너 데리고 갈까봐 나도 불안하고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