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당신과 부부였나 봅니다

푸른바다2003.09.10
조회401

전생에 당신과 부부였나 봅니다

전생에 당신과는 부부였나봅니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이토록 맹렬하도록 팔도 천지를 휘집고 다니는지 그 향도의 손짓

따라 가보지 않은 바다가 없군요.

통영 쪽빛 바다를 갈매기 두리번 서리번 날개짓 속에 포근히 찾기도 하고 보길도 그 문향의 바다 세연정에서

윤선도를 만나기도 했었지요.

아야진 푸르게 멍든 거친 창해의 바다 앞뜰에 휘감기기도 하며 강릉 경포호 빠진 술잔 건지려 달빛 맞으며 무

한바다 밤새 겄기도 했지요.

노을 곱게 파도이랑 은빛 찰랑이는 삼천포 사모의 바다로, 어머니 어머니 불러보는 어머니 바다의 젖내음 비릿

하니 고여있는 모정의 완도 청해진 기상높은 역사의 바다로 발길 머물게 하기도 하였답니다.

고흥 녹동 소록도 서러운 바다 한하운을 불러보기도 하고, 목포의 눈물 이난영의 바다에서 한 방울 눈물을 보

이기도 했지요.

금강 탁류 흐르는 군산 장항의 울고싶은 바다에서 채만식의 영혼과 교감을 위해 내 영혼을 술에 재우던 밤바다

도 있었지요.

간혹 내 어깨 뒤로 대륙의 겨울 모진 산바람 할퀴는 마른 감정의 샘이 생의 정오를 지난 지금에야 당신이 나를

찾아 오게한 신의 손길이 무심할 뿐입니다.

마지막 몰고간 바다가 아기손가락 보드랍게 몽돌 쓰다듬는 소리고운 당신이 기다리는 꿈의 바다입니다.

수 십여개의 무인도가 동터오르는 여명의 햇살 비밀스레 반기는 곳이지요.

당신이 그 비밀의 햇살을 마음껏 마시며 자란 곳이 나의 마지막 바다랍니다.

그 바다는 나의 살아온 꿈의 편린을 채워놓을 보금자리이기도 하지요.

생의 마지막시간 황혼의 초침 세울 곳이기도 하답니다.

고운 해조 내음이 살 폿 나울대는 향내가 비밀스럽고 아늑한 마음의 곳간을 채우기 위한 바다의 몸부림이 그곳

이 아닌가 하는 곱다란 생각도 합니다.

손가락으로 그리지는 못해도 당신의 얼굴과 미소는 어느 바다앞에서도 척하니 알아볼 수 있답니다.

나는 당신과 전생에서 함께 했었으니까요.

품으로 안겨드는 넓은 마음이 전생의 연을 풀도록 하고 있답니다.

바다가 그렇게 전생의 끈을 풀도록 만들어 주는군요.

지금 바다가 보이는 풍요로운 찻집에서 파도를 넘어 오시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파란파도 앞세우신 당신의 고운 발 밟음이 샹송의 애잔한 노랫말로 옷고름처럼 내 마음에 감기어 옵니다.

파도의 누이들이 당신과 나의 만남을 미소지어며 바라다 보고 있답니다.

당신과 나에게 생명의 고운 문서를 전해 주려 하는 군요.

희디흰 배꽃처럼 파도의 포말이 눈처럼 날리는 아름다운 바다 모습이 그림인 듯 펼쳐지는 나의 바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