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년 농민왕국의 마지막 왕은 숨을 거두었다.

은하철도200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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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년 농민왕국의 마지막 왕은 숨을 거두었다.

 

오호 통재라,
동방예의지국을 호시탐탐 엿보며 강화도 앞바다를 횡횡하던 무리들이, 이제는 심장까지 침범하여 가냘픈 숨통마저 끊어 놓으려는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직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추석날 아침에 멕시코 칸쿤에서 날아온 비보는, 오천 년 역사의 왕국을 슬퍼하여 통곡하나니,  조선땅에 피어난 벼이삭도 쓰러지고 조상을 경배하여 오르던 조선의 나물과 과일이 제사상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왕국의 멸망을 안고 낙화암으로 갈거나...... 황성옛터로 갈거나......


한반도를 지켜 내려왔던 풍성한 농산물이 오랑캐의 발굽아래 짓밟혀,  죽어도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랴, 허옇게 뜬 눈은 가을하늘에 박혀 비가 되어 내리고,  백성들은 산천을 배회하여 갈 길을 잃었으니, 오천 년의 역사여...... 오천 년의 조상들이여...... 한가위를 굽어보던 보름달이여......

 

쟁기를 놓은 농민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 
밭에서 일어선 내 아내는 어디로 가란 말이냐, 
조상의 무덤 아래서 고추를 따던 어머니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고조선이 멸망했다.  삼국이 번갈아 가면서 멸망했다. 고려가 숨을 거두었다.  이씨조선이 짓밟혔다.
흙빛으로 땅에 붙어 살던 민초들은 허망한 정치의 흥망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봄이면 대지는 따듯하였고, 여름이면 뜨거운 햇살에 곡식이 자랐으며, 가을이면 오늘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에 웃었다. 
조상은 제사상에 오른 음식을 들며 말했다.
"땅은 거짓말을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 이렇게 배부를 수 있다."

 

오천 년 농부의 왕국은 마지막 숨을 헐떡인다.
믿고 믿었던 조상의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금수강산의 비옥한 땅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눈물과 통곡의 상여가 나간다.
오천 년 역사의 영화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오늘,
맥시코 칸쿤에서 오천 년 농민왕국의 왕이 분사했다.  농업고등학교를 나오고, 농업대학을 졸업했으며, 농어민 후계자로 평생을 살던 마지막 왕이 숨을 거두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밀사인 이준열사가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분사하였듯이......

 

농민왕, 이경해님의 명복을 빌며, 추석날 아침에 통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