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옥잠화

김명수200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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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옥잠화

                                   부레 옥잠

옥잠화


옥잠 화를 처음 본 것은 경주의 단골 한식 점에서였다.

골동 석조 구유 통에 소담히도 예쁘게 피어난 꽃잎 한 장에 반해서이다.

어떤 분은 부레 옥잠화라고도 하고 어떤분은 물옥잠화라고도 했지만 지금 정확한 꽃 이름보다 더 바쁜 마음은 내 손수 꽃을 피워 보고 싶었다.

물배추 몇 송이와 아울러 물옥잠 몇 송이를 주인으로부터 분양을 받았다.

익히 알고 있는 단골인지라 수생식물 몇 그루 나누어 달라는 나의 요청에 쾌히 응낙 하며 주인 내외가 손수 좋은 놈을 친히 골라준다.


골동을 모으고 있는 후배에게 금이 가서 철사로 얽어 멘 서래기(독 뚜껑이나 그릇으로 쓰이는 굽이 없는 오지그릇) 하나를 얻어 와서 충분한 물을 붓고 이놈들을 띄웠다.

묻어온 개구리밥이 한 운치를 더하여 마음이 편하기 그지없다.

눈높이에서 지긋이 내려다보며 즐기기 위해 서래기 받침대로 옹기 항아리를 놓았다.

남향으로 향한 테라스의 그늘을 약간 이용해 일상의 시간대로 맞추어 놓았다.

나와의 연이 있으면 한창 개화기인지라 늦어도 열흘 안으로  꽃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직업의 특성상 나는 집을 장기간 잘 비운다.

열흘에서 한 달 정도는 집을 비운다.

처음 장기 출타 후 집에 오니 물옥잠 꽃이 피었다 졌다는 증거의 줄기만 두 개가 남고 꽃은 상견하지도 못했다.

두 번째 출타 후 마당에 주차를 한 뒤 테라스 불을 켜니 물옥잠 꽃이 피었다가 완전히 시들어 있었다.

꽃이 피기는 피는 데 꽃을 볼 인연이 없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한가위를 맞아 모든 일을 마감하고 제법 긴 휴식을 취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집에 들어서니 새벽이다.

테라스 불을 켜고 보니 물옥잠 꽃이 소탈한 모습으로 탐스레 피어 있지 않은가.

기쁜 마음에 요모조모 살펴보니 연한 보라색이 묻은 도라지꽃의 빛깔을 닮은 청초한 비색을 내며 한줄기에 세 송이로 피어있었고, 또 한 줄기는 네 송이가 피어 있었다.

잎의 육질은 습자지처럼 가볍고 보드라워서 감히 손을 대기조차 부담이 가는 것 같아 눈으로만 완상할 뿐이다.

흙에 뿌리를 박고 피는 꽃잎처럼 육질이 단단하지가 못하고 가벼운 모습이 가련하기 조차 하다.

물위에 떠서 살아가는 식물인지라 아마도 꽃잎조차 무게의 부담을 덜기위해 가볍게 진화한 것이리라.


아, 무던히도 보고자 했던 물옥잠이 드디어 내 눈앞에 일곱 송이가 풍성히도 피었다.

여섯 장으로 펼쳐진 잎은 끝이 뾰족한 꽃이 도라지꽃처럼 소박하다.

한줄기는 일경삼화이고, 한줄기는 일경사화로 피었다.

신기한 것은 맨 위의 꽃잎 한 장은 틀림없는 공작의 날개 문양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키워서 꽃을 본다는 결실의 기쁨은, 식물의 생태적, 기본적인 삶도, 우리 사람과 똑 같다 함에 있음을 보는 데 있다.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그들도 공기와 물과 따뜻한 햇볕과 기름진 흙이 있어야 살아간다.

사람과 무엇이 다르랴.


추석날, 기대하였지만 시간의 연이 닿지 않아 못 보았던 물옥잠 꽃이 두 송이나 활짝 핌으로 인해, 연이 닿지 않아 하마 못 볼세라 하였던 은근한 내 걱정을 말끔히 씻어 주며 아름답지만 소박한 물옥잠 꽃, 몇 송이를 더 보태어 가을의 서정을 한결 더 운치롭게 해 준다.

한결같이 윗 잎새 한 장은 공작의 날개를 그리도 빼다 박았는지.....

자연은 문양조차 그리도 공평히 식물과 동물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나보다.

보름달이 비구름 속에 잠기었지만 보름달 보듯 환한 꽃잎들이 한결 향기롭고 상서롭기만 한 가을이다.


2003, 09, 11

 

김 명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