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태풍 이 아침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속에 아내는 차를 몰고 출근길에 나서다 골자기에서 내려온 작은 여울물에 그만 차가 빠지고 말았다. 비를 맞으며 명절 다니러 온 아랫집 아들과 힘을 모아 겨우 여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우리 두 사람은 물에 빠진 생쥐 그대로 였다. 미안한 마음에 따뜻한 차 한잔으로 잘생긴 그 청년을 감사하게 인사하고 홀로 서재에 앉았다. 읍내 시장통에 살고 있는 친구가 숨가쁜 전화를 했다. 뒷 개울이 범람하여 집앞에 세워둔 자동차 두대가 급쌀물에 감겨 오십여미터나 밀려 갔고, 폐기하기 위해 집앞 도로에 세워둔 냉장고는 항구안으로 떠내려 갔단다. 도로는 진흙탕으로 변하여 야단법석 난장판이라며 한숨을 쉰다. 지금 올라오는 태풍의 이름이 '매미'라고 한단다. 매미, 순수한 우리말 태풍이름인데 이 태풍의 이름은 북한이 정한 이름이란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정한 태풍의 이름이 전체 태풍의 이름가운 데 14%나 차지 한다고 한다. 금년 여름은 정말이지 지겨울 정도의 비로 날궂이 한 여름이자 가을의 초입인 지금 까지도 빗소리는 매미처럼 울어대고 있다. 메스컴에서는 북상중인 매미가 예전 추석을 강타한 사라호 태풍 못지 않은 위력을 보이리라 한다. 여물지 못한 벼들은 또 한번 태풍의 피해를 입으리라 생각하니 들녘의 푸른 나락들이 안스러워 진다. 밝은 보름달은 고사하고 어두운 달빛도 구경할 수 없는 한가위, 그래도 마을 집집마다 고향 다니러온 자동차들이 시냇가 둑길에 줄을 이었고 마당마다 주차장이다. 빠듯한 도시생활에서도 가계부를 이리 고치고 저리 고쳐서서 모두들 부모님에게 정성담긴 선물들을 한아름씩 안고 그리운 고향을 찾아 왔다. 이 명절 지나고 나면 다시금 각자의 일터로 나가겠지만 며칠간의 고향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은 일상의 휴식과는 달리 충분하고도 푸근한 휴식을 주리라 생각한다. 날씨는 내 마음과 달리 흐리고 비바람 몰아치지만 그래도 추석의 풍성한 여유로움은 날씨 개의치 않고 넉넉한 품세로 맞아들이는 가을바람이 들녘에 일렁인다. 제발이나 아무런 피해 없이 매미는 울지말고 그대로 날아가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2003, 09, 12 김 명 수
매미와 태풍
매미와 태풍
이 아침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속에 아내는 차를 몰고 출근길에 나서다 골자기에서 내려온 작은 여울물에 그만 차가 빠지고 말았다.
비를 맞으며 명절 다니러 온 아랫집 아들과 힘을 모아 겨우 여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우리 두 사람은 물에 빠진 생쥐 그대로 였다.
미안한 마음에 따뜻한 차 한잔으로 잘생긴 그 청년을 감사하게 인사하고 홀로 서재에 앉았다.
읍내 시장통에 살고 있는 친구가 숨가쁜 전화를 했다.
뒷 개울이 범람하여 집앞에 세워둔 자동차 두대가 급쌀물에 감겨 오십여미터나 밀려 갔고, 폐기하기 위해 집앞 도로에 세워둔 냉장고는 항구안으로 떠내려 갔단다.
도로는 진흙탕으로 변하여 야단법석 난장판이라며 한숨을 쉰다.
지금 올라오는 태풍의 이름이 '매미'라고 한단다.
매미, 순수한 우리말 태풍이름인데 이 태풍의 이름은 북한이 정한 이름이란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정한 태풍의 이름이 전체 태풍의 이름가운 데 14%나 차지 한다고 한다.
금년 여름은 정말이지 지겨울 정도의 비로 날궂이 한 여름이자 가을의 초입인 지금 까지도 빗소리는 매미처럼 울어대고 있다.
메스컴에서는 북상중인 매미가 예전 추석을 강타한 사라호 태풍 못지 않은 위력을 보이리라 한다.
여물지 못한 벼들은 또 한번 태풍의 피해를 입으리라 생각하니 들녘의 푸른 나락들이 안스러워 진다.
밝은 보름달은 고사하고 어두운 달빛도 구경할 수 없는 한가위, 그래도 마을 집집마다 고향 다니러온 자동차들이 시냇가 둑길에 줄을 이었고 마당마다 주차장이다.
빠듯한 도시생활에서도 가계부를 이리 고치고 저리 고쳐서서 모두들 부모님에게 정성담긴 선물들을 한아름씩 안고 그리운 고향을 찾아 왔다.
이 명절 지나고 나면 다시금 각자의 일터로 나가겠지만 며칠간의 고향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은 일상의 휴식과는 달리 충분하고도 푸근한 휴식을 주리라 생각한다.
날씨는 내 마음과 달리 흐리고 비바람 몰아치지만 그래도 추석의 풍성한 여유로움은 날씨 개의치 않고 넉넉한 품세로 맞아들이는 가을바람이 들녘에 일렁인다.
제발이나 아무런 피해 없이 매미는 울지말고 그대로 날아가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2003, 09, 12 김 명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