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니고 싶다

...2003.09.13
조회285

인간이 아니고 싶다 간만에 햇볕이 따사롭다

매미소리도 맑게 들리고

지 분수 모르고 느티나무 정상까지 타고 올라간 호박꽃

빠르게 지나가는 차 소리 새소리...참 평온한 오후다

하지만 나와는 별개다

꿉꿉했던 공기를 햇볕이 정화시켜 뽀송 뽀송하게 해 주는데

그 공기를 맘껏 들이마쉬고 내 뱉는건 정화되기 전의 공기보다

더 꿉꿉하고 몇백배 더 무거운 한숨이 되어 뱉어진다

차라리 내가 인간이 아니였음 좋겠다

누군가 미치도록 그리울일 없는......

책임감이 무엇인지 예의가 무엇이고 도덕이 무엇인지 모르는.....

삶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눌러 땅 속으로 무너져 내려가도

그것이 힘든것임을...고통임을 모르는......

평범하게 지지고 볶고 싸우고 화해하고 서로 둥글어지는 평범한 일상이

내겐 욕심일뿐이라는 진리마저 모르는....

힘들때 아무대나 철푸덕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는것이

창피함인줄 모르는....

남이 내 흉을 보는지도 모르고 내 맘속에 있는 상처들을 꺼내

나를 치유할 줄 아는 그런 멍충이가 되고싶다

아프다고 소리 지를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누군가에게 나 아퍼...나 힘들어 하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축복일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에게 돌을 던진다 하여도

그 돌 속에서 날 지켜줄 이가 단 한명이라도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내 마음에 쓰레기통이 하나 있어 이것 저것 혼자 삭이고 끌어다 모으고

넘칠만 하면 꾹꾹 발로 눌러담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훌쩍 거리고

먹지도 못하는 소주 두잔에 취해서

해롱거리다 시간이 지나 다시 나를 추스리고

쓰레기통이 넘치지 않도록 폭발하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해 꾸우꾹 발로 누르는 나

내게 허락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꿈이듯

내 맘속의 쓰레기통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도 내 꿈이겠지

바보 머저리처럼 왜 난 술도 잘 못 마실까

아주 많이 취해서 가끔은 술김에라도 모든걸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음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