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히치하이킹 할머니 짜증났어요

택시타요할머니2008.03.20
조회125,385

톡을 즐기는 30대 초반 남자입니다

제 직업이 야근이 많고 출장도 잦고 그런지라

여자친구를 자주 만나지 못한답니다

오늘은 어찌어찌 시간이 나서 여친 작업실이 있는 분당으로

마이 슈퍼카를 몰고 룰루랄라 신나게 갔습니다.

작업실 앞에서 여친님을 공수해서 맛나는거 사주려고 서현역으로 갔는데

삼성프라자 뒷편을 주행하던 도중 어떤 할머니가 차를 세우시더라고요

 

"오빠야~ 언니야~ 내가 차에서 잘못내려서 그런데...정자동 아이파크아파트까지 좀 데려다 도"

 

대구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시고 짐도 있어 보이고 다리도 불편해 보이고...

10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태워드리고 싶었지만...

 

네.. 여친님과 데이트 시간이 너무 아쉬웠던 저는

 

"죄송한데 그냥 택시 타시면 안될까요? 저 여기 지리 잘 몰라서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솔직히 자주 시간이 나지 않아서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고싶지 않았고

게다가 차에 네비게이션을 달고 다니지 않는 저는

아파트 같은거 찾으려면 한참을 방황해야하기에

귀찮은 마음이 앞섰고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오빠야~ 내 다리가 너무 아프고 택시비도 없어서..."

 

(ㅡ_ㅡ 솔직히 분당 정자동...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자동네입니다. 게다가 거기 사는 아들이 있으면 아들이 데리러 나와도 되는거고... 택시비가 없다는 것도 말도 안되고 밍크코트 입고 그런말 하시는 것도 신빙성 없어보이고... 그냥 택시비 아껴보려는 것 같은 느낌이 참 강하더군요 또 그동네가 산비탈이 많고 그런 가난한 동네였으면....이해가 가겠는데...뭐 이딴생각 저딴생각 다 들었지만...ㅡ_ㅡ)

 

어쨌든 너무 힘들어 보이시길래 그냥 좋은일 하자~ 생각 들어서 태워드렸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죠

일단 정자동쪽으로 갔는데... (차 오질나게 막히더군요...아~망할 퇴근시간 ㅠ_ㅠ)

할머니에게~

 

"할머니 여기서 어디로 가야하나요?"

 

"아~ 여기 정자역 근처에 있던데... 아이파크 아파트 301동이다~ 301동~"

 

"아니 할머니 제가 아이파크 아파트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혹시 어디로 가는줄 아시냐고요~"

 

"아이파크 아파트 301동~~@!#$%&&^$*%##$%@"

 

끝없이 아이파크 아파트 301동을 외치시기에 그냥 포기하고 뺑뺑이를 돌기로 했습니다.

근데 어디 쉽게 찾아지나요...시간은 가고 아파트는 찾기 힘들고...

두 세바퀴 도는데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는 대답뿐...

슬슬 짜증은 밀려오고...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그냥 택시 타시는게 나을 것 같은데...." 라고 말 한 다음에

 

"할머니 여기 제가 지리를 잘 몰라서 아이파크 아파트를 잘 못찾겠는데... 제가 택시비 오천원 드릴테니까 택시 타고 가시면 안될까요? 여기 정자동 근처니까 택시기사 아저씨들 금방 찾으실꺼예요. 택시도 잡아드릴께요~"

 

이랬더니

 

"아니~ 내가 다리가 아프고 짐이 무거워서 어쩌고 저쩌고 아이파크 아파트 301동까지 가야한다" ㅠ_ㅠ

 

아~ 내가 착한일 하려다가 이게 무슨일일까....

데이트 시간은 점점 흘러가는데... 막막하기만하고...

그때 제 여친이 차를 박차고 나가서 길가던 청년을 붙잡고 어딘지 묻더군요

저도 따라 나갔고...

그래서 아이파크 아파트 있는 곳을 정확히 알아내서는 그쪽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아이파크 아파트단지가 두군데 있더군요..

첫번째 단지에서 "할머니~ 여긴가요?" 했더니 아니랍니다.

300미터쯤 더 가니 또다른 단지가 있길래 "여긴가요?" 했더니 또 아니랍니다. ㅠ_ㅠ

그래서 길가는 여성분께 도 물었죠...

아이파크 3단지가 대체 어디냐고...

그랬더니 아까 첫번째 그 단지가 맞다는겁니다...

그래서 다시 또 차를 돌려 첫번째 단지로 갔더니 301동이 있는겁니다!!

여친과 저는 이제 해방이라는 기쁨에 도착 후 "할머니 여기래요...~~"

하지만 할머니는 절대 여기가 아니라며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ㅠ_ㅠ

5분정도 여기가 맞다고 한 뒤에 할머니는 내려서 아파트를 둘러보며 여기가 아니라는 얼굴을 하고있고...

여친과 저는 할머니가 성큼성큼 가는 뒤를 따라 할머니의 짐을 들고...ㅡ_ㅡ

할머니는 계속 여기가 아니라고 하고...

나는 정자동에는 아이파크 301동이 여기 밖에 없다 그러고...

아파트 앞에서 또 5분...ㅠ_ㅠ

그러다 출입구 앞의 벤치를 보더니 아~ 여기가 맞다고 그럽니다

이건 뭐....ㅠ_ㅠ

 

졸졸 따라가다가 수위실을 발견!

역시 부유한 아파트라 보안도 철저하더군요...어떤 여자분이 문 열고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가서 할머니를 수위아저씨께 인수인계했지요

근데 수위아저씨는 아 할머니 주민 아니라고 그럽니다..ㅡ_ㅡ;;

할머니는 자기 아들집이라고 대구에서 왓다고 그러는데 말하는태도가

거의 머슴에게 말하는 태도 ㅡ_ㅡ;;

 

"왜! 뭐! 내 아들 여기 산다! 아이파크아파트 301동! 버럭!"

 

아들 이름을 대거나 호수를 대거나 그럴 생각은 없으시고....

그놈의 아이파크아파트 301동을 계속 외치는 할머니...

 

얼굴이 사색이 된 여친과 나...

여친과 저는 도망가야겠다는 생각 뿐...

슬금 슬금 둘이 나가는데 이번엔 수위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더군요...

이 분 잘못오신거 아니냐고...

그래서 "아니에요 여기 아들이 산대요... 저희도 그냥 모셔다 드린거라 잘 모른답니다~"

그러고 여친님과 종종걸음으로 뒤도 안돌아보고 제 차로 돌아왔습니다.

 

아아...서현역에서 정자동까지 무려 1시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이건 뭐 택시 노릇에 짐까지 들어 드리고 고맙단 소리도 못듣고...

당연히 우리가 해야한 일을 한 것처럼 태도를 보이는 할머니...

 

차 타기 전에 절던 다리는...

아파트 들어가니 싹 나으셨더군뇨 ㅠ_ㅠ

 

여친과 저는 늦은 저녁을 먹으며 앞으로는 선행을 자제해야겠다고...

뭐 그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며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 할머니 택시비로 드리려고 꺼냈던 5천원...

여친이랑 저랑 차 밖으로 나갔다 온 사이 없어졌더군요

후후후.... ㅠ_ㅠ

할머니~ 부자되세요~

 

오늘 저녁 훈훈할 뻔 했는데 전혀 훈훈하지 못했답니다.

아~ 제길쓴....ㅠ_ㅠ   

 

할머니께 제 명함 쥐어주고 왔어야 하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