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가 누고?"

오두막200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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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안방은 휑뎅그리 할 만큼 넓습니다
새로 이사하면서 오래된 장농을 버리고
친정부모님이 쓰시던 오동나무 사단 서랍장을
두개로 늘어놓고 오고가다 보는 책 몇권과
유일무일하게 십녀년전에 경주 나들이 찍은 부부 사진하나가
불국사 대웅전을 배경으로 찍혀져 있군요
안면있는 목사님 부인이 이사선물로 주신 꽃 등도 하나 있구요

좋은 힘으로 먼지를 아낌없이 빨아드리는 신형청소기는
나의 그녀가 준 선물이구요(난생처음 쓰는 청소기라서인지 정말 좋군요)
딸내미방의 옷장과 아들내미방의 침대는
여드름 투성이 막내대렴의 선물이고요
내동생은 좋은거 사라면 거금을 오십만원을 줬고
나를 눈튀어나오게 놀라게 한것은
울 짠순이 시어메님이(^^;) 거금 백만원을 회사하신겁니다
다달이 보내드리는 작은 생활비를 아껴아껴 모아놓으셨다가
'야야 니 욕받다 이거가지고 좋은 장농사라'하시면서 건내시는데
눈시울이 화끈거리고 목울대가 따금거려서 혼났습니다

거실벽면 중앙엔 친구가 준 그림이 한점 걸려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복장의 남자들이 카누를 타고 사냥을 하고 있고
하늘에 새가 나르고 긴대궁을 가진 연꽃이 피어있고
클래오파트라 복장을 한여자들이 비파와 꽃을 들고 서있습니다
식구들이 다아 잠든 늦은 밤이며
나는 할로겐 조명을 켜고 그 그림을 오래 오래 쳐다봅니다
그러면 남자들 다리 사이에 조그맣게 앉아 보호 받는 그림속의 여자처럼
기분이 평안해 옵니다
하루가 무사이 지나고 나는 곧 잠들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휴일이라 베란다에 두었던 빈화분 몇 개 가지고
근처의 꽃집에 가서 마리안느 한점, 빨간꽃이 피는 우아한 자태의 화초한점,
활짝핀 고사리 잎같은 화초한점, 그렇게 분에 넣고 와서
슬렁한 군데군데를 메웠습니다
내친김에 작은 액자속에 넣을 만한 사진을 찾았습니다
서너살 먹은 애들이 내복바람으로 목젖보이게 웃고 있는 사진하나,
딸의 유아원 소풍때 빨간 콤비를 입고 소나무 등치에 기대어 찍은 사진 한점,
 스믈 예닐곱 되어 보이는 여자 사진
푸른호수와 단풍드는 산을 배경에 양손으로 어깨에 걸친 자켓을 살짝 잡고
풍성한 머리카락은 어깨에 살랑 닺아있고,
까맣고 흰 스포라이트무뉘의 바지,까만 불라우스,빨간자켓을 걸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짖고 있군요

이 사진속의 여자는 내가 봐도 괜잖습니다
어마도 사진기술이 주는 트릭이겠지요
그런줄 알면서도 액자속에 넣어 머리맡에 두고 머언히 보려니까
괜히 울컥해지고 눈물이 쑥 빠지지 뭡니까?
왜 그러냐고 묻지 마세요
나도 지금 생각하고 있는 중 이니깐요
'쟈가 누꼬?'



♬ - The Mission ㅡ gabriel's ob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