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의 전설 - 제6화 - 죽지 못한 자들의 희망 #6

사나토스2003.09.18
조회144

"뭐? 벌써?"
"2군단이 지키고 있는 구역의 농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몰살당했습니다."
"부대 피해는?"
"그쪽 입구를 지키던 외곽 수비부대중 보병이 거의 전멸입니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다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놈들의 짓이라는 증거는 있나?"
"조사해 본 결과 그쪽에서 개발중인 전투용 크리쳐와 80% 이상 같은 모델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미노리카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미코대령이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기에 그때의 상황을 파악도 못했는데 지금 그를 배신자로 만들어서 내몰아야 하는 것이다.
내키진 않지만 사태가 이렇게 흐른다면 저쪽에서 또 다른 행동을 취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녀는 레니아를 불렀다.
미노리카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겨보기로 했다.
그녀가 말한대로만 된다면 미코의 희생으로 우선은 적의 무모한 공격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이다.

 

"부르셨습니까?"
"어서오세요. 레니아 군단장."
"결정하셨습니까?"
"회의를 통해야 하겠지만 한시가 급합니다. 저쪽에서 다른 공격을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걱정 마십시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미안하군요."
"전 군인입니다. 거기서 죽더라도 그건 저의 선택입니다."

 

레니아가 자신의 부관과 함께 돌아가고 한참 후에 미노리카의 부관이 다시 헐레벌떡 뛰어왔다.

 

"각하, 큰일입니다."
"또 무슨 일인가?"
"이번엔 서쪽에서 공격을 당했습니다."
"뭐라고?"
"제 4군단의 30프로가 전멸했다고 합니다."
"아메리카측이 확실한가?"
"아직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크리쳐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일반 돌연변이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완전히 죽일 작정인가? 이건... 전쟁이다."
"그럼 저희쪽도 대응을......"
"그건 안돼!"

 

부관의 말에 미노리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직 그것들을 움직여서는 안된다. 지금 그걸 사용하면 놈들은 전면전을 개시할거야. 아직은 우리쪽에 승산이 없다."

 


다음날.
스파키 일행은 목표지점에 거의 다다르자 전부 조종실에 모여 호파스의 지시를 들었다.
리코가 데리고 온 솔져들은 다른 방에서 완전무장을 한 채 대기중이었다.

 

"이 지역은 돌연변이들이 자주 나오니까 우린 여기서 기다리겠다. 아까 얘기한대로 스파키가 로봇을 데리고 들어가서 핵탄두를 가져올 때까지 리코 자네가 밖에서 입구를 지켜주면 돼. 알았지?"
"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이번 일에는 아리아와 쟌느도 따라간다."

 

호파스의 말에 스파키가 물었다.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틀림없이 도움이 될테니까 데려가도록 해."
".........."

 

스파키는 아까부터 아리아가 한마디의 말도 없이 계속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 느꼈던 이상한 느낌이 다시 들자 그냥 호파스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스파키는 대기상태의 에디를 배낭처럼 어깨에 들쳐메며 모두에게 말했다.

 

"준비됐으면 가자."

 

비행선이 내려서고 문이 열리자 모두 신속하게 내렸다.
발이 빠른 캔이 먼저 앞서 가고 그 뒤를 리코와 그의 부대가 따랐으며 그 뒤로 캔이 아리아와 쟌느를 데리고 따랐다.
그들은 그렇게 인류의 미래에 해가 될 수 있는 엄청난 물건들을 없애기 위한 첫발을 디뎠다.
하지만 그 순간이 그들이 겪게 될 엄청난 소용돌이의 시작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작은 마을로 향했다.
이미 폐허가 되어 있지만 아직 건물들의 형상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마을은 지금이라도 사람이 튀어나온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캔이 먼저 조심스럽게 다가가더니 빠른 속도로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것 같습니다."
"음....... 그럴까?"

 

스파키는 비행선에서 내리기 직전에 호파스가 해 준 말을 떠올렸다.

 

'주변에 많은 수의 생명체 반응이 보이긴 하는데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더구만. 조심하게.'

 

마을 근처까지 다다른 스파키는 걸음을 멈추며 리코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턴 내가 앞장서도록 하겠소."

 

리코가 고개만 끄덕이더니 부하들에게 손짓을 하자 군인들이 주변을 경계하는 진형으로 바꾸며 스파키를 따랐다.
마을 한가운데에로 들어선 스파키는 호파스가 말해 준 대로 바닥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자 작은 수영장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시멘트 구조물의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간 그는 바닥을 유심히 살피다가 무언가를 찾더니 리코 쪽으로 걸어왔다.

 

"바닥에 입구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입구가 어딘지조차 알 수 없소."
"알겠습니다."

 

리코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손짓을 하자 솔져 하나가 뛰어왔다.
그리곤 리코가 무어라 말하자 바로 두명의 솔져와 함께 스파키가 실피던 곳을 중심으로 넓게 폭탄을 설치했다.
그들이 물러서며 피하라는 손짓을 했고 모두 피하자 곧 엄청난 폭음이 울리며 사방으로 모래바람이 일었다.
건물 뒤로 몸을 숨기긴 했지만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모래를 피하지 못한 그들은 전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래를 뒤집어 쓴 꼴이 되고 말았다.
바람이 불어온 바람에 모래연기가 걷히자 캔이 먼저 다가갔고 바로 소리를 질렀다.

 

"입구가 보입니다."

 

그 말에 모두들 다가가서 보니 정말 시커멓게 부식한 철문이 커다랗게 바닥을 덮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방금 전의 폭발로 녹이 벗겨진 곳은 철문의 원래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리코의 부하들이 문을 잡고 힘겹게 치우자 아래로 내려가는 기다란 통로가 드러났다.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진 그곳은 마치 지옥으로 내려가는 입구처럼 보였다.
스파키가 먼저 발을 떼며 모두에게 말했다.

 

"나와 캔이 내려가서 핵탄두를 가져오겠소. 그때까지 리코 당신이 입구와 여자들을 지켜주시오."
"저도 가겠어요."
"저두요."

 

스파키가 내딛는 걸음과 함께 두 명의 여자들도 따라 내려서며 말하자 스파키가 멈추었다.

 

"안에 위험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군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안전하다."

 

스파키가 이렇게 말하며 아리아를 바라보자 그녀의 미간이 잔뜩 찡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또 다시 그녀의 이상한 현상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았지만 그녀는 그 상태로 아무 말 없이 불안한 눈으로 스파키를 응시할 뿐이었다.

 

"............"
"저도 따라가야 해요."
"좋다."

 

캔도 쟌느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지만 쟌느는 오빠의 눈빛을 무시하며 먼저 발을 옮겼다.
스파키는 내키지 않았지만 왠지 호파스가 한 말이 떠오르자 그냥 아무말 없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리코가 밖에서 문을 닫으며 안으로 작은 전등을 던져주더니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

 

문이 닫히자 안은 곧 칠흙같은 어둠에 휩싸여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스파키가 바로 에디를 내려놓으며 헤드셋을 통해 조용히 말했다.
조용히 말했지만 안은 습기로 인해 모든 소리가 울렸다.

 

"에디. 일어서라."

 

스파키가 명령하자 에디가 몸을 펴며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입니까? 적은 어딨습니까? 이런~ 아무것도 안보이는군요."
"그럼 불을 켜라."
"네. 그래야겠군요."

 

일어선 에디의 머리부분에서 밝은 라이트가 켜졌지만 에디가 여기저기를 둘러본답시고 머리를 흔드는 바람에 마치 파티장 분위기같은 상황이 되고 말자 스파키가 에디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앞을 비춰라. 아래로 내려간다."
"네."

 

에디가 먼저 앞장을 섰고 스파키가 바로 뒤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그들이 약 10분 정도 내려갔을 때, 쟌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캔의 팔을 잡았다.

 

"왜 그러니? 쟌느."
"오빠. 무언가 있어요. 작은 무언가가 계속 우릴 따라오고......"

 

쟌느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스파키가 조용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조용히. 그냥 걸어라. 바로 뒤에 있다."

 

캔은 자신의 여동생이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지만 그냥 스파키의 말에 따랐다.
조금 더 내려가자 에디가 소리쳤다.

 

"우와! 문이 보입니다!"
"사사사사......"

 

에디가 지른 소리가 어두운 통로를 울리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뒤에서 계속 따라오던 것들이 일제히 빠른 움직임을 보이지 시작하자 스파키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엎드려!"
"츠팍!"

 

스파키의 손에서 전류가 뻗어나가 방금 지나온 곳의 천정을 강타하자 사람 머리크기 만한 거미떼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전력을 정통으로 먹은 놈은 그대로 산산조각나며 아리아의 바로 뒤에 떨어졌고 전력이 사방을 비춘 그 짧은 순간에 캔은 두마리의 거미를 발로 밟아버렸다.

 

"캔! 문을 열어라. 에디! 놈들을 쓸어버려!"
"투투투투투"

 

에디가 밝게 비추던 전등을 이리저리 어지럽게 움직이며 기관총을 쏴대기 시작했고 총소리 때문에 스파키가 여자들에게 소리치는 것이 들리지 않자 그는 직접 여자들의 몸을 끌어당겼다.
아리아와 쟌느는 뒤를 돌아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캔을 따라 문쪽으로 뛰기 시작했고 캔이 육중한 철문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파키는 전력의 강도를 조절하며 놈들을 향해 전력을 쏘았지만 정통으로 맞는 놈만 부서질뿐 약하게 맞은 놈들은 아무런 영향이 없는지 계속 다가왔다.

 

"에디. 몇마리나 있나?"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방금 가슴에 붙은 놈을 떼어내며 대답한 에디는 불빛을 비춰가며 기관총을 쏘았고 스파키는 에디의 총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에 의지하며 가까이 다가온 놈들에게 전력을 먹였다.
그때, 캔이 소리쳤다.

 

"문이 안열립니다."
"이런........ 비켜라!"

 

스파키의 뜻을 알아챈 캔은 아리아와 쟌느의 몸 위로 엎드려 여자들을 보호했고 그와 동시에 스파키는 도박을 걸었다.
이정도의 습기가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강한 전력을 쏘았다가는 다른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게 되지만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에디의 총알도 바닥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는 수 없이 스파키가 힘을 써야 한다.
이래도 저래도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캔의 머리 위로 스파키의 손바닥에서 뻗어나온 굵은 전력의 줄기가 문을 강타하자 마치 폭탄이 터지는듯한 굉음과 함께 여분의 전력이 터널의 벽을 따라 흘렀다.
가느다란 전력의 줄기들이 캔과 아리아, 쟌느의 몸을 흘렀고 스파키의 다리를 휘감은 다음 에디의 몸에까지 영향을 주며 다가오던 거미떼에게까지 영향을 주자 에디는 총을 멈추었고 가까이 있던 거미들은 바닥에 떨어져서 버둥거렸다.
스파키가 캔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다들 괜찮나?"
"네!"

 

전력에 피해를 봤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캔의 대답에 힘이 실려있자 스파키는 안심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 에디, 따라와라."

 

캔과 여자들이 안으로 뛰어들어가고 스파키가 뛰어들어가자 에디가 철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따라 들어왔다.

 

"에디. 레이져로 문을 봉쇄하라."
"네."

 

스파키와 캔이 떨어져 나간 철문을 서둘러서 가져다 대자 에디의 머리에서 가느다란 레이져가 나오며 철문의 변두리를 따라 녹여나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철문이 벽에 붙어버렸고 밖에선 놈들이 바닥을 기어다니며 내는 수천개의 발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내 곧 그 소리는 사라졌다.

스파키가 일어서며 주위를 살펴보니 안은 꽤 넓은 공간이었다.
지상에서 이어진 광케이블이 아직 파손되지 않은 덕분에 실내는 희미한 빛을 발하는 동전 크기만한 전등 몇 개에 의해 밝혀지고 있었다.

 

"어떻게 나가죠?"

 

캔이 아리아와 쟌느를 일으켜주며 말하자 에디가 대신 대답했다.

 

"주인님이 싸악~ 쓸어버리면 그때 나가죠 뭐."

 

스파키는 호파스가 준 작은 컴퓨터를 꺼냈다.
버튼을 몇 개 누른 그는 화일들을 검색해서 NO 1 이라고 된 화일을 열었다.
그러자 현재 자신들이 들어온 미사일 기지의 설계도가 화면에 가득 찼다.

 

"저쪽이다. 가자."

 

스파키가 가리킨 쪽으로 좁은 복도가 나 있었다.
그들은 그 복도를 따라 스파키의 지시를 따르며 구불구불한 복도를 수차례 방향전환을 하며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는데 그 한가운데에 거대한 미사일로 보이는 것이 마치 기둥처럼 서 있었다.
그곳도 희미한 전등이 두어개 보이긴 했지만 작업을 할 만큼 밝진 못했다.
스파키는 에디를 바라보며 호파스의 개조에 의해 모양이 변형된 왼쪽 팔을 바라보았다.

 

"에디. 이젠 네가 나설 차례다."
"기다리십시오. 금방 끝내겠습니다."

 

에디는 다시 라이트를 켜더니 벽에 있는 사다리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사다리의 끝에서 미사일로 연결된 다리를 지나 미사일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더니 옆으로 걸으며 미사일의 탄두를 꺼낼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그리곤 마치 사람처럼 노랫소리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천재~ 박사~ 위대하신~ 호~파~스~"
"한번만 그 소릴 더 하면 다른 로봇을 만들겠다."
"하하하하. 저같은 우수한 로봇을 누가 만든단 말입니까?"
"위대하신 호파스가 만들겠지."
"........."

 

에디는 조용히 작업을 시작했다.
한편, 밖에서 기다리던 리코는 닫힌 철문 위에 앉아 허리춤에서 작은 병을 꺼내더니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이제 곧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리게 되겠군. 하하하하....."

 

그의 말에 부하들도 미소를 지었다.

에디가 작업을 하는 동안 스파키는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어디선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느낌은 조금도 강해지거나 약해지지 않고 일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아는 계속 미간을 찌푸린채 좋지 않은 기분을 역실히 드러내고 있지만 그렇다 할만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만일 적이 있다면 도데체 어디 있는지 도무지 방향을 감지할 수가 없었다.
호파스의 말에 따르면 에디가 핵탄두를 헤체하는 동안은 미사일의 중앙센서와 접촉을 시도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이 끝날 때 까지는 외부의 명령을 듣지 못한다고 했기 때문에 에디의 스캔기능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어디선가 다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느낌의 정체가 무엇인지 드디어 눈에 띄었다.
위로부터 밝은 빛이 조금 쏟아지며 바닥을 좁게 비추다가 어느새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바닥을 주시하며 신경을 집중하자 바로 스파키의 옆 바닥이 다시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스파키는 천천히 위를 올려다 보았다.
칠흙같은 어둠이 끝없이 펼쳐진 동굴을 보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있다.
스파키는 조용히 손바닥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곤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그대로 전력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가느다란 전력의 줄기가 곧게 뻗어나가 에디의 등을 지나 천정으로 솟아오르다가 무언가에 부딪혔다.
그저 어두운 허공에 부딪히는 듯 하더니 전력이 어디에 부딪혔는지 그 실체가 눈에 들어왔다.

 

"헉! 스파키......"
"이런........"

 

캔이 먼저 놀라며 빠르게 여자들 곁으로 붙었고 스파키는 입을 딱 벌린 체 놀라며 온 몸에 전력을 끌어모았다.
직경이 15미터는 족히 되는 원형의 미사일 발사용 터널이 거대한 거미에 의해 막혀 있었던 것이다.
거미가 몸을 움직이며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거미의 몸 틈으로 햇빛이 짧게 들어왔던 것이다.
거미는 아직 스파키 일행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것을 모르는지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캔."

 

스파키는 조용히 캔을 불렀다.

 

"왔던 길로 나가라."
"예. 알겠습니다."

 

조용히 대답한 캔은 여자들을 데리고 뒷걸음질을 치며 천천히 움직였다.
캔과 여자들이 좁은 복도의 입구로 들어서는 찰나 아리아가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끼아......."

 

그리곤 갑자기 웅크렸다.
캔은 그녀의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보곤 빠른 걸음으로 아리아와 쟌느를 데리고 스파키의 뒤로 이동했다.

 

"스파키. 통로는 아까 그 괴물들로....."
"젠장. 갇였군."

 

스파키가 몸에 돌리던 전력을 두 손에 모으자 손바닥 주변이 밝게 빛났다.

 

"내가 놈을 맡는 동안 아리아와 쟌느는 내 뒤에 숨어라. 캔이 통로를 연다. 가능하겠나?"
"해보겠습니다."
"에디. 응답하라."
"네."

 

에디는 아직도 계속 작업을 계속하면서 대답했다.

 

"지금 작업을 중단하고....."
"불가능합니다."
"중단해."
"지금 위험한 상태입니다. 지금 핵탄두를 분리하고 있습니다. 중앙센서가 알아차리면 자폭을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빌어먹을....... 캔. 어서 가라."

 

캔이 통로를 향해 뛰어가더니 곧 심호흡을 하며 다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금방 캔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그의 빠른 발에 의해 통로 안의 괴물들이 깨지는 소리가 연이어 울리기 시작했다.
캔은 통로 안을 소리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커다란 거미들의 몸집을 박살내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스파키가 쟌느에게 말했다.

 

"쟌느. 아리아를 데리고 따라가라."
"네."

 

쟌느가 아리아의 손을 이끌며 통로 안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캔이 튀어나오며 거친 숨소리로 말했다.

 

"안됩니다. 너무 많습니다. 통로 전체가 놈들로 꽉 찼습니다."
"............."
"어떻게 하죠?"
"비켜라."

 

스파키는 아직도 두 손에 전력을 모은 상태였다.
그는 그대로 통로 안쪽으로 두 손을 향하며 기합을 넣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뭉쳤던 전력의 양이 순식간에 증가하더니 그의 팔뚝보다 굵은 전력의 줄기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스파키는 전력의 줄기를 움직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전력의 줄기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요동을 치며 통로의 벽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통로 안은 환해졌고 시커멓게 뭉쳐서 다가오던 거미떼들은 순식간에 퍼버벅 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했다.
전력의 줄기를 맞지 않은 놈도 다리들이 타버리며 바닥에 떨어졌고 금새 통로 안은 누런 연기로 꽉 차버렸다.
스파키의 손에서 전력의 소용돌이가 멈추었을때 다시 놈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스파키는 좀 더 강한 전력을 사용했다.
다시 한번 통로 안은 커다란 전자렌지처럼 안의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두 번의 전력폭풍이 지나간 통로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파키가 다시 전력을 끌어모으며 준비를 하는데 에디가 내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얏호! 성공입니다. 주인님."
"조심해!"
"어? 이건......"

 

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던 거대한 거미가 다리 하나를 휘둘렀다.
에디가 미사일에서 분리되더니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스파키가 달려가서 보니 에디의 머리가 날아가고 없었다.

 

"이런. 에디."
"네. 주인님. 어디 계십니까? 센서가 전부....."
"일어서라. 핵탄두를 가지고 이곳을 탈출한다."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제발...."
"방향은 감지할 수 있나?"
"그건 가능합니다."
"왔던 길을 가며 그대로 무차별 사격을 게시하라."

 

스파키의 명령과 동시에 에디가 한 손엔 자신의 몸집만한 핵탄두를 들고 기관총을 발사하며 통로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캔과 여자들이 따랐고 스파키는 거대한 거미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따랐다.
왕거미가 미사일에 의해 움직임이 막히자 거대한 발로 미사일의 머리부분부터 부수기 시작했다.
발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미사일이 뜯겨나가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동안 부식한 미사일의 표면은 힘없이 부서져 나갔다.

 

"서둘러라. 시간이 없어."

 

스파키가 소리쳤지만 에디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선 채 총만 발사하는 중이다.
에디가 움직임을 멈춘 것으로 안 그가 뒤를 돌아보니 입구가 거미들에 의해 완전히 막힌 상태였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갔다가는 에디를 제외한 모두가 거미들의 먹이가 될 판이었다.

 

"이런........"
"스파키!"

 

그때 캔이 소리쳤다.

 

"힘을 쓰십시오."
"그랬다가는 전부 죽는다."
"아까 문을 열때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

 

그제서야 스파키의 머릿속에 전력에 몸을 감긴 캔과 여자들이 무사한 일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이번에 호파스가 준 옷에 달린 물건들이 작용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스파키는 온 몸에 강한 힘을 끌어올리며 에디의 앞쪽으로 달렸다.

 

"뒤로 빠져!"

 

곧 에디의 총성이 멈추었고 스파키의 기합소리가 통로 안을 채웠다.

 

"끼야압!"
"츄팍!"

 

스파키가 반동을 줄이기 위해 다리를 약간 구부린 채 두 손을 앞으로 뻗자 사람의 몸통만틈 굵은 전력줄기가 앞으로 쏘아졌다.
그건 이제까지 그 누구도 보지 못한 힘이었다.
스파키 자신도 그런 전력을 뿜어 본 적이 없을만큼 강력한 파장이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온 통로 뿐만 아니라 지하기지의 전 통로에 스파키의 전력이 지나다녔다.
불과 2초 정도의 시간동안 그곳의 모든 공간은 깨끗하게 정화라도 되듯 모든 것이 타버렸다.
간헐적으로 메달려 있는 작은 광섬유 전등도 타버렸고 세까맣게 덤벼들던 거미떼들도 산산이 부서지며 더욱 작은 알갱이로 부서져 버렸다.
캔도 자신들의 몸에 감기는 굵은 전력줄기의 진동을 느끼며 놀랐고 여자들은 비명을 질렸다.
스파키가 전력을 멈추자 곧 침묵이 다가왔지만 아직도 벽의 군데군데에서 스파크가 튀겼다.
그리고.......

 

"쿠앙!"

 

미사일이 중간부분이 무언가에 부딪혀 찢겨지며 커다란 소리를 내더니 쓰러졌다.
쓰러진 미사일은 벽에 기대어지며 부식된 부분이 부서지며 두동강이 나버렸다.
이제 왕거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없어진 것이다.

 

"다들 괜찮나?"

 

스파키가 돌아보자 캔이 놀란 여자들을 부축하며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다들 몸에 부착된 작은 상자에서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다.

 

"호파스가 준 장치 덕분에 산 모양입니다."
"..........."

 

스파키는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스파키. 괜찮습니까?"
"이정도는 괜찮다. 어서 나가자."

 

스파키는 에디의 손에 들려진 핵탄두를 들쳐 메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나머지도 그를 따라 달렸다.
스파키는 자신도 모르게 눈에 신경을 집중했고 그러자 어두운 통로가 조금이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캔이 아리아와 쟌느의 손을 잡고 에디의 철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달렸다.
뒤에선 거대한 왕거미가 미사일을 부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 좁은 통로로 들어올 수는 없다.
한참을 달린 끝에 스파키는 처음 거미들을 피해 도달했던 곳에 도착했다.

 

"캔. 문을 부셔라."

 

캔이 문을 세게 걷어차자 용접했던 부분이 쉽게 떨어졌다.
스파키가 내뿜은 전력이 여기까지 도달했었는지 문이 떨어지자 위로 향한 계단에서 시커먼 연기가 밀려왔다.
스파키가 연기를 손으로 헤치며 서둘러 나가려 했다.
그때, 아리아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달려와 스파키의 팔을 움켜잡았다.

 

"아아...... 안돼......"
".........."

 

스파키가 그녀의 눈을 보자 예전에 공포에 사로잡히며 보였던 눈빛이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스파키는 핵탄두를 내려놓고 무전기를 꺼냈다.

 

"호파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자 스파키는 에디에게 명령을 내렸다.

 

"에디. 발칸포를 준비하고 먼저 올라가라."

 

에디가 바로 철컥거리며 망가진 다리를 움직여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지 5분이 지나자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에디. 보고하라."
"군인들이..... 치직......."
"이렇게 빨리 드러내다니......"
"스파키.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밖에서....."
"놈들이 배신했다."
"네?"
"이걸 노리겠지. 출구는 여기 뿐일텐데."
"네? 하지만......."

 

캔은 혹시 다른 적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스파키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저 총소리는 군인들의 총에서 나는 소리다."
"그럼 호파스는......."
"당했을지도 모른다."

 

스파키가 작전을 세우기 위해 잠시 고민을 하는데 쟌느가 입을 열었다.

 

"보여요."
"........."
"지금 밖에 우리와 함께 온 군인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서두르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