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구름속의 산책" -Vogue10월호 화보

이지원2003.09.20
조회3,195

이서진 "구름속의 산책" -Vogue10월호 화보

 

 

 

 

이서진 "구름속의 산책" -Vogue10월호 화보

 

 

 

이서진 "구름속의 산책" -Vogue10월호 화보

 

 

이서진 "구름속의 산책" -Vogue10월호 화보

 

이서진 "구름속의 산책" -Vogue10월호 화보

 

이서진 "구름속의 산책" -Vogue10월호 화보

 

 

출처 : 다모까페 (그린바나나님 올려주심)


<보그 10월 기사>


이서진은 연예계의 사악한 조종자 역할(별을 쏘다)과
시대극의 낭만적인 무관(다모)을 똑같은 자신감을 갖고 연기할수 있다.

무엇이 이 세련된 뉴요커를 그토록 다중적이고 매혹적인 사랑의 메신져로 만들어주었을까?


"뉴욕에 있을 때는 맨허틍 아파트의 27층에 살았습니다.
뉴저지와 무역센터가 전부 내려다보였죠"
지금 스튜디오 옥상의 아슬아슬한 테이블위를 걸으며 오랫만에 활짝갠 9월의 햇살을
만끽하는 남자를 보면서, 막을 내린 한 사극의 로맨스를 떠올리지 않을수 없었다.

<다모>의 채옥과 황보윤...현대라는 렌즈를 통해 세련되게 부활한 조선시대 연인의 모습.
이서진은 열정적인 남자였다. 사명감있고, 부하를 잘 다루고, 여자를 감동하도록 만든다.
매혹적인 눈빛과 따뜻한 목소리, 날카로운 칼과 애인의 뺨을 동시에 어르는 강하고
부드러운 손놀림.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리 마주보니 얼마나 좋으냐"
수염과 상투를 튼 4백년전 무관의 목소리가 와이어액션보다 더욱 강렬하게
현대인의 고전적인 감성을 두드린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로맨스의 힘'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드라마는 끝났으니, 지나친 흥분은 금물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이서진의 선이 굵은 외모는 지금 행어에 걸려있는 구찌, 송지오 옴므,
돌체 앤 가바나의 셔츠와 코트를 섬세하게 매만지는 자연스러운 매너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제 옷장의 반은 돌체 앤 가바나로 채워져 있습니다. 모두 뉴욕에서 산 것들이죠.
서울의 것보다 좀더 빈티지 스럽습니다." 조금 전 사우나에서 빠져나왔다고는
짐작할수 없을 만큼 세련된 옷차림 - 송지오 옴므의 블랙셔츠와 미치코 코시노 진 팬츠,
선글라스를 멋지게 소화한-을 한 그가 말했다.
나는 스와로브스키의 반짝이는 체스를 가리켰다, "그럼, 체스를 둔적도 있나요?" "
어릴때 많이 뒀어요" 그럼 시가는? "담배는 안 피워요"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던 그는
그러나 한시간 내내 시가 연기를 그럴듯하게 뿜어냈다.

이서진이 한때 뉴요커였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것이 그의 현재의 일부다.
"뉴욕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돌체 앤 가바나부터 스파이크 리까지...소호 부터 오프 브로드웨이까지...
제가 뉴욕대 출신이라는 게 '이서진'을 어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요.
그모든것이 '뉴욕'이 제게준 문화적인 세례의 일부니까요"
'NYU'라는 레이블은 일종의 보증서다. 하지만 중요한건 삶을 담고 있는 레이블이며,
일상에 대한 밝고, 모던한 태도가 이서진의 레이블을 긍정하게 만든다.

그는 현재 그의 그룹에서도 스타지만 스타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머리를 만져줄 헤어디자이너도 1시간 30분이나 늦게왔지만 ,
이서진은 다만 익숙한 '친구'가 온다는 사실만 즐거워했다.

"그는 스타가 되기전에 더 멋있었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유학파의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죠. 지금도 특별대접을 받으려고 하지 않아요" 라고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말한다. 어쨌튼 뉴욕 경영학과를 나온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저는 영화과에 가고 싶었습니다. 오로지 영화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졸업후 배우의 길이 보이지 않을때조차도 영화 수입업자가 되려고 했어요"
실제 그는 뉴욕대 시절 길거리 캐스팅으로 영화과 학생들의 실험적인 단편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하루종일 개만 쫓아다니는 역이었어요" 그리고 '자신을 키운것도
8할이 영화였다'고. 이 시네마 키드가 학창시절 한국 나들이를 나와서 시간을 보낸곳도
변두리 동시 상영광이었다. "5백원을 내고 하루를 보냈죠. 80년대 에로영화는 대부분
섭렵했습니다" 선우일란,오수미, 김추련, 임성민, 마흥식... 그는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의 영화배우들을 계보까지 들먹이며 줄줄이 얘기했다.
냄새나는 동시상영관과 뉴욕 업타운의 극장가를 전전하며 메이저와 마이너를
소화했기때문에 '허영심'이라는 배우의 소득세는 면죄되는대신, '모험심'이라는
부가가칠 얻었다.

"좋은 배우라면 안주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브래드 피트나 조니뎁처럼 주류적인
외모로 비주류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 좋아요"

내가 이번 드라마에서 외모가 멋졌다고 칭찬하자 '상투와 수염덕분'이라고 말하면서
미소지었다. 나는 아직 감정의 여운이 살아있는 그렇게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한
기분이 어땠냐고 물어보았다. "매력적인 인물은 장성백이었습니다.
황보윤은 연기자의 느낌에 따라 변할수 있느 배역이었죠. 그점이 저를 유혹했어요"
" 어떤 뜨거움 같은게 느껴지던데요?" "지기 싫어하는 면 때문이겠죠.
일단 시작하면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인정받고 싶으니까요" "<스카페이스>의 알파치노 같군요" "쿠바에서 이민와서
일류가 되려고 발버둥치던 갱스터? 똑같은 부류는 아니지만 그런면이 있습니다"

내가 뉴욕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냐고 물어보자 그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차별받을만한 빈틈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열심히 공부했고 주로 혼자지냈습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이중성'을 추구해왔다고 한다.
"<별을 쏘다>나 <그여자네 집>모두 '선'과 '악'또는 '왕자'와 '거지' 하나로
일관된 배역이 아닙니다.

선으로 위장된 악역이나 칼앞에선 강하지만 여자앞에선 무너지는 약한 남자...
그런 양면적인 배역을 연기하기위해 이를 악물고 오랜세월을 기다렸어요.
그것만이 배우로써 값어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했죠"

그의 이런 양면성은 스타일면에서도 드러난다.
대학교때 미장원에서 뚫은 히피스타일의 귀고리와 '상서로울 서'의 예서체
한자 목걸이 펜던트가 잘 어울린다. "어머니가 선물해주신거죠. 전 아주 효자입니다"
라고 그는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와 싱글 라이프와 영화...내가 원하는 모든것은 집에 있어요"
"아버지는 어떤가요?'
"함께살지 않습니다. 어릴때부터 깊은 골이 있어요. 그건 아버지가 나의 재능도
미래도 신중하게 봐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금융계 유명인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이서진이 뉴욕 월가의 증권맨이
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의 약간 냉소적인 말투때문에 나는 '나도 아버지와
불화했지만, 시간이 화해를 가능케했다'고 말해주었다.
"더 어릴적엔 술도 많이 마시고 좋은 옷도 많이 사입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놀러갈때 머리도 하러 갔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일에 열중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자긍심이 느껴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오랫만에 구름속에서 산책을 마친 그는 서둘러 가족같은 <다모>의 쫑파티 현장으로
달려갔다. 오늘 아침 사우나에서도 혼자 대사를 중얼거렸다던 (모든 촬영이 종료된 시점).
하지원의 눈만봐도 눈물이 나온다는 이서진은 아직도 그 심장의 일부를
애틋한 로맨스의 전장에 두고 온 듯하다.



에디터/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