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 일행은 호파스의 비행선을 타고 아메리카시티로 향하고 있었다. 리코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작은 방에 묶여 있었고 캔은 조용히 비행선을 몰았다. 스파키는 조종석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호파스는 어디로 갔을까?'
스파키의 생각에 호파스의 행방에 대해선 리코도 모르는 듯 했다. 그 대신 군인들에게 전력을 먹여가며 조사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가보면 알겠지." "예?" "아니다. 속도나 높여." "예."
스파키는 미노리카를 직접 만날 계획을 세웠다. 호파스의 갑작스런 증발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지만 우선 자신들을 이용한 댓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각하. 왔습니다."
요즘따라 되는 일이 없어서 짜증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던 헤밍스는 부관의 뛰어오는 모습을 보며 이젠 저녀석을 갈 때도 된 듯한데.... 하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냐?" "러시아시티에서 물건이 왔습니다." "그래? 상태는?" "죽었습니다." "뭐? 그럼 시체를 보냈단 말인가? 이 빌어먹을 놈들이....." "그게 아닙니다." "무슨 소린가?" "도착하자마자 죽었습니다." "자세히 말해라." "군인 두 명이 그 미코대령이라는 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탈출하기 직전 저희 크리쳐에 의해 공격당한......" "그래서?"
헤밍스가 짜증을 폭발시키며 소리를 버럭 지르자 부관은 하마터면 오줌을 찌릴 뻔 했다.
"들것에 옮기는 순간 죽었습니다." "데리고 온 놈들은?" "방금 떠났습니다." "격추시켜라." "예? 하지만..." "영역을 벗어난 다음 격추시키고 모르는 일이라고 해!" "아, 알았습니다. 근데..... 저......" "이런 답답한 놈..... 어서 말해!"
헤밍스가 집어던진 술잔이 부관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며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힉! 로첸박사가...... 그 시체를 실험실로 가져갔습니다." "뭐? 로첸박사 그자가?" "네. 그렇습니다." "박사를 불러라." "네."
잠시 후에, 구부러진 허리의 늙은 사내가 헤밍스의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왜 그 물건을 맘대로 가져갔소." "이미 죽은 시체이기에 새로운 실험을 하고자 합니다."
그 시체는 러시아시티에서 보낸 미코대령의 시체였다. 미노리카는 미코대령의 의식이 돌아올 경우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 두려워 아메리카시티에 도착할 때 죽음에 이르도록 흔적이 남지 않는 독을 사용했다. 결국 미코대령은 조국의 발전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마지막은 일회용 주사기처럼 버려지고 말았다.
"무슨 실험 말이오? 실험이라면 군인들 중에서......" "이번에 온 그놈이 얼마전 사건의 주도자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헤밍스는 벌써 이 늙은이의 귀에까지 그 얘기가 들어간 것이 못마땅했지만 이내 푸념했다.
"그래서?" "놈을 살리겠습니다." "무슨 수로 시체를 살린단 말이오?" "죽은지 12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체라면 제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전투용 크리쳐로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살았을 때의 기억도 80% 이상 존재하게 될 겁니다."
박사의 짧은 설명에 헤밍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게 정말이오?" "네. 그리고 지금 스켈장군 휘하에 그런식으로 만들어진 크리쳐들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이 말엔 헤밍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병력을 배치했다는 얘기는 정상적인 보고는 아닌 것이다.
"박사 마음대로 말이오?" "그사람이 아니면 크리쳐를 실험할 사람이 없습니다." "음.........." "그에게 맡기면 어떤 성능을 나타낼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겁니다." "그렇긴 하군." "지금 실험을 위해 러시아시티의 외곽에 있는 수비부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헤밍스는 다시 자리에 털썩 앉으며 로첸박사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개조는 언제 끝나나?" "오늘 밤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수고하시오." "네. 각하."
로첸박사는 음흉한 눈빛을 사방에 뿌리며 고개를 숙인 채 물러갔다. 그때, 책상의 모퉁이에 있는 작은 램프에서 불이 들어오자 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벽에 숨겨진 승강기를 이용해 지하로 내려갔다. 예전처럼 지문인식을 통해 문을 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맹수의 것처럼 검은 광채를 띠고 있는 눈을 가진 여인이었다.
"쥬, 쥬엘라. 무슨 일로....." "몰라서 묻나요? 그이가 사라진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런 말도 없군요.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지구상엔 지능이 없는 괴물들만 가득하게 될 겁니다. 물론 당신도 마찬가지죠."
그녀의 말에 헤밍스는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몸을 움츠렸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오. 쥬엘라."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우리 아이가 아빠를 찾기 시작했어요. 어디, 말해보세요. 내가 뭐라고 말해줘야 하죠? 미개한 지구인 때문에 너희 아빠가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삼일만 시간을 주시오. 그때까진 꼭 찾아내겠소." "마지막 대화가 되지 않도록 하세요." "명심하겠소." "가보세요. 냄새때문에 견딜수가 없군요."
요즘 헤밍스는 이 방에서 나올때마다 승강기의 벽을 조금씩 찌그러뜨리고 있다. 그의 성격상 견디기 힘든 모욕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이 지구의 운명은 그녀의 손에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손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느낌에 그는 견딜수가 없었다.
스파키는 리코의 부하들을 다시 한 번 전기로 기절시킨 후에 입까지 막은 후 리코만 데리고 비행선에서 내렸다. 호파스의 비행선이 돌아왔다는 보고을 받은 미노리카는 헐레벌떡 뛰어서 겨우 시간에 맞춰 스파키를 마중나왔다.
"어떻게 되었나요?" "여기 있소." "아...... 찾았군요."
스파키와 리코가 바짝 붙어서 서있었고 캔이 뒤에서 핵탄두를 들고 내렸다. 스파키가 주변을 둘러보니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게 무장한 군인들이 미노리카의 주변에 주욱 늘어서 있었다. 스파키가 미노리카를 향해 슬쩍 웃어보이자 그녀도 활짝 웃으며 부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건 위험하니 저희가 보관하죠."
곧 부하 하나가 다가와 캔이 들고 있는 핵탄두를 받으려 하는 찰나 캔이 그걸 위로 던지더니 떨어지는 타임에 맞춰 발로 힘껏 차버렸다. 그러자 탄두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며 다가온 군인을 날려버리고 계속 날아가더니 벽에 박혀버렸다.
"아니..... 당신......."
미노리카는 호파스의 비행선이 가까이 왔는데도 리코에게서 무전연락이 없자 일이 잘못된 것을 알고 부하들을 준비시킨 것이다. 하지만 리코와 스파키가 다정하게 걸어나오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가 역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캔!"
스파키가 신호를 보내가 캔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의 속도로 달려나갔다. 불과 몇 초만에 총을 든 군인들은 캔이 휘두르는 발길질에 머리와 배를 맞으며 꼬꾸라졌다. 그리고 스파키는 손에 전력을 보냈다.
"끄아아악!"
리코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미노리카의 얼굴이 헬쓱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다음 행동을 취했다.
"쏴라."
곧 사방에서 숨어있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파키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자세를 낮추며 미노리카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삽시간에 그녀를 인질로 잡은 스파키는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여잘 살리고 싶으면 총을 버려라."
그때였다. 총알 하나가 미노리카의 왼쪽 가슴을 관통하며 스파키의 옆구리를 관통하고 말았다.
"크악!"
스파키가 얼른 그녀를 놓으며 비행선 안으로 몸을 숨겼고 캔도 따라 들어왔다.
"스파키! 괜찮습니까?"
스파키의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캔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지만 스파키는 웃었다.
"가짜다." "예?" "저 여자는 미노리카가 아니다. 내가 너무 쉽게 봤군." "그럼 이제......" "쿠앙!"
비행선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뒷부분이 주저앉았다. 놈들이 쏘아대는 총알에 엔진이 있던 부분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대로 돌파한다."
스파키가 말하는 순간에도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알이 거대한 비행선을 조금씩 찢고 있는 중이었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여긴 옥상이다. 아무리 너라도 무사히 내려갈 순 없다." "그럼......." "그걸 가져와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캔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에선 적어도 30명 이상이 이쪽으로 총을 쏴대고 있지만 하나같이 핵탄두가 박힌 벽쪽은 피하고 있었다. 스파키는 다시 새로운 인질을 잡기로 한 것이다. 캔이 달려나가자 빗발치던 총알이 캔이 핵탄두를 집는 순간 멈추었다. 그리고 캔이 핵탄두를 힘겹게 빼내서 들고 돌아서는 찰나.
"아악!"
캔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핵탄두를 떨어뜨렸다.
"캔! 그걸 안아라."
하지만 늦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날아온 총알 몇 발이 정확하게 캔의 몸통을 뚫고 말았다.
"캔!"
스파키가 캔을 구하기 위해 뛰어나가자 다시 총알이 빗발쳤다. 총알 하나가 스파키의 상처입은 곳의 바로 위를 관통하고 지나갔지만 스파키는 계속 몸을 굴려 총알을 피하며 핵탄두를 집어들었다.
"미노리카!"
스파키가 벌떡 일어서며 눈에서 전력을 뿌리자 총성이 멈추며 미노리카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느쪽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어서 그 물건을 내놓으세요." "이 자리에서 폭파시킬 수 있다." "그럼 다 죽어요. 이 도시 사람들 모두."
미노리카의 음성은 차분했다.
"왜 배신했나?" "우린 그 물건이 꼭 필요합니다." "호파스도 당신이 데려갔나?" "모르는 일이에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당신이 이 자를 시켜서 우릴 죽이려 하는 동안 사라졌다. 당신 짓이 아닌가?"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어쩌면 그녀가 이미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그건 아닐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파키는 쓰러져 있는 리코를 보았다. 주변에 배치된 놈들이 전부 전문가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기절한 리코의 몸 근처엔 총알자국이 전혀 없었다.
"그걸 넘겨준다면 당신이 친구들을 데리고 무사히 나가도록 하죠."
그녀의 말은 사실처럼 들렸지만 스파키는 지구에 돌아온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행선은 망자져 버렸고 넓은 옥상은 곳곳에 위장한 저격수로 가득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도 스피커만 있을 것이다. 또한, 가짜를 내세우면서까지 준비한 자들이 자신들을 살려둘리 없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자들을 도시 밖에 두고 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빠져 나간 다음 이 물건을 둔 곳을 알려주겠다." "그럴 수 없어요." ".............." "먼저 물건을 넘기세요. 그럼 안전을 보장하죠." "좋다. 대신 직접 가져가라." "좋아요."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 반대편에서 군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다가왔다. 헬멧을 벗자 미노리카의 얼굴이 드러났다.
"치사한 작전이군." "칭찬인가요?" "당신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럼 친구가 죽어요."
미노리카가 가리키는 쪽에선 캔이 피를 흘리며 의식이 멀어져가는 눈으로 겨우 스파키를 쳐다보고 있었다.
"친구가 될 순 없나요?" "믿을 수 없다." "좋아요. 가세요."
미노리카는 조용히 길을 비켜 주었고 스파키는 천천히 움직여서 캔을 들쳐 업었다. 그리곤 말 없이 문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온 소리는 다시 스파키를 빨리 움직이게 만들었다.
"쏴라."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스파키가 있었던 자리로 총알이 지나갔다. 스파키는 캔을 업은 상태에서 문을 박차고 뛰어들며 눈 앞에 보이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문이 닫히지 않자 스파키는 캔을 내려놓은 다음 다시 미노리카를 향해 뛰었다. 눈치를 챈 미노리카는 뒤로 도망쳤고 뛰쳐나온 군인들이 그녈 둘러싸는 동안 스파키는 칼을 뽑아 땅에 박으며 기합을 넣었다.
"끼야아압!"
곧 스파키의 몸에서 허연 광채가 뻗어나오며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스파키의 몸에서 칼을 통해 전류가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의 저격수들이 일제히 스파키를 향해 총을 겨냥했지만 스파키의 전력이 더 빨랐다. 시멘트 속에 심어진 철근까지 전해진 전력은 순간적으로 철근을 팽창시키며 옥상 전체에 균열을 일으켰다. 서슬에 놀라 제대로 겨냥을 하지 못한 군인들의 총이 허공을 향해 발사되었고 가까이 있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전력으로도 전체에 영향을 주기엔 너무 넓은 공간이었다. 또한, 한 번에 사방의 많은 적을 상대하기엔 그가 흘린 피의 양이 너무 많았다. 생각처럼 전력이 나오지 않자 스파키는 다시 칼을 뽑으며 방향을 틀어 승강기 쪽으로 뛰었다. 정신을 차린 군인들이 쏘아대는 총알 중 하나가 그의 허벅지를 뚫는 순간 그는 승강기 안으로 구르며 칼로 바닥을 찍었다. 그리곤 온 힘을 다하여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예상대로 승강기를 붙잡고 있는 와이어가 끊어지며 승강기가 밑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시간을 가늠한 그는 다시 칼을 뽑아 벽에 박았다. 칼 손잡이가 그의 손에서 아래로 튕기며 승강기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캔과 스파키는 바닥에 심하게 부딪히고 말았다.
"큭!"
캔은 의식을 잃었고 스파키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통증을 느꼈다. 스파키는 캔을 업었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지하인지는 모르지만 꽤 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의 넓은 공간으로 뛰쳐나온 그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사방에서 자신들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수많은 눈들이 피범벅이 된 스파키와 캔을 멈추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위험하다. 지금 옥상에 적이 있다."
스파키가 소리치자 군인들중 거의 대부분이 무기를 들고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가는 문을 유심히 보는 스파키에게 몇 명의 군인들이 다가와 물었다.
"넌 누구냐? 어째서......" "비켜!" "끄앗!"
스파키는 아직 남은 열명이 넘는 군인들 사이를 온 몸에 전력을 돌리며 돌파했다. 군인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감전당하며 뒤로 튕겼고 스파키는 군인들이 몰려간 곳으로 뛰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군인들이 뒤를 돌아보고는 무어라 소리를 쳤지만 스파키는 계속 달렸다. 한 손으론 캔이 떨어지지 않게 뒤로 붙잡고 한 손으로 전력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는 일부러 손가락을 펴서 전력이 사방으로 퍼지도록 하며 전진했다. 스파키는 달리며 전력을 뿌렸지만 군인들은 좁은 통로이기에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다. 그렇게 통로를 통과한 그는 계단을 뛰어올라 눈 앞에 나타난 문을 걷어차며 나왔다. 하지만 벌써 군인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일층에 다 올라와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앞에선 이미 몰려온 군인들에 의해 출구가 보이지 않았고 뒤에선 전력을 약하게 먹은 놈들이 정신을 차리곤 뛰어왔다.
스파키는 캔을 내려놓았다.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캔은 죽고 만다. 자신도 옆구리와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다. 피는 멈추었지만 이미 많은 양의 피를 흘렸다. 아무리 재생력이 좋아도 몸에 난 구멍을 그렇게 빨리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오랜만에 그것을 꺼냈다. 그리곤 칼에 부착하며 칼을 바닥에 박았다. 군인들은 그것을 보고 그가 무기를 버리는 것으로 알고는 조금 안심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때, 미노리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없는 군인들은 죽이지 마세요." "내 죄는 무엇인가?" "당신은 우리의 친구가 되어야 해요. 안그러면 죽일 수 밖에 없어요." "다른 방법이 있다." "뭐죠?" "네가 죽는 거지."
스파키는 말을 마치며 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군인들의 총구도 스파키를 향했다. 스파키는 이빨에 힘을 질끈 주며 두 손으로 부여잡은 칼과 하나가 되었다. 군인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스파키의 몸에서 광채가 뻗어나가며 허연 전력의 줄기가 사방으로 춤을 추듯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총알들이 날아오며 스파키의 어깨와 팔에 적중했지만 스파키는 계속 기합을 넣었고 증폭기가 터지면서 폭발하듯 광채가 터졌다. 그건 이미 전력의 힘이 아니었다. 마치 하얀 빛을 발하는 폭탄이 터지듯 그의 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간 전력의 소용돌이가 날아오는 총알들의 방향까지 바꾸고 녹이며 사방을 둘러싼 군인들의 몸을 덮쳤다. 그리고 스파키는 다시 하나의 증폭기를 꺼냈다. 이번엔 칼에 부착하지 않고 손에 든 채 다른 손을 앞으로 뻗으며 괴성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
스파키의 손에서 뻗어나간 전력의 줄기가 통로를 열기 시작했다. 몇겹으로 둘러쌌던 군인들의 몸이 순식간에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서지며 길이 열렸고 건물의 입구까지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 충격으로 스파키의 몸에 난 상처에서 피가 솟구쳤다. 캔은 다행히 호파스가 준 장치덕분에 전력의 영향을 받지 안은 듯 했지만 머리칼의 대부분이 타버렸다. 다시 캔을 업은 스파키는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붙잡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물을 빠져 나온 그는 다시 절망을 느꼈다. 위에선 소형 비행선들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물들 사이를 달리던 그는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꽤 가까운 거리까지 따라붙었지만 총을 쏘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여기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 뿐만 아니라 캔과 도시 밖의 여자들까지 위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따라오던 자가 말을 걸었다.
"스파키. 날 따라오시오." "..........."
그 말을 하며 사내는 스파키를 앞서 달리기 시작했고 스파키는 선택의 여지 없이 그를 따랐다. 군복을 입고 총까지 들고 있었지만 그는 군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골목을 돌며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비행선이 지나간 다음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목이 보냈소." ".........." "안심하시오. 난 타흐만의 오른팔이오. 날 따라오시오."
스파키를 안심시킨 그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얼마간 달리다가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스파키도 따라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것을 목격한 비행선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그들이 들어갔던 건물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 위에 가까이 다가왔던 비행선까지 폭발에 휘말리며 터져버렸고 건물은 마치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타흐만의 부하라는 자를 따라 캔을 업은 채 기어가던 스파키는 정신이 조금씩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상처도 회복되기 시작했는지 출혈도 멈추었다. 하지만 캔의 심장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스파키는 어서 이 땅굴의 끝을 보고싶었다.
스파키의 전설 - 제6화 - 죽지 못한 자들의 희망 #8
스파키 일행은 호파스의 비행선을 타고 아메리카시티로 향하고 있었다.
리코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작은 방에 묶여 있었고 캔은 조용히 비행선을 몰았다.
스파키는 조종석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호파스는 어디로 갔을까?'
스파키의 생각에 호파스의 행방에 대해선 리코도 모르는 듯 했다.
그 대신 군인들에게 전력을 먹여가며 조사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가보면 알겠지."
"예?"
"아니다. 속도나 높여."
"예."
스파키는 미노리카를 직접 만날 계획을 세웠다.
호파스의 갑작스런 증발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지만 우선 자신들을 이용한 댓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각하. 왔습니다."
요즘따라 되는 일이 없어서 짜증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던 헤밍스는 부관의 뛰어오는 모습을 보며 이젠 저녀석을 갈 때도 된 듯한데.... 하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냐?"
"러시아시티에서 물건이 왔습니다."
"그래? 상태는?"
"죽었습니다."
"뭐? 그럼 시체를 보냈단 말인가? 이 빌어먹을 놈들이....."
"그게 아닙니다."
"무슨 소린가?"
"도착하자마자 죽었습니다."
"자세히 말해라."
"군인 두 명이 그 미코대령이라는 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탈출하기 직전 저희 크리쳐에 의해 공격당한......"
"그래서?"
헤밍스가 짜증을 폭발시키며 소리를 버럭 지르자 부관은 하마터면 오줌을 찌릴 뻔 했다.
"들것에 옮기는 순간 죽었습니다."
"데리고 온 놈들은?"
"방금 떠났습니다."
"격추시켜라."
"예? 하지만..."
"영역을 벗어난 다음 격추시키고 모르는 일이라고 해!"
"아, 알았습니다. 근데..... 저......"
"이런 답답한 놈..... 어서 말해!"
헤밍스가 집어던진 술잔이 부관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며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힉! 로첸박사가...... 그 시체를 실험실로 가져갔습니다."
"뭐? 로첸박사 그자가?"
"네. 그렇습니다."
"박사를 불러라."
"네."
잠시 후에, 구부러진 허리의 늙은 사내가 헤밍스의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왜 그 물건을 맘대로 가져갔소."
"이미 죽은 시체이기에 새로운 실험을 하고자 합니다."
그 시체는 러시아시티에서 보낸 미코대령의 시체였다.
미노리카는 미코대령의 의식이 돌아올 경우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 두려워 아메리카시티에 도착할 때 죽음에 이르도록 흔적이 남지 않는 독을 사용했다.
결국 미코대령은 조국의 발전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마지막은 일회용 주사기처럼 버려지고 말았다.
"무슨 실험 말이오? 실험이라면 군인들 중에서......"
"이번에 온 그놈이 얼마전 사건의 주도자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헤밍스는 벌써 이 늙은이의 귀에까지 그 얘기가 들어간 것이 못마땅했지만 이내 푸념했다.
"그래서?"
"놈을 살리겠습니다."
"무슨 수로 시체를 살린단 말이오?"
"죽은지 12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체라면 제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전투용 크리쳐로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살았을 때의 기억도 80% 이상 존재하게 될 겁니다."
박사의 짧은 설명에 헤밍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게 정말이오?"
"네. 그리고 지금 스켈장군 휘하에 그런식으로 만들어진 크리쳐들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이 말엔 헤밍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병력을 배치했다는 얘기는 정상적인 보고는 아닌 것이다.
"박사 마음대로 말이오?"
"그사람이 아니면 크리쳐를 실험할 사람이 없습니다."
"음.........."
"그에게 맡기면 어떤 성능을 나타낼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겁니다."
"그렇긴 하군."
"지금 실험을 위해 러시아시티의 외곽에 있는 수비부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헤밍스는 다시 자리에 털썩 앉으며 로첸박사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개조는 언제 끝나나?"
"오늘 밤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수고하시오."
"네. 각하."
로첸박사는 음흉한 눈빛을 사방에 뿌리며 고개를 숙인 채 물러갔다.
그때, 책상의 모퉁이에 있는 작은 램프에서 불이 들어오자 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벽에 숨겨진 승강기를 이용해 지하로 내려갔다.
예전처럼 지문인식을 통해 문을 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맹수의 것처럼 검은 광채를 띠고 있는 눈을 가진 여인이었다.
"쥬, 쥬엘라. 무슨 일로....."
"몰라서 묻나요? 그이가 사라진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런 말도 없군요.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지구상엔 지능이 없는 괴물들만 가득하게 될 겁니다. 물론 당신도 마찬가지죠."
그녀의 말에 헤밍스는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몸을 움츠렸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오. 쥬엘라."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우리 아이가 아빠를 찾기 시작했어요. 어디, 말해보세요. 내가 뭐라고 말해줘야 하죠? 미개한 지구인 때문에 너희 아빠가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삼일만 시간을 주시오. 그때까진 꼭 찾아내겠소."
"마지막 대화가 되지 않도록 하세요."
"명심하겠소."
"가보세요. 냄새때문에 견딜수가 없군요."
요즘 헤밍스는 이 방에서 나올때마다 승강기의 벽을 조금씩 찌그러뜨리고 있다.
그의 성격상 견디기 힘든 모욕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이 지구의 운명은 그녀의 손에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손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느낌에 그는 견딜수가 없었다.
스파키는 리코의 부하들을 다시 한 번 전기로 기절시킨 후에 입까지 막은 후 리코만 데리고 비행선에서 내렸다.
호파스의 비행선이 돌아왔다는 보고을 받은 미노리카는 헐레벌떡 뛰어서 겨우 시간에 맞춰 스파키를 마중나왔다.
"어떻게 되었나요?"
"여기 있소."
"아...... 찾았군요."
스파키와 리코가 바짝 붙어서 서있었고 캔이 뒤에서 핵탄두를 들고 내렸다.
스파키가 주변을 둘러보니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게 무장한 군인들이 미노리카의 주변에 주욱 늘어서 있었다.
스파키가 미노리카를 향해 슬쩍 웃어보이자 그녀도 활짝 웃으며 부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건 위험하니 저희가 보관하죠."
곧 부하 하나가 다가와 캔이 들고 있는 핵탄두를 받으려 하는 찰나 캔이 그걸 위로 던지더니 떨어지는 타임에 맞춰 발로 힘껏 차버렸다.
그러자 탄두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며 다가온 군인을 날려버리고 계속 날아가더니 벽에 박혀버렸다.
"아니..... 당신......."
미노리카는 호파스의 비행선이 가까이 왔는데도 리코에게서 무전연락이 없자 일이 잘못된 것을 알고 부하들을 준비시킨 것이다.
하지만 리코와 스파키가 다정하게 걸어나오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가 역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캔!"
스파키가 신호를 보내가 캔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의 속도로 달려나갔다.
불과 몇 초만에 총을 든 군인들은 캔이 휘두르는 발길질에 머리와 배를 맞으며 꼬꾸라졌다.
그리고 스파키는 손에 전력을 보냈다.
"끄아아악!"
리코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미노리카의 얼굴이 헬쓱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다음 행동을 취했다.
"쏴라."
곧 사방에서 숨어있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파키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자세를 낮추며 미노리카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삽시간에 그녀를 인질로 잡은 스파키는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여잘 살리고 싶으면 총을 버려라."
그때였다.
총알 하나가 미노리카의 왼쪽 가슴을 관통하며 스파키의 옆구리를 관통하고 말았다.
"크악!"
스파키가 얼른 그녀를 놓으며 비행선 안으로 몸을 숨겼고 캔도 따라 들어왔다.
"스파키! 괜찮습니까?"
스파키의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캔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지만 스파키는 웃었다.
"가짜다."
"예?"
"저 여자는 미노리카가 아니다. 내가 너무 쉽게 봤군."
"그럼 이제......"
"쿠앙!"
비행선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뒷부분이 주저앉았다.
놈들이 쏘아대는 총알에 엔진이 있던 부분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대로 돌파한다."
스파키가 말하는 순간에도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알이 거대한 비행선을 조금씩 찢고 있는 중이었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여긴 옥상이다. 아무리 너라도 무사히 내려갈 순 없다."
"그럼......."
"그걸 가져와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캔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에선 적어도 30명 이상이 이쪽으로 총을 쏴대고 있지만 하나같이 핵탄두가 박힌 벽쪽은 피하고 있었다.
스파키는 다시 새로운 인질을 잡기로 한 것이다.
캔이 달려나가자 빗발치던 총알이 캔이 핵탄두를 집는 순간 멈추었다.
그리고 캔이 핵탄두를 힘겹게 빼내서 들고 돌아서는 찰나.
"아악!"
캔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핵탄두를 떨어뜨렸다.
"캔! 그걸 안아라."
하지만 늦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날아온 총알 몇 발이 정확하게 캔의 몸통을 뚫고 말았다.
"캔!"
스파키가 캔을 구하기 위해 뛰어나가자 다시 총알이 빗발쳤다.
총알 하나가 스파키의 상처입은 곳의 바로 위를 관통하고 지나갔지만 스파키는 계속 몸을 굴려 총알을 피하며 핵탄두를 집어들었다.
"미노리카!"
스파키가 벌떡 일어서며 눈에서 전력을 뿌리자 총성이 멈추며 미노리카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느쪽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어서 그 물건을 내놓으세요."
"이 자리에서 폭파시킬 수 있다."
"그럼 다 죽어요. 이 도시 사람들 모두."
미노리카의 음성은 차분했다.
"왜 배신했나?"
"우린 그 물건이 꼭 필요합니다."
"호파스도 당신이 데려갔나?"
"모르는 일이에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당신이 이 자를 시켜서 우릴 죽이려 하는 동안 사라졌다. 당신 짓이 아닌가?"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어쩌면 그녀가 이미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그건 아닐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파키는 쓰러져 있는 리코를 보았다.
주변에 배치된 놈들이 전부 전문가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기절한 리코의 몸 근처엔 총알자국이 전혀 없었다.
"그걸 넘겨준다면 당신이 친구들을 데리고 무사히 나가도록 하죠."
그녀의 말은 사실처럼 들렸지만 스파키는 지구에 돌아온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행선은 망자져 버렸고 넓은 옥상은 곳곳에 위장한 저격수로 가득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도 스피커만 있을 것이다.
또한, 가짜를 내세우면서까지 준비한 자들이 자신들을 살려둘리 없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자들을 도시 밖에 두고 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빠져 나간 다음 이 물건을 둔 곳을 알려주겠다."
"그럴 수 없어요."
".............."
"먼저 물건을 넘기세요. 그럼 안전을 보장하죠."
"좋다. 대신 직접 가져가라."
"좋아요."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 반대편에서 군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다가왔다.
헬멧을 벗자 미노리카의 얼굴이 드러났다.
"치사한 작전이군."
"칭찬인가요?"
"당신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럼 친구가 죽어요."
미노리카가 가리키는 쪽에선 캔이 피를 흘리며 의식이 멀어져가는 눈으로 겨우 스파키를 쳐다보고 있었다.
"친구가 될 순 없나요?"
"믿을 수 없다."
"좋아요. 가세요."
미노리카는 조용히 길을 비켜 주었고 스파키는 천천히 움직여서 캔을 들쳐 업었다.
그리곤 말 없이 문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온 소리는 다시 스파키를 빨리 움직이게 만들었다.
"쏴라."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스파키가 있었던 자리로 총알이 지나갔다.
스파키는 캔을 업은 상태에서 문을 박차고 뛰어들며 눈 앞에 보이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문이 닫히지 않자 스파키는 캔을 내려놓은 다음 다시 미노리카를 향해 뛰었다.
눈치를 챈 미노리카는 뒤로 도망쳤고 뛰쳐나온 군인들이 그녈 둘러싸는 동안 스파키는 칼을 뽑아 땅에 박으며 기합을 넣었다.
"끼야아압!"
곧 스파키의 몸에서 허연 광채가 뻗어나오며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스파키의 몸에서 칼을 통해 전류가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의 저격수들이 일제히 스파키를 향해 총을 겨냥했지만 스파키의 전력이 더 빨랐다.
시멘트 속에 심어진 철근까지 전해진 전력은 순간적으로 철근을 팽창시키며 옥상 전체에 균열을 일으켰다.
서슬에 놀라 제대로 겨냥을 하지 못한 군인들의 총이 허공을 향해 발사되었고 가까이 있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전력으로도 전체에 영향을 주기엔 너무 넓은 공간이었다.
또한, 한 번에 사방의 많은 적을 상대하기엔 그가 흘린 피의 양이 너무 많았다.
생각처럼 전력이 나오지 않자 스파키는 다시 칼을 뽑으며 방향을 틀어 승강기 쪽으로 뛰었다.
정신을 차린 군인들이 쏘아대는 총알 중 하나가 그의 허벅지를 뚫는 순간 그는 승강기 안으로 구르며 칼로 바닥을 찍었다.
그리곤 온 힘을 다하여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예상대로 승강기를 붙잡고 있는 와이어가 끊어지며 승강기가 밑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시간을 가늠한 그는 다시 칼을 뽑아 벽에 박았다.
칼 손잡이가 그의 손에서 아래로 튕기며 승강기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캔과 스파키는 바닥에 심하게 부딪히고 말았다.
"큭!"
캔은 의식을 잃었고 스파키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통증을 느꼈다.
스파키는 캔을 업었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지하인지는 모르지만 꽤 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의 넓은 공간으로 뛰쳐나온 그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사방에서 자신들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수많은 눈들이 피범벅이 된 스파키와 캔을 멈추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위험하다. 지금 옥상에 적이 있다."
스파키가 소리치자 군인들중 거의 대부분이 무기를 들고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가는 문을 유심히 보는 스파키에게 몇 명의 군인들이 다가와 물었다.
"넌 누구냐? 어째서......"
"비켜!"
"끄앗!"
스파키는 아직 남은 열명이 넘는 군인들 사이를 온 몸에 전력을 돌리며 돌파했다.
군인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감전당하며 뒤로 튕겼고 스파키는 군인들이 몰려간 곳으로 뛰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군인들이 뒤를 돌아보고는 무어라 소리를 쳤지만 스파키는 계속 달렸다.
한 손으론 캔이 떨어지지 않게 뒤로 붙잡고 한 손으로 전력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는 일부러 손가락을 펴서 전력이 사방으로 퍼지도록 하며 전진했다.
스파키는 달리며 전력을 뿌렸지만 군인들은 좁은 통로이기에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다.
그렇게 통로를 통과한 그는 계단을 뛰어올라 눈 앞에 나타난 문을 걷어차며 나왔다.
하지만 벌써 군인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일층에 다 올라와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앞에선 이미 몰려온 군인들에 의해 출구가 보이지 않았고 뒤에선 전력을 약하게 먹은 놈들이 정신을 차리곤 뛰어왔다.
"훈련은 잘 받았군."
그때, 정신을 차렸는지 캔의 목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어서..... 도망......날....두고........"
"............"
"스...파....키....."
"말하지 마라."
스파키는 캔을 내려놓았다.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캔은 죽고 만다.
자신도 옆구리와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다.
피는 멈추었지만 이미 많은 양의 피를 흘렸다.
아무리 재생력이 좋아도 몸에 난 구멍을 그렇게 빨리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오랜만에 그것을 꺼냈다.
그리곤 칼에 부착하며 칼을 바닥에 박았다.
군인들은 그것을 보고 그가 무기를 버리는 것으로 알고는 조금 안심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때, 미노리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없는 군인들은 죽이지 마세요."
"내 죄는 무엇인가?"
"당신은 우리의 친구가 되어야 해요. 안그러면 죽일 수 밖에 없어요."
"다른 방법이 있다."
"뭐죠?"
"네가 죽는 거지."
스파키는 말을 마치며 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군인들의 총구도 스파키를 향했다.
스파키는 이빨에 힘을 질끈 주며 두 손으로 부여잡은 칼과 하나가 되었다.
군인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스파키의 몸에서 광채가 뻗어나가며 허연 전력의 줄기가 사방으로 춤을 추듯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총알들이 날아오며 스파키의 어깨와 팔에 적중했지만 스파키는 계속 기합을 넣었고 증폭기가 터지면서 폭발하듯 광채가 터졌다.
그건 이미 전력의 힘이 아니었다.
마치 하얀 빛을 발하는 폭탄이 터지듯 그의 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간 전력의 소용돌이가 날아오는 총알들의 방향까지 바꾸고 녹이며 사방을 둘러싼 군인들의 몸을 덮쳤다.
그리고 스파키는 다시 하나의 증폭기를 꺼냈다.
이번엔 칼에 부착하지 않고 손에 든 채 다른 손을 앞으로 뻗으며 괴성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
스파키의 손에서 뻗어나간 전력의 줄기가 통로를 열기 시작했다.
몇겹으로 둘러쌌던 군인들의 몸이 순식간에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서지며 길이 열렸고 건물의 입구까지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 충격으로 스파키의 몸에 난 상처에서 피가 솟구쳤다.
캔은 다행히 호파스가 준 장치덕분에 전력의 영향을 받지 안은 듯 했지만 머리칼의 대부분이 타버렸다.
다시 캔을 업은 스파키는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붙잡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물을 빠져 나온 그는 다시 절망을 느꼈다.
위에선 소형 비행선들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물들 사이를 달리던 그는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꽤 가까운 거리까지 따라붙었지만 총을 쏘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여기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 뿐만 아니라 캔과 도시 밖의 여자들까지 위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따라오던 자가 말을 걸었다.
"스파키. 날 따라오시오."
"..........."
그 말을 하며 사내는 스파키를 앞서 달리기 시작했고 스파키는 선택의 여지 없이 그를 따랐다.
군복을 입고 총까지 들고 있었지만 그는 군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골목을 돌며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비행선이 지나간 다음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목이 보냈소."
".........."
"안심하시오. 난 타흐만의 오른팔이오. 날 따라오시오."
스파키를 안심시킨 그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얼마간 달리다가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스파키도 따라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것을 목격한 비행선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그들이 들어갔던 건물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 위에 가까이 다가왔던 비행선까지 폭발에 휘말리며 터져버렸고 건물은 마치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타흐만의 부하라는 자를 따라 캔을 업은 채 기어가던 스파키는 정신이 조금씩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상처도 회복되기 시작했는지 출혈도 멈추었다.
하지만 캔의 심장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스파키는 어서 이 땅굴의 끝을 보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