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사랑해요~!~!~!

가난한사랑2003.09.20
조회13,426

안녕하세요...얼마전 독특한 시댁의 라이프 스타일로 물의를 빚었던 가난한 사랑입니다.

제가 독특한 부분만 부각시키다 보니 오해를 빚은 부분도 있고, 잘 파악하시고 좋은 리플 주신분들도

많으신데...암튼 감사합니다......^^

 

오늘은 저희 미래 시아버님과 친해지는 과정을 이야기 해드릴려구요..

저희 미래 시댁 식구들은 아버님만 빼고 성격이 다 똑같으십니다.

오빠나 오빠 여동생이나 오빠 누나나 오빠 어머니나....ㅡ.ㅡ;;

모두 붙임성있고, 밝고 화끈하고 여자분들은 모두 여장부 스탈이시죠.

하지만 아버님은 좀 예외셨습니다.

오빠말로는 어릴적 아버님은 무척 다혈질이시고 한번 화났다 하면 물불 안가리셨대요.

그정도로 성격파였던 아버님이 사고가 나셔서 목디스크가 생긴 이후로 아무 일도 못하시고

집안에만 계시기 시작 하면서 맨날 혼자 지내시니깐 더 기운이 확 죽으셨나봐요.

그때부터 어머니가 수원에 내려가셔서 식당 운영하고 계시는데

언니는 하루종일 일하러 나가고 오빠도 새벽에 나가서 공부하고 밤늦게 들어오니깐...

아주 말수도 확 줄으시고 아무튼....정말 맘이 아팠습니다.

 

전 2년전까지 할머니 하고 같이 살았는데 할머니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었어요.

삼년전 뇌졸중으로 치매가 되셨고 돌아가시기까지 저만 기억하고 다른 식구들이나 자식들은

모두 남으로 생각하셔서 제가 할머니 뒤치닥거리를 도맡아 해야 했죠...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무슨 일이 있어도 시부모님은 모시고 살거라구 생각했어요..

특히 아프신 부모님이라면 더욱요..

 

처음 오빠집에 방문했을 때 어머니는 절 보자마자 막내딸이라면서 예뻐하시고 반겨주셨는데..

아버님은....제가 인사드리자 "응, 그래" 한마디 하시고 방으로 들어가버리셨죠.

전 상당한 충격을 받았어요...

앞으로 제가 모시고 살지도 모르는데....저한테만 그러는게 아니라 온 식구들한테 그러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버님 웃는 모습 보기 거이 힘들다구...

오빠는 그런 아버님 챙겨드리지 못해 항상 죄스러운 맘인가봐요..

 

그래서 결국 아버님이랑 친해지기 작전을 세웠습니다.

 

일단 인사 꼬박꼬박 하기입니다.

들어가서 아버님이 방에 들어가 버리시든 말든 방문열고 다시 들어가서 인사하고.

괜히 말겁니다.

"진지 드셨어요? 머에다 드셨어요? 제가 맛있는거 차려드릴까요?"

한동안 아버님의 대답은....3글자를 안넘어 가셨습니다.

"됐다"

"아니다"

"오냐"

 

전 계속 아버님과 친해지기 노력을 했어요..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양말을 5켤레 사서 한켤레 한켤레 예쁘게 포장해서 드렸어요.

그 때 첨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죠.

 

제가 무던히도 말시키는 노력긑에...아버님은 저에게 차츰 말을 거시기 시작했어요.

"밥 챙겨 먹어라"

"냉장고에 사과 있다"

이 한마디 툭 던지시고 그뒤로 멍하니 텔레비젼만 보시지만 전 무지 기뻤어요.

 

그리고 어느날.....

전 라볶이 할 재료를 사들고 오빠네 집에 갔어요.

참고로 전 요리를 진짜 못합니다.

심지어 커피를 탈때도 설탕하고 미원을 구분 못해서 미원을 두스푼 넌적도 있습니다.

나 요리 못해서 어떡하냐구 하면..

오빠는 "얼굴 이쁘고 공부잘하고 착한데 요리까지 잘하면 니가 인간이냐.."라구 해줘요^^;

어머니도" 그런건 힘센 남자들이 하는거다. 오빠가 다할줄알잖냐...니가 나이두 어린데 그런거

할줄 아는게 더 신기한거지...호호.."

아무튼 그래두 저 아예 요리를 안해서 못하는건 아닙니다.

노력은 정말 열심히 합니다. 그날도 몇번이 연습을 하고 오빠네 집에 가서 라볶이를 했습니다.

제 단점은 요리도 못하는게 손은 엄청 크다는 겁니다 한번 요리하면 야유회요리를 합니다.

그날도 요리를 마치고 나니 간 맞추는데 시간이 무지 오래 걸려 다 뿔어 버렸습니다.

큰 냉면그릇 가득 두 그릇이 나오더군요.

그릇 하나는 아버님 드리고 하나는 오빠랑 나랑 나눠 먹기로 했씁니다.

맛은 그럭 저럭 괜찮았으나 엄청 뿔어서 정말 먹기 힘들더군요..

근데 아버님...그 많은 걸 아무 말없이 계속 드십니다. 그리고 한그릇 다 비워 주시고

"잘 먹었다. 맛있구만. 흠흠 " 하시곤 민망하신지 방으로 들어가십니다.

나 무지 감동먹었습니다. 원래 그런 음식 잘 안드신댑니다. 오빠 말로는.....

근데 절 위해서 다 비워주신 겁니다.....저 정말 감동먹어서 화장실 가서 펑펑 울었습니다.

 

한번은 아버님이 로또 복권 삼등에 당첨 돼셨죠.

그리고선 제게 첨으로 거금을 용돈이라면서 주셨습니다.

그때처럼 크고 행복하게 웃으신 모습은 처음 봅니다.

"아버님이 용돈 주셔서 너무 좋아요. 아버님 계속 로또 하세요. 아버님은 그런 운이 많나봐요

저도 아버님이 한번 찍어서 주세요. 아버님이 찍으면 될거같아요"

하고 오바하면서 추켜드리니깐...

"흠흠...알았다...허허..."

그날 고스톱 치자고 하시더니..또 저한테 몽창 잃어주십니다 그리고 또 허허...웃으십니다.

그렇게 무뚝뚝하던 아버님이.......정말 행복하더군요.

 

그 이후로....

친척 모임가서 아버님께 술 한잔 따라드리면서 갖은 애교 다부리고..

식구들 몰래 속옷 선물 챙겨드리고..

요리하는법은 모르니깐 예쁘게 상 세팅하는법 익혀서 예쁜 상 차려드리고....

 

지금은 아버님 저만 유독 챙기십니다.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서 식사할때도..

"애기야, 많이 먹어라..허허"

이말에 식구들은 깜짝 놀라 모두 저랑 아버님을 번갈아 쳐다보십니다.

정말 놀라운 변화거든요...

 

놀러가서도 제가 장난으로 차 뒷자석에 앉아계신 아버님께 아버님 사진 한방 찍어볼게요...하니깐

어색하게 웃으십니다. 어른께 이런 말 해두 될지 모르겟지만...상당히 귀여우셨습니다.

 

이번 추석에 제가 참치 선물 세트를 사가지고 갔었지요.

그러자 어머님이..

"어머....이런것도 다 넌 그냥 와두 된다니깐 자기 가족집에 선물 사오는 애가 어딨니..

호호...그런 데 우리 식구들 참치 잘 안먹는데....요앞에서 산거지? 그럼 바꿔다 써두 돼겠니?

선물 사온맘은 정말 고마운데...필요한거 쓰는게 낫지 않겠니?"

그래서 전....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네 물론이요..제가 바꿔올게요" 라고 했죠.

근데 아버님은 제가 맘상할까 걱정하셨는지

"냅둬. 그거 다 내가 먹을꺼다. 멀 바꿔오라 그래. 난 그거 좋다"

하고 어머님한테 막 뭐라 하십니다.

 

나 이렇게 아버님 사랑 받을 자격 있는걸까요?

아버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