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의 전설 - 제7화 - 스파키의 힘 #1

사나토스200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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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벌써 도착한 군인들에 의해 용병모집이 시작되었는지 한눈에 보아도 이방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한 쪽으로 몰려가고 이었다.

 

"자, 우리도 서두르자구. 늦으면 줄서다가 끝날지도 몰라."

 

마크가 힘찬 소리로 분위기를 돋우며 먼저 뛰어가기 시작하자 샤안과 말이 없는 무크도 따라 뛰었다.

 

"어.......이봐....."

 

스파키와 캔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서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앞에 커다란 트럭이 보였고 주변엔 무장한 군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스파키 일행이 도착하자 곧바로 트럭위의 군인이 마이크를 들고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아메리카 시티는 도시의 안전을 도모하고 주변의 침략으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의와 자유를 수호하고자 하는 용기있는 자들을 모집한다. 나이와 성별등 일체 제한사항은 없으나 병이 있거나 가족이 있는 자는 지원을 금지한다. 최종적으로 합격한 자들 중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자부터 높은 월급을 보장하며 직급을 준다. 그럼 신청하는 사람은 번호표를 받아가기 바란다."

 

장교의 말이 끝나자 한 남자가 질문을 던졌다.

 

"길트에 감염된 자도 상관 없습니까?"

 

그 물음을 들은 스파키도 궁금해졌지만 군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정신만 똑바로 박혀 있으면 상관 없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도시에선 길트에 대한 두려움이 거의 없었다.
엔젤타운이나 메탈타운의 사람들이 느끼는 길트에 의한 감염의 두려움은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카얀과 키에르도 알고 있을까....... 아직도 길트가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일었다.
장교가 부하를 시켜 번호표를 나누어 주다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아, 아, 조용. 현재 아메리카 시티의 용병모집은 100명으로 제한한다."

 

그 말이 스파키의 귀에는 실험용 쥐가 100마리 필요하다는 소리로 들렸다.

 

"여러분의 용기는 가상하나 지금 모인 인원의 절반밖에 지원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용병모집은 시험만을 통해 뽑기로 한다. 그럼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을 잘 듣기 바란다."

 

다들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귀에 신경을 집중했다.

 

"도시 북동쪽 20키로 밖 사막에 데져드가 있다. 앞으로 24시간 내에 데져드를 잡아오거나 몸의 일부를 가져오는 자들 중 성적이 좋은 자를 먼저 선출하도록 한다. 대신 이번 시험을 통과한 자는 월급에 상관 없이 상금을 지급하기로 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자에겐 특별 보너스를 주겠다."

 

장교의 말이 끝나자 다들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괴물을 무슨 수로 죽인단 말입니까?"

 

한 사내가 큰 소리로 항의하듯 말했지만 장교는 다시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럼 넌 집에 가."

 

샤안과 마크와 무크도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무리 싸움을 잘 해도 모래 속에 숨어있다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다가와서 강철같은 촉수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녀석들을 상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곧 다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벌써 열 명 이상의 지원자들이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돌아섰다.

 

"빌어먹을 자식들! 그걸 말이라고 해?"
"누가 그따위 시험에 응하냐? 미친놈들....."

 

스파키가 먼저 몸을 돌려 여관으로 향하자 다들 따라오며 실망스런 목소리를 냈다.

 

"이런..... 젠장..... 이번 용병모집은 무기가 좋은 놈들이 뽑히겠군."
"그 놈들은 칼도 잘 안들어간다구."
"걱정 마시오."

 

스파키의 말에 캔을 제외한 전부가 스파키의 앞을 막았다.

 

"무슨 좋은 수가 있는거요?"
"........."

 

마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파키를 응시했지만 스파키는 고개를 돌려 샤안을 바라보았다.
이제서야 스파키는 이 여자를 어디서 보았었는지 기억이 났다.
자신을 친숙하게 대하는 태도에 조금씩 의심을 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스파키도 모르는 척 하며 웃기만 했다.
샤안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따라 웃었지만 간담이 서늘했다.
자신이 속인 것을 알면 그가 화를 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파키는 다시 걸으며 활짝 웃었다.

 

"우선 난 잠을 좀 더 자야겠으니 두 시간 후에 출발합시다."

 

스파키의 자신있는 목소리에 다들 적지 않은 기대감을 품었다.

 


버닝타임이 시작되는 바람에 다들 얼굴까지 천으로 가린 채 사막에 서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데져드가 움직일 수 있는 모래지대다.
벌써 데져드를 사냥하겠다고 몰려든 사람들로 여기저기서 모래먼지가 일고 있었다.
예상대로 자연스럽게 몇 명씩 짝을 지어 사냥을 나왔다.
혼자서는 무리가 있으므로 여럿이서 하나를 잡고 각자 몸의 일부만 조금씩 가져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자~ 데져드의 다리 하나에 단 돈 1000가린이오~"

 

스파키는 익숙한 목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누군지 금방 알아본 스파키는 천천히 다가갔다.

 

"오랜만이군."
"어서옵...... 헉!"
"이거 진짜인가?"
"오......오.....오지마!"
"그래. 오지마다. 아주 잘 만들었는데 그래."

 

스캇은 눈을 끔뻑거리며 손가지 덜덜 떨었다.

 

"자네가 말해준 덕분에 술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지."
"그....그......그건......"
"그렇지 않아도 미끼가 필요했는데......"
"히익!"

 

스파키가 눈짓을 하자 캔이 달려들어 스캇이 펼쳐놓은 가짜 데져드 다리들을 모두 밟아버렸다.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린 가짜 물건들을 보며 구경하던 자들이 무기를 꺼내들었지만 스파키가 먼저 스캇의 멱살을 잡더니 사막 한가운데로 끌고 갔다.
예전같으면 스파키가 끌기엔 힘겨운 상대였지만 전혀 힘들이지 않고 쉽게 스캇을 모래늪 한가운데로 끌고 온 스파키는 칼을 꺼냈다.
그걸 본 스캇은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스파키의 눈에선 이미 살기가 튀기는 중이다.

 

"겨우 돈을 위해서 사람을 팔다니..... 용서할 수 없다."
"히익! 사, 살려줘..... 이봐.... 우린 친구였잖아."
"아, 그렇군. 친구 내 일 좀 도와주게나."

 

이렇게 말한 스파키는 칼을 돌려 날이 없는 쪽으로 스캇의 발등을 내리쳤다.

 

"악!"
"당분간은 걷기 힘들거다. 미끼가 필요하던 차에 잘 나타났군."
"무....무슨......."
"캔! 놈들을 유인해라."

 

데져드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캔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순식간에 멀리 달려간 캔은 일부러 힘을 실어가며 빨리 움직였다.
그리자 곧 반응이 나타났다.
보통사람 몇십배의 발소리를 들은 데져드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놈을을 잡겠다고 여기저기를 칼로 쑤시던 자들도 갑자기 나타난 촉수를 보고는 혼비백산을 하며 달아났다.
여기저기 누비던 캔은 방향을 틀어 스캇이 주저앉아있는 곳에서 더욱 빠르게 발을 구른 뒤 스파키 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데져드들이 계획대로 움직였다.
스캇의 눈이 공포로 일그러지며 바닥을 기어 이쪽으로 오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놈들에게 방향을 일러줄 뿐이었다.

 

"사.....살려줘!"
"얼마나 팔았나?"
"사, 사람, 사람살려~"
"넌 쓰레기다."

 

스파키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스파키. 정말 죽일겁니까?"
"가서 데려와라."

 

캔이 조심스레 묻자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고 캔이 빠른 다시 빠른 속도로 달려가 스캇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이쪽으로 몰고 왔다.
샤안과 마크형제는 캔의 엄청난 움직임을 보며 그저 입만 벌리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바로 스파키가 행동을 취했다.
스파키는 앞으로 달려나가며 전력을 모았다.
데져드들이 미끼가 있던 자리 주변에서 멈추자 스파키는 그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샤안과 마크형제가 어...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사이 스파키는 두 손을 땅 속에 박으며 기합을 넣었다.

 

"하앗!"

 

그를 지켜보던 이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스파키의 무지막지한 전력은 모래바닥 속에서 간신히 남아있는 습기를 따라 퍼져나갔고 넓은 지역에 걸쳐 먹이를 노리던 괴물들은 순식간에 쩍쩍 갈라지고 말았다.
지상으로 내민 촉수마저 검게 타버리며 누런 연기를 피워대자 다들 놀란 토끼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입을 벌렸다.
캔과 샤안만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뿐이었다.
다들 그렇게 놀라는 사이 스파키가 두 손을 빼며 모두에게 소리쳤다.

 

"촉수 필요한 사람 없나?"

 

그 말에 다들 달려들었다.
처음 데져드가 나타나자 도망치던 사람들은 거리가 멀어 미처 손에 넣지 못했고 얼추 적당한 인원이 데져드의 잘 익은 촉수 하나씩을 잘라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실적을 올린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일행만 남게 되었을 때, 스파키가 샤안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메를린은 잘 있나?"
"알고 계셨군요."
"루키드를 잊을 순 없지."
"저같은 말단을 기억하시다니....... 의외에요."
"어째서 여기까지 온 거지?"

 

샤안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웃기만 했다.
그날 저녁 용병모집을 담당하는 장교는 코를 막은 채 전기구이가 된 데져드의 촉수들이 풍기는 역한 냄새를 맡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아무래도 놈들이 화염방사기를 사용한 모양입니다."
"용병주제에 무슨...... 설사 그렇다고 해도 놈들 전부 갖고 있단 얘기냐?"
"그것도 그렇군요.... 하지만.. 이건....."
"어쨌든 놈들의 말에 그 검은머리를 한 녀석이 제일 많이 잡았다고 하니까 상금은 그놈에게 줘라."
"벌써 받아서 갔습니다."


그날 저녁 스파키와 새로운 친구들은 잔치를 벌였다.
이 도시에 온 첫날 말썽을 일으켰던 술집에서 먹을것과 비싼 술을 잔뜩 시켜놓고 마구 먹어댔다.
조금씩 취기가 돌자 다들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도 불렀고 캔의 두번째 쇼가 시작되었다.
어제완 다르게 오늘은 재롱을 부렸다.
작은 컵을 여러개 공중으로 던지더니 발을 이용해 전부 한번에 깨트리는 등 볼거리를 제공했고 스파키는 손가락으로 전력을 일으켜서 술에 불을 지르는 등 취한 자들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짓거리는 전부 다 했다.
다른 손님들도 거의 대부분이 오늘 용병시험에 합격한 자들이었고 스파키에게 감사한 마음들이 있어서인지 박수까지 쳐가며 같이 놀았다.
스파키는 잠시였지만 모든 것을 잊었다.
아주 오래전에 느껴보았던 기분을 다시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우주에서 잃어버린 전우들을 떠올리며 흐르지 않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헤밍스라는 자에 대한 증오의 마음 또한 커져갔다.

샤안은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너무 마셨는지 맑은 공기르 쐬고 싶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눈에 아까 낮에 스파키가 미끼로 썼던 남자가 두 손으로 기어가는 모습이 들어왔지만 무시했다.
그녀가 서늘한 공기를 한 껏 들이마시며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여기에 왔나?"

"실은.... 루키드에 부탁이 들어왔어요."
"루키드는 이제 필요없지 않나?"
"그럴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스파키 당신이 떠나고 난 후에 얘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어요."
"무슨 일이지?"
"도시의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있었어요. 결국 메를린이 루키드를 다시 결성해서 어지러워진 정치를 바로잡고 시장이 되었죠. 그리고 루키드는 계속 도시의 치안을 맡는 중요한 기관이 되었어요."
"그랬군."
"실은 도시에서 가장 재산이 많았던 장사꾼의 도움이 컸어요. 그가 상인들의 모임을 우리편으로 만들어 주었거든요."

 

샤안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상인의 대표가 메를린에게 사적인 부탁을 했어요."
"그것이 용병이 된 것과 관련이 있나?"
"그의 아들이 용병이 되겠다고 집을 나갔다고 하더군요. 너무 완강해서 말리진 못하고 보낼 수 밖에 없었데요. 결국 아들이 이 도시의 용병이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여기서 소식이 끊겼어요. 아들에 대한 행방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 그의 부탁이었죠. 그래서 제가......."
"의뢰를 받은 셈이군."
"네."
"나와 비슷하군."
"스파키도 의뢰를 받았나요?"
"나도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용병이 되기로 한거지."
"역시...... 당신이 이런 곳에서 용병따위나 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전 알았어요."
"하하.... 고맙군."

 

스파키는 너털웃음을 내며 샤안의 옆에 앉았다.

 

"왜 떠나셨죠? 다들 당신이 필요했는데."
"할 일이 있으니까."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요?"
"나쁜 녀석을 혼내줘야 하거든."
"깔깔깔깔......"

 

샤안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고 스파키도 써억 웃었다.

 

"멋져요. 근데 그 캔이라는 남자는 누구에요?"
"친구야. 순진한 녀석이지."
"엄청 빠르던데......."
"나처럼 이상한 능력이 생긴거지."
"둘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겠군요."

 

스파키는 하마터면 이 말이 나올뻔 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나 자신이 두렵다.'

 

조금 있으면 해가 밝아올 시간이지만 아직도 안에선 사내들의 웃음소리와 병 깨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