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한숨이 나옵니다.

으음...2003.09.24
조회732

출근하기 30분 전에 일어납니다. 세수하고 스킨, 로션 바르고 머리빗고 옷입으면 딱 30분  걸리죠. 그러면 바로 나옵니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10분을 열나게 걸어가 1시간 가량 하철을 탑니다. 그리고 역에서 내려서 회사까지 보통 10분.  도착하면 10분이나 15분 전이 되죠. 그때부터 퇴근시간까지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입니다.

 맡은 일은 경리입니다. 여기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처음으로 하는 사회 직장이구요. 하지만 전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 중 초보랍니다. 들어온지 2달이 됐는데도 아직도 어리버리 그 자체. 전화와도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하기 일쑤고, 결재 금액도 제대로 계산 못하고 장부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처음 전 전표도 모르는데 전임자가 나가는 게 급해서 붙들고 가르친다는 게 정말 막 뭐라그러면서 했습니다. 적응이 안 되더군요. 쉬었다가 새벽같이 나가는 것도, 생초보인데도 자기 입장이 급해서 몇 년을 근무한 자기처럼 왜 안 되냐고 뭐라 그러는 적임자도 서먹한 여직원들도 말이죠. 그때부터 기가 죽어서인지 지금도

전 처음에 낯을 많이 가립니다. 그런데다가 이것도 못하냐는 적임자의 윽박에 완전히 바보가 된 느낌으로 기죽어 있다 보니 전임자가 그만두어도 동료 직원들이랑 친해지기가 어렵습니다. 바보같은 제 모습을 보아와서 그런지 서먹하군요. 그렇다고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전화 메모 하나 제대로 전달 못하면 거기서 은연 중에 기분 나뻐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회사 특성상 전화 하나 하나가 중요하거든요) 그런 분위기에 말하는 것조차 전 두려워 점점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소심하다고 성격을 고쳐보라고 하시겠지요. 저도 미친 척하고 갑자기 활발한 척 친한 척 나서볼까해도 아침마다 너무 피곤해서 표정 관리가 잘 안되더군요,,;; 더구나  전임자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크게 남아 있습니다. 뭘 모른다 싶으면 제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전임자에게 전화하더군요. 처음에는 그렇다쳐도 아직까지 여전합니다. 전임자도 회사 카드니 비번이니 모두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고 갔습니다. 그래서 전 아직까지도 회사에 어떤 서류들이 있는지 조차 모릅니다. 개인적인 친분 관계도 절 괴롭게 하는군요. 전임자와 연락하는 동료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모두 다 모여있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니 낄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다른 얘기도 업부 얘기 또는 일 하면서 친분 관계를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니 저는 더더구나 알 수 없죠.

 그렇다고 동료들이 전혀 배려를 해주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 텃세같은 것도 없고 누가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 그러나 전 점점 더 힘들어져 갑니다. 술 잘 못 마신다 해도 먹이려는 분위기도 싫고...

 그만 두고 싶지만 모아야하는 돈이 있는 관계로 그만 둘 수도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하루 종일 있어야죠.  차라리 사장이 직원들이랑 어울리지 못하고 일도 못한다는 핑계로 절 짤랐으면 좋겠더군요. 그러면 한 달치 급여는 받고 다른 곳을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너무 힘들어서 넋두리 좀 했습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