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시계

나 갈꺼야2003.09.25
조회492

   

쏟아 지는 꼬리말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습니다.

역지사지... 남편입장에서 글을 쓴다면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니 머리속에 글이 써지더군요...

부부가 그동안 헛산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친정엄마는 늘 너의 입장만 생각말고, 니남편 생각도 해줘라... 남자가 밖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받겠냐하십니다. 맘속으로 엄마 저도 힘들어요하지만 입밖으로 내지 않고 살았습니다.


오늘 엄마가 저에게 내일... 니이름으로 만든 통장에 든 돈이 천만원이 된다... 그돈으로 우선  빚진돈 우선 조금이라도 갚아라하시며 은행에 가자고 하십니다. 처음에 50만원 드리고, 올해부터 더많이 드렸더니 생각보다 돈이 빨리 모아졌다고 하십니다.


엄마에게 이혼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늘 참아라... 집안의 태양은 여자다 여자가 밝아야지... 니가 참아라... 니가 참아라... 수천년동안 여자가 참았단다.


엄마가 나갈테니 엄마눈치보느라 망설이지 말고 너도 같이 욕하고, 가슴속에 담아둔 말 하고 살아라... 그러다보면 니남편 불쌍한줄 알게 될테고, 부부란 별게 아니다...거기서 거기고 ... 먼 훗날 손주들 키워줬다 유세하고 살고 싶었는데 엄마 욕심이 과했나 보구나... 손주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문열어주고 간식해주고 살고 싶었다. 28에 청상과부되서 벌어먹고 사느라 내새끼가 학교에서 돌아와 혼자 문열고 밥먹고 하던게 못내 한이 되서 같이 살자 했을 때 내심 반가웠는데,,, 내 욕심이 과했구나.


담담히 말하시는 엄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십대시절 소낙비끝에 본 거미줄이 아름다워 공책 가득 그 아름다음을 찬미 했던 감수성이 결혼후 점차 메말라 버려 연필을 부러뜨렸을 때 밤새워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많은 명작들을 읽으며 며칠동안 가슴아파 어쩔줄 모르고, 행복한 주인공의 결말이 기뻐 한밤중에 펄쩍 뛰고 좋아했던 10대시절... 그시절을 저의 아이들의 말속에서 발견할때 얼마나 기뻤던지...


다모를 보고 밤새 마음아파 잠을 못이룬적도 있습니다. 사네 못사네 하는 데도 말입니다.

남편의 뜻이 남의 편이라는 것이지요?

남편은 남에게는 법없이도 살사람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장난삼아 본 남편의 사주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남편은 법없이도 살사람이다. 다만, 가족에게 너무 모질게 대해 가족을 잡을 사람이니 부인이 슬기롭게 대해야 겠어... 차라리 남편없다생각하고 사시오.


남들에게 벌레도 못죽이는 사람이 저에게 유독 잔인한 말을 할때면 늘 그런 상황을 만든 저를 탓하곤 했습니다. 퇴근후 아이업고 집안일 하시는 엄마옆에서 누워서 텔레비젼보면서 남편을 보면 화가 나곤 했습니다.


처음 남편의 폭언의 시작은 술에 취한 모습이었고, 간절히 용서를 구하던 나약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맘이 아팠고, 내 반쪽이 저지른 실수를 내가 포용해야한다는 오만이 있었습니다.신체적 폭력이나 언어적 폭력은 별반 다를게 없더군요... 처음 시작이 중요하지, 나중에 술을 먹지 않아도 쏟아지고, 폭언뒤엔 미소마저 지을 정도로 무감각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일 내가 남편이라면, 나도 별로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무섭지만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자앞에서 강해지고 싶은게 사람심리 아닐까싶어서요...


문득 이세상의 남자들이 그렇게 길러진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집안의 기둥이 될몸이니 엄마와 누이의 희생과 배려속에 길러진 남자들은 아주 어릴적부터 그렇게 자라 그것이 가치관이 되고 신념이 된것뿐이라는 생각이 들고 남편이 남달라 그런것은 아닐 것입니다.


쉬고 싶습니다. 공부도 하고 싶고 아이들 데리고 벌레도 잡고 개미구멍에서 개미도 기다려보고, 볍씨를 까서 쌀알도 씹어보며 살고 싶습니다.


한 삼개월 남편과 말을 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싸울일도 없고 잔인한 한마디에 가슴아파할 일도 없고

그러다가 지난날 가장 가슴 아팠던 영상이 떠올라 격정에 사로 잡혀 쓴 글이 여러사람의 즐거운 일상에 어이없는 분노가 되었다는 죄책감이 듭니다.


엄마가 화내십니다. 당장 삭제하라고, 니가 무슨 짓한줄 아냐고,,, 이글들이 진짜 내딸이 쓴 글 맞냐고...

내딸이 이렇게 모진 줄 몰랐다고 하시는 엄마...헤어지고 싶으면 니맘 진정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는다.

미움이 미움을 낳고, 원수가 원수를 낳는다..


정신과에 가면 의사가 가만가만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 이야기를 하고 나올때쯤 이미 본인이 해결방법을 알고 마음도 치유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손에 들린 처방전을 약으로 바꾸면 밤에 잠도 잘오고 기분도 좋아지는 항우울제를 먹고 나아간다고 합니다.


정신과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돈 한푼 아끼자고 썼더니 당장에 남편이 욕을 먹다니요... 그에게 미안합니다. 남편에게 애정이 남아있어서가 아니라 한 남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깨우쳐 주십니다.

그래서 어른이겠지요...


나와 인연이 아닌 남자인데...아이들 아빠인데.... 며칠동안 분노에 사로잡혔다가 이제야 마음이 진정이 되니 앞날에 대한 계획이 차근차근 떠오릅니다. 재산, 양육권, 거처, 그리고 내능력을 고려한 인생의 장기계획들..


이결혼 생활에서 저와 남편을 놓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그와 저사이에 놓인 벽장속에서 나와 힘차게 살려구요.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아빠욕하지 않고 결혼생활에서 그나마 손꼽을 수 있는 행복한 추억들을 업그레이드 시켜볼려구요... 함께 사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정상은 아니다. 각자가 놓인 처지 속에서 최대한 살길을 찾아 행복을 찾는 적극적인 모습만 보여주고싶습니다.


엄마말씀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은 영혼을 다해 정성으로 키우는 것이다. 뼈와살로 만든 자식... 빼와 살이 닳도록 기우는게 당연한게 아니냐.... 너무 많은 생각 말아라... 정성으로 키우는 것이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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