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의 고수가 되기까지 8 (펌)

로맨티스2003.09.25
조회352

[그녀] : 너 한번만 더 미팅 나오면 죽어!!!!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멀어져 갔고…

그렇게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본채…

난 쓸쓸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 후……

내게는 평생 찾아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머나먼 세계의 일로만 느껴졌던 -_-

‘폐인’이라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_-;;

 

==폐인 증세==

[상렬] : 오백원아~ 피씨방 가자

[오백원] : 피씨방…? 피씨방이라………… 너 PC의 약자가 뭔지 아니?

그건 Personal Computer의 약자로 개인용 컴퓨터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PC방이라는건 개인용 컴퓨터가 있는 방이라는 뜻인데…

피씨방 컴퓨터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여럿이 쓰는거잖아

그러니까 이건 분명 잘못된 언어야

우린 반드시 우리말을 바로 잡아야만 돼!!

[상렬] : 크헉… 너.. 증상이 이정도 일 줄은… 힘내 임마!! ㅠㅠ

이런 비참한 상황들이 며칠째… -_-

그러던 어느날..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나는…

내가 뭣 땜에 이렇게 폐인이 되기 시작했는지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하나 마나… 원인은 하나 밖에 있을 수가 없다…

그녀……………

그때 부터 그간 폐인생활로 인해 잊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날 이렇게 비참한 -_- 인생을 살게 하고.. 상처만 준 그녀가 밉기도 했지만..

그 사건 이후로도 그녀의 얼굴이 간간히 생각 나는걸 보면…

난 그 순간까지도 여전히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이때부턴 상사병 까지 겹친 업그레이드 폐인 증상이 시작됐다 -_-


==업그레이드 폐인 증세==

[상렬] : 오백원아~ 피씨방가자..

[오백원] : 아냐!!! 난 그때 같은 피씨방에 있지 않았어!!!! 않았다고!!! 없었단 말이야!!!

[상렬] : -_-;; 누가 뭐래?

[오백원] : 사랑해…

[상렬] : 으헉... ㅡㅠㅡ


그렇게 2차 폐인생활을 지내고 있던 나는…

어느날 책상 서랍에 있던 그녀의 삐삐 번호를 발견 한다..

이때부터 였다… 내 간댕이가 조금씩 부어 오르게 된건… -_-

예전같았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만,

이미 연속되는 폐인생활로 인해

반쯤 환각상태에 빠져버렸던 나는 -_-

그녀에게 삐삐를 치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곤… 목소리 연습에 들어갔다 -_-

"여보세요~"

흠... 이건 너무 약해… 배철수 버전으로 함 해보까? -_-

"여~보세요!!!!"

흠.. 이건 너무 쎈데 끝을 약간 올려볼까…? -_-

여~보세요~?

아 바로 이거야! 꿈에 그리던 그 소리! 영창피아노 -_-!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삐삐 번호를 눌렀고..

음성녹음 버튼을 눌렀다…

“삐 소리가 나면 녹음해 주시고 녹음이 끝나면 *표를 눌러주세요”


삐~~~~~

…………


…………

 

이 말을 듣는 순간 한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삐삐를 칠때는… “여보세요” 라는 말이 필요없다 -_-

그래도… 시간들여 연습했는데 그냥 포기해 버리기엔 아깝지 않은가 -_-

난 자랑스런 중1 이였기에 -_- 결국 그냥 써 먹기로 했다…

거기다가 이미 상사병에 최고조에 다른 나의 입에선

지금은 면상에 철판 깔아도 하기 힘든…

난이도 김봉납급-_-의 느끼한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삐 소리가 나면 녹음해 주시고 녹음이 끝나면 *표를 눌러주세요”

삐~~~~~


여보세요~! -_-;

나.. 일주일 전에… 너랑 미팅에서 만났던 애야… 기억.. 하려나…?

니가 그날…. 나한테 그런식으로 말해버려서 충격도 컸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니가 좋은건 어쩔 수 없더라…

여기까지 말해버린거… 지금을 기회라 생각하고 다 사실대로 말할게…

그날 처음에 널 피씨방에서 봤을 때부터.. 나 사실 너한테 맘이 있었어…

그래서 만나자고 했던거고…

다른 피씨방에 있다고 거짓말 한것도…

너 놓치기 싫어서 그런거 였어… 그러니까.. 한…

 

=녹음되었습니다=


-_-;;;;;

시간 초과 였다 -_-

삐삐 생전 처음 쳐보는 내가...

제한시간이 있다는 걸 알리가 있었겠는가 -_-

분위기 깔고 녹음했는데…

마지막에 멋지게 마무리를 하려는 순간 짤려버리다니…

이미 녹음되버렸으니 취소도 못하고…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_-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녹음 해 버린거

이어서 2차 녹음에 들어갔다


“삐 소리가 나면 녹음해 주시고 녹음이 끝나면 *표를 눌러주세요”


삐~~~~~

"여보세요~! -_-;; 아 미안.. 끊겼어…

하던 얘기 마저 할게.. 너에 대한 마음…

이거면 충분히 말했다고 생각해…

너 나한테… 한번만 기횔 줄래..?

한번만 만나 준다면…

설마 니가 그 자리에서 욕을 한다 해도..

후회는 안 남을거 같아서 그래… 연락 기다릴게…"


참 내가 써놓고도... 상당히 쪽팔린다…… -_-

그 나이때부터 벌써 여자한테 매달리질 않나......

대체 난 왜 이렇게 비참한 인생을 살아왔을까......

삐삐를 치고 난 뒤 전화기를 꼭 품에 안고

'여보세요'를-_- 연습하며 전화벨 소리를 기다렸다…


1시간…

2시간…


저녁이 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고…

그러다 ‘눈높이 영어’ 선생님이 올 시간이 되었다..

‘눈높이 영어’가 뭔지 모르시는 분 없겠지? -_-

그렇게 x같은 기분으로 눈높이 영어 선생님과 열심히 수업을 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르릉~

아 이건 쫌 구식 전화벨 소리... 다시 수정

벨렐렐레레~~~ 벨렐렐레레~~~ -_-;

‘크헉.. -_- 위기다… 그녀 일지도 모르는데…

지금 수업중이라 차마 전화는 받을 수 없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

찰칵

“여보세요?”

옆방에 계시던 엄마가 전화를 받으셨고……

난 수업은 하는 둥 마는 둥…

옆방에 엄마의 대화만 엿듣고 있었다..

[눈높이 선생] : 자 그러니까 can은 조동사로써 할수 있다의

뜻을 가지고 있고 또.. 과거형은 could로 주로 ……

[오백원] : 아....씨!! 조용히좀 해봐요 중요한 순간인데!

[눈높이 선생] : 뭐라고!!! 버럭~~!!

[오백원] : 아니.. 그러니까... -_-;; can이랑 could랑 해깔려서 그런데 혼자 생각좀 해보게 조용히좀 해주세요 -_-

이렇게 잔머리를 굴려 엿듣기를 시도 했건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옆방에서의 그 다음 이어지는 대화는 없었다. -_-

여보세요..? 라는 말이 끝이였다..

그녀는 아마도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마자 전화를 끊어버린듯 했다…

눈높이 수업이 끝나고…

혼자 방안에 앉아…

우리는 왜 이렇게 엇갈려야만 하는가…

하늘은 왜 나를 가만히 안놔두는지…

이런생각은 안했고 -_-;;

다만 아까 전화가 그녀였을까.. 아니면 그냥 다른전화 였을까…

심각하게 분석에 들어갔다 -_-

한창 생각하다보니 모든건 눈높이 영어 때문에 생긴일이라는 생각에…

선생님이 두고간 교재에

일제식 고문을 가했다..... -_-

그렇게 한참 화풀이를 하고있는데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내 품에 안겨 있던 전화 벨 소리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