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학·군인 연금 손대지 않는다" 하루 만에 회군한 까닭은?

주간한국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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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집중할 것" 말 바꿔
김무성 대표 "기가 막힌 심정, 이 정부의 무능" 불만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정부는 23일 연금 개혁 추진 일정과 관련해 "공무원연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날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안 마련 일정을 각각 10월과 6월로 명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하루 만에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가 당초 내년에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려던 계획을 번복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해 "2015년 경제정책방향 참고 자료에 군인·사학연금의 개혁안 마련 일정 시안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정부의 결정된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차관보는 "관계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이 군인·사학연금 부분이 포함됐다"면서 "군인연금은 직역의 특수성이 크고, 사학연금의 경우 기금 재정상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차관보는 "정부는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조속하게 처리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군인·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공무원연금 개혁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한 이후 그 문제(군인·사학연금)도 자연스레 검토해야 되지 않는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간 신문들에 사학·군인연금 개혁 로드맵이 공개되자 여당인 새누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이 만세할 수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 는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연금 개혁 하는 것을 국회에 와서 해야지, 우리와 상의도 없이 정부가 마음대로 발표했다"면서 "기가 막힌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내년 6월과 10월에 한다' 이렇게 1면에 보도가 났는데, 그거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공무원연금 개혁도 될지 안될지 모르고, 우리가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매일매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니까 공무원의 실수로 그렇게 됐다. 어제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았으면 밤새 언론사를 찾아다니면서 설득해서 보도가 안나오게 해야지 1면 톱으로 나오게 했다"면서 "이 정부의 무능"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다른 연금에 대해서는 전혀 새누리당이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토론회 중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발표 전에) 전혀 들은 얘기가 없다. 오늘 아침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더라, 제대로 해명하겠다고. 그래서 내가 욕에 욕을 하고 뭐라고 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 확실하게, 엄중히 얘기하겠다"면서 "정책위의장께서도 엄중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소속 김현숙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은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충분히 상의했지만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 얘기는 사전 협의 내용에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당의 현재 입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주력한다는 것으로, 군인·사학 연금은 전혀 검토된 바 없고, 안(案)을 만들지도 않고 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도 경제정책방향 발표 이후 사학·군인 연금 개혁 작업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사학·군인 연금 개혁 전선을 향해서 진군하다가 하루 만에 갑자기 회군한 이유는 무엇보다 여당의 거센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까지 손보려 할 경우 교사와 군인의 반발로 당장 다가오는 4월 보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없었다면 내년 상반기는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개혁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갑작스럽 보선 이벤트 등장으로 여권도 여유 있게 개혁을 밀어붙일 수 없게 됐다. 앞에 지적한 것처럼 공무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사와 군인까지 연금 개혁 반대 전선에 가세해 연대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세부 실행 과제에 담겨 있는 사학·군인연금 개혁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이 완료된 뒤 다른 연금 개혁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주요 정책이 갑자기 번복되는 파문을 거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더 떨어지게 됐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당정의 협조와 여론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인데 이같은 정지 작업도 하지 않은 채 정책을 발표한 것은 큰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앞으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려면 여권의 컨트롤타워가 정상적으로 가동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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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희 기자 hermes@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