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휴일에 시 한편을 ....

이뿐이200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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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물같은 정을 주리라

                             김 남 조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손 빈 가슴으로

     왔다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 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 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 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람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無償)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참 이뿐이가 한량없이 무식하답니다.

     김남조 시인이 남자인줄 알았지 뭐예요.ㅎㅎ

     알고 보니 섬세한 여자였다는 사실을 근래들어 알고는

      역시 무식이 참으로 용감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실소를 금치 못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