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시부모님이랑 노는게 넘 재밌어여

가난한사랑2003.09.29
조회1,641

안녕하세여~~ 가난한 사랑입니다. 시친결 게시판에 세번째 글을 올리네요..

두글다 오늘의 톡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홍홍홍..

시친결 애용자님들....감사드려요~~~~~~~~(^_^)(ㅡ.ㅡ)(_ _)

 

오늘도 가슴아픈 시댁살이를 하시는 분들께 죄송하지만....

머 이렇게 사는사람도 있구나..하는 얘기좀 해드릴려구요...

 

전...근 일년을 미래시댁에서 예비며느리 노릇을 해왔거든요...내년이면 진짜 며느리가 되지요^^

항상 예쁜 며느리 역할을 하려구 노력을 하지요...후훗^^

 

그저께 말이죠....오빠네 집에 놀러갔었는데...담날이 외가쪽 친척 결혼식이래요...

그런데 오빠는 담날 모 대기업 셤을 봐야하고, 큰언니는 배가 산만하게 불렀고,

막내언니는 동대문에서 야간에 일을 하셔서 그시간에 도저히 일어날수가 없으시대요..

그래서 오빠가 "아버지가 어머니 좀 모시고 다녀오세요" 했지요..

참고로 저의 전글을 읽어보신분은 아시겠지만...저희 아버님은 디스크로 불편하셔서..

항상 집에만 계세요...그래서 바람좀 쐴겸 다녀오라 하신거죠.

근데 아버님은 무슨 심기가 그리도 불편하셨는지 안간다는 말만 자꾸 하십니다.

그래두 내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큰소리는 안내시고. 안간다는 말만 반복하십니다.

글타구 어머니 혼자는 지리가 어두우셔서 못가시거든요...

 

오빠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할 수없이 지리를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있었죠.

그 때 번뜩 떠오르는게 내가 모시고 가도 될까 하는거였어요.

결혼전인데....친척분들 모이시는데 내가 모시고 가도 불편하진 않으실까 해서 조심스레

오빠에게 말했어요.

"저기요~. 내가 함 어머니 모시고 갈까요?"

"니가?"

"네. 아무도 모시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어머니도 불안하고, 내가 조심조심 잘 모시고

다녀올게요. 이 참에 친척분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드리구 어머니한테 점수도 따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나의 뮤즈~ 나이는 어린게 머 이렇게 하는 말마다 깜찍하게 하냐~"

결국 그렇게 어머니랑 약속을 잡았습니다.

 

참고로 뮤즈는 오빠가 제게 부르는 애칭입니다. ㅋ...

 

그렇게 어머니랑 만나서 예식장가는 삼십분동안 계속 수다를 떨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오빠자랑만 하시면 수다가 하루종일도 이어지십니다.

당신 자식 자랑하는걸 그렇게 좋아하시다니...ㅋㅋ

그래두 어머니가 좋아하시니 같은 자랑 계속 들어도 기분이 좋습니다.

 

같이 예식장에 가서 친척분들에게 인사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만나는 친척마다 " 우리 새로들어올 막내딸~" 이라구 소개하십니다.

친척분들은 벌써 이렇게 어른 모시고 다니는게 이쁘다구 연신 칭찬이십니다. ㅋㅋ

 

사실 어머니랑 같이 다니면 정말 재밌습니다.

주례를 듣는데도 재밌습니다. 전라도 출신이신 어머니..

"노인네...먼 잔소리가 저렇게 많다냐. 내가 하면 쉰소리 안해. 퍼뜩 끝내불지.

새깽이들 많이 낳고, 잘들 살으란 소리만 하믄되지. 안그냐?"

ㅋㅋ 주례와, 어머니의 주례평을 듣고 있자니 심심하진 않더군요...

한마디 드렸죠.."어머니가 최고 웃겨요~!" "하하하하하..."

 

친척분들 한 열댓명이 모여서 한자리에서 부폐를 먹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저마다 저를 보고 이래저래 궁금한게 많으십니다.

나이는 몇살이냐느니, 부모님은 모시고 살거니, 동거는 하니..ㅡ.ㅡ;;

그냥...예의바르게 트레이드 마크인 입꼬리 올리며 대답하기로 친척분들의 호감을 사기 시작했죠

그러다 중간에 친척 모임으로 놀러가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오빠네 친척은 두달에 한번씩 정기모임으로 야유회를 가거든요.

우리 어머니가 한마디 빠지실 분이 아니십니다.

"단풍을 보러가야재. 나는 낙엽만 보면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어째그래 가슴이 마~~악 슬퍼. 이상하게 고독하고 참 외롭고 그래"

오십대 중반에 그런 감성을 소유하시다니...아까 주례평을 하시던 어머니가 아니신듯 ㅋㅋㅋㅋ.

그래서 강촌으로 가기로 결정을 봤씁니다. 단풍하고 강촌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냐많은..ㅡ.ㅡ;;

 

그리고 밥을 다먹은뒤.....퍼뜩 생각이 난 나..

"어머니, 아버님이랑 오빠 드릴 떡 싸가요."

"오메. 맞다!!"

그때부터 어머니와 나는 한편의 첩보작전을 펼쳤씁니다.

나는 눈치를 살피며, 엄청난 떡을 내가 먹을양 퍼왔고, 어머니는 샤라락 냅킨속에 감추셨습니다.

21살 나이에 나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것입니다. ㅡ.ㅡ;

 

아무튼 그렇게 집에 돌아왔지요.

그렇게 돌아와 아버님께 냅킨이 더덕더덕 붙어버린..ㅡ.ㅡ;; 떡을 일일이 칼로 손질해 드렸습니다.

저보다 여섯살 많은 나의 아저씨(저의 남친에 대한 애칭 ㅡ.ㅡ;;;)께서는 취직셤이 무슨 수능같냐고

투덜투덜대시고, 그래서 아저씨 혈압으로 쓰러지실까 염려하여 전신마사지 해드리고 재워드리고..

조금있다 친구 장례식 간다길래 깨워 보내고...

 

결국 아버님과 저만 남았지요.

이제 아버님 저녁 차려드릴 시간인데 전 글에도 말씀드렸지만....엄청난 요리치 입니다.

주방을 뒤져보니, 김치찌개가 있더군요. 근데 국물이 다 쫄아서 건데기만 좀 남아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쌀을 잘 씻어 앉히고, 김치찌개를 잘 살려놓으면 될꺼같아서.

물을 좀더 붙고, 김치국물을 더 붓고, 끓여봤습니다.

펄펄끓이고 맛을 보니, 머이리 싱거운지...그래서 소금을 쳐봤습니다.

그래두 싱겁데요..그래서 소금이 아닌가 싶어 예전에 언뜻 엄마가 미역국에 간장는걸 본듯하여.

간장도 너봤지요....짭디다....

그래서 다시 물을 붙고, 물이 많고 건데기가 사라지자 건데기를 다시 넣고,

암튼 이런 악순환을 거듭한끝에 원래계획했던 김치찌개의 양보다 세배가 많아졌습니다.

밥이 다된듯하여 밥통을 열어보니....밥이 이상합니다. 내가 생각했던 밥알의 크기보다 작습니다.

이집쌀이 이상하다 싶어 그냥 펐지요.

요리치의 망신을 극복하려면, 예쁜 상차리기는 필수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 요리 화보에 내도 될정도로 예쁘게 담고, 아로마 향초로 분위기도 내고,

암튼 데코는 있는 대로 다해서 정말 눈으로 보면 최고의 식탁이 되었지요.

자신있게 아버님을 모셔서 같이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밥이 바삭바삭 씹힙니다. 밥과 쌀의 중간 형태의 씹힘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아...정말....눈앞이 노래집디다. 이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아버님....정말 죄송해요...밥이....아.....우리집 밥통하고 메이커가 달라서....

아니고......쌀이 저희집은 이천쌀을 먹는데........."

횡설수설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난 정말 챙피해서 울뻔했습니다.

그때 아버님 김치찌개에다가 밥을 다 더시더니, 한숟가락 가득 떠서 드시고는 몇분도 안되

한그릇 다 비우시고, 잘먹었다 하고 헛기침을 하시고 신문을 펴드십니다.

저렇게 하면 쌀이 김치찌개에 따뜻해져서 밥이 되나보다 싶어서..나도 해봤씁니다.

그렇지만 역시 쌀과자이더군요...이걸 드시다니....역시 아버님은 짱입니다.

난 너무 감동 많이 받아서 내 주특기인 사과 데코레이션....

사과로 장미만들기, 토끼만들기, 왕관만들기 장끼로 예쁘게 후식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같이 골든벨을 시청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오빠가 아침좀 네가 차려볼래?

평소같으면 늘 오빠가 하는 일이었지만, 오빠가 요며칠 대기업과 공사 취직준비에 아침부터 바쁩니다.

그런데 내가 어제 그 엄청난 쌀과자 밥을 약 칠인분어치를 해놔서.....

오빠에게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오빠가 한스푼 떠먹어보더니....이런 밥을 만들어낼수있는 능력은 아무나 있는게 아니라구...

이건 필시 오늘의 메뉴를 죽을 하라는 하나님의 계시라며, 위로해줍니다.

하지만 난 죽도 한번도 해본적 없습니다.

하지만 내 장점이라면(남들은 단점으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절대 못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꼭 해봅니다. 그래서 야채죽을 검색해서 그걸 보고 흉내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입니다. 스무번중에 한번은 작품이 나오는데 오늘이 그날인가봅니다.

오빠도 나의 이런 요리는 첨이라며 머리를 거듭 쓰다듬어 줍니다.

오빠가 아버님방에 들어갔습니다.

"아버지 아침드세요"

"응...오냐..."

"애기가 직접 만들었어요"

"........."

"아버지 어디 아프세요?"

"아....아니다"

"그럼 빨리 나오세요"

".........................."

아버님은....내가 차렸다는 말에..두려움을 느끼고 계셨던 겁니다.

아버님앞에 놓여진 죽을 보고...

"저....좀 양이 많다" 하십니다.

그래서 좀 덜어드렸죠.

아버님은 앉아서 한참 무슨 생각을 하신뒤에 수저를 드십니다.

하핫 그 이후로는 정신없이 급하게 드셨습니다.

살짝 웃으시며, "더없냐~" 하시는데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이 기분 좋은 feel을 살려 토끼마을 사과 데코레이션 후식을 만들었습니다.

 

난 어머님이랑 아버님님이랑 노는게 넘 재밌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