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가야금 가수 가야랑

장동건200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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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랑·사랑 자매, 가야금 대중화 길 트로트와 通하더이다 입력: 2008년 04월 30일 20:46:06 ㆍ본인들·가족 모두 잘나가는 국악 집안
ㆍ우리 악기 우수성 알리려 ‘상큼한 외도’

국악 명가출신의 자매 '가야랑', 왜 트로트 음반을 냈을까.

참 특이한 일이다 싶었다. 국내 예술계 수재들만 모인다는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서울대 석사 졸업, 대통령상 수상 등 굵직굵직한 이력을 지닌 가야금 쌍둥이 자매 이예랑·이사랑(26)에 대한 이야기다. 국악계에서는 이미 이름이 꽤 알려진 이 두 자매는 '가야랑'이라는 팀을 결성해 최근 트로트 음반을 발표했다. 앨범에는 가야금과 함께 트로트 선율이 가득 들어차있다.
쌍둥이 가야금 가수 가야랑 이예랑, 이사랑(왼쪽부터)
가야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의 약력과 집안 내력부터 우선 알아놓을 필요가 있다.

언니 예랑은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촉망받던 가야금 전공자였다. 동대학원에서 예술전문사 과정을 졸업했고, 또 2005년 전국가야금대회에서 최연소 대통령상을 수상해 언론을 장식한 적도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이수자, 가야금 인재를 양성하는 '이예랑 가야금' 대표, 대학생 최초로 서울 예술의전당 독주회 개최 등의 화려한 경력도 소유하고 있다.

동생 사랑 역시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성남시청 시립예술단 뮤직큐레이터 출신. 학교를 옮긴 것은 국악 이론에 인류학을 접목하기 위한 원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는 사실상 서울대 출신 1호 트로트가수라는 이색 기록도 따라붙는다.

이 정도만 해도 혀를 내두를 정도지만 이들의 집안 내력은 더 유명하다. 이모는 거문고 연주자로 유명한 한양대 국악과 변성금 교수, 막내 이모는 해금 연주자인 변종혁 추계예술대 대학원 겸임교수, 어머니 가야금 후학을 길러내는 가야금 연주자 변영숙씨다. 또다른 이모인 변진심씨는 KBS 국악대상 수상자로 '정가'(正歌) 부문의 유명 인사다. 국악계에서 '변씨 네자매'를 모르면 '간첩'이 된다.

도대체 부족할 것이 없는 예랑·사랑 자매가 왜 외도(?)를 꾀했을까. 혹여 프로필에 흠집이라도 나지 않을까 적잖은 걱정도 밀려들었다.

인터뷰 룸에 들어서자 이예랑과 이사랑은 아무 말없이 25현 개량형, 12현 가야금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조율을 하면서 간단한 연주를 이어갔다. 그리고는 "가야금 소리 참 좋죠? 세계적인 악기가 될만 하지 않습니까?"라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바로 이것이에요. 저희들이 이런 음반을 안냈다면 어찌 이렇게 직접 신문사에서 가야금을 쳐봤겠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더많은 대중들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자매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가야금 구석구석의 명칭과 주법 등을 상세히 소개해갔다.

이들이 트로트 음반을 내게 된 것은 동생 이사랑의 호통(?)이 절대적이었다. 지난해 유명 트로트 작곡가 정의송은 자매의 연주를 본 후 대중 음반을 내보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옆자리에 있던 이예랑은 "사람 잘못봤다"며 정색을 했었다.

"이후 동생이 '언행일치를 보여야한다'며 야단을 쳤어요. 가야금을 대중화시키야한다고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라는 것이었죠. 대중들에게 우리가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지 않냐고, 그리고 대중의 코드를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절 설득했죠. 곧바로 가야금으로 '존재의 이유' '뜨거운 안녕'을 즉석으로 연주해봤더니 너무 괜찮은 거에요."

국악인의 길을 걷던 이예랑은 이상하게도 어릴 적부터 트로트에 마음이 가있었다 했다. 인류학 전공자로서 대중 문화의 현 관계자가 돼 '필드웍(field work)'을 쌓을 필요성도 있었다했다. 인터뷰 도중 자매는 국악과 트로트가 비슷한 구석이 꽤 있다는 사실을 놓고 이들은 한참이고 토론을 벌여갔다. '반음계' '5음계' 등의 용어도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수많은 국악인들이 두 자매의 변신을 비난하지는 않았을까. 이에 대해 이사랑은 "언니에게는 교수님 뿐 아니라 제자들도 많아요. 제게도 지금 서울대 인류학과 지도 교수님이 계시고요. 힘들긴 했지만 정말 진지한 저희 자세 때문에 모두 기쁜 마음으로 바라봐주셨어요"라며 방긋 웃었다.

국악인들은 대체적으로 노래를 잘한다. 이에 대해 자매는 "서양음악의 고정율과 달리 국악은 '이동율'이어서 음감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음반에는 정의송이 만든 퓨전 트로트곡 '수리수리 마수리', '뻥 차버려', 요즘 쇼프로그램 '1박2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앗!참아주세요' 등의 노래가 수록돼있다. 모든 트랙에는 가야금 연주가 붙어있다. 음반을 듣는 대중들에게 꼭 들어보라는 의미에서 13분짜리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를 비롯해 '울밑에 선 봉선화' 등의 가야금 연주곡도 수록해두었다. 모든 방송 무대 역시 가야금을 든 채 노래를 부르는 형식을 띈다.

"우리 악기가 얼마나 멋있는지 보여드리려고요. 더 가까이서 직접 볼 수있도록 할게요. 섹소폰·기타·피아노를 보고 악기라 부르고, 가야금·거문고 등을 보고는 국악기라고 부르잖아요. 이런 표현 자체를 없애고 싶어요. 아참, '소지로'라는 연주자로 '오카리나'라는 악기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잖아요. 우리도 여러 음반을 통해 가야금을 대중들과 세계로 알릴 참입니다. 앞으로 나올 뉴에이지 연주 음반도 기대해주셔야합니다."

< 글 강수진기자 사진 권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