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넉두리

국돌이2003.10.01
조회472

가을비는 올수록 추워진다는데

이번 비가 오고나면 좀 더 확실한 가을이 될것이지만

언젠가부터 봄,가을이 시늉만 하고 가는 통에

사계의 아름다운 정취를 제대로 느낄수가 없다.

 

내가 어릴적에 살던 곳의 뒷편에는 향교라고 예전 교육 기관이 있었고

그 한가온데쯤 연못과 그 연못을 감싸고 있는 아람들이

은행나무 두그루가 있었다.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때 나무들 중간에 앉으면 그 노란 은행 나무잎들이

천지를 감싸 마치 노란물감속에 빠져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난 예전에 글을 올린적이 있었지만

중학교 다닐때 첫사랑이라고 할수 있는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다.

지금이야 시랑인지,그리움인지,아님 그냥 좋아하는건지 알수 있으나

당시 난 그게 뭔지도 모르고 마냥 그녀를 만나면 즐거웠고

않보아면 그네 집을 감돌면서 그녀를 그리워 했다.

 

당시 난 수원서 학교 다니고 그녀는 서울서 다녀

어쩌다 그녀가 수원 본집을 와야 볼수가 있는데

단풍이 다 지도록 나타나지 않으면 그녀를 생각하며

그래도 혹이나 늦게 라도 만나면 주리라고

노란 은행잎을 책갈피에 꼽아놓고 기다리길 얼마였던가.

 

어김없이 토요일은 돌아 오건만 서울 생활에 젖은 그녀를

동네에서 만나는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어쩌다 이도령과 춘향이가 바뀐 신세가 되어

토요일날 올것이라는 그녀 동생의 전갈을 기다리는 신세가 됬다.

 

그녀에겐 불행이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수원으로 진학해야 했던 그녀를

만날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기뻐 했던 나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나누기엔 그녀의 삶이 너무 힘들었고

그런 그녀의 삶이 영원히 우리가 만날수 없는 곳으로 그녀를 인도

했다는걸 알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후 오랜 사랑병에 심하게 앓는 시절을 보내야 했지만

역시 시간은 나를 무디게 했고 일부러 그추억을 되살리기엔

내 주변엔  책임져야할 사람이 많다.

 

해마다 단풍은 들고 올해도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겠지만

우리의 사랑은 ,기억은 바랜 은행잎처럼 퇴색해 갔으니

그 날을 회상하면서 이글을 써도 가슴이 아리지 않고 단지 그리울 뿐이다.

 

내가 어려 천하를 다주고도 바꿀수 없던 옛사랑에게

안녕이라구,

잘있으라구,

잘살아줘서 고맙다구,

이 가을 초입에 인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