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의 시절음식

또이200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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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라는 우리나라의 옛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가위는 곡식과 과일 등이 풍성한 때이므로 여러 가지 시절 음식이 있다.

 

추석의 대표적인 절식으로는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송편은 반죽한 멥쌀가루에 소를 넣고 빚어 솔잎을 깔고 쪄낸 떡을 말한다. 솔잎향기가 입맛을 돋울 뿐 아니라 솔잎 자국이 자연스럽게 얽혀 생긴 무늬가 송편의 맛을 더한다. 송편은 소에 따라 팥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밤송편 등이 있다. 솔잎에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다른 식물보다 10배정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위장병, 고혈압, 중풍, 신경통, 천식 등에 좋다고 한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모시잎을 삶아 넣어 빛깔을 낸 모시잎 송편, 강원도 지방에서는 감자를 갈아 녹말가루를 내어서 끓는 물로 익반죽한 다음 치대어 송편 빚듯이 소를 넣어 쪄낸 감자송편이 있다. 이 외에 쑥송편, 치자송편, 호박송편, 사과송편 등도 별미이다.

 

얼마 전만 해도 가정에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며 송편을 빚는 정경이 아름다웠었다. 송편을 잘 만들어야 예쁜 아기를 낳는다는 말에 서로 은근히 솜씨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배우자가 예쁘고, 볼품없이 빚으면 신랑신부 될 사람의 얼굴도 볼품이 없다는 말을 있었다. 또 임신한 부인들은 송편에 솔잎 한 가닥을 가로로 넣어 쪘는데 찐 송편을 한쪽으로 베어 물어서 문 부분이 솔잎의 끝 쪽이면 아들이고, 잎꼭지 쪽이면 딸이라고 했다.

 

한가위의 차례상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한가위 때 마시는 술은 ‘백주(白酒)’라고 하는 데, 햅쌀로 빚었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고도 한다. 추석 때는 추수를 앞 둔 시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풍족해져 서로 술대접을 하는 수가 흔했다. 녹두나물과 토란국도 추석의 절식이다.

 

한가위는 모든 배달겨레의 큰 명절이다. 이 큰 명절을 단순히 연휴라는 개념으로 보내지 말고, 우리 조상들이 새겼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소나무가 피톤치트로 썩는 것을 막아주듯 사람들 중에도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곧은 인품의 향으로 다른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의 삶을 더듬어보고, 훈훈한 입김을 쐬면 나의 잘못된 생활이 올곧게 정리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말함이다. 이 가을에는 솔잎을 깔고 찐 송편처럼 향기로운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또 세월이 풍속을 바꾸는 탓인지 점차 가정에서 송편을 빚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어쩌면 세상살기가 힘들어진 탓일 수도 있으며,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식구들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빠름과 즉석의 개념이 온통 사람들을 지배하여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 것조차도 허용을 하지 않는 세상 탓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따뜻한 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면 한가위에는 온 식구가 둘러앉아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며 송편을 빚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