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거위

또이200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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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거위> -윤회尹淮

 

   길을 가던 나그네가 저물어 주막에 들었는데, 행색이 초라하다 하여 주인은 방이 없다고 하였다. 나그네는 하는 수 없이 뜰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이 집 주인의 어린 아들이 큰 진주를 가지고 놀다가 떨어뜨리니 거위가 집어먹고야 말았다.

   잠시후 이 집에서는 진주가 없어졌다고 소란이 일어났으며, 나그네가 범인으로 몰리고야 말았다.

   "어째 행색이 수상하다고 여겼더니 이놈이 도둑놈이로구나, 묶어놓았다가 내일 관가에 고발하여야겠다."

   나그네는 한 마디의 변명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나를 묶어놓은 것은 좋으나, 한 가지 청을 들어주시오."

   "허. 이놈 봐라. 그 주제에 청이라니...... 그래 무슨 청이란 말인가?"

   "저 거위를 내 옆에 매놓아주시오."

   청 치고는 묘한 것이었으나 주인은 나그네를 기둥에 묶어놓고 그 옆에 거위를 역시 매어 놓았다.

   이튿날 아침에 나그네를 관에 고발하려고 나와 보니, 거위가 똥을 누었는데 거기에 진주가 섞여 있었다. 주인은 비로소, 범인은-나구네가 아니고 거위라는 것을 알자 백배사죄하였다.

   "진작 그렇게 말씀하시면 알 게 아니오?"

   "그러나 어제 이야기를 하였더라면 저 거위를 죽이고 배를 갈랐을 것이 아니오. 공연히 거위를 죽이기보다는 때를 기다려 사실을 밝히고자 하였던 것이요."

   이 나그네는 윤회로서 그 벼슬이 병조판서에까지 이르렀던 사람이었다.

   윤회는 호탕하고 술을 좋아하여 언제나 과음을 하였으므로 임금이 타일렀다.

   "경은 술이 과하니 앞으로는 한 자리에서 석 잔 이상은 마시지 말도록 하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나 윤회는 대접만한 술잔을 만들어가지고 다니며 술을 마셨다.

   "어명을 받았으니 나는 이 잔으로 석 잔만 마시겠소."

   윤회의 자는 淸卿 호는 淸香堂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