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골룸200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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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이루어질 수 없는 삼각관계에 대한 영화였다.

아쉬운건 배용준이 뭔가 아쉬웠다. 딱히 연기력이 볼품없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수염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반부가 소위 '게임'으로 시작되었다가 마지막엔 그것이 '사랑'이 된다.

그런 구조는 조원이 죽는 순간에 내뱉은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진심인척 했는데, 척했더니 그것이 진심이 되더구나..."

그러니 우리는 남녀간의 애정문제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되는 것이다.

자칫 '위험한 관계'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세 사람이 최후를 맞는 장면은 하나같이 손꼽을만한 씬이 아닌가 싶다.

말에서 떨어져 갯벌에 얼굴을 쳐박은 조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흡사 <초록물고기>에서 유리창에 얼굴을 막고 죽어가는 막동과 닮아 있었다.

슬픔과 후회와 아쉬움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그 표정이라니.

숙부인의 최후는 또 어떠한가. "이승에서는 인연이 없다잖았습니까." 하곤

눈물을 글썽이며 깨지는 얼음을 딛다가 일순 풍덩 빠져버리는. 그것은

얼음위를 걷던 롱테이크 후의 급작스런 - 예상하긴 했어도 - 일이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조씨부인의 최후는 비록 죽음에는 이르지 않았다 하나

이역만리로 떠나는 배 위에서 부서진 꽃부스러기를 바라보며 후회하는 모습이

앞의 두 사람의 비참함보다 덜하지는 않으리라.

 

영화를 보고 나오다 노점에서 머리묶는 곱창밴드를 하나 샀다.

이런 하찮은 물건이나마 기뻐하며 받아줄 사람이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한가.

우리는 우리의 옆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에게 감사해야만 한다.

갯벌에 고개를 쳐박고 죽게도, 얼음속으로 빠져들게도, 이역만리로 떠나는

배 위에서 허망하게 눈물짓게도 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한다. 그보다도

이승에서 인연이 있게끔 해준 그 놀라운 기적에 감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