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홀로한 사랑.. 그리고 그 끝..

7년이지..200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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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만남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대학교 입학식 때였습니다. 지방 대학교라서 자취를 시작하느라 친구도 없고 막막하기 그지 없더군요. 그날따라 날씨는 상당히 쌀쌀했구, 대운동장에서 거행되는 입학식은 고역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제가 속한 과의 줄에서 맨 뒤쪽에 서서 식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문득 앞쪽에 어떤 여자아이가 보이더군요. 다른 덩치 커다란 남녀 학생들과 달리 중학생처럼 체구가 작구 단발인 귀여운 모습이었습니다. 언니따라 입학식에 따라 왔나 싶을 정도더군요.

길게만 느껴지던 입학식은 끝이 나고 과별로 강의실에 모여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100명이 넘는 우리 과 신입생들이 일일히 앞으로 나가 자기 소개를 하다보니 점점 지루해지기만 하더군요. 저도 제 소개를 간단히 하고 들어온 후, 곧 아까 운동장에서 보았던 그 소녀가 나와서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상당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듯 하더군요.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저는 그만.. 그녀에게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구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를 그 어떤 현란한 문구를 동원해서라도 100%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저는 그렇게 혼자만의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사흘 후, 개강을 하고 첫 강의가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들어야 할 강의실 건물을 찾지 못해 학교 여기저기를 해매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이 학교에 있었던가?' 속으로 생각하며 깜짝 놀라서 뒤를 쳐다보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녀였던 것이었죠.

그녀는 자기 소개할때 제 이름을 기억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물론..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연의 시작인지.. 마침 그때 그녀와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더군요. 우리는 힘겹게 강의실을 찾아 들어갔고 지각은 했지만 다행히 첫 수업이라 출석을 부르지 않고 금방 끝이 났습니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구.. 바로 헤어졌지만.. 갈데도 없는 저는 그녀를 계속 쫒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소심한 제 성격으로 그럴 수는 없었죠...

그녀와 이제 자주 마주치겠구나.. 생각을 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중에 단 한번.. 그 강의 시간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되었더군요. 그 강의 시간이 다가오면 제 가슴은 설레었고.. 그녀와 함께 강의를 듣는 시간이면 교수님의 말씀은 귀에 잘 들려올리가 없었으며.. 강의가 끝나고 헤어질 무렵이면 아쉬운 마음에.. 속으로 애만 태워야 했습니다.

입학한지 보름 정도 지난 후였습니다.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날이라서 새내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죠. 그때 저쪽의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는 얘기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는데 그녀가 천체 관측 동아리에 가입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그 동아리방에 달려갔고.. 마침 신입생 가입 마감날이라서 무사히 그 동아리에 가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녀와 마주칠 날이 훨씬 늘어난 셈이었죠.

하지만 집안이 상당히 엄격한 그녀는 밤 8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야 했고..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려던 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죠. 오히려 동아리 선배들과 다른 동기들과 어울려 별 대신 술을 마시며 타락한(?) 새내기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동아리 사람들과 한창 술을 마시는데 누군가가 진실게임을 하자고 하더군요. 제 차례가 되자 제일 먼저 나온 질문이..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대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벌칙으로 소주잔을 몇 잔 들이킨 다음에서야 비로소 그녀의 이름을 말하고 말았습니다. 진실게임에서 나온 발언은 비밀로 하자는 약속은 누군가에 의해 여지없이 곧바로 깨져버렸고 그녀의 귀로 흘러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스럽고..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됐다 싶었죠...

하지만 그후로도 저에 대한 그녀의 행동이 이전과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친구로서만 대하자..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친구 한명이 진실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써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통씩.. 공을 들여 편지를 써서.. 일주일에 단 한번..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인 수업 시간에 그녀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받아보기만 할뿐.. 그렇게 2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대꾸도 없더군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그녀를 좋아하는 사실이 동아리 뿐만 아니라 과 전체에 퍼지게 되자 그녀는 사태를 수습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동아리 사람들이 모두 다 있는 앞에서 저에게 두터운 편지 한통을 주더군요. 이를 잘못 이해한 사람들은 드디어 그녀가 받아주었구나 환호를 했지만 저는 그녀의 눈을 보구..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빈 강의실에서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열어젖히자.. 그녀의 필체가 보였고.. 편지를 모두 읽은 잠시 후.. 저는 혼자서 흐느껴야 했죠..

친구로 지내자...

저는 이런 얘기를 지금도 싫어합니다. 그때의 충격은.. 사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저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을 바꿔보니.. 오히려 이전의 어색한 사이에서 벗어나 친구 사이로 지내는 것도 좋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얼마 후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고.. 우리는 그때부터 '친구'가 되었습니다.

#2 친구

친구가 되자 달라진 것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2학기 시간표를 같이 짜게 되어 2학기 내내 같은 수업을 들어 항상 책상을 붙여 앉으며 공부를 했고 공강 시간에는 함께 밥을 먹거나 잔디밭에 누워 고등학교 시절 꿈꾸던 여유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눈이 오면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구.. 비탈길에서는 뒤에서 그녀를 밀어주며 신나는 인간 썰매도 탔습니다.

하지만 역시 한번 가졌던 감정을 쉽게 변화시키기는 힘들더군요. 저는 여전히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구.. 다른 여자와 만날 기회가 몇 차례 생겼지만 그녀의 생각에.. 모두 잊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군대가기 전까지 우리는 학교에서 둘도 없는 Best Friend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녀에게서는 말이죠. 저는 그렇게.. 그녀에 대한 저의 감정을 오랫동안 숨긴채.. 그녀의 옆에서 그녀만을 바라보며.. 친구로서 지냈죠.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했으니까요..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습니다. 훈련소 시절부터 그녀는 제게 끊임없이 편지와 소포를 보내주더군요. 저와의 있었던 추억들과.. 제가 없어서 심심하다는 둥.. 언제 한번 면회를 가겠다.. 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그녀의 편지를 받으면 그 다음 편지가 올때까지 군복 주머니에 항상 넣어두고서 근무 설때나 화장실 가서도 꺼내어 읽어보고 힘을 내곤 했습니다.

그리고 휴가를 나가면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제일 반갑게 저를 맞이하였고 휴가 기간의 절반은 그녀와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부대로 복귀할 시간이 다가오면 그녀와 다시 헤어져야 하는 것이 어찌나 슬프던지.. 훈련소에 처음 입소할 때보다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토록 느리게만 가던 국방부 시계는 2년 2개월이 흘렀고, 저는 제대와 동시에 복학을 1년 미루고 회사에 취직하였습니다. 그러자 점차 자연스레 그녀와 멀어지게 되었고.. 저도 다른 여자들을 만나면서 그녀를 잊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끈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았고 복학하기 얼마 전에 그녀의 여자 친구 한명과 함께 셋이서 제부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3 추억

제부도에서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닷가도 거닐고 맛난 고기와 술도 먹구.. 다정한 포즈로 사진도 찍고..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는데 갑자기 그녀의 친구가 전화를 한다고 나가더니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둘만의 시간을 주기 위하여 일부러 자리를 비킨 것이었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친구를 찾아서 밤바다를 해매다가.. 잠시 바위에 앉아 쉬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위에서.. 분위기에 이끌려 첫키스를 했습니다.........

다음날이 되자.. 전날 밤 기억이 생생한 저는 너무 민망했지만 그녀는 술 때문에 필름이 끊긴 상태였는지 평소와 아무렇지도 않게 저를 대하더군요. 다행이다 싶었지만.. 몇 달이 지나서 다시 그녀와 술자리를 했을때.. 그녀도 그날 일이 다 기억난다고 말을 하더군요..

전역한지 1년이 지나 복학을 했습니다. 그녀는 이미 졸업을 했지만 학교 과 행정실에 취직을 해서 예전처럼 자주 만날 수가 있었죠. 그녀의 집안도 많이 풀려서 늦게까지 집에 안들어가도 되는지라 술도 많이 마시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에 대한 저의 짝사랑은 다시 피어올랐으며, 그녀의 다정스러운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가 저를 들뜨게 만들었답니다.

복한한지 1년쯤 지난 어느 겨울날.. 그녀는 할 말이 있다면서 저를 부르더군요. 그러더니 어렵게 말을 꺼내어.. 1년 정도 호주로 여행을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순간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셨고.. 며칠이 지나 인천 공항까지 그녀의 언니와 함께 배웅을 나갔습니다. 그녀는 밝은 미소와 함께 탑승구로 들어갔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4 이별

그녀가 호주로 간지 한달 정도가 지나자 전화와 편지 등으로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달 정도는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6개월 이상 호주와 뉴질랜드 전국 곳곳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그 작기만 하다고 생각한 시골 소녀가 그런 큰 결심을 하고 실천을 하고 있다니.. 내심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사이 저는 공항에 갈때 그녀의 언니와 친해진 계기로 그녀의 가족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집에 초대되어서 저녁도 같이 먹고 아버님이랑 단둘이 술을 마시기도 했죠. 언니는 저보고.. 집에 초대된 첫번째 남자라면서 행운이라고 생각하라고 하더군요. 또한 저와 그녀가 계속 잘 어울리는 것을 알았는지 나중에 그녀가 귀국하면 결혼해서 잘 살라고까지 했습니다. 내심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것 같아서 넘 기분이 좋았죠.

그녀는 비싼 국제 전화 요금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자주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그녀의 현지 사진을 담아 편지를 보내주었죠. 편지 사연도.. 여타 연인과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보고 싶다.. 같은 표현은 진부할 정도였죠. 제 편지를 읽어본 친구들은.. 이제 너네 연인 다 되었구나.. 축하한다.. 얘기를 듣곤 했군요.. 저도 그동안의 저의 혼자한 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구나.. 정말 기분이 좋았구.. 그녀가 옆에 없어도..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된 사건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귀국을 얼마 앞둔 어느 날.. 그날도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30여분간 통화를 한 후, 마칠 무렵에 그녀가 불쑥 말을 꺼내더군요.

"너도 좋은 여자 만나서 빨리 사겨야지.. 그 여자 꼭 내 앞에서 제일 먼저 소개시켜줘야해~"

이 한 마디는.. 그동안 그녀만을 믿고.. 그녀만을 사랑해온 저를.. 일순간에 무너뜨린 가슴의 못이 되고 말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저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구요.. 밤 늦게까지 학교 공터에 남아서 혼자 깊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취방으로 가서 그동안 그녀에게 받았던 수백통의 편지와.. 함께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을 모았습니다. 순간 울컥 감정이 복받쳐.. 울기 시작했구요..

눈물은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1시간도 넘게.. 그렇게 계속 흐느꼈습니다. 이제 울 기운도 없어졌고.. 저는 지친 나머지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새벽 무렵.. 잠에서 깨어난 저는 전날 모았던 편지와 사진들, 그리고 라이터를 들고서 학교로 올라갔습니다. 소각장 옆에서 그것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몇 번 심호흡을 하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쉽게 불이 붙지가 않더군요. 그동안 그녀와의 추억이 깊었던 것처럼.. 그 흔적이 쉽게 사라지기는 싫었나 봅니다.

곧 모든 것이 재가 되었고.. 자취방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제 연락하지 말자고.. 이유는 묻지 말라고.. 메일을 보내도 안 읽고 지울 것이라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입맛도 사라지고.. 정신이 멍했습니다. 그날 오후 그녀가 제 메일을 읽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메신저에 들어왔고 저는 바로 차단 시켰습니다. 그러자 메일이 왔고.. 읽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도 곧 무너지고 메일을 열어보았습니다. 황당하다면서 이유가 뭐냐고 자기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끝까지 메일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전화도 수차례 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그녀가 귀국한지 2주 정도가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를 이제는 조금 잊은 듯 했구요. 그날 새벽.. 저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강의실에서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강의실 문이 열리더니 그녀가 들어와서 저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더군요. 저는 너무 놀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꿈은 끝이 났습니다.

그날 하루종일 저는 혼란스러웠고.. 친구를 불러서 술집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 친구에게.. 저의 얘기를 모두 털어놨습니다. 친구는 저를 위로해주구.. 그러다가 술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문득 쳐다보았다가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답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것이었죠.

그녀 또한 다른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저와 마주친 것이었고.. 우리는 한동안 말 없이 서로를 그렇게 쳐다보았습니다. 저와 술을 마시던 친구도 너무 놀라서 그저 우리 둘만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죠. 장소만 다르지 어찌나 꿈과 똑같던지..

그날밤 저는 친구와 밤새도록 술을 퍼마셨고.. 필름이 끊겨 집에 겨우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머리가 깨질 듯했지만.. 겨우 참으면서 메일을 보니 새벽에 그녀로부터 메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이 나쁜 돼지야! 내가 살아있는거 보니 이제 됐냐? 그래.. 나두 이제 너 그만 지울게. 잘 먹구 잘 살아라!'

가슴이 아팠습니다.. 너무나도..
저는 메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왜.. 너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 너는 나를 그 오랜 시간동안 친구로만 생각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는데.. 끝내 너는 나를 인정하지 않아서.. 이제 포기하고.. 영원히 잊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날 저녁에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얘기했습니다. 그녀로부터 바로 그러자고 답신이 왔고.. 저녁을 기다렸습니다.

샤워를 하고.. 제일 멋진 옷을 입고..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그녀도 전날 술을 많이 마셨던지 얼굴이 상당히 창백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에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예전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일단 간단히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러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말 없이 있다가.. 그녀가 말을 하더군요. "우리 오늘 만나는 것이 끝이야..?"
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귀국해서 그동안 저에게 몰래 전화를 몇 번 했었으며.. 자취방에도 찾아왔었구.. 저와 하고픈게 넘 많았는데.. 이제 못하게 되서.. 너무 슬프다며.. 얘기를 했습니다.

카페에서 나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면서.. 그녀는 일부러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으려 예전 저와 있었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얘기하더군요. 이젠 다 잊은 것 같았는데.. 그 얘기들을 들으니..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 슬펐습니다...

그녀의 집앞에 이르자 그녀는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구.. 저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한번반 안아보자...
우리는 그렇게 깊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토록 그리웠던 서로의 품을 느끼었고.. 제 품에 안긴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날 옆에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얘기했구.. 그녀는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했습니다. 한동안 잊지 못할 듯 싶었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주변의 충고를 믿으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소개팅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졸업을 해서 취직도 하여 사회 생활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녀를 이제는 잊어가는구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7년간의 짝사랑은 그렇게 마침표를 맺게 되었구요...

#5

그녀와 헤어진지 1년 정도가 되었답니다. 아직도 제 품에 안긴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네요. 하지만 이제는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도 있을듯 싶습니다. 다 태워버린줄만 알았던 그녀의 사진도 몇장이 제 본가에 남아 있더군요.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보니 슬픔보다는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저 혼자서만 사랑을 했구.. 그녀는 언제까지나 저를 친구로서만 생각했지만.. 그녀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단지 그녀가 옆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온 세상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녀와 어떠한 연락도 할 수 없답니다. 어디선가.. 잘 지내구 있겠죠.. 너무나도 그립구.. 보구 싶구.. 다시 한번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기억속의 그녀를.. 지우겠습니다...